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부터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댄서의 순정’에서 유진과 더불어‘채린’ 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양소민(29).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활동하고 있는 2세 연기자다. 그의 아버지는 뮤지컬과 악극에 주로 출연하는 배우 양재성(63). 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집에서는 아버지와 딸이지만 무대에서는 선배와 후배일 뿐이기에 사람들에게 두 사람의 관계를 굳이 밝히지 않은 것.
양소민은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한 뒤 97년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여주인공 ‘페기’역을 맡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당시 그는 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으로 발탁됐다. 이후 ‘하드록 카페’ ‘겨울나그네’ ‘사랑은 비를 타고’ 등에 출연했는데 그간 출연했던 뮤지컬에서 춤과 인연이 깊었다는 그는 ‘댄서의 순정’에서 춤을 배우고자 무작정 한국에 온 옌볜 처녀 ‘채린’이 되기 위해 댄스스포츠를 하루 12시간씩 배웠다고 한다.
“처음 뮤지컬 무대에 섰을 땐 이렇게 힘든 일인 줄 상상하지 못했어요(웃음). 처음 무대에 선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였어요. 제가 살이 많이 찌자 아버지가 살을 빼게 할 목적으로 연출자에게 부탁해 어린이뮤지컬 ‘피터팬’에 서게 하셨거든요. 동화나라 어린이 중 ‘겁쟁이’라는 배역을 맡아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섰어요. 아빠는 공연을 지켜보는 내내 조마조마하셨다는데 저는 오히려 힘이 났어요. 그때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죠.”
딸이 오디션에서 수차례 낙방하고 의기소침해하자 “기대는 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며 격려해준 아버지
그러나 대학 졸업 후 오디션에서 수차례 낙방하자 그는 의기소침해졌다고 한다. 재능이 없는 것 같아 스스로를 원망하기도 했다고. 하지만 양재성은 딸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 대신 그때마다 “기대는 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며 격려했다고 한다. 배우는 기다리는 직업이라는 것을 딸에게 늘 강조한다는 그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니 기다리는 동안 더 준비하라”고 조언한다고.
80년 KBS 특채 탤런트로 데뷔한 양재성은 요즘 악극 ‘울고 넘는 박달재’에 출연, 지방 순회공연을 펼치고 있다.
“저는 엄마, 동생과 함께 아빠가 출연하시는 악극을 볼 때 가장 행복해요. 가족 모두가 악극 마니아거든요. 이번 악극에서 아빠는 20대 동경유학생 역을 맡았는데 60대에 20대 연기를 할 수 있을 만큼 자기관리를 잘하셔서 존경스러워요. 나중에 저도 꼭 악극에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그들은 같은 무대에 설 날을 손꼽아 기다리기도 한다. ‘브로드웨이 42번가’ 앙코르 공연 때 함께 무대에 선 이후 그런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처음부터 주인공을 맡아온 소민이가 가끔씩 조급해하거나 불안해할 땐 좀 쉬라고 말합니다. 저도 그런 어려움을 겪은 터라 사실 배우가 되겠다고 했을 때 걱정을 했죠. 그리고 ‘뜰 생각 하지 마라’고 당부해요. 일찍 뜨면 그만큼 쉽게 지는 법이니까요. 저도 그렇고 소민이도 그렇고 꾸준하게 사랑받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댄서의 순정’ 공연은…
기간 ~7월1일, 화·목·금 오후 8시, 수 오후 3시·8시, 토 오후 4시·8시, 일요일 오후 3시·7시
장소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
입장료 전석 5만원
문의 02-559-1333, 02-3446-3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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