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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굿 굿바이’ 무대는 화사가 시킨대로, 신세경 노래 마음 아파”

상남자의 순정 박정민

김명희 기자

2026. 02. 25

화사의 가슴 떨리는 무대에 이어,
이번엔 시린 사랑으로 돌아온 멜로 장인 박정민.

가수 화사와 함께한 청룡영화상 시상식 ‘굿 굿바이(Good Goodbye)’ 무대 이후, 박정민에게는 ‘국민 남사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떠나는 연인을 무심한 듯 바라보던 묘한 섹시함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 그가 류승완 감독의 영화 ‘휴민트’로 돌아왔다. 인기를 입증하듯 라운드 인터뷰 현장에는 유례없이 많은 기자가 모여들었다. 기다란 테이블 한가운데 앉은 박정민은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튀지 않는 평범한 얼굴이었다. 그는 자신의 멜로 연기에 대해 “꼴값 떤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걱정했다”며 쑥스러워했지만, 스크린 안에서는 누구보다 뜨거운 눈빛으로 관객을 설득한다. 

영화 ‘휴민트’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국경에서 벌어지는 남북한 비밀 요원들의 충돌을 그린 첩보 액션물이다. 류승완 감독과는 영화 ‘신촌좀비만화’ ‘유령’ ‘밀수’에 이은 네 번째 작업. 박정민이 연기한 북한 국가보위성 조장 박건은 차가운 지성과 압도적인 무력을 지닌 인간 병기다. 하지만 한국 국가정보원 조 과장(조인성)에 의해 정보원이 된 옛 연인 채선화(신세경)와 재회하며, 국가의 명령과 개인의 감정 사이에서 균열을 맞는다. 직접 선화를 고문해야 하는 비극적 상황부터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는 선택까지, 영화는 한 남자의 신념이 사랑 앞에서 무너지는 순간을 집요하게 따라간다.

박정민은 류승완 감독의 주문대로 박건을 ‘야생의 인물’로 표현하기 위해 매일 10km를 달리고 20kg 가까이 체중을 감량했다. 흥미롭게도 박정민은 촬영 중반이 돼서야 ‘이 작품이 멜로일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이 왔다고 고백했다. 신념밖에 모르던 남자가 처음으로 감정 앞에서 흔들리는 서툰 떨림은, 박정민이라는 배우를 통해 비로소 힘을 얻는다.   

지난 1월, 그는 배우 김우빈과 가수 임영웅을 제치고 광고모델 브랜드평판 1위에 올랐다. 이미지 키워드는 ‘호감’과 ‘시니컬함’. 틀에 맞춰 소비되지 않는, 그래서 더 궁금해지는 독보적인 분위기는 그의 이력과도 닮았다. 박정민은 고려대 자퇴 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에 진학했다가 다시 연기과로 진로를 바꿨다. 2011년 영화 ‘파수꾼’으로 데뷔해 ‘동주’의 송몽규, ‘그것만이 내 세상’의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지닌 오진태, ‘기적’의 츤데레 수학 천재 준경, ‘하얼빈’의 우덕순으로 각인되기까지 그는 매 작품에서 자신의 폭넓은 연기력을 증명해왔다. 산문집 ‘쓸 만한 인간’을 쓴 작가이자 출판사 무제의 대표로서 좋은 작가들의 책을 발굴해 세상에 내놓는 일 또한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선택을 해온 배우, 그래서 더 들여다보고 싶은 이름 박정민을 만났다.

영화 ‘휴민트’에서 상남자의 가슴 시린 멜로 연기를 선보인 박정민.  

영화 ‘휴민트’에서 상남자의 가슴 시린 멜로 연기를 선보인 박정민.  

영화를 본 소감이 궁금합니다.  



솔직히 좀 무서웠어요. 처음으로 본격적인 사랑을 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혹시나 제 연기가 오그라들지는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죠.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적어도 어색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행입니다. 지금까지 나온 평들은 감사하게 확인하고 있어요. 하지만 배우라는 직업이 결국 결과로 증명돼야 하는 일이다 보니 떨리는 마음으로 관객분들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어떤 점에 매료됐나요.

이야기가 군더더기 없이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점이 가장 좋았습니다. 류승완 감독님이 이 긴박한 서사를 어떤 톤 앤드 매너로 빚어내실지 무척 궁금했죠. 감독님은 결코 뻔하게 만드실 분이 아니라는 확신이 있었거든요. 무엇보다 인물의 감정 상태에 따라 사건의 변곡점이 생기는데, 그 중심에 있는 박건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왜 저에게 주셨을까 하는 놀라움과 함께 감사한 마음이 컸습니다.

감독은 왜 박정민 배우를 캐스팅했다고 하던가요.

구체적으로 이유를 말씀해주신 적은 없어요. 다만 영화 ‘밀수’ 무대인사 때 지나가는 말로 “액션 영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시기에 “좋게 생각한다”고 답했더니, “그럼 이런 영화를 하나 할 건데 생각이 있냐”고 하셨어요. 그 정도 대화였죠. 그때 “액션이 많고 남자다운 역할이니까 준비를 좀 해놔야 한다”고 말씀하셔서, 그날 이후로 체육관도 열심히 다니고 몸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박건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해석하고 접근했는지 궁금합니다. 

철저한 원리·원칙주의자이자 국가 이념에 충성하는 인물이라 생각했어요. 사랑하는 여인 선화가 떠난 이유도 그의 그런 강직함 때문이었겠죠. 하지만 신념으로 똘똘 뭉쳤던 사람이 소중한 것을 잃고, 다시 그 대상을 마주했을 때 무너져 내리는 심리 변화가 연기의 핵심이라고 봤습니다.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데는 서툴지만, 대신 온몸을 던져 싸우는 것에는 익숙한 남자라고 판단하고 접근했습니다.

류승완 감독이 특별히 주문한 디렉팅이나 참고한 모델이 있나요. 

옛날 홍콩 영화들이 담긴 USB와 DVD를 많이 주셨어요. ‘영웅본색’이나 ‘첩혈쌍웅’처럼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거는 남자들의 고전적인 향수를 이번 작품에서 원하셨던 것 같아요. 그런데 좀 혼란스럽기도 했습니다(웃음). ‘내가 주윤발이 아닌데, 내 얼굴과 목소리로 그 분위기가 날까?’ 싶었거든요. 하지만 그 영화들 특유의 공기와 태도를 계속 흡수하며 박건만의 색깔을 완성해나갔습니다.

이번 영화에서 ‘사랑’은 박건을 움직이는 가장 큰 동력입니다. 앞으로 본격적인 멜로를 기대해도 될까요.

처음엔 이 영화를 멜로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저 강렬한 첩보 액션 영화라고만 여겼죠. 그런데 촬영 중반, 창가에서 선화의 노래를 듣는 장면을 찍으며 ‘아, 어쩌면 이 영화는 멜로일 수도 있겠구나’ 깨달았어요. 한 번도 신념과 개인의 감정 사이에서 갈등해본 적 없는 남자가 처음으로 겪는 아픔과 쓸쓸함이 느껴졌거든요.

멜로 장르를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정도로 멀리해온 이유는 뭔가요.

멜로 영화를 보는 건 정말 좋아해요. 다만 제가 하는 멜로를 보며 관객분들이 알레르기를 일으킬까 봐 걱정되는 거죠(웃음). ‘내가 저런 걸 하면 꼴값 떤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자격지심 같은 게 있었어요. 이번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 좋다면, 앞으로 멜로라는 장르에 조금 더 용기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굿 굿바이’ 무대 퍼포먼스가 큰 화제가 됐어요.

그저 화사 씨가 준 가이드대로 열심히 했을 뿐인데요. ‘꿈보다 해몽’이라고, 너무 좋게 봐주셔서 얼떨떨합니다. 주변에서는 신나 하지만, 저는 이게 금방 사라질 신기루 같은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조금 엉뚱한 포인트로 주목받아 쑥스럽기도 하지만, 그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강단 있어 보이지만 지켜주고 싶은 신세경”

‘굿 굿바이’ 무대, 그리고 영화 ‘휴민트’에서도 노래가 중요한 요소로 등장합니다. 각각의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요. 

화사 씨 노래는 정말 좋죠. 저도 굉장히 많이 들었어요. 전주만 듣고 제목 빨리 알아맞히기를 하면 1등 할 자신이 있을 정도입니다. 선물 같은 노래라서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죠. ‘휴민트’에서 신세경 씨가 부르는 ‘이별’을 들었을 때는 ‘노래를 정말 잘한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고, 북한 사투리로 노래를 한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영화 완성본을 보면서 그 노래를 들었을 때는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촬영할 때 이 노래의 진가를 다 알았더라면 더 애절한 연기가 나왔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정도로 신세경 씨의 ‘이별’은 정말 좋은 노래였고, 요즘도 자꾸 흥얼거리게 돼요.  

류승완 감독이 전작 ‘밀수’에서 조인성에게 비주얼을 몰아줬다면 이번에는 박정민에게 몰아줬다 싶을 정도로 멋져 보이던데요.   

감독님이 “우리 정민이 너무 예쁘니까”라며 특별히 멋있게 찍어주신 건 아니고, 박건이라는 인물 자체가 멋있어야 하는 캐릭터라 그렇게 담아주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만약 정말 저에게 개인적으로 애정을 느껴서 찍어주시는 거였다면, ‘밀수’ 속 장도리는 그렇게 찍어주시면 안 됐을 건데 말이죠(웃음).

외적으로도 날렵하고 단단해진 느낌입니다.  

감독님이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박건이 멋있었으면 좋겠다” “야생의 느낌이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계속해주셨어요. 그래서 외모에 대한 압박감이 좀 있었습니다. 부기를 빼고 얼굴의 ‘여백’을 정리하기 위해 꾸준히 러닝도 했고요. 촬영 전이면 아침이든 밤이든 무조건 10km를 뛰었습니다. ‘밀수’ 때와 비교하면 몸무게가 15~20kg 정도 차이 날 거예요. 그리고 촬영 들어가기 3~4일 전에는 촬영 감독님과 조명 감독님이 제 모습을 360°로 돌려가며 사진으로 찍어서, 어떻게 촬영하고 어떤 조명을 써야 박건처럼 보일지 다 같이 연구해주셨어요. 거의 AI 수준이죠. 그런 노력이 모여 박건이라는 인물이 완성됐습니다. 

멜로 상대로 신세경 배우는 어땠나요. 

제가 감히 신세경 배우에 대해 말하기는 좀 조심스럽지만… 첫인상이 강렬해서 잊히지 않는 사람이 있잖아요. 군대에서 ‘지붕 뚫고 하이킥’을 시청하다가 신세경 배우를 보고 정말 매력 있다고 느꼈던 기억이 생생해요. 촬영장에서도 사람을 압도하고 집중하게 만드는 마법 같은 힘이 있는 배우입니다. 겉으로는 강단 있어 보이지만, 동시에 지켜주고 싶은 이미지가 공존하죠. 현장에서 세경 씨를 보고 있으면 저절로 박건의 감정에 몰입할 수 있어서 제가 정말 많이 기댔습니다. 

사랑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나요.

박건이라면 목숨까지 던질 수 있겠지만 저는 못 합니다(웃음).

“당분간 출판사 일에 집중할 계획” 

조인성 배우와의 액션 호흡도 화제입니다. 

인성이 형은 현장에서 기둥 같은 존재였어요. 연기적으로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배웠습니다. 그리고 사실 저는 누군가 다칠까 봐 액션 연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에요. 그런데 인성이 형은 ‘액션 장인’입니다. 본인도 안 아프고 상대방도 전혀 아프지 않게, 아주 깔끔하고 정확하게 합을 맞추시거든요. 후배의 연기를 다 받아주시는 배려심 덕분에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아주 편안하게 의지하며 촬영을 마쳤습니다.

류승완 감독과 작업을 자주 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무명 시절, 제가 아무것도 아닐 때 저를 믿고 중요한 역할을 맡겨주신 분에 대한 마음은 특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감독님이 부르시면 언제든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늘 있죠. 무엇보다 감독님과의 합이 정말 잘 맞고, 어떤 결과물이 나와도 관객분들이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이 있습니다.

‘휴민트’ 이후의 계획이 궁금한데요.

이 작품을 끝으로 그동안 촬영했던 영화들은 다 나왔고 이제 출판사 일을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요. 많은 분이 좋아해주셔서 다행히 안정적으로 일하고 있지만, 사실 출판업계가 시장도 너무 작고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좋은 책이 있으면 더 많이 소개해드리고, 조금이나마 저변을 넓힐 기회를 만들고 싶어요. 앞으론 좀 더 문학 작품에 집중하는 출판사로 방향을 잡아갈 것 같습니다.

#박정민 #신세경 #휴민트 #여성동아

사진제공 샘컴퍼니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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