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결혼 25주년을 맞은 이영하(56)·선우은숙(47) 부부가 지난 5월 초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부부의 연을 맺고 살아온 지난날을 돌아보며 리마인드 웨딩 사진촬영을 한 것. 이날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선우은숙을 보고 이영하는 “원래 예쁜 건 알았지만 오늘은 정말 공주처럼 아름답다”고 말해 아내에게 후한 점수를 얻었다.
“저희가 결혼할 때만 해도 ‘가정의례준칙’이란 게 있어서 화려한 결혼식은 꿈도 못 꿨어요. 요즘처럼 결혼하기 전에 스튜디오에서 사진촬영을 하지도 않았고요. 오랜만에 웨딩드레스를 다시 입으니까 기분이 새롭고 ‘언제 이렇게 세월이 흘렀나’ 싶네요(웃음).”
드라마 ‘젊은 느티나무’에 함께 출연하면서 연인으로 발전한 두 사람은 1981년 스타 커플로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결혼식을 올렸다. 당시 이영하는 선우은숙의 해맑고 순수한 모습에 반했고 선우은숙 또한 남자답고 다정다감한 이영하에게 쉽게 마음을 열었다고 한다. 이영하가 아내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드라마 촬영을 모두 마친 뒤 연기자와 스태프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을 때였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이영하가 기타를 치며 엘비스 프레슬리의 ‘Can’t help falling in love’를 불렀는데 큰 거울을 통해 자신을 곁눈질로 쳐다보는 아내와 눈이 마주치면서 두 사람 모두 서로에게 마음이 있음을 확인한 것.
“연기를 시작한 지 얼마 안됐고 나이도 어렸지만 저도 남편한테 푹 빠졌으니까 그렇게 빨리 시집을 갔겠죠(웃음)? 결혼한 다음 해 바로 아이를 낳았는데 아이들이 다 자란 지금은 빨리 낳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스물셋 어린 나이에 결혼해 일찍 엄마 됐지만 아쉬움 없어요”
이영하는 요즘 귀여운(?) ‘젊은 이미지’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각종 연예 오락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해 그동안 감춰져있던 끼를 마음껏 과시하고 있는 것. 화면에 비치는 그의 머리 모양이나 옷차림도 젊은 취향으로 확연히 바뀌었는데 이영하는 “평소 내 모습 그대로”라며 웃었다.
“원래 남편이 젊게 사는 편이에요. 청바지에 티셔츠를 즐겨 입고 젊은 후배들과도 잘 어울리거든요. 그동안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일 뿐 저희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모습이에요. 남편 덕분에 저도 덩달아 젊게 살고 있어요.”
선우은숙은 남편의 인기가 높아진 것은 좋지만 방송 스케줄이 워낙 많아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하는 남편을 보면서 건강이 가장 걱정된다고 털어놓았다.
25년 전 수줍은 신랑·신부의 모습으로 돌아간 이영하·선우은숙 부부.
“예전에는 남편이나 저나 으레 바쁘게 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나이가 나이인 만큼 건강을 가장 우선으로 두게 돼요. 그런데도 남편이 힘든 내색 한번 하지 않는 걸 보면 ‘여유로움이 저런 거구나’ 싶어요. 긍정적인 성격이라 일도 즐겁게 하는 것 같아요. 요즘에는 늦게까지 일할 때 전화를 걸고 싶어도 방해될까봐 잘 못하겠더라고요.”
이영하는 얼마 전 종영한 KBS 드라마 ‘별난여자 별난남자’에서 큰아들 이상원(23)과 함께 출연해 눈길을 모았다. 처음 미국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아들이 연기자가 되겠다고 하자 부부 모두 주저했지만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는 생각에 곧 허락했다고. 이상훈은 미국 케이서웨스턴리저브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본격적으로 연기를 공부하기 위해 얼마 전 동국대 연극영화과로 편입했다.
“사람은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저나 아내도 지금까지 연기자의 길을 걷는 것에 대해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어요. 상원이도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앞으로 엄마 아빠를 능가하는 연기자, 혹은 지금의 경험을 살려 연예사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길 바라요.”
“운동 좋아하는 아내 이해 못해 잔소리한 적도 많아요”
이영하는 남에게 퍼주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주위에 따르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촬영장에서 언제나 분위기 메이커인데다 사람 좋아하는 성격이니 술자리도 많다고. 또한 클래식을 좋아해 유명한 연주회나 오페라 공연 등을 빼놓지 않고 본다고 한다. 이에 반해 그의 아내 선우은숙은 운동 마니아. 골프를 비롯해 축구, 야구, 농구 등 좋아하지 않는 스포츠가 없고 걷는 걸 좋아해 한번 걷기 시작하면 2~3시간은 거뜬히 걷는다고. 선우은숙은 “속상한 일이 있을 때는 걸으면서 잡념을 날려버리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각자 취미가 다르다 보니 처음에는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많았다고 한다. 특히 이영하는 골프에 빠져있는 아내를 이해하지 못해 필드에 나갈 때마다 잔소리를 했다고.
“아내가 골프를 참 좋아해요.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필드에 나가는데 처음에는 집을 비우는 시간도 많고 친구들과 너무 어울리는 것 같아 못마땅했죠. 하지만 어느 순간 생각을 바꿨어요. ‘아파서 누워있는 것보다 얼마나 다행이냐’고요. 그렇게 마음을 비우고 나니까 저 자신이 편하고 아내도 짜증을 내지 않으니까 집안 분위기도 좋아지더라고요(웃음).”
남편의 말을 듣고 있던 선우은숙은 “예전에는 남편이 뭐라고 하면 서운해도 참았는데 요즘은 남편이 한마디하면 같이 한마디하고, 친구들에게도 남편 험담을 늘어놓는다”며 웃었다.
“결혼하고 성격이 많이 변했어요. 예전에는 속상한 일이 있으면 가슴에 담아두는 편이었는데 아이들 키우면서 살다보니까 많이 달라졌죠. 남편이 서운하게 하면 ‘당신이 그렇게 말하면 내가 기분이 나쁘잖아’ 하고 얘기를 해요.”
또한 그는 남편이 술 마시는 횟수를 절반으로 줄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한다. 일주일에 서너 번 정도 마시는데 아직까지 건강에 이상이 있지는 않지만 나이를 생각해 스스로 건강에 신경 쓰길 바란다는 것. 그는 나이 들면서 남편에게 의지하는 마음이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아들이 둘이나 있지만 역시 남편이 가장 믿음직스러워요. 어차피 아이들도 장성하면 각자 자신들의 가정을 꾸려 나갈 테고 남편과 둘이 남겠죠. 한창 아이들을 키울 때는 아이들이 인생의 전부였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남편이 다시 보이더라고요. 여자들의 마음이 다 똑같은 것 같아요. 어차피 끝까지 함께할 사람은 남편이라고 생각하니까 이제는 사소한 일로 바가지 긁지 않으려고 해요(웃음).”
“며느리는 착하고 현명한 여자면 좋겠어요”
중년의 나이에도 여전히 고운 피부와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선우은숙. 그 비법은 바로 ‘부지런함’이라고 한다. 잠시도 몸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는 그는 촬영이 있는 날을 제외하곤 아침 7시면 눈을 뜨고 낮 시간에도 운동을 가거나 목욕을 하는 등 집에 머무는 시간이 거의 없다고. 평소에는 화장을 거의 하지 않고, 운동을 한 뒤에는 반드시 미백효과가 있는 화장품을 바르거나 팩을 하는 등 피부 가꾸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제는 저를 위한 시간을 많이 갖고 싶어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누구 못지않은 열성 엄마였지만 지금은 친구들과 차도 마시고, 하고 싶은 일 하면서 그렇게 살고 싶어요. 방송하는 친구들보다도 평범한 친구들이 많은데 연예인보다 더 열심히 가꾸는 그들을 보면서 자극도 많이 받아요.”
장성한 아들을 둔 그는 아직 이르긴 하지만 며느리감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착하고 현명한 여자였으면 한다는 것.
“제가 살아보니까 부부간에는 믿음과 존중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물론 남녀간의 평등도 중요하지만 가정의 화목을 위해 아내가 현명해야 할 것 같고요. 며느리에게 특별히 바라는 건 없고 그저 착하면 될 것 같아요. 사실 우리 아들이 남편을 닮아서 욕심도 없고 많이 물러요. 그런 아이를 잘 이끌어 줄 수 있는 여자면 좋겠어요(웃음).”
지금까지 연기자 부부로 같은 길을 걸어온 이영하·선우은숙 부부는 “예순이 될 때까지 연기를 하고 싶고 그 이후에는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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