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아침 방송이나 케이블 채널에는 종종 문제 커플이 등장한다. 불륜, 폭력, 시월드와의 갈등, 가사분담…. 부부관계 전문가들이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커플에게 제시하는 솔루션 중 하나가 역할극이다. 상대방의 처지가 돼보면 아내가 왜 그랬는지, 남편이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이해하고 소통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 ‘울랄라 부부’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하는 드라마다.
‘울랄라 부부’는 직장에서는 한없이 자상하고 매너 좋기로 유명하지만 아내에게는 안하무인인 고수남(신현준)과 나여옥(김정은) 부부의 이야기다. 고수남은 직장 부하 직원 빅토리아(한채아)와 바람을 피우다가 여옥에게 발각돼 끝내 이혼을 당하는데, 법원에서 이혼수속을 마치고 나오던 길에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중상을 입고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가던 중 여옥과 영혼이 뒤바뀐다.
여기서부터 역지사지가 시작된다. 나여옥의 몸을 빌린 고수남은 해도 해도 끝이 없는, 티도 나지 않는 살림에 나가떨어지기 일쑤. 세상에 둘도 없이 좋은 줄만 알았던 엄마는 알고 보니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시어머니였다. 고수남의 몸을 빌린 나여옥 역시 여자의 눈으로 보면 별 일 아닌 일 때문에 VIP 고객에게 오밤중에 호출당하는 봉변을 겪는 등 직장 생활의 애환에 눈뜬다.
영혼 체인지 드라마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전제돼야 한다. 그런 면에서 신현준과 김정은은 환상의 콤비다. 신현준은 여자의 말투, 몸짓, 걸음걸이를 코믹하게 재현해내고, 김정은은 몸을 사리지 않고 망가지는 연기를 소화해 여배우의 한계를 넘었다. 웃으면서 공감하게 되는 드라마 ‘울랄라 부부’ 촬영 현장을 다녀왔다.
EPISODE 1 태안 해변에서 첫 촬영하던 날
아직은 따가운 햇살 아래 얼굴을 찡그리며 서 있는 스태프 사이로 서먹서먹한 기운이 현장을 감돈다. 저 멀리서 신현준이 안경을 쓰고 더벅머리 가발을 얹은 채 큰 목소리로 반갑게 인사하며 나타난다. 오랜만에 모습을 나타내는 김정은 역시 한들한들 핑크 원피스를 걸치고 활짝 웃으며 제작진에게 인사를 건넨다. 현장이 한결 부드러워지는 느낌이다.
오늘 촬영은 주인공 여옥과 수남이 섬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이다. 첫 촬영의 첫 만남. 하지만 물에 빠진 수남을 구하는 여옥의 모습을 그릴 것이기에 시작부터 만만치 않다. 허우적대며 물에 연거푸 빠지기를 수차례 거듭하는 신현준의 연기와 슛이 들어가기 전 끊임없이 자체 리허설을 하는 김정은의 열정에 스태프도 차츰 각자 포지션에서 집중력을 높여가고 있다.
바닷물에 젖은 옷을 걸치고 화장도 머리도 엉망이 된 상태지만 두 배우는 감정 잡기에 여념이 없다. 두 사람은 두 달 동안 부부로 지내야 하는 운명(?)이기에 카메라가 돌지 않을 때엔 서로에 대한 어색함을 친근함으로 바꾸기 위해 배려하느라 바쁘다.
이정섭 PD의 “컷” 소리와 함께 FD가 “다음 장소로 이동하겠습니다!”를 외친다. 이 PD가 해변을 돌아 내려오며 중얼거린다.
“우리 배우들 목숨 걸고 연기하네. 와….”
EPISODE 2 드라마센터에서 여옥의 게이샤 장면 찍던 날
수남과 여옥은 전생에서 여러 번 인연을 쌓은 끝에 현생에서 부부가 됐다. 그중 독립군과 그를 돕는 게이샤로 만난 적도 있다. 오늘 촬영 장면은 게이샤 사유리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신이다. 알려진 대로 게이샤 분장은 쉽지 않은 과정이다. 분장과 가채를 손질해서 얹고 의상을 입는 데만 3시간이 걸린다. 독특하게 매화나무를 통째로 옮겨 심어놓은 세트 안에 음악이 흐르고 두 손에 부채를 든 김정은이 게이샤 춤을 추기 시작한다. 김정은은 지난 일주일 동안 적게는 하루에 4시간, 많게는 8시간씩 서울시문화재위원인 경임순 교수로부터 춤 지도를 받았다. 채시라도 드라마 ‘해신’ 때 경 교수로부터 춤 지도를 받은 적이 있다.
이날 촬영장에서 김정은은 한시도 선생님을 자신의 곁에서 떠나지 못하게 하고 손 모양 하나하나 지도를 받으며 10시간 가까이 촬영했다. 혼신의 노력을 다한 덕분인지, 그녀의 춤에는 독립운동가 주환을 향한 국경과 신분을 초월한 사랑의 감정이 묻어났다. 현생에서 이혼을 감행한 이 부부의 운명의 깊이가 이렇게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정작 본인들이 알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1 2 드라마는 시트콤을 방불케 할 정도로 웃기지만 대본 연습 현장은 진지함 그 자체. 3 신현준, 김정은, 정재순 등 주연 배우들은 회식을 하면서 첫 방송을 함께 시청했다. 4 극 중 빅토리아로 출연하는 한채아는 수영장에 빠진 고수남을 구하는 장면을 촬영했지만 사실은 맥주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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