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김정난(35)이 KBS 주말드라마 ‘인생이여 고마워요’에서 유호정의 의붓언니인 술집 마담 ‘경숙’ 역을 맡아 파격 변신을 시도해 눈길을 끈다. 경숙은 사창가 삐끼 출신으로 작은 술집을 차린 뒤 믿을 건 오로지 돈밖에 없다는 신념으로 악착같이 살아가는 여자. 골초에 욕도 잘하고 싸움도 잘하는 경숙은 그동안 TV 드라마에서는 쉽게 접하지 못한 캐릭터로, 김정난은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여자의 모습을 꾸밈없이 최대한 실감나게 표현하고 싶다고 말한다. 사창가 주변을 직접 찾아가 보기도 했다는 그는 연기를 위해 맨얼굴로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은 물론 얼굴에 상처가 나는지도 모르고 싸우는 장면을 연기할 정도로 이번 배역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오늘 아침에는 연기생활하면서 처음으로 몸싸움 벌이는 장면을 촬영했어요. 한바탕 난리를 치르고 났더니 목과 손 여기저기에 손톱자국이 났더라고요. 자신의 손님을 뺏어갔다는 이유로 옆집 술집 마담과 싸우는 장면이었는데 대본상 제가 이기는 거라 상대 연기자는 상처가 더 심하게 났을 것 같아 너무 미안해요. 하지만 이런 저의 변신에 놀라워하는 주변사람들의 반응을 접할 때면 저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져요.”
“나이가 있으니 아무 역이나 맡지 말라는 분도 있지만 언제까지 고운 역만 할 수는 없잖아요”
그는 처음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을 때 비록 비중이 큰 역할은 아니지만 흔쾌히 출연을 결심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역할이라 강한 호기심이 생겼고, 무엇보다 밑바닥 인생 연기는 배우로서 한번쯤은 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의 연기 변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2년 SBS 시트콤 ‘여고시절’에 출연할 당시 푼수기 다분한 노처녀 선생 역을 맡아 코믹한 연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적이 있다. 더군다나 같은 시기에 MBC 드라마 ‘여우와 솜사탕’에 출연, 청순가련의 지고지순한 인물을 연기해 전혀 다른 면모를 동시에 보여주기도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그는 현재 ‘인생이여 고마워요’와 함께 SBS 금요드라마 ‘그 여자’에 출연 중인데, ‘그 여자’에서는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하자 연인을 따로 두고 교묘하게 이중생활을 즐기는 유부녀를 연기 중이다.
올해부터는 연기에 좀 더 욕심을 내기로 마음먹은 김정난은 휴대전화에 ‘한 걸음 더 가기’라는 문구를 저장해 뒀다고.
“저의 팬 중에 어떤 분은 ‘이제 나이도 있고 한데, 아무 배역이나 맡지 말라’는 충고를 하세요. 제가 좀 더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시는 말씀이란 건 잘 알지만, 저는 연기자는 언제나 변신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언제나 곱고 아름다운 역할만 할 수는 없잖아요(웃음).”
올해로 연기경력 15년째에 접어든 그는 단 한 번도 스타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꿈이 원대하지 못해서 정말 크게 되지는 못했나 보다”며 편안하게 웃는 그는 욕심 내지 않고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하며 살아온 것이 지금까지 연기자로서 롱런 할 수 있었던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기자로 걸음을 내딛던 초창기에는 한 차례의 슬럼프를 경험했다고 한다. 데뷔 초기 청춘 드라마 ‘내일은 사랑’에서 여주인공을 맡아 출연할 무렵,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두려워지면서 자신의 연기에 한계를 느꼈다는 것. 결국 그는 숨이 턱 막히는 듯한 답답함을 견디지 못해 2년 정도 공백기를 가졌다고 한다.
“쉬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연기밖에 없는데 어쩌지’ 하는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연극무대에 오르면서 자신감을 조금씩 회복했죠. 방송 복귀는 연기자가 아니라 아침방송 리포터로 시작을 했고 1년 가까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촬영을 했어요.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을 먹었기에 작은 일도 불평하지 않고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MBC 드라마 ‘산’에 출연하게 됐는데 제가 맡은 배역은 산악등반도 배워야 했고, 히말라야, 몽블랑까지 올라야 했기 때문에 여자 연기자들이 선뜻 맡겠다고 하지 않은 배역이었어요. 결국 호되게 고생을 했지만 ‘산’ 덕분에 연기에 대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욕심 부리지 않고 연기자의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는 올해부터는 연기에 좀 더 욕심을 내기로 마음먹었다. 조금씩 느슨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반성하게 됐다는 것. 그는 한 단계 더 발전하겠다는 다짐으로 휴대전화 메인 화면에 ‘한 걸음 더 가기’라는 문구를 저장해놓았다고 한다. 또한 앞으로 연기를 더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 진학도 고려 중이다. 기회가 되면 대학 강단에 서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아직 싱글인 그는 지금까지 결혼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특히 그의 어머니는 “능력만 되면 혼자 살아도 괜찮다”는 말씀을 하시며 열심히 활동하는 딸의 모습을 부러워하신다고.
“이혼녀 역할을 여러 번 맡아서 그런지 가끔 저도 모르게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우리 주위에 봐도 서로 원수처럼 지내는 커플들이 많잖아요. 물론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사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빨리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며칠 전에는 남동생네 딸아이의 백일잔치가 있었어요. 요즘은 그 아이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는데, 저랑 눈썹이 닮은 걸 확인하고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조카가 태어나기 전에는 ‘내 자식이 아닌데 뭐가 그리 예쁠까’ 싶었는데 막상 태어나니까 정말 예쁜 거 있죠. 그렇지만 제 결혼은 서두르지 않으려고요. 뭐든 다 때가 있겠죠(웃음).”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처음 보는 사람에게 ‘차갑다’는 오해 받기도 해
현재 동료 탤런트 송일국과 교제 중인 것으로 알려진 그에게 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묻자 그는 시종일관 함구로 일관했다. 그의 측근 역시 “정난씨가 워낙 사생활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 편이라 말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해 서울 마포에 가게를 내고 주류 유통사업을 시작했다. 현재는 부모님이 운영하는데 부모님과 함께 와인에 관한 상식을 공부하고, 테이블 세팅도 배우면서 사업과 관련된 노하우를 익혔다고. 그는 혈압이 낮고 몸이 찬 편이라 저녁에 와인을 한 잔 마신 뒤 잠자리에 든다고 한다. 하지만 술을 워낙 못하는 체질이라 주량은 두 잔 이상을 넘지 못한다고.
친구들을 초대해 파티 여는 걸 좋아하는 그는 와인을 마시기 시작하면서부터 와인에 어울릴 만한 요리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얼마 전 이탈리아 요리 전문가 자격증까지 딴 그는 앞으로 제과제빵 관련 자격증에도 도전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집에서 자주 해 먹는 이탈리아 음식은 먹물 파스타와 단호박 수프 정도예요. 처음에는 공부한 걸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실습을 많이 했는데, 재료 준비하는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자주는 못해요(웃음). 특히 허브나 새싹채소는 하루만 지나도 금방 시들어서 너무 아까워요. 그래서 큰맘먹고 허브를 키운 적도 있는데 번번이 실패해 포기했어요. 화초 기르는 걸 좋아하는데 허브 키우는 건 어렵더라고요.”
차분한 말투에서 여성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그는 원래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고 한다. 그래서 가끔은 처음 보는 사람들로부터 ‘차갑다’는 오해를 받을 때도 있다고. 하지만 몇 번 만나 친해지고 나면 본래의 명랑한 모습으로 돌아온다는 그는 사람을 사귀는 데 있어서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알아가는 걸 좋아한다고 한다.
2004년 영화 ‘키다리 아저씨’에서 라디오 DJ 역을 맡아 처음 영화에 출연했던 그는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영화와 연극 등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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