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시장은 값비싸고 희소하며 많은 이가 탐내는 세계다. 백화점 문이 열리기도 전에 매장 앞에서 길게 줄 서는 ‘오픈런’ 현상은 명품 브랜드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수차례 가격을 큰 폭으로 올려도 매장 밖은 늘 고객들로 북적였고, 돈다발을 들고 와도 원하는 제품을 구하지 못해 발걸음을 돌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최근 호황을 누리던 명품 브랜드들이 엔트리급 가방의 ‘미니 백’을 출시하며 소비자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있다.
구찌와 보테가베네타를 소유한 케링 그룹 역시 위기를 겪고 있다. 2024년 하반기 영업이익이 최대 30% 감소했는데, 특히 구찌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매출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영국의 대표 명품 브랜드 버버리도 예외는 아니다. 버버리는 런던 증시에서 주가가 약 70% 폭락한 끝에 대표 지수인 ‘FTSE 100’에서 퇴출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에 버버리는 고급화 전략에서 벗어나 국내 판매 가격을 20% 낮추는 정책으로 위기를 극복하려 하고 있다.
패션업계에서는 이처럼 명품 시장에 찾아온 위기 중 일부는 스스로 자초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주요 명품 브랜드들이 가격 인상 주기를 더욱 단축하며 소비자 부담을 가중한 것이다. 과거에는 1년에 한 번 진행하던 가격 인상이 최근에는 수시로 이뤄지는 ‘n차 인상’ 형태로 바뀌었다. 제품 가격이 인상됐다는 건 심리적인 예측뿐 아니라 객관화된 수치로도 알 수 있다. 영국 HSBC는 유럽 내 럭셔리 제품의 평균 가격이 2019년 이후 52% 상승했으며, 일부 엔트리 제품은 2배 가까이 올랐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매년 같은 제품의 가격이 계속 오를 가치가 있는가?’라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결국 주요 타깃층이던 중산층 소비자들이 대거 등을 돌리며 브랜드의 실적 악화로 이어진 것이다.
명품 중의 명품으로 불리는 에르메스도 최근 엔트리 모델을 작은 사이즈로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다. 기존 인기 모델인 에르백과 가든파티를 미니 사이즈로 재해석한 것이다. 에르백은 핸들 손잡이를 제거한 크로스 백 스타일로, 심플하면서도 실용적인 디자인이 특징이다. 가든파티 미니 백은 기존 모델보다 가볍고 실용적이며, 두 제품 모두 300만 원대의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으로 출시됐다. 이는 기존 600만~700만 원대 제품에 비해 소비자의 접근성을 크게 높인 것이다. 에르메스 미니 백은 특유의 정교한 디테일과 높은 활용도로 명품 입문자들에게 매력적인 옵션이 되고 있다.
루이비통, 샤넬, 구찌, 미우미우 등 다른 명품 브랜드들도 비슷한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루이비통은 알마, 다이앤, 스피디 같은 인기 모델을 미니어처 버전으로 재해석했으며, 샤넬은 클래식 미니 플랩백으로 브랜드의 아이코닉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구찌와 미우미우 역시 작고 경쾌한 디자인으로 2030 세대를 겨냥한 미니 백을 출시하며 새로운 소비층 유입을 노리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전 세계 명품 구매의 절반 이상은 2000유로(약 300만 원) 미만의 제품에서 발생한다. 이 가격대의 소비자는 약 3억3000만 명에 달하며, 럭셔리 브랜드의 핵심 고객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미니 백 전략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중산층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생존 전략임을 보여준다.
럭셔리 브랜드들은 미니 백을 통해 단순히 매출 방어를 넘어 브랜드의 이미지를 젊고 트렌디하게 재정립하는 추세다. 미니 백 전략이 명품 시장의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전환할 트리거가 될 수 있을까. 앞으로 럭셔리 브랜드들이 어떤 방향으로 소비자들과 소통할지 주목된다..
#에르메스 #미니백 #명품백입문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사진제공 구찌 루이비통 미우미우 샤넬 에르메스 프라다
럭셔리 산업의 침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속적인 가격 인상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여온 명품 브랜드들이 최근 가격 인하까지 단행하는 분위기다. 명품 브랜드가 판매 가격을 낮추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로, 매출이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음을 방증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디올과 루이비통 등을 소유한 ‘세계 최대 럭셔리 제국’ LVMH는 2024년 3분기 기준 글로벌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했다. 전문가들이 예상한 안정적인 성장세가 빗나간 것으로, 특히 루이비통, 디올, 셀린 등 주력 브랜드의 매출 감소가 그룹 전체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팬데믹 이후 보복 소비로 급성장하던 매출이 처음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구찌와 보테가베네타를 소유한 케링 그룹 역시 위기를 겪고 있다. 2024년 하반기 영업이익이 최대 30% 감소했는데, 특히 구찌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매출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영국의 대표 명품 브랜드 버버리도 예외는 아니다. 버버리는 런던 증시에서 주가가 약 70% 폭락한 끝에 대표 지수인 ‘FTSE 100’에서 퇴출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에 버버리는 고급화 전략에서 벗어나 국내 판매 가격을 20% 낮추는 정책으로 위기를 극복하려 하고 있다.
패션업계에서는 이처럼 명품 시장에 찾아온 위기 중 일부는 스스로 자초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주요 명품 브랜드들이 가격 인상 주기를 더욱 단축하며 소비자 부담을 가중한 것이다. 과거에는 1년에 한 번 진행하던 가격 인상이 최근에는 수시로 이뤄지는 ‘n차 인상’ 형태로 바뀌었다. 제품 가격이 인상됐다는 건 심리적인 예측뿐 아니라 객관화된 수치로도 알 수 있다. 영국 HSBC는 유럽 내 럭셔리 제품의 평균 가격이 2019년 이후 52% 상승했으며, 일부 엔트리 제품은 2배 가까이 올랐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매년 같은 제품의 가격이 계속 오를 가치가 있는가?’라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결국 주요 타깃층이던 중산층 소비자들이 대거 등을 돌리며 브랜드의 실적 악화로 이어진 것이다.
가격도, 크기도 줄인 미니 백 전략
하지만 명품 브랜드 입장에서 보면 브랜드 가치와 희소성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 인하는 쉬운 선택이 아니다. 이에 대해 이윤정 스타일리스트는 “럭셔리 브랜드의 미니 백 출시 전략은 상징성을 유지하면서도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절충안”이라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명품 브랜드들이 가격 인하 대신 크기를 줄이고 합리적인 가격대를 제시해 젊은 소비층과 신규 고객을 유입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요즘은 현금이나 지갑이 필수가 아닌 시대라 미니 백 트렌드와도 잘 맞아떨어진다고.
명품 중의 명품으로 불리는 에르메스도 최근 엔트리 모델을 작은 사이즈로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다. 기존 인기 모델인 에르백과 가든파티를 미니 사이즈로 재해석한 것이다. 에르백은 핸들 손잡이를 제거한 크로스 백 스타일로, 심플하면서도 실용적인 디자인이 특징이다. 가든파티 미니 백은 기존 모델보다 가볍고 실용적이며, 두 제품 모두 300만 원대의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으로 출시됐다. 이는 기존 600만~700만 원대 제품에 비해 소비자의 접근성을 크게 높인 것이다. 에르메스 미니 백은 특유의 정교한 디테일과 높은 활용도로 명품 입문자들에게 매력적인 옵션이 되고 있다.
루이비통, 샤넬, 구찌, 미우미우 등 다른 명품 브랜드들도 비슷한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루이비통은 알마, 다이앤, 스피디 같은 인기 모델을 미니어처 버전으로 재해석했으며, 샤넬은 클래식 미니 플랩백으로 브랜드의 아이코닉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구찌와 미우미우 역시 작고 경쾌한 디자인으로 2030 세대를 겨냥한 미니 백을 출시하며 새로운 소비층 유입을 노리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전 세계 명품 구매의 절반 이상은 2000유로(약 300만 원) 미만의 제품에서 발생한다. 이 가격대의 소비자는 약 3억3000만 명에 달하며, 럭셔리 브랜드의 핵심 고객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미니 백 전략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중산층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생존 전략임을 보여준다.
럭셔리 브랜드들은 미니 백을 통해 단순히 매출 방어를 넘어 브랜드의 이미지를 젊고 트렌디하게 재정립하는 추세다. 미니 백 전략이 명품 시장의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전환할 트리거가 될 수 있을까. 앞으로 럭셔리 브랜드들이 어떤 방향으로 소비자들과 소통할지 주목된다..
#에르메스 #미니백 #명품백입문 #여성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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