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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따로 또 같이

추억을 노래하는 프로젝트 그룹 ‘더 컬러스’

강인원·이치현·민해경·권인하

글·김유림 기자 사진·‘더 컬러스’ 제공

2011. 06. 16

요즘 가요계 핫 키워드는 ‘추억’.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던 명곡은 세대를 초월해 진한 감동과 마음의 휴식을 안겨준다. 80년대를 풍미했던 강인원·이치현·민해경·권인하가 프로젝트 그룹 ‘더 컬러스’로 다시 모였다.

추억을 노래하는 프로젝트 그룹 ‘더 컬러스’


추억의 명곡은 잘 담은 술과 같다. 세월이 흐를수록 풍미가 진해지고 언제 들어도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세시봉’ ‘나는 가수다’ 열풍에 힘입어 중장년층은 물론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명곡의 재발견’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80·90년대 많은 사랑을 받았던 ‘비오는 날의 수채화’ 강인원(55), ‘당신만이’ 이치현(56), ‘보고 싶은 얼굴’ 민해경(49), ‘갈테면 가라지’ 권인하(52)가 프로젝트 그룹 ‘더 컬러스’로 한데 모였다. 그룹 결성 후 두 번째 노래연습을 위해 모인 이들을 늦은 밤 서울 마포구 합정동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오빠, 나 이 부분을 못 따라 가겠어. 다시 한 번 불러줘요.” 민해경이 권인하에게 스스럼없이 부탁한다. “인원이 형, 원 멜로디 다시 불러봐. 해경이 따라 부르게 내가 코러스 넣을게. 이건 뭐, 하도 불러서 식은 죽 먹기지” 권인하가 호기롭게 말한다. “근데, 아무래도 코러스가 반 박자 쉬고 들어가는 게 낳을 것 같아” 하고 이치현이 거들자 “휴~ 넷이서 함께 부르는 거니까 하모니가 중요해. 코러스 연습 많이 해야겠다”며 그룹 리더 격인 강인원이 중심을 잡았다. 이날 연습은 3시간 넘게 이어졌는데, 다음 스케줄이 잡혀있던 민해경은 아쉽게도 일찍 자리를 떴다. 나머지 3명의 멤버에게 ‘더 컬러스’로 활동하게 된 배경과 그동안의 근황을 물었다.

▼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가수들이 함께 연습하기가 쉽지 않을텐데 ‘더 컬러스’가 만들어진 배경이 궁금합니다.
강인원 제가 많이 졸랐어요. 혼자 하는 음악도 좋지만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서 또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도 매력 있거든요. 사실 나머지 3명을 다 설득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저 빼고 다들 바쁘거든요(웃음). TV에서 안 보인다고 해서 노는 게 아니에요.
▼ 오늘 두 번째로 화음을 맞췄는데, 잘 맞던가요?
권인하 아~, 안 맞아요. 안 맞아. 입에 짝짝 붙어야 하는데 아직 멀었어요(웃음). 화음 맞추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아직 두 번밖에 연습을 안 해서 그렇고 점점 좋아지겠죠. 다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맞춰 가는데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고요. 지금으로선 음을 빼는 길이나, 힘 조절 등이 다 달라요(웃음).
▼ 요즘 추억의 명곡들이 다시 불리고 있는데, 감회가 새로울 것 같습니다.
이치현 반가운 일이죠. 90년대 서태지가 나오면서 댄스음악에 주도권을 뺏겼는데, 그때는 저희뿐만 아니라 기라성 같은 선배 세대들도 다 안 됐어요. 송창식 선배 음반도 안 팔렸으니까요. 결국 TV 경쟁에서 밀리면서 그때부터 미사리, 양수리 등에 라이브 카페가 생기기 시작했고 가수들의 주 무대가 그쪽으로 옮겨갔죠.
권인하 치현 형이 그때 돈을 엄청 벌었어요(웃음). 라이브카페 초기 설립 멤버거든요. 미사리에 ‘록시’ 이후 두 번째로 ‘싼타나’라는 카페를 열었는데 주말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들어오곤 했어요. 그 후로 50개 넘게 카페가 생겼어요. 저도 하나 열긴 했는데 몽땅 말아먹고 그만뒀죠(웃음).
이치현 너는 너무 늦게 들어와서 그래. 라이브 카페 전성기가 9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까진데, 인하는 2003년에 시작했거든요. 저도 끝까지 잘된 건 아니에요. 97년 외환위기가 터지니까 매상은 줄고 은행 이자는 올라가고 결국 문을 닫았죠. 그런데 요즘 분위기가 다시 살아나고 있어서 이때 다시 시작하면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들어요(웃음).
강인원 미사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그만큼 중장년층이 원하는 음악이 TV에서, 라디오에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미디어가 중장년층을 외면하니까 자신들이 듣고 싶은 음악을 찾아가서 듣는 수밖에 없었던 거죠. 또 미사리라는 곳 자체가 얼마나 좋아요. 강이 내려다보이는 카페에서 자기가 듣고 싶었던 노래 들으면서 낭만을 즐겼던 거죠.

대중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노래가 명곡
▼ 요즘 화제인 ‘나는 가수다’에서 강인원씨 노래가 두 곡이나 뽑혔어요. 다들 ‘나는 가수다’를 즐겨 보시나요?
강인원 제 노래가 뽑힌 건 ‘뺑뺑이’가 잘 돌려져서 그런 거고(웃음). 어쨌든 인기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추억의 가수들이 다시 거론되는 건 고마운 일이에요. 하지만 한 가지 안타까운 건 서바이벌 방식이 과연 합당한가라는 거죠. 모두 실력 있고 오랫동안 음악을 해온 사람들인데…, 그 살벌함이 너무 무서워요.
권인하 가수가 어떤 곡을 만나느냐에 따라 편차가 심한 것도 아쉬워요. 대중성 있는 노래가 호응도 좋을 테니까요. 또 가수 자체의 경쟁이 아니라 마치 편곡자들 간의 경쟁이 된 것 같은 느낌도 들고요. 원곡은 원곡으로서 가치를 지녀야 하거든요.
▼ 네 분 모두 TV활동이 뜸해서 많은 분들이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해 할 것 같아요. 음악활동은 계속 해 오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강인원 저 빼고 다들 잘나가요. 우선 민해경은 지방 행사며 야간업소며 라이브 카페며 엄청 바빠요. 치현씨는 밴드 활동 꾸준히 하면서 여기저기서 많은 출연 요청을 받아요. 인하는 사업하느라 바쁜데도 인기가 많아요. 저는 한동안 음악을 접고 청주에 있는 대학에서 교수로 있었는데, 결국 내 갈 길은 음악이란 걸 깨닫고 2007년부터 다시 곡 작업을 시작했어요. 집에 민해경씨, 권인하씨한테 주려고 만든 악보가 몇 개나 쌓여 있어요. 아직 완성이 안 되서 문제지만요(웃음).
이치현 더는 방송이나 미디어를 통해 정상에 오르겠다는 욕심이 없어요. 순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저 스스로 내실을 다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외국 유명 뮤지션들의 내한 공연을 빼놓지 않고 다 보는데, 그들을 볼 때마다 참 부러워요. 자기 음악에 대한 확신이 두텁고,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프로정신이 있거든요. 대중에게 ‘저 사람은 어떤 음악의 소유자’라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
▼ 비록 TV 출연 횟수는 줄어들었지만 라이브 무대에서는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 비결이 뭔가요.
강인원 대중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음악을 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일회성으로 불리고 잊히는 음악이 아니라 오랫동안 사람들의 마음에 남는 노래거든요. ‘더 컬러스’는 각자 자신들의 노래가 아니더라도 대중의 가슴에 오랫동안 남아 있는 노래를 찾아 부를 거예요.

한 시대를 풍미하며 많은 팬을 거느렸던 이들도 이제는 각자 가정을 일궈 생활인으로서의 의무도 다하고 있다. 강인원은 2004년 열네 살 연하의 아내와 재혼해 현재 다섯 살배기 아들을 뒀고, 첫 번째 결혼에서 낳은 큰 아들도 몇 해 전 미국에서 돌아와 군 생활을 마쳤다고 한다. 이치현의 딸은 스위스에서 기악을 전공하고 있으며, 권인하 역시 20대 초반의 대학생 아들이 있다. 결혼 후 방송활동을 중단한 민해경에겐 미국에서 유학 중인 중학생 아들이 있다.

이치현 딸 아이 학비 대는 게 만만치가 않아요. 특히 스위스는 세계에서 물가가 가장 비싼 나라거든요. 이제 석사과정 밟고 있는데 박사과정까지 가르치려면 제가 열심히 노래해야 돼요(웃음).”
강인원 인하씨는 워낙 사업 수완이 좋아서 생활이 넉넉해요(웃음). 스포츠 용품 판매를 오래전부터 했는데, 그러다보니까 운동도 다 잘해요. 골프도 프로급이고 스키며 당구, 못하는 게 없죠. 그러고 보니 요즘 살이 많이 빠진 거 같네?
권인하 7~8kg 줄었지. 아침저녁으로 걷고 있거든요. 3개월 전에 갑자기 당뇨가 생겨서 요즘 신경 많이 쓰고 있어요. 처음에는 많이 놀랐는데, 오히려 병을 얻으니까 건강해지더라고요(웃음). 혈당을 재보고 조금이라도 높다 싶으면 바로 운동화 신고 밖으로 나가요. 인원이 형도 몇 해 전에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는데 이제 완치 수준이에요.
강인원 평생 약을 먹어야 하지만 그래도 감사한 일이죠. 저도 인하씨처럼 조금만 피곤하면 몸이 안 좋아지기 때문에 평소 많이 신경 써요. 그런데 요 며칠 ‘더 컬러스’ 활동 준비하면서 무리를 좀 해서 감기가 심하게 걸렸어요. 치현씨한테까지 옮겨서 어찌나 미안한지. 아무쪼록 ‘더 컬러스’ 멤버 모두 자기 관리 잘해서 대중에게 좋은 모습으로 다가가면 좋겠어요. 목소리만 짱짱한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강한 생명력 있는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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