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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유재석에 바통 넘겨받은 황신혜&심혜진 웃기는 언니들의 입담

글·구희언 기자 | 사진·박종혁 프리랜서, MBC 제공

2013. 02. 19

요즘 달라진 언니들이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얼굴 보기 어렵던 황신혜와 심혜진이 시트콤에 이어 MBC ‘놀러와’ 후속 ‘토크클럽 배우들’ MC 자리도 꿰찬 것.

유재석에 바통 넘겨받은 황신혜&심혜진 웃기는 언니들의 입담

영화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주부 이경자 역을 맡은 황신혜와 변호사 이기자 역의 심혜진.



“작품이 아닌 예능 프로그램으로 만나게 돼서 쑥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첫발을 내딛으면서 설레는 마음이에요.”(황신혜)
“스스로 특별히 예능감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솔직한 모습으로 매주 월요일 여러분 곁을 찾아뵐게요.”(심혜진)
‘컴퓨터 미인’ 황신혜(50)와 ‘프란체스카’ 심혜진(46)의 공통점은 범접하기 어려운 차가운 아우라가 느껴진다는 점이다. 그동안 맡은 배역 때문이거나, 여배우 특유의 카리스마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 언니들이 ‘다 내려놓고’ 뛰어든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MBC 터줏대감이던 ‘놀러와’ 후속 프로그램 ‘토크클럽 배우들’에서 두 사람은 예지원, 송선미, 고수희, 고은아, 신소율, 민지 등 6명의 여배우와 공동 MC를 맡았다. 평소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도 비치지 않던 언니들이 마이크를 잡은 이유가 궁금했다.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의 두 언니, 다시 뭉치다

유재석에 바통 넘겨받은 황신혜&심혜진 웃기는 언니들의 입담


‘토크클럽 배우들’은 영화계를 중심으로 활동해온 배우들이 영화에서 모티프를 얻은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본격 영화 토크쇼다. 첫 방송에서 이들은 자신을 잘 표현해주는 영화 속 캐릭터로 분장하고 나와 자기소개를 하고 배우가 된 이유를 말하는 ‘워밍업’ 시간을 가졌다.
각자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로 치장하고 나온 가운데 30년 차 배우 황신혜가 제일 먼저 등장했다. 그가 고른 건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비비안 리)였다. 황신혜는 “함께 출연하는 존박 씨가 레트 버틀러(클라크 게이블) 역을 해주겠다고 해서 주저 없이 결정했다”고 했다. 그는 드레스를 입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다 프로그램 시작 3분도 채 안 돼 미끄러질 뻔하며 몸 개그를 선보여 웃음을 줬다.
황신혜가 예능 프로그램에 관심을 둔 건 비교적 최근이다. KBS2 시트콤 ‘패밀리’의 주연을 맡은 후부터 서늘한 미모 뒤에 꿈틀대던 개그 본능을 표출하기 시작한 것.
“시트콤도 예능 프로그램도 예전부터 하고 싶었지만 선뜻 내딛지 못한 자유였어요. 시트콤을 할 당시에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많이 고민했거든요. 그런데 딸이 ‘엄마는 예능이 낫더라, 예능 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자신감에 차서 시트콤을 시작했죠. 지금은 안 했으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좋아요. 그러던 차에 이 프로그램 MC 섭외가 들어왔어요.”
황신혜는 시트콤을 하면서 겁도 없어지고 생각도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했다. 과거라면 예능 프로그램 섭외가 들어와도 섣불리 나갈지 결정하지 못했을 텐데 용기가 생겼다는 것. 후배들과의 첫 촬영 전까지도 기대와 설렘, 부담감으로 복잡한 심경이었다고.
“첫 방송에서는 말도 못할 어색함에 참 힘들었어요. 그래도 차츰 친해져 가는 모습, 여러 가지 재밌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27년 차 배우 심혜진은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메릴 스트립이 맡은 편집장 미란다 프리슬리로 분장하고 나와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줬다. 이들은 서로 “아름다우십니다” “죽여준다”라며 덕담을 주고받았다. 심혜진은 프로그램의 오프닝과 클로징 음악을 담당하는 존박을 보고는 “어머! 미남자! 깜짝이야”라며 만족스러워했다.



“워낙 좋아하는 배우기도 하고, 제 나이대와 어울릴 만한 배우가 누가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메릴 스트립이 좋을 것 같았어요. 임팩트도 있고 누구든지 알아볼 수 있잖아요.”
그는 “여배우들이 나와서 우리 이야기, 영화 속 이야기를 하고 경험을 나누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었다”며 “이런 기회를 통해서 몰랐던 배우들과도 가깝게 지낼 수 있어 긍정적이고 좋았다”며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첫 방송에서 숫기 없는 여배우들 사이에 감도는 숨 막히는 어색함을 ‘버럭’ 하고 깨며 강한 캐릭터를 제일 먼저 정립한 것도 심혜진이다.
공동 MC 8명 중 두 사람은 유일하게 같은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1998년 강우석 감독의 코미디 영화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에 함께 출연한 것. 황신혜는 남편의 부실한 잠자리가 회사의 과중한 업무 탓이라고 주장하며 대기업 일산을 상대로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을 내는 주부 이경자 역을 맡았다. 이경자가 선임한 변호사 이기자 역을 맡은 게 심혜진이다. 재판이 진행되며 이경자는 남편에 대한 배신감과 수치심으로 재판을 그만두려 하지만, 이기자는 자신의 처지도 그와 비슷하다고 털어놓는다.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연 두 여자는 법정의 ‘델마와 루이스’가 되기로 하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재판정으로 향한다. 토크쇼에서 처음 해보는 예능 프로그램에 버벅거리는 황신혜 옆에서 강한 카리스마로 치고 나가는 심혜진의 모습이 영화 속 두 사람을 똑 닮았다.
“신혜 언니와 저는 영화를 같이 했고, 나이 차가 많이 나지 않다 보니까 주고받는 느낌이 있잖아요. 여배우라서 공감할 수 있는 감정도 있고요. 제가 먼저 전화해서 ‘언니 밥 먹었어? 뭐 해?’ 이렇게 하는 스타일은 아니고 무뚝뚝하거든요. 1년에 한 번을 제대로 못 본 적도 있어요. 그래도 약속 없이 어느 순간 어디서 만나도 굉장히 반갑고,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서로의 컨디션을 알 만큼 공감대가 있어요. 프로그램 내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죠.”(심혜진)
황신혜는 “심혜진 씨가 전화는 자주 안 하지만 (스마트폰 게임) 하트와 날개는 너무나 자주 보낸다”라며 웃었다.
“심혜진 씨와는 사석에서 가끔 연락해서 식사하는 사이예요. 그러다 보니 원래 심혜진 씨 캐릭터가 범상치 않다는 건 알고 있었죠. 첫 녹화에서 걱정스러울 정도로 평상시 ‘버럭’이 자주 나왔는데, 그게 심혜진 씨의 매력이죠. 저만 잘하면 될 것 같아요.”(황신혜)
심혜진은 옆에서 “우리 신혜 언니도 엉뚱 발랄한 데가 있어서 신선하고 여간 재밌지가 않다”며 언니를 추어올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단단해지는 흙으로 만든 집은 느리게 지을수록 튼튼할 수밖에 없다. 처음 만난 사람들, 그것도 개성 강한 여배우들이 어찌 처음부터 호흡이 척척 맞겠는가. 연기는 베테랑이지만 예능은 초보인 언니들이 흙집처럼 단단한 팀워크로 유쾌한 월요일 밤을 채워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유재석에 바통 넘겨받은 황신혜&심혜진 웃기는 언니들의 입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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