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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일과 삶 속에서 나답게 살아가는 법

‘단단한 삶’ 커넥팅 파티

김현미 기자

2026. 02. 27

저자 강연회, 저자와의 대화, 북 토크, 북 콘서트가 아닌 ‘커넥팅 파티’. 오늘 모임은 제목부터 남다르다. 토요일 오후 각종 행사와 집회·시위로 혼잡한 서울 광화문·시청 앞을 지나 남산 소월길로 올라가니 어느새 도심의 소음은 발아래로 사라지고 눈 덮인 남산이 품 안에 들어온다. 1차 목적지는 용산구 후암동 대원정사 옥상 주차장. 이곳은 소문난 서울의 ‘뷰 맛집’이다. 드라마 ‘원더풀 월드’ ‘재벌집 막내아들’ 등에 등장한 멋진 야경의 촬영 장소가 이곳임을 알면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하지만 아쉽게도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진짜 파티 장소는 이 건물에 있는 ‘ATT 서울’이다. ATT 서울은 광고음악감독 전수경 씨가 독립해 만든 회사다. 지난해 KBS 예능 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출연해 진행자가 “지금까지 만든 곡이 몇 개냐”고 묻자 “3000곡까지 세고 말았다”는 바로 그 전수경이다. 광고음악계 여왕도 “아이를 키우며 일을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었다”는 말을 들으면 왠지 위로가 된다. 

전 대표는 저자는 아니지만 이 행사의 사회자 겸 모더레이터로 참여했다.  

“선배는 이럴 때 어떻게 하셨어요?”

‘단단한 삶’은 각자의 영역에서 성취를 이룬 워킹우먼 11명이 함께 쓴 책이다. 김경하 한국가스기술공사 부장, 김남주 홍보마케팅 컨설턴트, 김영희 마음향기연구소 소장, 신승연 그린씨드 대표, 오은영 부천대 항공서비스과 교수, 이경숙 HCCI 대표, 이서연 한국자기경영연구소 대표, 이에스더 아리랑국제방송 국장, 정선미 제이코칭리더십 대표, 주현영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 변호사, 하정미 한국폴리텍대학 교수 등 로펌, 병원, 항공사, 방송국, 공공기관, 대기업 등에서 적어도 20년 이상 일해온 저자들의 경력을 합쳐놓고 보니 250년. 각자 경력을 쌓아온 무대는 다르지만 사단법인 여성리더네트워크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이 책은 “나 이렇게 이루었도다”의 성공기가 아니다. 일과 삶의 현장에서 흔들리고 무너지고 실패하면서 ‘나답게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고 ‘단단한 삶’으로 나아간 250년의 여정을 꾹꾹 눌러 담았다. 커넥팅 파티에는 딱 60명만 초대됐다. 대부분 여전히 고군분투하며 워킹우먼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직장 동료이자 후배이자 딸들이다. 그들은 저자들의 진솔한 고백에 공감하고 숨겨놓았던 고민을 털어놓고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떠올리며 울먹였다.



“선배는 이럴 때 어떻게 하셨어요?” 

누구나 이렇게 묻고 싶을 때가 있었을 것이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아이에 대한 죄책감과 일에 대한 책임감으로 혼란의 터널을 통과하고 있을 때, 프로젝트는 엎어지고 승진에선 누락되고 인간관계마저 엉망이 됐을 때, 뼈를 갈아 충성했던 직장을 그만둬야 할 때 의논하고 의지할 수 있는 딱 한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외롭지 않았을 것이다. ‘단단한 삶’은 누군가에게 묻고 싶었지만 차마 꺼내지 못했던 질문들, 그리고 혼자 삼켜야 했던 고민을 날것 그대로 담았다. 커넥팅 파티는 그것을 세상에 공개하는 자리였다.

“30년간 직장 생활을 돌이켜보니까 다 남을 위해 살았더라고요. 제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서 15년을 일했는데, ‘송도 맨바닥에 건물 올라가는 것까지 내가 다 했다’라고 말하지만 정작 나 자신을 위한 삶은 아니었어요. 내 인생에서 커리어에 정점을 찍고 세상 부러울 게 없던 그 시절이 지나고 보니 내리막의 시작점이었던 것이지요.”(이경숙 HCCI 대표)

이경숙 대표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숙제를 안 해왔네, 무엇을 빠뜨렸네’ 하는 전화가 오기 시작하면 ‘일을 그만둘까’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내가 그만둔다고 아이 성적이 올라가지는 않는다”고 했다. 

“얼마 전 결혼한 딸에게 ‘그때 엄마가 직장을 그만두고 학원 라이딩해줬으면 네가 더 좋은 대학에 갔을까’라고 했더니 ‘그랬으면 내가 집을 나왔어’라고 하더군요. 일하는 엄마들은 문제를 분리해서 보는 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아이가 왜 공부를 못할까? 내가 밥을 차려주지 않아서일까?’ 차라리 좋은 선생님을 찾아주세요.”

하정미 한국폴리텍대학 교수 겸 여성리더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육아에 대해 조금 다른 조언을 했다.

“많은 이가 육아를 ‘투자’로 보지 않습니다. 내 경험에 비추면 육아의 어려움은 7~8세면 어느 정도 해결돼요. 이를 위해 2, 3년 정도 나의 커리어에 ‘잠깐 멈춤’을 적용해보는 겁니다. 그 시간으로 부족하면 배우자의 커리어도 ‘잠깐 멈춤’을 해보세요. 커리어의 흐름을 잠시 멈춘다 해도 그것은 ‘종료’가 아닌 ‘전환’일 뿐입니다. 그 전환을 통해 더 단단해진 자신을 만나게 되는 겁니다.” 

1월 24일 남산 ‘ATT 서울’에서 열린 ‘단단한 삶’ 커넥팅 파티.

1월 24일 남산 ‘ATT 서울’에서 열린 ‘단단한 삶’ 커넥팅 파티.

앞만 보고 달리다 ‘꽈당’ 하고 넘어졌을 때

이에스더 아리랑국제방송 국장은 “공들여 쌓아온 커리어가 순식간에 무너지는 것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여성 CEO라는 목표를 향해 앞만 보고 달리다 ‘꽈당’ 넘어진 것”이라고 고백한다. 혼자 남은 아이는 투정을 부리고 남편과 말다툼까지 하고 밀린 업무를 하기 위해 집을 나와버린 그 시절.   

“일주일간 집을 떠나 쌓인 일들을 처리했는데 끝내 찜질방에서 울음이 터져 나오더군요. 나를 압박하던 모든 것이 정말로 힘겨웠거든요. ‘도대체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는 걸까?’ 좋은 아내는커녕 다정한 엄마도 되지 못하고, 무엇을 위해 이러고 있는 건지 자괴감이 밀려왔던 거죠.”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독불장군처럼 달리다 꽈당 넘어졌을 때 얻은 교훈은 “넘어진 김에 쉬어 가라”였다. 일에만 빠져서 보이지 않던 하늘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할 거라고. 일과 경력, 돈과 재정, 신체적 건강, 가족과 친구 관계, 공동체와 개인 성장, 재미와 여가, 영적 성장 등 8가지 영역이 서로 균형을 맞추며 조화를 이루는 삶에 대한 조언도 빠뜨리지 않는다. 

‘단단한 삶’ 출판을 진두지휘한 신승연 그린씨드 대표는 ‘나답게 직장 생활을 즐기는 노하우’를 5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강박적 완벽주의 내다 버리기. 둘째, 업무 공간을 나만의 세계로 리뉴얼하기. 셋째, 오피스 메이트 만들기. 넷째, 생활과 일을 철저히 분리하기. 다섯째, 일을 즐기는 리추얼 만들기. 신 대표는 배우 한석규 씨가 후배들에게 했다는 “연기 재미있지? 잘하면 더 재밌어”로 마무리한다. “좋아하는 일을 잘하게 되고, 결국에 그 일을 즐기게 된다면 그것보다 최상의 일은 없겠죠?” 

대한항공을 거쳐 롯데쇼핑 HR 담당 임원을 지낸 정선미 제이코칭리더십 대표는 대기업에서 32년간 일한 뒤 얻은 것에 대해 설명했다. 

“조직에서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고 싶은가요? 저는 대체되고 난 다음에 알았어요. 회사에서 잘리고 난 다음에 오히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정체성을 돌아본 것이죠. 다행히 그동안 조직에서 해왔던 교육 업무를 바탕으로 지금의 리더십 코칭을 하게 됐습니다. 평소 나는 어떤 생각과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인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고 감정 표현은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등등 나를 이해하고 그것을 통해 ‘내가 되고 싶은 나를 그려보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나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했다면 타인과의 소통을 위한 훈련을 해야 합니다. 훈련법으로 딱 한 가지만 뽑으라면 무조건 ‘경청’입니다. 적극적 경청은 내 마음대로 판단하지 않고, 쉽게 충고하지 않으며, 가벼운 조언을 삼갈 수 있는 기초가 됩니다.”

11명의 저자가 들려주는 조언을 다 옮길 수는 없다. 다만 이 질문들 가운데 하나라도 가슴에 품고 있다면 ‘단단한 삶’을 펼쳐보라고 권한다. ‘번아웃 증후군에서 벗어나 나다움을 찾을 수 있을까요?’ ‘진로 선택과 경력 쌓기에 왕도가 있을까요?’ ‘이직을 고민하는 지금,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까요?’ ‘일과 육아, 모두 잘 해내겠다는 건 저만의 욕심일까요?’ ‘상사에게 존중받으려면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요?’ ‘남초 집단에서 나의 장점을 어떻게 어필해야 하나요?’ ‘바닥에 떨어진 자신감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요?’ ‘슈퍼우먼 증후군에 지친 멘털을 어떻게 치유해야 할까요?’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에 도전해도 될까요?’

1월 24일 서울 남산 자락에서 2시간 넘게 진행된 ‘단단한 삶’ 커넥팅 파티는 초대받은 60명이 하나가 돼 울고 위로하는 시간이었다. 오늘도 일과 삶의 현장에서 흔들리는 당신을 위한 한마디. “쫄지 마! 우리가 있잖아.”

#단단한삶 #워킹우먼 #여성동아

사진제공 (사)여성리더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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