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 하우스 카페에서 만난 규현의 아버지 조영환 씨.
“규현이가 어느 날 ‘좋은 일이 있어요!’라고 하더라고요. 저희 가족은 이구동성으로 ‘(솔로) 앨범 나오니?’라고 물었죠. 앨범 나오기 3일 전에야 그 사실을 털어놓은 거예요. 그동안 (솔로 앨범 출시가) 두 번이나 엎어졌으니까 가족에게도 말을 아낀 거죠.”
규현의 아버지 조영환 씨는 아들의 뮤직비디오를 대견한 듯 바라보며 말했다. 이 카페는 바로 규현의 가족이 운영하는 서울 명동의 게스트하우스 1층 공간이다. 그러고 보니 카페에 자리 잡고 앉아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말레이시아인, 싱가포르인, 중국인, 대만인 등 외국인이었다. 이들은 게스트하우스의 투숙객이자, 규현의 팬이다. 조씨는 이들과 살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우리나라는 도시 민박이나 게스트하우스가 잘돼 있는 편이 아니에요. 외국인들이 머물 수 있는 곳이라곤 호텔, 여관, 모텔 정도죠. 호텔은 너무 비싸고, 여관은 시설이 낙후돼 있고, 모텔은 관광객이 머물 만한 분위기는 아니잖아요. 대만을 다녀보면서 관광객을 위한 깔끔하면서도 저렴한 시설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게스트하우스를 열자고 마음먹은 그는 직접 발품을 팔고 다니면서 서울 시내 곳곳의 적당한 건물을 알아보았다. 그러다 명동역 가까이 위치한 6층짜리 이 건물을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당연히 비쌀 수밖에 없는 위치였다. 규현이 10년간 연예 활동을 하면서 모아둔 돈에 대출금까지 보태서야 겨우 마련할 수 있었다.
“좋은 시설을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건물 임차료를 생각하면 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자기 건물 아니면 불가능하죠. 이 건물을 점찍은 가족들이 함께 보러 왔는데, 규현이가 (가격을 듣고) 한숨을 쉬더라고요(웃음).”
규현의 게스트하우스인 ‘맘 하우스’는 9월 16일 문을 열었다. ‘맘(mom)’은 이곳에 오는 모든 이들에게 규현 가족이 엄마가 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1층에는 북 카페를 겸한 카페, 2층부터 6층까지는 객실, 옥상에는 소극장이 마련돼 있다. 특히 남산 타워가 한눈에 보이는 옥상은 조영환 씨가 가장 공을 들인 공간으로, 공연을 할 수 있는 야외 공연장과 규현의 손을 본뜬 조각, 팬레터를 넣을 수 있는 우체통 등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았다. 날씨가 좋은 주말에는 바비큐 파티와 작은 음악회를 열고 한국 영화와 뮤직비디오도 상영한다.
“옥상은 규현이를 위한 공간이에요. 나중에 규현이가 군대 다녀와서 여유가 생기면, 자신이 원할 때 언제든 공연을 하라고 무대를 마련해놓았죠.”
게스트하우스 곳곳에서 아들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엘리베이터, 복도 등 온 벽은 규현의 사진으로 채워졌는데, 특히 복도는 각 층마다 다른 분위기를 가진 갤러리로 꾸며 놓았다.
조영환 씨의 본업은 학원 사업. 지난 20년간 입시 학원을 운영하던 그는 최근 대만과 한국에 한국어 학원을 차렸다. 규현이 대만과 싱가포르 등으로 투어 공연을 다닐 때 동행하면서 외국인들에게 제대로 한국어를 가르칠 곳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무작정 ‘규현 프리미엄’에 기댄 것은 아니다. K-pop과 연관된 이야기로 교재를 제작하고 김치등 한국 음식을 함께 만들어 보는 등 문화 체험도 수업에 포함시켜 재미있게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대만에서 ‘규현의 아버지가 학원을 연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38개 매체가 인터뷰하러 찾아왔을 정도였어요. 처음에는 학원생 중 슈퍼주니어 팬이 90%였는데, 지금은 20% 정도에 불과해요. 언어는 팬덤만으로는 힘들거든요. 그래서 우리만의 수업 방식을 개발해냈죠. 규현이는 제가 하는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한국어를 세계에 알리는 일이니까요. 저도 그런 면에서 보람을 느껴요. 슈퍼주니어 멤버들이 해외 공연을 가면 해마다 팬들이 반응하는 속도가 다르다고 해요. 과거에는 멤버들이 하는 말이 통역을 거쳐 전달돼 한 템포 늦게 반응이 왔는데 이제는 한국어를 알아듣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반응이 바로바로 오는 거죠.”
아들 가수 데뷔 반대했지만 지금은 열렬한 팬
규현은 현재 가수 활동과 함께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 등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는 한편 뮤지컬 ‘그날들’ 무대에도 오르고 있다. 조씨는 아들의 활동을 나열하며, “규현이는 무대에서 가장 멋지다. 나 역시 규현의 팬”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1남 1녀 중 막내인 규현이 처음 가수가 된다고 했을 때, 부자는 심한 갈등을 겪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규현은 공부도 잘했고 말썽 한번 안 부린 착한 아들이었다고 한다. 그런 아들이 고등학교 2학년 때 돌연 가수가 되겠다고 했으니 아버지로서는 상심했을 법도 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가수를 하겠다고 해서 반대했는데, 고3 때 또다시 청소년 가요제에 나가겠다는 거예요. 이미 예선을 통과한 상태였죠. 그야말로 집안이 폭풍 전야였어요. 하지만 세상에 자식 이기는 부모 있나요. 결국 제가 졌고, 규현이는 친구와 함께 가요제에 참여해서 동상을 받았죠.”
규현은 이 일을 계기로 SM엔터테인먼트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그러나 아버지 입장에서는 아들이 대학 입시를 눈앞에 둔 터라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결국 규현은 아버지의 뜻대로 대학에 가기로 했지만, 이 과정 역시 순탄하지 않았다.
“수능을 본 후 ‘어떤 과를 가고 싶냐’고 했더니, 어디든 상관없대요. 대학에는 뜻이 없었던 거죠. 그때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너 대학 안 가면, 나는 학원 그만둘게. 어떻게 내 자식도 대학 못 보냈는데 남의 자식들을 가르치니?’ 결국 규현이는 음악을 할 수 있는 실용음악과를 선택했고, 경희대와 서울예대에 붙었죠. 제 권유에 따라 경희대에 가게 됐고요.”
규현은 대학에 들어간 뒤, 본인의 오랜 꿈대로 가수가 됐다. 슈퍼주니어의 13번째 멤버가 된 것. 부자가 서로를 이해한 덕분이다. 남들은 아들이 돈 잘 벌고 유명하니 좋겠다며 부러운 눈길을 보내기도 하지만, 아이돌 부모들은 크고 작은 걱정을 안고 산다. 그의 경우엔 규현이 늘 정신없이 바쁜 점이 마음에 걸린다. 조씨는 아들이 2007년 4일 동안 의식을 회복하지 못할 정도로 큰 교통사고를 당한 적이 있어 더욱 마음이 쓰인다고 한다.
규현은 슈퍼주니어에서는 막내지만 이제 군대를 다녀혼 후 결혼도 생각해야 하는 나이다. 같은 그룹 멤버 성민도 최근 결혼을 한 터라, 조영환 씨에게 슬쩍 어떤 며느리를 원하는지 물었다.
“규현이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한 가지만 더 바란다면 우리 가족과 화합할 수 있는 원만한 성격이면 좋겠고요(웃음).”
규현과 그의 가족이 서울 명동에 오픈한 게스트하우스는 객실만 60개에 달하며 1층에는 카페가 있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