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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하지만 가슴 따뜻한 ‘잔디아빠’ 안석환

글 김수정 기자 사진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9.03.23 14:31:00

내 딸이 재벌가 아들들에게 둘러싸여 있다면? 행복한 고민에 빠진 ‘잔디아빠’ 안석환은 속물적이지만 결코 얄밉지 않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재미있다고 한다. 실제 딸을 둔 아빠인 그는 준표, 지후 중 누구를 사위로 선택하고 싶을까.
엉뚱하지만 가슴 따뜻한 ‘잔디아빠’ 안석환

5천원으로 경마대박을 꿈꾸는 잔디아빠 ‘금일봉’은 조금 한심해 보인다. “딸 팔아먹는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재벌집 아들을 사위 삼기 위해 혈안인 점도 그렇다. 하지만 그 모습이 얄밉거나 불쾌하지만은 않다. 안석환(50)은 “이성적으로 따지면 못된 사람이지만 코믹스럽게 그리다보니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끔 ‘뭐 저런 인간이 다 있어?’ 하고 따지는 사람이 있어요. 이건 만화를 각색한 드라마잖아요. 세탁소를 운영하며 어렵게 살지만 기죽지 않고 꿋꿋하게, 유쾌하게 사는 모습으로 그리기 때문에 재밌죠.”
시청자에게 뭇매를 맞진 않을까 싶은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허허허’ 하고 웃어넘겼다. 그는 처음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때도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속물적이지만 결코 얄밉지 않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재미있다고.
“시청자 반응이 대체로 좋아 만족스러워요. 촬영장 분위기도 좋고, 잔디엄마로 나오는 임예진씨와도 호흡이 잘 맞아요. 젊은 연기자들이 실수하면 진짜 부모처럼 가르쳐주고 다독거리죠. (구)혜선이는 잔디처럼 명랑하고 밝은 아이예요. 하루 2~3시간밖에 못 자면서도 인상 안 쓰고 생글생글 웃는 걸 보면 기특합니다.”

극중 상황 실제라면 일단은 결혼 말릴 것 같아

금일봉은 딸 잔디, 아들 강산이와 대화가 잘 통한다. 안석환은 실제 초등학생 딸을 둔 아빠. 딸 얘기를 꺼내자 그는 “딸이 ‘꽃남’에 푹 빠져 있다. 매일 구준표 사인 받아달라고 난리”라며 웃었다. 실제 구준표 같은 사위를 맞는다면 어떨 것 같냐고 묻자 “딸의 자존심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 딸의 모든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시어머니 밑에서 과연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라고 대답했다.
“준표, 지후 둘 다 사위로서는 매력적이지만 빈부차가 너무 심해요. 재벌가에 시집가면 며느리 교육이라는 걸 따로 받는다는데, 어유~ 생각만 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그래도 자식 이기는 부모 없잖습니까. 일단 말리겠지만 딸이 사랑하고 (사위가) 평생 지켜줄 것 같다는 믿음이 있다면 허락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는 “아버지로서 그다지 훌륭하진 않은 것 같다. 대화를 자주 하면 좋을 텐데 마음처럼 쉽지 않더라”며 “지금까지 그래왔듯 아버지로서의 좋은 점, 나쁜 점을 숨기지 않고 보여줄 것이다. 아이가 ‘난 아버지처럼 살아야지, 이런 모습은 본받지 말아야지’ 하고 느끼는 게 산 교육이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경영학도였던 안석환은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다 지난 87년 연극 ‘달라진 저승’으로 데뷔했다. 부모는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나온 아들을 못마땅하게 여겼지만 그는 “5년만 기다려달라”며 설득했다. 그는 남들이 하루 2시간씩 연습할 때 8시간씩 연습했고 이후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시작으로 ‘남자충동’ ‘꼽추 리차드 3세’등에 출연하며 연기상을 휩쓸었다. 영화 ‘넘버3’에서는 개성 강한 연기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공부 욕심이 생겨 지난해에는 성균관대 대학원 공연예술협동과정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비록 남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연예계에서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었던 건 성실함과 노력 덕분이다.
“실수했다고 실망하거나 주저앉지 않았어요. 열심히 하는 모습으로 실수하는 건 괜찮잖아요. 주연이요? 맡고 싶죠! 배우라면 당연한 것 아닌가요. 하지만 ‘다시 태어나도 연기자의 길을 걷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아요. 무슨 일을 하느냐보다는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지금의 제 위치에 만족합니다만…(웃음).”
사회복지·여성문제·통일문제 등에 관심이 많은 그는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평양을 두 차례 방문했고, 거리에서 프리허그를 진행한 바 있으며 사랑의 집짓기에도 참여했다. 그는 이런 부분에 대해 “(문)근영이만 하겠습니까”라며 부끄러워했다.
그는 “연극으로 이 자리에 오른 만큼 더 좋은 공연으로 관객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멜로물에 도전하는 게 목표. “따뜻한 삶을 그리는 연기자가 되겠다”는 그의 목소리에서 열정이 느껴졌다.

여성동아 2009년 3월 5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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