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지호 씨는 다소 긴장한 듯 몇 차례 마른침을 삼키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지만, 1시간 30분가량 이어진 행사 내내 흔들림 없이 반듯하고 늠름한 모습이었다. 할머니와 아버지를 향해 모자를 손끝으로 만지며 조용히 인사하는 장면도 눈길을 끌었다. 후보생이 입장할 때마다 전광판에 사진과 좌우명이 소개됐는데, 지호 씨가 입장할 때는 “고통 없이 인간은 진화하지 못한다. 그러니 즐겨라”라는 문구가 나왔다. 지호 씨는 11주간 이어진 고강도 훈련으로 체중이 줄고 한층 다부져진 모습이었다.
눈시울 붉어진 할머니와 손자, 멀찍이서 지켜본 엄마
임관식에는 친가인 삼성가와 외가인 대상가의 가족들이 모두 참석해 화제를 모았다. 이재용 회장과 이 회장의 모친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명예관장은 ‘부모 계급장 수여식’에 직접 참여해 지호 씨의 계급장 테이프를 떼고 축하를 전했다. 지호 씨가 “사관후보생 이지호는 2025년 11월 28일부로 해군 소위로 명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필승!”이라고 경례하자, 이 회장과 홍 명예관장도 “필승”이라며 경례로 화답했다. 이 회장은 아들의 등을 두드리며 “수고했다”고 말했고, 홍 명예관장은 눈시울을 붉히며 손자를 안아주었다. 지호 씨 역시 울컥한 듯한 표정을 보였다. 고모인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도 자리를 함께했다. 대상그룹 측에서는 임세령 대상홀딩스 부회장, 임세령의 모친 박현주 상암커뮤니케이션즈 부회장, 동생인 임상민 대상 부사장 부부가 참석해 지호 씨의 새출발을 격려했다.
아들에게 경례받는 이재용 회장과 홍라희 명예관장.

아들에게 계급장을 수여하는 이재용 회장 뒤로 기다리는 임세령 부회장.

임관식을 참관하는 임세령 부회장과 임상민 부사장.
이날 가족들의 스타일 역시 화제를 모았다. 임관식의 상징성을 고려한 듯 모두 블랙 계열의 차분한 톤을 선택했다. 이재용 회장은 짙은 회색 타이로 포멀한 룩을 완성했고, 홍라희 명예관장은 케이프 스타일의 블랙 코트에 브루넬로쿠치넬리의 블루 시퀸 스카프를 매치해 조용한 럭셔리의 정수를 보여줬다. 임세령 부회장은 셀린의 신상 코트와 더로우의 아그네스 토트백에 생로랑 선글라스를 썼는데, 행사 이후 선글라스가 품절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임상민 부사장 역시 블랙 캐시미어 코트에 언니와 비슷한 선글라스, 블랙 토트백을 매치해 세련된 자매 룩을 보여주었다. 임세령 부회장은 이 회장과 홍 명예관장이 지호 씨에게 계급장을 수여할 때는 뒤에서 기다리다가, 두 사람이 자리로 돌아가자 아들에게 다가가 조용히 임관을 축하했다. 임관식 후반부에는 해군 모자를 높이 던지는 전통 퍼포먼스가 이어졌는데, 지호 씨는 긴장이 풀린 듯 환한 모습으로 하늘 높이 모자를 던져 올렸다.
이지호 씨는 2000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캐나다에서 고등학교를 마쳤다. 생전 이건희 회장이 특히 아꼈던 손자로 알려진 그는 중학교 때 유학을 떠나 프랑스 파리정치대학에 진학했으며, 입대 전에는 미국 대학에서 교환학생으로 학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 씨는 원래 한국·미국 복수국적자였지만 장교 임관을 위해 미국 시민권을 포기했다. 일반 병사로 입대할 경우 외국 국적 유지가 가능하지만 장교는 외국 국적을 내려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미국 시민권 포기 자체가 이례적이며, 삼성가에서 장교가 나온 것도 처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입교식 당시 “포기하지 않겠습니다”라는 짧고 강한 각오를 밝힌 바 있다.
해군에 따르면, 이 소위는 임관 후 3박 4일 휴가를 마치고 2025년 12월 2일 해군교육사령부로 복귀해 신임 장교 초등 군사교육을 시작했다. 이어 부산 해군작전사령부에서 통역장교 보직을 위한 교육을 이수하고 한미연합훈련 등에 참가해 영어 통역 임무를 수행하며 총 39개월간 복무한 후 2028년 12월 전역할 예정이다.

임관식을 마친 이지호 소위(가운데)가 동료들과 모자를 벗어던지며 환하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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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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