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1일 개봉된 두 편의 한국 영화가 흥행 쌍끌이 중이다. 그중에서도 ‘사자’(김주환 감독)는 엑소시즘을 소재로 한 오컬트 장르 영화로는 드물게 사랑을 받고 있어 화제를 모은다. 개봉 1주차에 누적 관객 1백만 명을 넘긴 ‘사자’의 선전 요인으로 다양한 해석이 나오지만 무엇보다 주연배우 박서준(31·본명 박용규)의 열연을 손에 꼽는 이들이 많다.
이번 작품에서 박서준은 어릴 적 불의의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뒤 세상에 대한 불신만 남은 격투기 챔피언 ‘용후’로 분한다. 용후는 어느 날 악몽을 꾼 이후 갑자기 생긴 손의 상처에서 특별한 힘이 나온다는 것을 깨닫고 구마사제 ‘안신부(안성기)’와 함께 세상을 혼란에 빠뜨린 강력한 악에 맞서는 캐릭터다.
터미네이터 같은 괴력을 발휘하는 이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전신을 탄탄한 근육질로 만든 박서준은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서늘한 카리스마와 함께 파워풀한 액션을 선보인다. ‘청년경찰’을 시작으로 특별출연한 ‘기생충’에 이어 ‘사자’까지 관객몰이에 성공하며 스크린의 흥행 아이콘으로 떠오른 그를 무더운 여름의 한복판에서 만났다.
근육질로 변신한 영화 속 박서준 씨의 연기를 놓고 ‘한국의 라이언 고슬링 같다’는 평이 나왔다고 들었어요. 설마, 대역을 쓴 건 아니죠(웃음).
하하하. 제 몸입니다. 탱크 같은 느낌을 만들고 싶어서 지난해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 촬영을 끝내자마자 한 달 가까이 밤낮 없이 운동을 했어요. 주어진 시간 내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조금 아쉬움이 남기도 했어요. 욕심 같아선 근육질을 더 키우고 싶었거든요.
이 작품을 선택한 동기가 순전히 ‘청년경찰’ 감독과의 인연 때문이었나요.
제가 기다리던 역할이기도 했어요. 강인하고 거친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는데 서사가 있는 작품이어서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강인한 캐릭터를 욕심낸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그동안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에 주로 출연하다 보니 매번 다른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박서준 하면 떠오르는 특정한 이미지가 있는 것 같았어요. 그걸 깨고 싶다기보다는 다른 장르를 통해 저의 새로운 면을 보여줄 기회를 갖고 싶었어요.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궁금했고요. 쉽게 접하기 힘든 특수한 상황에 놓인 역할이라는 점도 흥미로웠어요.
용후는 기존에 했던 역할과 확실히 다른 인물이었어요. 캐릭터를 체화하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면요.
늘 똑같아요. 일단 시나리오나 시놉시스에 드러나 있는 설정이나 대사를 통해 인물에 대한 정보를 모아요. 예를 들어 “여자 친구 있니?” “없어요!” 이런 대사가 다 정보가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주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드러나 있지 않은 면을 상상하면서 제가 연기할 캐릭터를 구축해요. 이번 작품을 준비할 때도 어린 시절 용후가 아버지를 여읜 후, 영화에는 나오지 않는 20년의 공백을 어떻게 보냈을지 구체적으로 생각하면서 눈빛과 말투, 사람을 대하는 태도 등을 잡아나갔어요.
극 중 안성기 씨와 아빠와 아들 같은 케미를 발산해 웃음을 자아내곤 했어요. 상대가 대선배여서 연기 호흡을 맞추기가 어려웠을 법도 한데요.
처음엔 굉장히 어려워 ‘선생님’이라고 불렀어요. 그랬더니 선배님이 촬영 초반에 특유의 따뜻한 목소리로 “선생님은 너무 멀어 보이니까 호칭을 ‘선배님’으로 정리하면 좋겠다”고 하시더군요. 선배님이 마음을 먼저 열어주셔서 아들처럼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연기에 대한 의견도 스스럼없이 나누고요. 현장에서 선배님은 제게 든든한 기둥 같은 존재셨어요. 촬영 전엔 굉장히 외로운 싸움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선배님 덕분에 온전히 용후가 되어 진심으로 의지할 수 있었어요.
안성기 씨는 “원래 천주교 신자여서 캐릭터를 받아들이기가 수월했다”고 말했어요. 박서준 씨는 어떤가요.
종교도 없지만 종교에 대한 선입견도 갖고 있지 않아요. 고등학교 때 윤리 선생님이 “모든 종교는 다 장점이 있으니 다양한 종교를 체험해보면서 가치관을 수립하는 것이 지금 학생들 나이에는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얘기를 듣고 종교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게 됐죠. 그런 사고방식이 ‘사자’를 찍을 때도 많은 도움이 됐어요. 만약 제게 특정 종교가 있었다면 신을 거부하는 용후 캐릭터를 받아들이기가 힘들지 않았을까 싶어요.
훈련소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종교를 선택했나요.
교회도 가고, 성당도 가고 초코파이를 많이 주는 곳에 갔습니다. 하하하.
정신적으로 힘들 때는 무엇에 의지하나요.
제가 종교를 가져본 적이 없어서 종교에 의지하는 게 어떤 느낌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어요. 다만 지금까지 시간을 쪼개 쓰며 바쁘게 살 수 있었던 것은 정신력이 약해지지 않도록 저 스스로 다잡았기 때문이에요. 그래도 멘탈이 약해지는 순간이 있는데 그때는 제 몸을 괴롭히는 방법으로 그 상황을 극복하죠.
악을 퍼뜨리는 검은 주교 ‘지신’을 연기한 우도환 씨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극에서는 저와 적대 관계로 나오지만 저와 친한 후배예요. 그 덕분에 의견 조율이 수월했고 액션 신을 찍을 때도 서로 배려하면서 촬영할 수 있었어요. 이번 작품에서 액션 신을 원 테이크로 촬영해 배우들끼리 합을 칼 군무를 추듯 완벽하게 맞춰야 해서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숙지했거든요. 그런데도 막상 촬영할 때는 감정이 실리니까 실수가 나오더라고요. 정말 다행스러운 점은 다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거예요.
‘사자’에서 젊은 구마사제 ‘최신부’ 역을 맡은 최우식 씨와 막역한 사이로 알고 있어요. ‘기생충’에 이어 이번 영화도 함께해 마음가짐이 남달랐을 것 같아요.
이번 작품에서는 대면하는 신이 많지 않아 자주 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현장에서 우식이와 함께할 때는 너무 좋았죠. 평소에는 우식이와 만나면 장난도 잘치고 재미있게 보내는데 촬영할 때는 서로 프로의식을 가지려고 해요. 제 연기에 많은 영향을 준 사람이 바로 우식이에요. 2012년 시트콤 드라마 ‘패밀리’로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 친구는 같은 텍스트라도 표현하는 방식이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제가 생각지 못한 것들을 연기로 표현하더라고요. 그때 느낀 충격과 생각들이 지금도 유지되고 있어요. ‘기생충’이 개봉되기 전 우식이가 ‘너무 연기하기가 어려웠다’, ‘힘들었다’ 하고 죽는 소리를 많이 했는데 그냥 앓는 소리였어요. 연기를 너무 잘했더라고요. 그거 보면서 또 한 번 많이 느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기생충’ 봉준호 감독이 칸국제영화제에서 기자들을 만나 박서준 씨 칭찬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했답니다. “딱 들어오는 순간 민혁이었다. 정말 좋은 청년이고, 이런 좋은 배우를 알게 해준 최우식 씨에게 고맙다. ‘사자’도 무척 기대된다”고요.
극찬을 해주셔서 감사할 뿐이에요. 드라마 ‘김 비서는 왜 그럴까’를 한창 찍고 있을 때 ‘기생충’ 출연 제의가 들어와 봉준호 감독님을 만났는데 정말 그 작품을 하게 줄은 몰랐어요. 민혁이라는 인물이 사건의 발단을 제공하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잖아요. 그래서 어떤 사람을 캐스팅할까 고민을 많이 하신 것 같더라고요. 처음에는 제게 민혁이가 나오는 이야기의 앞부분만 보여주시더니 이야기를 한참 하고 나서 돌아갈 때는 대본을 통째로 건네주셨죠. 평소 봉준호 감독님 현장이 무척 궁금했는데 제게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롭고 유쾌한 경험이었어요. 대본으로 상상하던 것들을 현장에서 보니 많은 미장센이 숨어 있더라고요.
봉 감독이 “여동생 있으면 소개해주고 싶다. 딸이 있으면 사위삼고 싶다”고도 했어요.
실제로는 (여동생이나 딸이) 없어서 그런 말씀을 하신 것 같아요. 하하하.
현장에서 지켜본 봉 감독은 어땠나요.
스태프들이 봉 감독님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분들이었어요. 그만큼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제가 연출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봉 감독님은 현장에서 필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적재적소에 말씀해주시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한 컷을 찍더라도 해야 할 게 굉장히 많더라고요. 하나를 찍으면 다른 걸 주문하시고 다른 걸 찍으면 또 새로운 것을 주문하셔서 촬영하면서 긴장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나요. 제 장점이 뭔가를 요구했을 때 놓치지 않고 알맞은 타이밍에 하는 건데 저도 모르게 놓치게 되더라고요. ‘기생충’을 찍으면서 제 자신의 부족함을 한없이 느꼈고, 감독님이 원하는 컷들을 추려 완성한 영화를 보면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봉준호 감독에게 또 출연 제의를 받으면 어떻게 할 건가요.
신발 벗고 달려가야 하지 않을까요. 연기자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웃음).
드라마든 영화든 출연하는 작품마다 인기를 끄는 건 우연이 아닐 겁니다. 배우로서 본인만의 강점이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약간의 순발력과 액션을 소화할 수 있는 뻣뻣하지 않은 몸인 것 같아요. 이번 작품에서 액션이 가능했던 것도 그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굉장히 촌스러운 얼굴을 갖고 있어서 다양한 캐릭터를 담을 수 있지 않나 싶어요.
결말이 ‘사자2’를 기대하게 했어요. 속편에도 출연할 계획인가요.
일단 이번 작품이 잘돼서 다음 편을 보고 싶어하는 관객이 많아져야 가능한 일이잖아요. 지금은 말하기가 조심스럽지만 만약 속편에 제가 참여할 롤이 있다면 마다할 생각은 없어요.
차기작은 정해졌나요.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태원 클라스’라는 드라마예요. ‘김 비서는 왜 그럴까’라는 작품을 하면서 웹툰 원작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이 뭘 원하는지 알게 됐거든요. ‘이태원 클라스’에서도 그 포인트를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게다가 캐릭터가 지닌 우직함과 단단함이 굉장히 매력적이고 대사가 주옥같더라고요. 이번 영화의 프로모션 활동이 끝나면 바로 드라마 준비에 들어갈 계획이에요.
글 김지영 기자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이번 작품에서 박서준은 어릴 적 불의의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뒤 세상에 대한 불신만 남은 격투기 챔피언 ‘용후’로 분한다. 용후는 어느 날 악몽을 꾼 이후 갑자기 생긴 손의 상처에서 특별한 힘이 나온다는 것을 깨닫고 구마사제 ‘안신부(안성기)’와 함께 세상을 혼란에 빠뜨린 강력한 악에 맞서는 캐릭터다.
터미네이터 같은 괴력을 발휘하는 이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전신을 탄탄한 근육질로 만든 박서준은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서늘한 카리스마와 함께 파워풀한 액션을 선보인다. ‘청년경찰’을 시작으로 특별출연한 ‘기생충’에 이어 ‘사자’까지 관객몰이에 성공하며 스크린의 흥행 아이콘으로 떠오른 그를 무더운 여름의 한복판에서 만났다.
근육질로 변신한 영화 속 박서준 씨의 연기를 놓고 ‘한국의 라이언 고슬링 같다’는 평이 나왔다고 들었어요. 설마, 대역을 쓴 건 아니죠(웃음).
하하하. 제 몸입니다. 탱크 같은 느낌을 만들고 싶어서 지난해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 촬영을 끝내자마자 한 달 가까이 밤낮 없이 운동을 했어요. 주어진 시간 내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조금 아쉬움이 남기도 했어요. 욕심 같아선 근육질을 더 키우고 싶었거든요.
이 작품을 선택한 동기가 순전히 ‘청년경찰’ 감독과의 인연 때문이었나요.
제가 기다리던 역할이기도 했어요. 강인하고 거친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는데 서사가 있는 작품이어서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강인한 캐릭터를 욕심낸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그동안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에 주로 출연하다 보니 매번 다른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박서준 하면 떠오르는 특정한 이미지가 있는 것 같았어요. 그걸 깨고 싶다기보다는 다른 장르를 통해 저의 새로운 면을 보여줄 기회를 갖고 싶었어요.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궁금했고요. 쉽게 접하기 힘든 특수한 상황에 놓인 역할이라는 점도 흥미로웠어요.
용후는 기존에 했던 역할과 확실히 다른 인물이었어요. 캐릭터를 체화하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면요.
늘 똑같아요. 일단 시나리오나 시놉시스에 드러나 있는 설정이나 대사를 통해 인물에 대한 정보를 모아요. 예를 들어 “여자 친구 있니?” “없어요!” 이런 대사가 다 정보가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주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드러나 있지 않은 면을 상상하면서 제가 연기할 캐릭터를 구축해요. 이번 작품을 준비할 때도 어린 시절 용후가 아버지를 여읜 후, 영화에는 나오지 않는 20년의 공백을 어떻게 보냈을지 구체적으로 생각하면서 눈빛과 말투, 사람을 대하는 태도 등을 잡아나갔어요.
극 중 안성기 씨와 아빠와 아들 같은 케미를 발산해 웃음을 자아내곤 했어요. 상대가 대선배여서 연기 호흡을 맞추기가 어려웠을 법도 한데요.
처음엔 굉장히 어려워 ‘선생님’이라고 불렀어요. 그랬더니 선배님이 촬영 초반에 특유의 따뜻한 목소리로 “선생님은 너무 멀어 보이니까 호칭을 ‘선배님’으로 정리하면 좋겠다”고 하시더군요. 선배님이 마음을 먼저 열어주셔서 아들처럼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연기에 대한 의견도 스스럼없이 나누고요. 현장에서 선배님은 제게 든든한 기둥 같은 존재셨어요. 촬영 전엔 굉장히 외로운 싸움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선배님 덕분에 온전히 용후가 되어 진심으로 의지할 수 있었어요.
안성기 씨는 “원래 천주교 신자여서 캐릭터를 받아들이기가 수월했다”고 말했어요. 박서준 씨는 어떤가요.
종교도 없지만 종교에 대한 선입견도 갖고 있지 않아요. 고등학교 때 윤리 선생님이 “모든 종교는 다 장점이 있으니 다양한 종교를 체험해보면서 가치관을 수립하는 것이 지금 학생들 나이에는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얘기를 듣고 종교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게 됐죠. 그런 사고방식이 ‘사자’를 찍을 때도 많은 도움이 됐어요. 만약 제게 특정 종교가 있었다면 신을 거부하는 용후 캐릭터를 받아들이기가 힘들지 않았을까 싶어요.
훈련소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종교를 선택했나요.
교회도 가고, 성당도 가고 초코파이를 많이 주는 곳에 갔습니다. 하하하.
정신적으로 힘들 때는 무엇에 의지하나요.
제가 종교를 가져본 적이 없어서 종교에 의지하는 게 어떤 느낌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어요. 다만 지금까지 시간을 쪼개 쓰며 바쁘게 살 수 있었던 것은 정신력이 약해지지 않도록 저 스스로 다잡았기 때문이에요. 그래도 멘탈이 약해지는 순간이 있는데 그때는 제 몸을 괴롭히는 방법으로 그 상황을 극복하죠.
악을 퍼뜨리는 검은 주교 ‘지신’을 연기한 우도환 씨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극에서는 저와 적대 관계로 나오지만 저와 친한 후배예요. 그 덕분에 의견 조율이 수월했고 액션 신을 찍을 때도 서로 배려하면서 촬영할 수 있었어요. 이번 작품에서 액션 신을 원 테이크로 촬영해 배우들끼리 합을 칼 군무를 추듯 완벽하게 맞춰야 해서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숙지했거든요. 그런데도 막상 촬영할 때는 감정이 실리니까 실수가 나오더라고요. 정말 다행스러운 점은 다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거예요.
‘사자’에서 젊은 구마사제 ‘최신부’ 역을 맡은 최우식 씨와 막역한 사이로 알고 있어요. ‘기생충’에 이어 이번 영화도 함께해 마음가짐이 남달랐을 것 같아요.
이번 작품에서는 대면하는 신이 많지 않아 자주 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현장에서 우식이와 함께할 때는 너무 좋았죠. 평소에는 우식이와 만나면 장난도 잘치고 재미있게 보내는데 촬영할 때는 서로 프로의식을 가지려고 해요. 제 연기에 많은 영향을 준 사람이 바로 우식이에요. 2012년 시트콤 드라마 ‘패밀리’로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 친구는 같은 텍스트라도 표현하는 방식이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제가 생각지 못한 것들을 연기로 표현하더라고요. 그때 느낀 충격과 생각들이 지금도 유지되고 있어요. ‘기생충’이 개봉되기 전 우식이가 ‘너무 연기하기가 어려웠다’, ‘힘들었다’ 하고 죽는 소리를 많이 했는데 그냥 앓는 소리였어요. 연기를 너무 잘했더라고요. 그거 보면서 또 한 번 많이 느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기생충’ 봉준호 감독이 칸국제영화제에서 기자들을 만나 박서준 씨 칭찬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했답니다. “딱 들어오는 순간 민혁이었다. 정말 좋은 청년이고, 이런 좋은 배우를 알게 해준 최우식 씨에게 고맙다. ‘사자’도 무척 기대된다”고요.
극찬을 해주셔서 감사할 뿐이에요. 드라마 ‘김 비서는 왜 그럴까’를 한창 찍고 있을 때 ‘기생충’ 출연 제의가 들어와 봉준호 감독님을 만났는데 정말 그 작품을 하게 줄은 몰랐어요. 민혁이라는 인물이 사건의 발단을 제공하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잖아요. 그래서 어떤 사람을 캐스팅할까 고민을 많이 하신 것 같더라고요. 처음에는 제게 민혁이가 나오는 이야기의 앞부분만 보여주시더니 이야기를 한참 하고 나서 돌아갈 때는 대본을 통째로 건네주셨죠. 평소 봉준호 감독님 현장이 무척 궁금했는데 제게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롭고 유쾌한 경험이었어요. 대본으로 상상하던 것들을 현장에서 보니 많은 미장센이 숨어 있더라고요.
봉 감독이 “여동생 있으면 소개해주고 싶다. 딸이 있으면 사위삼고 싶다”고도 했어요.
실제로는 (여동생이나 딸이) 없어서 그런 말씀을 하신 것 같아요. 하하하.
현장에서 지켜본 봉 감독은 어땠나요.
스태프들이 봉 감독님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분들이었어요. 그만큼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제가 연출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봉 감독님은 현장에서 필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적재적소에 말씀해주시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한 컷을 찍더라도 해야 할 게 굉장히 많더라고요. 하나를 찍으면 다른 걸 주문하시고 다른 걸 찍으면 또 새로운 것을 주문하셔서 촬영하면서 긴장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나요. 제 장점이 뭔가를 요구했을 때 놓치지 않고 알맞은 타이밍에 하는 건데 저도 모르게 놓치게 되더라고요. ‘기생충’을 찍으면서 제 자신의 부족함을 한없이 느꼈고, 감독님이 원하는 컷들을 추려 완성한 영화를 보면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봉준호 감독에게 또 출연 제의를 받으면 어떻게 할 건가요.
신발 벗고 달려가야 하지 않을까요. 연기자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웃음).
드라마든 영화든 출연하는 작품마다 인기를 끄는 건 우연이 아닐 겁니다. 배우로서 본인만의 강점이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약간의 순발력과 액션을 소화할 수 있는 뻣뻣하지 않은 몸인 것 같아요. 이번 작품에서 액션이 가능했던 것도 그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굉장히 촌스러운 얼굴을 갖고 있어서 다양한 캐릭터를 담을 수 있지 않나 싶어요.
결말이 ‘사자2’를 기대하게 했어요. 속편에도 출연할 계획인가요.
일단 이번 작품이 잘돼서 다음 편을 보고 싶어하는 관객이 많아져야 가능한 일이잖아요. 지금은 말하기가 조심스럽지만 만약 속편에 제가 참여할 롤이 있다면 마다할 생각은 없어요.
차기작은 정해졌나요.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태원 클라스’라는 드라마예요. ‘김 비서는 왜 그럴까’라는 작품을 하면서 웹툰 원작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이 뭘 원하는지 알게 됐거든요. ‘이태원 클라스’에서도 그 포인트를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게다가 캐릭터가 지닌 우직함과 단단함이 굉장히 매력적이고 대사가 주옥같더라고요. 이번 영화의 프로모션 활동이 끝나면 바로 드라마 준비에 들어갈 계획이에요.
글 김지영 기자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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