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말빨, 방송인은 천직
서장훈 안정환 박찬호
‘운동선수는 무식하다’는 건 단단히 잘못된 편견이다. 운동선수로서 커리어에 정점을 찍으려면 그만큼 스마트한 두뇌와 남다른 센스를 갖춰야 한다. 2013년 농구선수 은퇴 이후 이제는 방송 MC로 완벽하게 자리 잡은 ‘국보급 센터’ 서장훈만 봐도 알 수 있다. 현재 JTBC ‘아는 형님’, SBS ‘미운우리새끼’·‘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KBS Joy ‘연애의 참견3’ ‘무엇이든 물어보살’ 등에 출연하고 있는 서장훈의 진가는 ‘연애의 참견3’ ‘무엇이든 물어보살’ 같은 카운슬링 프로그램 잘 드러난다. 예를 들어 임신을 해 결혼했지만 성격 차이로 매일 싸우는 20대 부부에게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싫으면 아직 젊은데 갈라서라”며 극약처방을 내리다가도 “보니까 아내가 남편을 더 사랑한다. 세상에 어느 누가 이렇게 나를 사랑해주겠나. 남편이 아무리 노력해도 돈으로 살 수 없다”고 타이르는 식. 단호하지만 섬세한 조언에서 진심이 묻어나는 츤데레(쌀쌀맞고 인정이 없어 보이나, 실제로는 따뜻한 사람을 이르는 말)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2012년 은퇴한 축구선수 안정환은 선을 넘지 않는 멘트가 주특기다. 비록 JTBC ‘냉장고를 부탁해’부터 현재 ‘뭉쳐야 찬다’까지 이어진 영혼의 단짝 김성주가 있을 때 더 빛난다는 약점이 있긴 하지만, 게스트를 들었다 놨다하는 깐족거림만큼은 현역시절 상대선수를 속이던 화려한 발재간을 보는 듯하다. 최근에는 김성주의 품을 떠나 KBS ‘위 캔 게임’, MBC ‘안싸우면 다행이야’ 등 새로운 케미 짝궁을 찾아 나섰다. 특히 ‘위 캔 게임’에서 온라인 게임 축구에 도전 중인 안정환은 발이 아닌 손으로 하는 축구게임에 허둥대면서도 동갑내기 절친이자 2002 한일월드컵의 주역인 축구선수 이을용을 구박하는 입담만큼은 살아있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최근 들어 아이돌과 촬영하는 경우가 늘면서 빠르게 젊은 팬 층이 유입되고 있다.
‘말빨’하면 ‘투머치 토커’ 박찬호도 빼놓을 수 없다. 2012년 은퇴한 메이저리거 박찬호는 그동안 간헐적으로 방송에 출연하다가 최근 고정을 맡아 예능감을 뽐내고 있다. KBS ‘축구야구말구’에서 전 축구선수이자 축구해설위원인 이영표와 함께 전국의 생활 체육 고수들을 찾아가 대결을 펼치는 것. 지난해 11월 시작한 해당 프로그램은 평균 시청률 3%대로 순항 중이다. 평도 좋다. 말만 했다하면 길어지는 코믹한 모습은 선보이는 것은 물론, 매일 영어 일기를 쓰고 부상을 당해가면서도 최선을 다하는 진중함이 어우러져 역시 레전드는 뭐가 달라도 다르단 평가다.
좌충우돌 성장형
현주엽 이동국
레전드급 선수 출신들이 예능에서 서툴고 실수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다 똑같구나’ 싶어 슬며시 웃음이 난다. tvN ‘대탈출’의 쫄보에서 ‘뭉쳐야 찬다’의 유일한 골키퍼 ‘빛동현’으로 반전 매력을 선보이고 있는 종합격투기 선수 출신 김동현부터 요즘 채널A ‘도시어부’에서 열정 만렙 낚시꾼의 모습을 보여준 허재, 먹방 새싹으로 떠오른 현주엽까지 많은 선수 출신들이 새 필드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2009년 은퇴한 농구선수 현주엽 역시 최근 방송에서 주목받는 케이스다.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출연해 “예능이 적성에 맞는다”고 밝힌 현주엽은 그저 먹성 좋은 전직 운동선수 중 한 명에 그칠 뻔 했다. 그러나 일종의 실직 상태(프로농구 감독 사퇴)에 놓이자 해당 프로그램에 다시 출연해 직접 현실의 벽에 부딪혀가며 일자리 구하는 과정을 보여준 게 신의 한수였다. 물론 방송 활동 초반부터 지적 받은 권위적인 ‘꼰대’의 모습을 다 지우지는 못했지만 프로와 아마추어 방송인 사이를 오가는 투박한 매력 있다. 여세를 몰아 최근에는 KBS ‘TV는 사랑을 싣고’ 메인 MC를 꿰찼고,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도 꾸준히 시청률 요정으로 활약 중이다.
지난해 11월 은퇴한 이동국도 성장형 스포테이너 대열에 가세했다. 이동국은 은퇴하자마자 SBS ‘집사부일체’ ‘정글의 법칙’,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 등 각 방송사 인기 프로그램을 순회했다. 예능 PD들의 러브콜이 이어질 만도 한 게 이동국은 앞서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4년간 고정 출연한 짬바(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로 리얼리티 예능에 익숙하다. 또 재시·재아, 설아·수아 두 쌍둥이 자매들과 시안이를 향한 랜선 이모들의 사랑이 여전히 뜨거운 것도 기대감을 모으는 하나의 요인이다. 그러나 이동국이 자녀와 함께 성장하는 ‘가장 캐릭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몇 해 전 MBC ‘일밤-아빠! 어디가?’에서 붕어빵 아들 리환이와 찰떡 케미를 보여주다가 전문 MC로 자리 잡은 안정환처럼 방송인으로서 홀로 서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매력 리치 언니들
박세리 이상화
악바리 이미지가 강했던 여자 레전드들의 허술한 실제 모습도 시청자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신선하게 다가온 인물은 최근 ‘리치 언니’라는 별명으로 인기몰이 중인 박세리다. MBC ‘나 혼자 산다’의 단골손님인 박세리는 출연할 때마다 통 큰 대인배이자 말로는 다이어트 중이라지만 대식가 면모를 보이는 반전 매력으로 시청률 치트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에는 여성 스포츠 스타들이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것들에 도전하는 E채널 ‘노는 언니’ 고정 출연 중이다. 남현희(펜싱), 한유미(배구) 등 개성 강한 멤버들의 중심을 잡아주면서도 동생들에게 편하게 다가가는 털털한 면모를 보여 시청자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성형 파문으로 힘들어한 남현희에게 자신의 쌍꺼풀 수술을 고백하며 다독여주는가 하면 소개팅 후기, 재테크 비법도 모두 공개해 화제가 됐다. ‘빙상 여제’ 이상화 역시 지난해 2월 매니지먼트사와 계약하고 본격적으로 방송 활동을 시작했다. 이상화에겐 박세리에게 없는 비장의 무기가 하나 있다. 바로 예능인으로 일찌감치 활발히 활동해온 남편 강남. 이제 결혼 2년차에 접어드는 이상화·강남 부부는 SBS ‘정글의 법칙 인 라스트 인도양’에서 만나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을 통해 결혼 준비부터 신혼 생활까지 공개한 바 있다. 지난 12월에는 tvN ‘조금 불편해도 괜찮아’로 에코 라이프에 도전하기도 했다. 때로는 이상화 혼자서도 출격한다. 작년 9월 종영한 tvN ‘캐시백’은 게임을 통해 상금을 쟁취하는 스포츠 게임쇼로, 팀장으로 출연한 이상화는 자신의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 같은 이상화의 ‘따로 또 같이’ 전략은 성공적이다. 이상화는 냉탕과 온탕을 오가듯 혼자 있을 땐 카리스마 승부사로, 남편 강남과 함께일 땐 애교 넘치는 모습을 보이며 매력 부자 면모를 뽐내고 있다.
사진제공 각 방송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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