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샤넬의 매거진 ‘아트&컬처’는 250페이지에 달하는 비주얼 아트 북 형태로, 패션 화보 대신 예술가들의 시선과 이야기를 담았다.
최근 인쇄 매체의 부활을 이끄는 중심에는 샤넬이 있다. 샤넬은 올해 6월, 예술·문화 활동을 조명하는 비주얼 아트북 ‘아트&컬처(Arts and Culture)’를 내놓으며 ‘왜 지금 다시 종이인가’라는 질문에 직접 답했다. 지난 5년간 전 세계 예술가 및 문화 기관과의 협업을 진행하며 패션을 넘어 문화적 대화의 장으로 확장한 책으로, 패션 화보 대신 예술가들의 시선과 이야기를 250페이지에 담았다. 브랜드의 상징을 오늘의 감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디올의 ‘디올 매거진(Dior Magazine)’은 패션 화보를 넘어 예술적 영감과 여성주의적 시선을 기록하는 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무용수, 안무가, 조각가, 사진가 등 다양한 창작자의 이야기를 실으며 오트쿠튀르와 레디투웨어 컬렉션의 철학적 배경을 시각적으로 연결한다. 이는 사유와 감각이 공존하는 편집 프로젝트로서 ‘패션이 문화를 발행한다’는 명제를 가장 우아하게 증명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발행한 최신 ‘아크네 페이퍼’에서는 ‘Gold’를 주제로 고대부터 현대까지 금의 의미를 탐색했다.
정체성 기록하는 새로운 방식
루이비통은 1998년부터 세계 곳곳의 도시를 새로운 시선으로 보여주는 ‘시티 가이드(City Guide)’ 시리즈를 선보였다. ‘여행 트렁크’로 시작된 하우스의 유산을 인쇄물로 확장한 이 컬렉션은 단순한 관광 안내서가 아닌, 각 도시의 감도와 정서를 기록하는 문화 아카이브에 가깝다. 루이비통은 저널리스트, 작가, 예술가들과 협업해 호텔부터 레스토랑, 서점, 갤러리, 현지 비스트로까지 도시의 진짜 매력을 소개한다. 매 에디션에는 특별 게스트가 참여해 자신의 고향을 직접 소개하고, 좋아하는 장소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더한다.
시인이자 작가인 소니 홀과 협업한 ‘생로랑 리브 드루아 에디션’.
생로랑 역시 ‘생로랑 리브 드루아 에디션(Saint Laurent Live Droite Editions)’이라는 이름으로 책, 팬진, 아트 북을 선보이며 브랜드 세계관을 출판으로 확장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앤서니 바카렐로의 큐레이션 아래 유명 포토그래퍼 유르겐 텔러와 현대 미술가 차이 구어 치앙, 시인이자 작가인 소니 홀 등 다양한 예술가와 협업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패션 하우스들이 다시 종이를 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쇠퇴하는 전통 인쇄 매체와 분산된 디지털 환경 속에서 브랜드들은 이제 스스로 서사를 통제하고 문화를 발행하는 출판사가 되고 있다. 이는 옷이나 가방을 파는 행위가 아니라, 의미와 유산을 만드는 일에 가깝다.
‘무엇이 오래 남는가’에 대한 그들의 답은 분명하다. 한정된 지면 속, 시간과 정성으로 브랜드의 세계관을 엮은 한 권의 출판물. 종이는 여전히 가장 럭셔리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한다.

루이비통은 저널리스트, 작가, 예술가들과 협업해 도시의 진짜 매력을 소개한 ‘시티 가이드’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 루이비통 생로랑 아크네스튜디오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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