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7일 인천 서운고등학교는 ‘진로의 날’을 맞이해 연예인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줄 명예교사로 걸그룹 카라의 박규리를 초청했다. 박규리의 강연은 1시간가량 진행됐으며, 학생들의 반응이 무척 뜨거웠다.
“와~ 진짜 예쁘다. 여신이 왔다!”
5월7일, 인천 서운고등학교가 들썩였다. ‘진로의 날’ 프로그램이 진행된 이날, 일일 명예교사로 카라 박규리(22)가 초청됐기 때문이다. 학교 운동장에서 교장선생님에게 명예교사 임명장을 받고 활짝 웃는 박규리의 모습에 학생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박규리가 이날 서운고를 찾은 이유는 학생들에게 연예인이란 직업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서였다. 언제부턴가 청소년들의 장래 희망 직업 1위가 된 연예인. 학교 측에선 연예인을 꿈꾸지만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모르는 학생들을 위해 동덕여대 방송연예과에 해당 강의를 해줄 연예인을 부탁했다. 이에 학과 담당교수가 박규리를 추천했고, 박규리는 고민 끝에 강연을 결심했다.
강연은 30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작은 음악실에서 진행됐다. 원래 이 수업은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해 미리 신청한 학생들만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박규리가 명예교사로 온다는 소식을 뒤늦게 안 학생들이 음악실 주변으로 몰려들어 한바탕 법석을 떨었다. 결국 예정된 인원보다 늘어난 40여 명의 학생들이 바닥에 앉거나 서서 강연을 들어야 했다.
오전 9시 반, 약속시간에 맞춰 박규리가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긴장되지만 제 이야기가 여러분의 진로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로 말문을 뗀 박규리는 그로부터 1시간 동안 연예인이 되기까지 데뷔 과정부터 연예인으로 사는 현재의 삶에 대해 진심을 다해 얘기했다. 1시간의 강의를 마치고 박규리는 떠났지만 그의 이야기는 같은 꿈을 꾸는 서운고 학생들에게 큰 울림이 됐다. 다음은 학생들이 전하는 박규리 감동 어록.
1 다사다난했던 데뷔 이야기
“소속사 두 번 망하고, 성형 제의도 받았지만 이 악물고 끝까지 도전해 13년 만에 가수 꿈 이뤘어요”
“규리 언니는 1994년 MBC 개그 프로그램 ‘오늘은 좋은날’의 ‘소나기’에서 극중 강호동의 동생 포동이 여자친구로 아역 데뷔를 했대요. 이후 3백대 1의 오디션을 뚫고 2001년 SBS 드라마 ‘여인천하’에서 김정은의 아역으로 발탁됐죠. 초등학교 3, 4학년 땐 유니세프로 활동하며 1만 명 관객 앞에서 사회를 본 적이 있는데 그때 god, 박효신 등 가수들을 보면서 ‘정말 멋있구나’ 하고 느껴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대요. 소속사의 필요성을 느끼고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첫 소속사에 들어가 ‘제2의 보아로 만들어주겠다’는 사장님 얘기에 잔뜩 기대를 안고 연습생이 됐는데, 어느 날 회사에 가보니까 사무실 집기가 다 빠지고 유령회사만 남은 거죠. 큰 충격을 받았지만 다시 용기를 내 두 번째 오디션을 본 뒤 당시 유명 스타가 소속된 기획사와 계약을 했대요.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언니를 담당하던 프로듀서가 ‘당분간 나오지 말라’고 해서 그렇게 1년여를 기다리다 회사를 찾아갔더니 그분이 사업 실패로 어디론가 잠적했다는 거예요. 다행히 회사가 망한 건 아니어서 사내 아카데미에서 열심히 준비했지만 결국 이 회사도 문을 닫았죠. 그래도 포기할 수 없어 YG, JYP 등 국내 유명 소속사는 다 찾아갔지만 예전 소속사와의 계약 때문에 다른 곳에 들어갈 수 없었다는군요. 언니가 사춘기를 겪을 때여서 우울증이 생길 만큼 힘들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성우이신 어머니 박소현씨가 암에 걸려 정말 힘들었다고 해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가수가 안 되면 연기자라도 먼저 하자’는 생각에 연기학원을 찾았대요. 그런데 학원에서 상담하면서 바로 옆에 어머니가 계시는데도 서류를 꺼내 ‘성형 견적서’를 썼다는 거예요. 이렇게 안 하면 데뷔할 수 없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대요. 언니는 그때 결심했대요. ‘내가 이 얼굴로 데뷔해서 당신이 틀린 걸 증명해주겠다’고요. 우연한 기회에 배우 이준기의 CF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에서 단역으로 출연하면서 ‘이 일이 정말 행복하고 계속하고 싶다. 포기하지 말자’는 마음이 들었다고 해요. 그리고 주변 지인 소개로 지금의 소속사를 만나 연습생 시절을 거쳐 걸그룹 ‘카라’로 데뷔했다죠. 데뷔를 앞두고 부모님과 눈물 흘리며 고기 구워 먹던 때가 생각난다고 했어요. 언니가 더 대단하다고 생각한 건 카라 데뷔날과 대학 입학식이 같은 날이었는데 결국 둘 다 참석해 잘 치러냈다고 해요. 뭐든 본인 하기에 달렸다는 걸 강조했어요.”(3학년 이주연 학생)
2 데뷔, 그때부터 진짜 시작이다
“이 일을 진짜 원치 않으면 할 수 없어요.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일어나거든요”
“‘데뷔만 하면 모든 게 잘될 줄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라고 한 말이 기억나요. 카라가 데뷔할 당시 원더걸스,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등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이돌 그룹들이 많아서 그만큼 부담이 컸고, 인터넷에 올라오는 실시간 의견들 중 이유 없는 비판에 힘들 때가 많았대요. 이런 상황에서 카라 1집 활동을 끝내고 리드보컬 멤버의 탈퇴, 1년 반의 공백기를 보내면서 걱정은 더욱 커졌죠. 나중에 2명의 멤버를 추가, 컴백하면서 여러 에피소드 끝에 일본 진출까지 성공리에 마쳐 지금의 인기가 꿈만 같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연예계 생활을 비유한 단어가 ‘등산’이었어요. 가파른 코스를 오르다 힘들어서 약수터에 쉬다 보면 그냥 거기 주저앉고 싶고, 막상 다 참고 끝까지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면 황홀한 광경에 휩싸이지만 굉장히 춥고 썰렁한 기분도 느껴지는 거죠. 정상을 향하는 것도 쉽지 않고 정상에서 버티기도 어렵다는 얘기 같았어요. 언니 역시 아직 정상에 오른 건 아니지만 그 자리에 올라가서 최대한 버티고 싶다고 했어요. 그러려면 ‘정말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절실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어중간한 태도로는 절대 할 수 없다’고 충고했죠.”(3학년 김단림 학생)
3 어떤 생각으로 스타가 되길 꿈꾸나요?
“꿈에 대한 열정, 다부진 각오만 있다면 저보다 더, 아니 카라보다 더 유명해질 수 있어요”
“연예인이 되기까지도 어렵고 연예인이 돼서도 힘들다는 걸 누나의 경험담을 듣고 깨달았어요. 돈과 명예를 누리고 싶다거나 재능이 있거나 주변의 칭찬을 듣는다고 해서 가수나 연기자의 꿈을 꿀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의 의지라는 거죠. 다소 재능이 부족하더라도 열정이 있다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게 오늘 누나가 해준 얘기의 포인트였어요. 연예인이 될 수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 등 기회는 많아졌지만 절실한 마음이 없다면 이곳에서 버텨낼 수 없다는 진심 어린 걱정도 해줬어요. 하지만 또 얼마든지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는 곳이 연예계이기 때문에 언젠가 유명해지면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힘을 얻었다며 아는 척해달라고 얘기해줬어요(웃음).”(3학년 김석현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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