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수(31)는 ‘착한 미남’의 전형이다. 쏟아질 듯 선한 눈망울과 단정한 입매에선 어떤 그늘도 찾아볼 수 없다. 실제 성품도 겉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데뷔 10년째임에도 여전히 성실하고 진지하며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안다. 그런 그가 군 제대 후 처음으로 스크린 나들이에 나섰다. 영화 ‘썸’ 이후 5년 만이다.
그가 선택한 작품은 박신우 감독의 첫 장편작 ‘백야행-하얀 어둠 속을 걷다’. 14년 전 일어난 살인사건에 얽힌 남녀와 그를 쫓는 전직 형사의 운명적인 관계를 그렸다. 그는 남자 주인공 요한을, 여자 주인공 미호와 전직 형사 동수는 각각 손예진과 한석규가 연기했다.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으로, 드라마 ‘연애시대’와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박연선 작가가 시나리오를 맡았다.
“한 번에 이해가 안 가 시나리오를 두 번 읽었어요. 요한이라는 인물에 흥미가 생겼고 단숨에 빠져들었죠. 요한은 어린 시절 겪은 사건에 휘말려 평생을 고독하게 산 인물이에요. 캐릭터 탓에 촬영하는 동안 거의 햇빛을 안 보고 살았어요. 요한이의 진심을 전달하려면 요한이 자체가 돼야 했거든요.”
그는 작품을 시작하면 그저 몰입하는 편이다. 함께 일한 박신우 감독도 고수를 가리켜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그 인물로 변신한다”고 말했다. 작품이 정적인데다 단독 신이 대부분이라 촬영장 분위기도 차분했다. 특히 상대역인 손예진과는 일부러 대화를 아꼈다.
“요한과 미호의 사랑은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를 나누는 보통의 사랑이 아니에요. 전화로 대화하거나 벽을 사이에 두고 소통하는 ‘맴도는 사랑’이죠. 감정 유지를 위해 촬영장에서도 만남을 자제했어요.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미호와 예진씨를 떠올리며 상상하다 보니 굳이 만나지 않아도 사랑이 느껴지더군요. 상상을 현실로 표현하는 게 연기인 것 같아요.”
“배우는 전문 직업인, 계속 성장하고 싶습니다”
고수는 98년 포지션의 뮤직비디오 ‘편지’로 데뷔했다. 친구들과 장난 삼아 응모한 탤런트 시험이 계기가 됐다. 이후 CF를 찍고 패션모델을 하고 10여 편에 가까운 드라마를 찍으며 ‘충청도 촌놈’은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제대 후에는 다소 엉뚱하게도 연극무대에 섰다. 박근형이 연출한 연극열전2의 ‘돌아온 엄사장’에 출연한 것.
“예전부터 연극을 경험하고 싶었어요. 소집해제 후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해볼까 싶어서 도전하게 됐죠. 연극을 하면서 그쪽 분위기에 융화돼 술자리도 즐기게 되고 사람도 많이 만나고 여러모로 뜻 깊은 경험이었어요.”
영화 홍보를 위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의사가 없느냐는 질문에는 손사래를 친다. 스스로 예능 프로그램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다. 표현해야 할 캐릭터가 정해진 연기라면 모를까, 인간 고수를 보여줘야 하는 자리는 부담스럽다. 이런 기질 탓에 처음에는 적성이 아닌가 했지만 이젠 제법 직업의식도 생겼다.
“배우도 부단한 자기개발을 통해 성장하는 전문직이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본의 아니게 공백이 길어졌는데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곧 드라마 ‘크리스마스에는 눈이 올까요’를 통해 안방에도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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