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SSUE

프라다가 상하이에 카페를 연 이유

오한별 객원기자

2025. 12. 17

명품은 더 이상
가방과 옷만으로 자신을 말하지 않는다.
스파 열차부터 브랜드 스위트, 미식 서비스까지. 이제는 ‘옷’이 아니라 ‘서비스’를 짓는 호스피탈리티 전쟁이 시작됐다.

바쉐론콘스탄틴이 두바이 만다린 오리엔탈 주메이라 호텔과 협업한 ‘스위트 1755’ 객실(왼쪽). 티파니의 ‘더 블루 박스 카페’에서는 브랜드의 정교한 감각을 엿볼 수 있다. 

바쉐론콘스탄틴이 두바이 만다린 오리엔탈 주메이라 호텔과 협업한 ‘스위트 1755’ 객실(왼쪽). 티파니의 ‘더 블루 박스 카페’에서는 브랜드의 정교한 감각을 엿볼 수 있다. 

값비싼 가방과 옷을 소유하는 것만으로는 럭셔리를 정의할 수 없는 시대. 이런 흐름에 발맞춰 최근 명품 브랜드의 행보 중 눈에 띄는 것은 전용 레스토랑과 5성급 스위트룸 등 최상위 고객을 위한 다채로운 서비스다. 디올, 프라다, 루이비통, 티파니 같은 하우스들은 패션과 미식, 여행, 웰니스를 넘나들며 ‘브랜드를 체험하는 방식’을 다시 쓰고 있다. 럭셔리는 이제 경험의 총합이 된 셈이다.

미식으로 확장되는 브랜드의 감각 

최근 두드러지는 행보는 단연 최상급 호텔과의 협업이다. 바쉐론콘스탄틴은 두바이의 만다린 오리엔탈 주메이라 호텔에서 ‘스위트 1755’를 선보이며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의 세계관을 호텔 체류 경험으로 확장했다. 브랜드 탄생 연도를 딴 이 스위트룸은 인테리어부터 장식, 예술 요소까지 바쉐론콘스탄틴의 헤리티지를 반영해 구성했고, 투숙객을 위해 프라이빗 워치메이킹 워크숍 등도 진행한다. 오데마피게는 싱가포르 래플스 호텔의 ‘바 & 빌리어드 룸’ 안에 AP하우스를 열어 기존 부티크보다 훨씬 프라이빗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7m 높이의 천장, 아름다운 채광, 스위스와 싱가포르를 잇는 그린 톤 인테리어로 집처럼 편안하고 럭셔리한 공간을 구현한 AP하우스는 음악 살롱, 프라이빗 전시실 등 비공개 살롱도 갖추고 있다. 특히 이곳은 전 세계 최초의 AP카페가 함께 운영된다. 미쉐린 스타 셰프 데이브 핀트가 참여한 카페에선 스위스와 싱가포르의 풍미를 결합한 메뉴들을 선보인다. 이는 하이엔드 워치 브랜드가 미식을 통해 세계관을 완성해가는 또 다른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행보는 식문화 영역으로의 브랜드 확장이다. 명품 하우스들은 이제 요리와 공간, 분위기까지 자신들의 세계관으로 재해석하며 미식 경험을 하나의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환대) 자산으로 만들고 있다.

카타르 도하의 하마드국제공항에 프라이빗 라운지를 연 루이비통. 

카타르 도하의 하마드국제공항에 프라이빗 라운지를 연 루이비통. 

루이비통의 경우 카타르 도하의 하마드국제공항에 자사 최초로 라운지 겸 레스토랑을 열었다. 프라이빗하게 입장하는 이 공간은 루이비통 특유의 인테리어와 미쉐린 3스타 셰프 야닉 알레노의 요리를 결합한 것이 특징. 아침부터 저녁까지 제공되는 메뉴는 지역 식재료, 프렌치 퀴진, 인터내셔널 메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차려낸다. 

티파니의 ‘더 블루 박스 카페’는 미쉐린 스타 셰프 다니엘 블뤼의 시즌 기반 메뉴와 티파니블루(티파니의 시그니처 색상)로 꾸민 공간을 통해 브랜드의 우아함을 맛과 분위기로 구현하고 있다. 카페와 바, 프라이빗 다이닝 룸으로 구성된 이곳은 브랜드의 감각을 맛볼 수 있는 가장 정교한 미식 공간으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프라다는 상하이의 롱 자이 저택에서 왕가위 감독과 협업해 카페 ‘미 샹’을 열고 영화, 패션, 미식의 접점을 확장했다. 벨벳 시트와 그린·핑크 톤의 색감, 몽환적 조명이 어우러진 인테리어가 특징인 이곳에선 밀라노 요리를 상하이식 감각으로 재해석해 제공하고 있다. 



디올은 하이엔드 호텔 여행 브랜드 ‘벨몬트’와 협업해 스파 서비스를 선보였다.

디올은 하이엔드 호텔 여행 브랜드 ‘벨몬트’와 협업해 스파 서비스를 선보였다.

디올은 레스토랑을 넘어 럭셔리 열차에 주목했다. 초호화 호텔 브랜드 벨몬드의 럭셔리 열차들과 제휴해 스파 서비스를 제공한것. 작년에는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를 오가는 ‘이스턴&오리엔탈 익스프레스’를 운영했고, 올해는 무대를 스코틀랜드로 옮겼다. 스코틀랜드의 광활한 대지를 달리는 ‘로얄 스코츠맨’ 열차 안에서는 개별 상담, 맞춤 트리트먼트 등 디올 스파의 헬시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클래식 여행과 디올 스킨케어 철학을 결합해 이동 중에도 깊은 휴식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핵심으로, 호텔을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호스피탈리티로 평가받고 있다. 

싱가포르 래플스 호텔에 자리한 오데마피게의 ‘AP하우스’.

싱가포르 래플스 호텔에 자리한 오데마피게의 ‘AP하우스’.

프라다는 상하이 롱 자이 저택에서 왕가위 감독과 함께 협업해 카페 ‘미 샹’을 열었다. 

프라다는 상하이 롱 자이 저택에서 왕가위 감독과 함께 협업해 카페 ‘미 샹’을 열었다. 

이처럼 럭셔리 브랜드가 호스피탈리티에 나서는 건 그저 사업 확장을 위해서가 아니다. 고객이 무엇을 사느냐보다 왜 이 브랜드를 선택하는가가 더 중요해진 시대에, 지면 광고만으로는 전달되지 않는 브랜드의 철학을 라운지의 가구, 스위트룸의 조명, 한 접시의 요리 등 감각적인 경험을 통해 가장 선명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브랜드의 철학은 고객이 소비를 넘어 브랜드와 관계를 맺는 방식으로 의미를 확장한다.

제품에서 경험으로,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가 이동한 지금. 명품의 경쟁력은 얼마나 매력적이고 기억에 남는 세계를 만들 수 있는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스피탈리티는 그 질문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답이 아닐까.

#명품서비스 #럭셔리호텔 #프라다카페 #여성동아 

사진제공 디올 루이비통 바쉐론콘스탄틴 오데마피게 티파니 프라다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