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인에게 허리 통증은 더 이상 특별한 질환이 아니다. 하루 종일 앉아 있는 직장인과 학생, 노화로 척추 변형이 온 중장년층까지. 요통은 이제 나이와 직업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질환이 됐다. 허리 통증은 디스크의 초기 증상이 될 수 있고 심하면 다리 저림과 감각 저하, 마비 증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찌릿함, 뻐근함 등과 같은 가벼운 증상까지 특별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외상 없이 발생한 급성 요통은 특별한 치료 없이도 6주 이내에 자연스럽게 호전되기 때문이다. 이고은 리셋재활의학과 원장은 “급성 요통을 겪은 2~7%만이 만성 통증을 겪는다”고 말했다. 이는 초기의 과한 대처가 오히려 통증 부위를 자극해 만성 요통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고은 원장은 “허리가 좋아지려면 무언가를 더 하기보다 안 좋은 자세를 피하라”고 강조했다. 통증을 줄이기 위해 행한 운동 등이 요통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 그는 “허리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스트레칭을 백날 해봐야 아무 소용없다”며 “잘못된 동작을 숙지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고은 원장은 재활의학과 전문의이자 재활 필라테스 전문가다. 국제통합필라테스협회 교육이사, 캐나다 스탓필라테스 재활 국제 인증 강사, 국제트레이너연합회와 스포츠산업연구회 자문 의사로 활동하고 있다. 채널A ‘나는 몸신이다’와 MBN ‘엄지의 제왕’, 유튜브 ‘의학채널 비온뒤’ 등에 출연하며 유익한 허리 건강 정보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 ‘허리 통증 해방’ ‘골반 리셋 클리닉’ 등이 있다.
“허리 아플 땐 냉찜질 하세요”
허리 통증의 주원인으로 인대 혹은 근육 손상을 꼽는데, 연관성이 있나요.사실 별 의미가 없어요. 근육과 인대는 상호작용을 해요. 인대를 다치면 그 주위를 둘러싼 근육도 긴장하게 되죠. 따라서 허리의 통증 부위를 누르면 인대와 근육 모두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겁니다. 의사 역시 환자의 허리 통증 원인을 처음부터 명확하게 판단하긴 어려워요. 보통 초기 증상을 기준으로 치료하는데, 환자 상태가 좋아졌을 때의 치료법에 따라 통증 원인을 밝혀냅니다. 간혹 허리를 다친 뒤 척추의 퇴행성 병변이 동반되면 인대 역시 퇴행성 변화를 겪게 돼요. 이때 통증이 잘 낫지 않으면 만성 통증으로 이어지곤 하죠.
급성 요통과 만성 요통은 어떻게 구분하나요.
발생 시기와 지속 정도로요. 급성 요통은 통증이 갑자기 나타나 며칠에서 약 6주 정도 지속됐을 때를 의미해요. 반면 연속적이거나 주기적으로 통증을 느끼고, 약 3개월 이상 아픔이 이어졌을 때는 만성 요통으로 봅니다. 급성 요통은 보통 특정 운동이나 자세를 취한 뒤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요. 만성 요통은 특별한 사건 없이 유발되고요. 예민한 감수성으로 인해 만성 요통을 겪는 분들도 있어요. 조금만 아파도 힘들어하거나, 불안감과 공포 때문에 통증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들이 있거든요. 업계에서는 이런 분들을 소위 “치료가 잘 안 되는 타입”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허리 통증이 있을 때 방치하면 만성으로 가나요.
통증이 만성화되는 데는 다양한 요소가 작용해요. 업계에서는 통증의 강도, 자세, 전신 건강 상태를 만성 요통의 주원인으로 꼽기도 하죠. 통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해요. 더불어 자신의 생활 습관을 분석해 통증의 원인을 찾아내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요. 이 2가지만 잘 실행해도 만성으로 이어질 확률은 줄어듭니다.
급성 요통은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까요.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공통적인 대처법이 있어요. 뜨끈한 곳에 허리를 지지거나, 폼롤러 등으로 스트레칭, 마사지를 하는 거죠. 급성 통증은 핫 팩보다 냉찜질을 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에요. 통증 부위를 차갑게 하면 증가한 손상 부위의 혈관이 수축되며, 조직의 염증 반응이 억제되거든요. 스트레칭과 마사지도 가급적 삼가는 게 좋아요. 손상된 근육에 물리적 자극을 가하면 상태가 더욱 악화할 수 있거든요. 갑자기 허리에 통증이 왔다면 일단은 휴식을 취할 것을 추천합니다.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하는 증상이 있다면요.
허리에 힘이 빠진 느낌이 들 때요. 대표적으로 발목을 들지 못하거나 발등을 몸쪽으로 당기지 못하는 현상을 꼽을 수 있어요. 이를 족하수라고 하는데, 족하수는 허리 신경의 마비로 인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허리 신경은 비뇨기 신경과도 연관이 있어요. 소변을 보고 싶은데 잘 안 나온다든지, 대변을 보면서 힘을 줄 때 불편하다면 바로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허리가 아프면 무조건 누워 있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허리에 통증이 있다면 우선 충분한 회복 시간을 가져야 해요. 특히 디스크 질환은 통증을 가라앉히는 데 2~3주, 디스크 조직의 염증이 회복되는 데 6~8주가 걸리거든요. 그렇다고 회복을 위해 무조건 누워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통증이 없는 범위 내에서 가볍게 일상생활하는 걸 더 권하거든요. 누워만 있으면 허리 근육이 약해지면서 또 다른 질병을 유발할 수 있어요. 또 활동량이 부족하면 예민하고 우울해지는데, 이는 통증을 지연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누워만 있어라’의 기준은 통증이 사라지는 며칠을 의미해요. 몇 주, 몇 달을 누워만 있어선 절대 안 됩니다.
허리 통증이 심할 때는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까요.
다리를 쿠션이나 상자에 올려놓으세요. 이때 포인트는 무릎의 각도는 90°를 유지하는 겁니다. 직각이 되는 자세는 허리 주위 근육의 부담감을 줄이고 통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거든요. 허리가 아플 땐 척추부터 시작해 골반, 고관절로 이어지는 장요근이라는 근육을 이완시키는 게 중요해요. 장요근이 긴장하면 그 주위의 신경들이 자극돼 허리와 골반의 통증을 악화시킬 수 있거든요. 이와 같은 자세를 취하면 급성 허리 통증을 어느 정도는 완화할 수 있어요.


이고은 원장은 건강·의학 관련 유튜브, TV 등 다양한 콘텐츠에 출연하며 허리 건강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전하고 있다.
“허리에 안 좋은 동작 피하는 게 우선”
허리 건강을 해치는 동작이 있다면요.기상 시 이불을 발로 차면서 벌떡 일어나는 행동은 피해야 합니다. 이와 같은 동작은 허리 조직에 손상을 주거나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일어날 때는 옆으로 돌아누운 뒤 손으로 바닥을 짚고 상체를 일으키는 게 좋아요. 또 머리를 감을 때나 신발을 신을 때 허리를 굽히는 동작도 삼가야 해요. 허리 근육의 염좌를 비롯해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력도 높아지거든요. 양반다리도 피하는 게 좋아요. 양반다리를 하면 후방경사(허리와 골반이 뒤로 넘어가는 구조)가 되거든요. 이 자세를 오래 유지하면 일자 허리가 돼서 걸을 때도 등과 허리가 굽은 상태가 됩니다.
허리 건강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바른 자세죠. 올바른 자세만이 오랫동안 건강한 허리를 유지할 수 있어요. 진료실을 찾아오는 환자들의 단골 질문 중 하나가 “바른 자세란 도대체 어떤 자세인가”예요. 그럴 때마다 저는 “먼저 골반부터 허리까지 원기둥이라고 생각하고 몸을 일직선으로 세워보라”고 말씀드려요. 그 후 가장 아래에 있는 갈비뼈를 골반 위쪽에 얹혀준다는 느낌으로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는 거죠. 쇄골과 가슴도 펴주고, 귀가 어깨 라인 위에 오도록 목덜미까지 펴주면 발목, 무릎, 고관절, 갈비뼈, 어깨, 귀까지 일직선으로 맞춰진 바른 자세가 완성돼요. 여기에 적절한 근력 운동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고요.

허리에 좋은 운동을 찾는 것보다, 해서는 안 되는 동작을 피하는 게 중요해요. 운동 시 어떤 동작을 취했을 때 통증이 있다면 과감하게 중단해야 하고요. 운동별로 살펴보면 필라테스, 요가 동작 중 싯업이나 오블리크처럼 상체를 구부리거나 비트는 동작은 허리에 무리를 줘요. 또 허리를 바닥에 붙이는 임프린트라는 필라테스 자세가 있어요. 이는 골반의 후방경사를 일으키는 동작이에요. 특히 허리 디스크가 있는 환자들이 이 자세를 유지한 채 다리를 들고 내리는 동작을 하면 통증이 심해지고 디스크까지 손상될 수 있습니다. 이 밖에 무게를 들어 올리는 웨이트 트레이닝 동작, 상체와 허리를 굽혀 타는 사이클도 피할 것을 추천해요. 수영도 허리를 굽히고 펴는 접영과 평영은 삼가는 게 좋고요. 또한 허리에 통증이 있다면 등산은 멀리하세요. 오르막길에는 허리가 굽혀지고, 내리막길에서는 허리가 젖혀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디스크나 협착증 등 허리 질환이 있다면 경사가 있는 산보다는 완만한 산책로에서 가볍게 걷는 게 좋습니다.
오랫동안 앉아서 생활하는 회사원과 학생을 위한 동작도 있나요.
복식호흡을 추천합니다. 갈비뼈가 부풀어 오르게 숨을 마신 뒤 배꼽을 안으로 살짝 잡아당기며 숨을 뱉는 거죠. 이는 코어 근육을 강화해 허리 건강에 도움을 줍니다. 또 테이블을 잡고 선 뒤 다리를 뒤로 차는 동작도 추천해요. 공간에 여유가 있다면 스쿼트를 하는 것도 좋고요. 하루에 50개만 해도 몸이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의자 선택에 대한 고민도 많습니다.
본인 사이즈에 맞는 의자를 선택하는 게 중요해요. 의자에 앉았을 때 허벅지가 손가락 두세 개 정도의 가로 길이까지 앞으로 나와 있는 게 좋아요. 또 요추 부위 즉, 팬티의 맨 위 라인을 뒤에서 볼록하게 받쳐주는 지지 커브가 있어야 허리에 안정감이 생겨요. 또한 쿠션이 너무 푹신하면 골반에 후방경사가 일어나 허리가 구부러지니, 엉덩이만 살짝 들어가는 정도를 선택하는 게 좋아요.
허리가 아프면 침대보다는 바닥에서 자는 게 좋다는데, 사실인가요.
잘못된 정보예요. 바닥이나 단단한 돌침대에서 자면 척추 커브에 변화를 줘 허리 통증을 더 악화시킬 수 있어요. 너무 딱딱하거나 푹신한 바닥은 옆으로 누웠을 때 척추를 똑바로 유지하지 못하고 휘게 만들죠. 척추는 잘 때도 고유한 커브가 그대로 유지돼야 해요. 따라서 몸의 굴곡을 살리는 적당한 쿠션감을 갖춘 매트 위에서 자는 게 가장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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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해윤 기자 사진출처 채널A ‘몸신의 탄생’ JTBC ‘최고의 처방 미라클 푸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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