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김선호와 고윤정이 호연한 이 드라마는 로맨스 코미디 장르를 빌려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소통의 부재를 조용히 꼬집는다. SNS만 접속하면 전 세계 누구와 닿을 수 있는 지금, 두 주인공은 ‘통역’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사랑의 본질을 탐구한다.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다중언어 통역사 주호진이 글로벌 톱스타 차무희(고윤정)의 통역을 맡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등 해외 로케이션을 통해 그려낸 동화 같은 영상미부터 배우들의 내밀한 감정선까지. 자극적인 스토리가 주를 이루는 요즘 드라마 시장에서 보기 드문 힐링 로맨스다.
김선호에게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배우로서의 스펙트럼을 입증하는 작품이었다. 김선호가 분한 주호진은 영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등 6개 국어에 능통한 통역사다. 그는 외국어를 암기하는 차원을 넘어 각 언어 특유의 딕션과 제스처까지 완벽하게 구사하며 현실감을 더했다. 또한 절제된 눈빛과 몰입도, 여운이 남는 멘트로 ‘통역은 단순히 말을 옮기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읽는 예술’이라는 이 드라마의 주제를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선호는 질문 하나 허투루 넘기는 법이 없었다. 데뷔 이래 수많은 인터뷰를 해왔으련만 여전히 한마디 한마디가 신중하다. 가벼운 질문에도 “충분했느냐”고 되물으며 조금은 느릿한 말투와 호흡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작품을 정주행하고 있다고요.
정주행은 두 번 했고, 지금 세 번째 보고 있어요. 많은 사람이 고생한 작품이고, 현장도 즐거워서 여운이 오래 남는 것 같아요. 작품을 보니 각 신을 찍을 때의 상황과 감정이 하나씩 떠올라서 만감이 교차하더라고요. 제작진과 연락하며 “이때 좋았지” “나 지금 이 부분 보고 있어”라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어요.
5년 만의 복귀작으로 로맨스 코미디를 선택했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로맨스 코미디라서 출연을 결심한 건 아니에요. 대본을 보며 ‘주호진은 내가 잘할 수 있는 역할’ ‘해보고 싶은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또 통역사라는 설정이 굉장히 멋지게 느껴졌어요.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들어진 인연이라는 설정도 흥미로웠고요. 개인적으로 홍자매(홍정은·홍미란) 작가님의 작품을 좋아해서 꼭 해보고 싶은 마음도 컸고요.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환혼: 빛과 그림자’ ‘호텔 델루나’ 등을 집필한 K-로맨스 장인 홍자매 작가님의 작품이에요. 함께하며 ‘이래서 작가님들의 작품이 인기 있구나’ 싶었던 부분이 있나요.
작가님들은 캐릭터 설명을 확실하게 해주시고, 표현했으면 하는 지점들을 정확하게 짚어주세요. 구현하고자 하는 그림이 명확하시거든요. 대본을 받을 땐 항상 설렜던 것 같아요. 제 예상을 벗어나는 부분이 늘 있었거든요. 또 대사 중 문어체처럼 느껴지는 예쁜 글들을 보며 ‘진짜 작가님들은 다르시구나’라는 걸 체감했고요.
작가님들은 선호 씨의 연기를 “상상 이상으로 완벽했다”고 하셨다고요. 직접 칭찬해주신 적도 있나요.
작가님들이 제 연기에 대해 직접 평가해주진 않으셨어요. 하지만 사인을 30장 요청하신 걸 보면 예뻐하는 건 맞는 것 같아요(웃음).
“저는 F, 고윤정은 T··· 대본 바꿔 읽었어요”

‘이사랑 통역 되나요?’ 포스터.
저뿐만 아니라 유영은 감독님도 함께 고민했어요. 작품 초반의 호진은 자기만의 세계가 확실한 캐릭터예요. 무희를 만나 점점 변화하죠. 저는 호진이 한 여자에게 물들며 흔들리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캐나다에서 아침 시장을 가는 신 등 호진의 단단함이 조금씩 풀려가는 몇 가지 장면이 있는데, 이는 의도적으로 만든 부분이에요. 호진은 MBTI에서 사고형에 해당하는 ‘T’ 그 자체예요. 때문에 유연한 모습을 너무 많이 보여주면 T적인 면모가 약해져 작품의 주제에서 벗어나는 순간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호진이라는 인물의 큰 틀에서는 많이 벗어나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어떤 것이 나와도 일단 호진으로서 생각하며 연기하려고 했어요.
선호 씨도 ‘T’인가요.
아니요. 저는 극 F입니다(웃음). 호진과 제 성향이 완전히 달라서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은 분명 있었어요. 그래서 파워 T인 윤정 배우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현장에서 서로의 대사를 바꿔 읽었는데, 그때마다 호진의 생각과 행동의 이유에 대해 설명해줬거든요. 시간이 지나면서 저도 호진 역할에 빠져들게 됐고, 촬영 중반쯤부터는 윤정 배우 도움 없이도 호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됐죠. 호진에게 물들어갈수록 인물의 목표를 더욱 분명히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호진은 최대한 납작하게 누르고 통역을 통해 언어의 의미만 전달하는 인물로 그리려고 노력했어요.
무려 6개 국어를 해야 하는 역할이었는데, 언어 공부가 힘들진 않았나요.
촬영 4개월 전부터 통역사 선생님들을 뵙고, 연기해야 할 부분을 먼저 외웠어요. 제가 하고 싶은 연기의 방향과 발음, 뉘앙스를 말씀드리면 선생님들께서는 이를 구현할 수 있게 도와주셨고요. 선생님들의 지도를 받으며 말과 언어의 톤을 일치시키기 위해 많은 조율을 했어요. 철저하게 대본 위주로 반복하면서 숙지했고, 그 안에 감정을 넣으려고 했죠. 특히 발음을 정확하게 구사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최선을 다해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려고 열심히 연습하고 공부했어요.
작품을 하며 더 배워보고 싶은 언어도 생겼나요.
이탈리아어요. 발음과 딕션이 신선하고 재미있게 다가왔거든요. 가장 어려웠던 건 일본어였어요. 워낙 많은 분이 잘 알고 계셔서 혹시 안 좋은 부분이 들리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어요.
보조개 신은 원래 대본에 있던 건가요.
(쑥스러워하며) 대본에 굉장히 많이 있었어요. 작가님들이 의도하고 쓰신 것 같아요. 극 중 “얼굴이 부었다”고 말하는 건 애드리브였고요. 어릴 때는 친구들이 보조개를 하도 많이 찌르고 놀려서 콤플렉스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작가님들이 대본에 써주실 정도로 많이 좋아해주셔서 부모님께 감사하고 있습니다(웃음).
홍보 콘텐츠를 보면 고윤정 배우와 코드가 잘 맞는 느낌이에요. 현장에서는 어땠나요.
저는 촬영할 때 파워 E처럼 행동하려고 노력해요. ‘행복하게 연기하자’는 주의라 무엇이든 즐겁게 임하려고 애쓰죠. 윤정 배우가 저랑 똑같더라고요. 저에게 벽을 두지 않고 스스럼없이 다가와 줬어요. 사실 일본 촬영 때는 겉으로만 친했는데(웃음) 캐나다와 이탈리아 촬영을 하며 많이 가까워졌어요. 특히 캐나다에서는 시차 때문에 힘들었는데 윤정 배우가 잘 챙겨줘서 무사히 마칠 수 있었죠. 윤정 배우뿐만 아니라 제작진과도 친해져서 다 함께 식사도 하고 산책도 했어요. 가족 같은 분위기였던 것 같아요.
윤정 배우에게 실제로 설렌 순간도 있었나요.
그럼요. 말 제대로 못 하면 혼납니다(웃음). 윤정 배우는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사람들에게 호감을 살 수밖에 없죠. 센스도 뛰어나고, 자유로운 성격 같아요. 무엇보다 습득력이 정말 빨라요. 제가 실수로 급하게 대사를 던지면 그걸 그대로 받아 호흡을 이어가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며 감동을 많이 받았어요. 윤정 배우는 평소에도 저를 잘 챙겨주고 많이 혼내기도 해요. 며칠 전 SNS에 사진을 올렸는데 “재미없다”며 연락을 하더라고요(웃음).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다중언어 통역사 주호진(김선호)이 글로벌 톱스타 차무희 (고윤정)의 통역을 맡게 되면서 펼쳐지는 예측 불가 로맨틱 코미디다.
“상대방을 기다리고 이해하는 시간 갖게 됐어요”
실제 연애 스타일은 어떤가요. 차무희 같은 여자에게 끌리나요.전 차무희를 미친 여자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픔과 사연이 있는 무희를 보듬어줘야겠다는 생각만 했거든요. 사랑의 상처로 힘들어하는 무희의 마음에 공감하기 위해 노력했고요. 개인적으로, 어릴 때는 상대가 저를 좋아해주면 ‘그럼 만나봐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상대방에게 호감을 느끼는 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고요. 나이를 먹으니까 확실히 달라진 것 같아요. 다만 그때나 지금이나 용기는 부족한 편이에요. 제가 쫄보라 먼저 고백하는 걸 두려워하거든요.
아이유, 수지, 고윤정 씨 등 당대 미모의 여배우들과 케미를 만드는 노하우가 있다면요.
저는 상대방에게 벽을 두지 않는 편이에요. 누구에게든 먼저 다가가 “식사는 했어요?”와 같은 일상 대화는 물론, 연기에 대한 의견을 물어요. 일단 제가 마음을 열어놓아야 상대방도 여유롭게 따라와 준다고 생각하거든요. 상대 배우에게 어색하거나 불편한 감정이 있으면 연기도 삐걱거리더라고요. 그래서 항상 마음의 문을 열어놓고 열심히 대화하는 것 같아요.
‘이 사랑 통역 되나요?’가 개인적인 태도에도 영향을 미쳤나요.
좀 더 기다리며 이해하려는 시간을 갖게 됐어요. 예전에는 누군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면 바로 질문부터 했거든요. 그동안 언어는 오직 말로만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몸이나 다른 방식으로도 충분히 표출할 수 있다는 걸 몰랐던 거죠. 저도 당장 크게 변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각자의 언어가 존재한다는 걸 분명히 공감하고 있어요. 특히 공연할 때 더 와닿는 것 같아요. 연출자마다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거든요. “파란색으로 연기해주세요” “기쁨으로 연기해주세요” 등 다양하게 디렉션을 주세요. 표현은 다르지만 각자의 언어가 있는 거죠. 가끔 같은 말을 해도 서로 알아듣지 못할 때가 있잖아요. 그걸 왜 지금까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 사랑 통역 되나요?’ 대본을 보면서도 그런 지점이 계속 마음에 남더라고요. 시청자분들께서도 등장인물의 언어가 어떻게 전달되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오해와 엇갈림이 생기는지, 결국 어떻게 만나게 되는지 등을 흥미롭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차기작은 결정됐나요.
연극 ‘비밀통로: INTERVAL’가 될 것 같아요. 어제도 새벽까지 연습했어요. 2인극이고 삶에 대한 이야기를 뭉클하게 다루는 작품입니다. 많이 연습하고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스케줄이 빠듯할 텐데 연극을 놓지 않는 것 같아요.
저는 지금 배우로서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할 시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연기가 잘 늘지 않는 것 같아 걱정이에요(웃음). 연기를 좀 더 잘하게 되면 자신감이 생기고, 대본의 선택지도 늘어나겠죠? 그날을 위해 주어진 모든 일을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하려고 해요.
#김선호 #이사랑통역되나요? #넷플릭스 #여성동아
사진제공 넷플릭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