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 페이지 진의 청바지를 입은 정용진 부회장.
사실 과거 ‘엄근진’(엄격하다, 근엄하다, 진지하다의 앞 글자만 가져와 만든 신조어)의 이미지로 대표됐던 CEO들은 격식을 차린 딱딱한 정장 패션을 즐겨 선보였다. 모노톤의 단정한 슈트에 넥타이로 포인트를 주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 하지만 대중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요즘 CEO들은 일상은 물론 그룹의 공식 행사에서도 캐주얼하면서 편안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정의선(51)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현대차 미디어 행사에 화이트 셔츠와 밝은 노란빛이 감도는 니트를 레이어드한 패션으로 등장해 부드러운 느낌을 더했다. 특히 보수적인 조직 문화를 갖췄다고 평가받는 자동차업계에서 정 회장은 수석부회장 시절부터 정장 대신 복장 자율화를 도입하는 등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 문화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또한 패션 감각 뛰어난 일명 ‘패셔니스타 회장님’들이 착용한 아이템들은 “그 옷, 그 시계 어디 거예요?”라는 질문을 쏟아내며 회자되는 일이 다반사고, 종종 품절 사태도 벌어진다. SNS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대중과 공유하고 있는 정용진(53) 신세계 부회장과 정태영(61)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 대표이사 부회장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청바지의 아이콘 정용진
1 에르메스 샌들을 신은 모습. 2 심플한 디자인의 스니커즈도 즐겨 신는다. 3 ‘정용진 앞치마’로 불리며 인기를 모은 ‘스타워즈’ 다스베이더 앞치마.
정 부회장은 정장 차림 일색이던 2011년 그룹 공식 행사에 종종 청바지를 입고 나타나 화제가 됐었다. 또한 당시 신세계의 근무복을 자율화해 직원들이 청바지나 티셔츠 등 자유로운 복장으로 출근하며 창의적인 조직 문화를 조성하도록 독려했다. 54만이 넘는 팔로어 수를 자랑하는 그의 SNS에서도 청바지 입은 일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에는 SNS에 파밭을 배경 삼아 네이비 컬러의 피케 셔츠에 딥블루 청바지, 화이트 운동화를 매치한 사진을 올렸는데 당시 “청바지 브랜드를 알 수 있을까요? 너무 예뻐요”라는 누리꾼의 댓글에 “Paige Jeans입니다”라는 답글과 함께 홈페이지 주소까지 알려주며 격식 없이 소통하는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정 부회장이 착용한 페이지 진은 미국의 프리미엄 데님 브랜드로, 가격은 20만~30만원대다.
데님과 잘 조화되는 스니커즈도 정 부회장이 자주 착용하는 패션템이다. 그가 3호, 4호라 부르는 쌍둥이 남매와 함께 휴가를 보낼 때는 물론 일상에서도 심플한 디자인의 스니커즈를 즐겨 착용한다.
평소 SNS를 통해 요리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줬던 정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이마트 공식 유튜브 채널에 등장해 또 한 번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마트와 오랜 인연을 맺은 배추 산지인 땅끝 마을 해남을 방문해 배추밭을 뛰어다니고 배추전과 겉절이 등을 만들며 수준급 요리 실력을 선보였다. 영상에서 배추 요리 못지않게 눈길을 끈 건 다름 아닌 앞치마였다. 미국의 프리미엄 주방용품 브랜드인 ‘윌리엄스 소노마(Williams Sonoma)’의 ‘스타워즈’ 시리즈 다스베이더 앞치마로, 가격은 4만원대다. ‘스타워즈’ 마니아로 유명한 정 부회장은 이전부터 SNS에 이 제품을 착용하고 요리하는 사진을 종종 올렸는데, ‘정용진 앞치마’라고 불리며 구매 행렬이 이어질 정도로 인기다. 얼마 전에는 3호라 부르는 셋째 딸과 주방에서 요리하는 사진을 SNS에 올렸는데,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남성 샌들 ‘이즈미르’를 신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 제품은 시그니처 H 컷 레더 디자인이 특징으로, 가격은 90만원대다.
시계에 해박한 지식 갖춘 정태영
1 선망의 대상으로 꼽히는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를 착용했다. 2 체크 셔츠로 캐주얼한 분위기를 연출한 ‘다빈치모텔’ 토크 당시 모습. 3 가수 크러쉬와 함께한 패셔너블한 정태영 부회장.
그랜드 세이코 시계(왼쪽). 지샥 시계.
설치미술가 양혜규 씨와 함께한 사진에서는 옅은 그레이 컬러 니트 셔츠에 바쉐론 콘스탄틴을 착용했다. 1755년 설립된 바쉐론 콘스탄틴은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간직한 하이엔드 시계 제조사로, “명품 위의 명품”이라 불리며 시계 애호가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으로 꼽힌다. 부친인 정경진 종로학원 회장에게 선물한 ‘그랜드 세이코(Grand Seiko)’ 시계를 두고는 “내 다음 시계가 뭔지는 몰라도 내 인생의 마지막 시계가 뭔지는 알 것 같다”고 정리하기도 했다.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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