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전 2’에서 ‘큰칼’(왼쪽), ‘무빙’에서 ‘이미현’(오른쪽) 역을 맡아 활약한 한효주. 아래는 11월 14일 ‘독전 2’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모습.
11월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독전 2’다. 5년 전 5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은 영화 ‘독전’의 후속작으로 형사 ‘원호’(조진웅)가 거대 마약 조직의 수장 ‘이 선생’을 쫓는 이야기다. ‘독전 2’는 ‘독전’의 마지막 장면 이전으로 돌아가 ‘독전’ 서사 속 빈 공간을 메우는 미드퀄(midquel) 작품이다.
시즌이 바뀌면서 감독과 일부 배우도 바뀌었다. 이해영 감독이 백종열 감독에게 메가폰을 넘겨줬고, 전작에서 원호와 함께 이 선생을 쫓았던 ‘영락’ 역할을 류준열 대신 오승훈이 맡았다. 가장 큰 변화는 한효주가 연기한 새로운 캐릭터 ‘큰칼’의 등장. 큰칼은 이 선생의 최측근이자 조직의 뒤처리를 담당하는 인물로 ‘독전 2’를 견인하는 큰 축이다.
‘독전 2’를 견인한 메인 빌런
큰칼로 변신한 한효주의 모습은 충격에 가깝다. 정보를 모른 채 감상한다면 영화 중반까지도 그가 한효주인지 알아채기 힘들다. 부스스한 머리, 거칠고 그을린 피부, 틀니까지 착용하며 멜로드라마 주인공 한효주와 전혀 다른 외모를 보여줬다. 당초 큰칼은 남성 캐릭터였다가 감독의 제안으로 성별이 바뀐 만큼, 포악하고 거칠고 무자비한 캐릭터를 외모로도 표현하려고 한 것이다. 한효주는 ‘독전 2’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큰칼은 이 선생을 지키려는 자입니다. 감독님이 큰칼이라는 역할을 주시면서 제가 이 캐릭터를 연기하는 걸 사람들이 모를 정도로 달라 보였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한효주는 큰칼로 변신하기 위해 그야말로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 그는 무려 3일 동안 물을 한 모금도 먹지 않을 정도로 힘든 과정을 거쳐 캐릭터 외형을 완성했다.
“외형적으로 큰칼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보여주는 게 중요했어요. 근육과 몸에 난 상처를 통해 그의 처절한 삶을 보여주기 위해 독하게 몸을 만들었죠. 그 과정이 가장 힘들었어요.”
몸을 만드는 과정은 힘들었으나, 그 과정은 한효주를 더욱 독하게 만들었다. 그는 “촬영이 일주일 정도 남은 상태에서 러닝머신 위를 달리는데 눈물이 흘렀다”며 “얼마 남지 않았으니 ‘파이팅’하면서 다독였는데, 온전히 도전하는 마음으로 버텼다”고 회상했다.
한효주는 육체적 한계뿐 아니라 언어 장벽도 뛰어넘어야 했다. 큰칼은 중국어에 능통한 캐릭터로, 자연스러운 중국어 대사를 구사해야 극의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 중국어를 전혀 못 했던 한효주에게는 액션과 몸만들기 이상으로 중요한 미션이었다. “중국어 선생님과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수업하면서 음악을 외우듯 대사를 연습했어요. 처음에는 천천히 하다가 다 암기한 뒤부터는 조금 빠르게 해보고, 뉘앙스도 바꿔보고, 목소리 톤도 다르게 내보면서 변주를 주기 위해 많이 연습했죠. 밤에 혼자 한강을 걸으면서 중국어 대사를 계속 중얼거렸는데, 아마 이상한 사람으로 보였을 거예요(웃음).”
전작 ‘독전’의 팬이라면 새 캐릭터 큰칼의 등장에 호불호가 갈릴 법하다. 실제로 ‘독전 2’ 공개 직후 온라인에는 큰칼 캐릭터에 대한 부정적인 리뷰가 올라오기도 했다. 큰칼이 전작의 악당이었던 고 김주혁과 진서연의 자리를 메우는 역할이기에 더 그랬다. 김주혁과 진서연의 소름 끼치는 악당 연기는 다양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패러디될 만큼 대중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한효주도 영화에서 중요한 악역을 맡는 데 대한 부담을 토로했다.
“고 김주혁 선배님과 서연 언니가 무척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해주셨잖아요. 그래서 제가 그 몫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부담스럽더라고요. ‘내가 잘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영화가 공개되는 게 무섭기도 했어요. 서연 언니와 이야기하면서 같이 운동했는데, 언니도 ‘잘했으면 좋겠다’고 응원해주셨어요.”
한효주가 쉽지 않은 도전에 선뜻 나섰던 건, ‘독전 2’를 연출한 백종열 감독에 대한 믿음이 컸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뷰티 인사이드’에서 호흡을 맞추며 최고의 시너지를 낸 바 있다. 실제로 백 감독은 “한효주 배우와 친하지 않았다면 집요하게 혹독한 주문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동은’을 이긴 ‘봉석 엄마’
한효주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윤여정, 송중기, 존 조와 함께 액터스 하우스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한효주의 2023년을 이야기하면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던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무빙’을 빼놓을 수 없다. ‘무빙’에서 ‘이미현’ 역을 맡은 그는 조인성과 로맨스를 펼치는 국정원 요원부터 고3 아들을 둔 엄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나이대를 소화하며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줬다. ‘무빙’의 원작자이자 각본을 쓴 강풀 작가는 한효주를 가장 고마운 배우로 꼽기도 했다. 한효주는 “‘무빙’이 진짜 많은 사랑을 받아서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다”면서 “‘독전 2’ 예고편이 공개된 이후 ‘봉석이 엄마 타락했네’ ‘봉석이 사춘기 세계 왔네’ 같은 댓글을 너무 재밌게 봤다”고 말했다.
드라마 인기는 수상으로 이어졌다. 한효주는 11월 15일 열린 제59회 대종상영화제에서 ‘무빙’으로 시리즈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는 ‘더 글로리’의 송혜교, ‘박하경 여행기’의 이나영, ‘마스크걸’의 고현정 등 쟁쟁한 후보들 가운데 영광을 안았다. 한효주는 “제가 이 상을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너무 훌륭하신 분들 사이에서 감히 받게 돼 죄송스러운 마음이 든다”며 “‘무빙’ 팀을 대신해서 받는 것으로 생각하고 받겠다”고 밝혔다.
“제가 엄마 역할을 하기에는 어린 나이가 아닌가 싶어 부담스러워 고사할까도 했었어요. ‘무빙’을 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이 이야기가 정의롭고 따뜻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각박한 세상 속에서 그래도 조금 선하고 착한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이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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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스1
사진제공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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