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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이걸 진짜 입는다고?” 2025 런웨이에서 포착한 유니크 패션

정세영 기자

2025. 03. 05

2025 런웨이 곳곳에서 포착한 유니크함의 진가.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어른이를 위한 키덜트

패션이 키덜트에 꽂힌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2025 F/W 런웨이가 더욱 특별한 건 마니아 문화로 평가받던 키덜트의 위치가 수직 상승했다는 점이다. 톡톡 튀는 키치한 무드부터 멋쁨 넘치는 쿨한 스타일까지. 수많은 브랜드는 극과 극에 있는 취향을 모두 자극하며 키덜트의 대중화에 힘썼다.

만화 강국 일본 출신의 이노 마사유키가 이끄는 더블렛의 2025 F/W 키워드는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영감을 받은 ‘팬덤’이다. 애니매이션 캐릭터를 담은 핑크 로브를 선두로 생동감 넘치는 그래픽 프린트를 활용해 키덜트의 창의적인 접근을 꾀했다. 밀라노에서 열린 2025 S/S 보테가베네타 컬렉션에서는 객석에 동물 의자를 배치했다. 보테가베네타의 수장 미티유 블라지는 “완벽하게 옷을 입혀 학교에 보낸 아이가 집으로 돌아온 첫날을 상상했다”며 룩에 다양한 동물 디테일을 가미해 동화 같은 런웨이를 선사했다.

올해 다양한 브랜드가 선보인 키덜트 패션은 성이나 연령은 배제하고, 창의성과 재미를 중시한 모습이다. 이는 유행을 빠르게 흡수하는 MZ의 마음을 완벽하게 저격했다는 평. 이번 컬렉션을 계기로 키덜트가 시나브로 비주류에서 주류로, 나아가 올해를 대표하는 핫 트렌드로 올라서길 기대해본다.

롱 팬츠인가 핫팬츠인가, 원 레그 팬츠

루이비통, 코페르니 같은 굵직한 런웨이에서 선보인 원 레그 팬츠(one leg pants), 즉 외다리 팬츠를 보며 ‘스타일의 충돌은 언제나 흥미롭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원 레그 팬츠는 한국어로 외다리 바지를 의미한다. 바지는 바지인데 한쪽 다리를 시원하게 드러낸 것. 사실 외다리 바지가 아주 생소한 아이템은 아니다. 2019년 푸시버튼을 시작으로 웨슬리해리엇 등이 유사한 디자인으로 실험적인 스타일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번 시즌 외다리 바지는 좀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동시대 주목받는 다양한 브랜드가 외다리 바지를 메인 아이템으로 내세우며 클래식에 갇혔던 지난날의 답답함을 말끔하게 해소했기 때문. 특히 셔츠나 딱 떨어지는 원피스에 외다리 바지를 매치한 룩은 그 어떤 하의와 견줄 수 없을 만큼 파급력이 컸다.

다소 파격적인 이 아이템이 트렌드로 살아남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패션 관계자들은 언밸런스 스커트나 원피스 등 비슷한 아이템을 참고하면 일상에서도 충분히 시도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이지민 스타일리스트는 “팬츠와 동일한 컬러의 레깅스나 스키니진 등을 매치하면 부담스럽지 않게 연출할 수 있다”며 “유니크함을 극대화하고 싶다면 레이스나 러플이 가미된 스타킹을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2025 패션 추구미는, 스포티

젊음의 묘약을 삼킨 스포츠의 뜨거운 열기는 패션계에도 계속된다. 럭셔리한 액티브웨어로 각색된 스포츠웨어 아이템들이 패션위크에서 폭죽처럼 터져나왔기 때문. 눈썹까지 푹 눌러쓴 볼캡과 루스한 아노락 점퍼, 와이드 핏 트랙 팬츠까지. 집 앞 카페를 갈 때 입을 법한 내추럴한 스포츠웨어가 트렌디하게 진화된 모습으로 캣워크를 휩쓸었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요가, 발레, 권투 등 각종 스포츠에 착안한 비주얼에 화려한 시스루와 비즈 장식 등으로 포장된 룩이 패션 트랙을 질주했다. 오버사이즈 아노락 점퍼에 블랙 시스루 스커트를 매치한 디아티코를 비롯해 페라가모는 스윔웨어 위에 재킷을 걸쳐 애슬레저 범주에서 벗어난 색다른 룩을 연출했다. 그중 계속 회자되는 아이템은 복서 부츠다. 촘촘한 레이스업 디테일의 끈을 타이트하게 묶는 스타일로 스포츠 룩은 물론 원피스, 레깅스 등에 매치해 스타일링의 범위를 넓혔다. 복서 부츠를 클래식 룩에 활용하고 싶다면 먼저 스트라이프 패턴 셔츠에 비슷한 톤의 스커트를 입어보자. 여기에 블루 포인트의 복서 부츠를 신고 모노톤의 볼캡으로 강약 조절을 하면 스타일리시한 무드까지 자아낼 수 있다.

철사와 밧줄로 구부리고 묶고,
절묘한 한 끗

지칠 때는 과거로 회귀한다. 가장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그리워하는 것.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전쟁, 경제 악화 등 세계적으로 힘든 상황이 계속되는 지금, 디자이너들은 패션 호황기였던 1990년대 아카이브에서 발견한 실루엣을 2025년식으로 재해석해냈다. 대표적인 예가 프라다에서 선보인 셔츠 디테일이다. 1990년대 수많은 브랜드가 제안한 셔츠 칼라의 룩에서 힌트를 얻어 2025 S/S 룩을 완성한 것. 프라다는 셔츠의 칼라와 소매에 철사를 넣은 뒤 세우거나 접어 올리며 클래식한 분위기를 유니크하게 비틀었다. 풍성하면서도 각 잡힌 로에베 룩도 눈여겨볼 만하다. 하늘하늘한 시폰 원피스에 크리놀린을 더해 걸을 때도 동그란 치마 라인을 유지했다.

철사를 대신해 부피감이 있는 밧줄을 활용한 장폴고티에의 2025 S/S 쿠튀르는 대서양을 유영하는 한 편의 신화 같았다. 난파선을 주제로 전개한 이번 컬렉션에 바닷속 주인공을 불러 모아 관능미를 마음껏 펼쳐냈기 때문. 그중 단연 화제는 인어 공주를 모티프로 한 패션 신이다. 하얀 원피스에 밧줄 디테일을 활용해 유연한 볼륨감을 선사하며 세련되면서도 관능적인 룩을 완성했다. 이에 패션 피플은 “월트디즈니 애니매이션 ‘인어 공주’의 주인공 에리얼이 런웨이에 온 것 같다”며 “모든 룩이 세련되면서도 도발적이었고, 음탕하면서도 품격이 있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안 보여도 잘 걸어요,
페이스리스 룩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싶은 현대인들의 마음을 담고 싶었던 걸까? 2025 런웨이에는 프런트 로의 관객들과 숨바꼭질하듯 얼굴을 가린 모델들이 대거 등장했다. 다양한 길이의 깃털을 머리 앞부분에 붙인 로에베와 볏짚 질감의 소재를 머리부터 가슴, 팔 안쪽까지 커버한 보테가베네타, 블랙 볼캡을 푹 눌러써 얼굴 전면을 가린 발렌시아가까지. 산쿠안즈는 거대하고 넓은 챙을 가진 플로피 해트를 활용해 모델들의 얼굴을 꼭꼭 숨겼다. 가장 호응이 좋았던 브랜드는 구찌다. 도트 패턴의 재킷에 눈 아래까지 내려오는 우아한 곡선미가 특징인 플로피 해트를 매치해 1970년대 상류층 패션을 재해석했다.

얼굴을 가리는 룩은 실용성 제로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난해하다. 하지만 이 어려운 트렌드에 도전하고 싶다면 한 가지만 기억하길. ‘얼굴 좀 안 보이면 어때!’ 같은 당당한 태도가 페이스 리스 룩의 핵심이란 것을!



#2025런웨이 #패션트렌드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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