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김나운(35)이 3월23일 서울 반포동 센트럴시티 웨딩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독신주의에 가까울 만큼 결혼에 무관심하던 그의 마음을 바꿔놓은 사람은 세 살 연하의 조수영씨. 훤칠한 키에 서글서글한 인상을 지닌 조씨는 연세대 체육학과 출신으로, 부친이 경영하는 건축골재회사에 다니며 연세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결혼식을 일주일 앞두고 지난 3월16일 만난 김나운은 “요즘은 연상연하 커플이 유행이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보다 보수적이라 상대가 연하가 될 줄은 몰랐다”면서 “모든 면에서 나보다 어른스럽고 자상한 점에 마음이 끌렸다”고 털어놓았다.
처음 결혼 소식을 알렸을 때 주변의 반응은 부러움 반, 걱정 반이었다고 한다. 특히 남자 선배들은 야무진 이미지와 달리 옆에서 챙겨주지 않으면 안될 만큼 잘 덜렁대는 그가 걱정스러워 “연하와 결혼하면 잘 챙겨줘야 한다”면서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넌 안 된다”며 만류했다고. 하지만 두 사람의 경우는 반대로 연하인 조씨가 오히려 그를 오빠처럼 챙겨줘 친구들이 옆에서 “무슨 배짱이냐”고 말할 정도라고 한다.
“가끔 제가 신경 써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면 ‘일이 많아서 그런 거 알아. 괜찮아’ 그래요. 저를 많이 배려하고 이해해주죠. 세상에 이런 좋은 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순간순간 감동을 안겨줘요.”
2년 전부터 알고 지내다 지난해 10월 급속도로 가까워져
두 사람이 알고 지낸 건 2년여 전부터라고 한다. 그와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끼리 만든 모임이 있는데, 그 모임의 한 친구가 “소개팅을 시켜주겠다”며 다리를 놓아 얼떨결에 첫 만남을 가진 것.
“결혼생각이 없어 친구가 후배를 소개해준다고 했을 때도 ‘밥이나 먹자’ 하고 나갔는데 그 사람이 나왔어요. 참 예의 바르고 괜찮더라고요. 근데 연하라 제가 후배 탤런트를 소개해주었어요. 네 살 차이가 좋다고 하니 나이가 맞는 사람을 만나보라면서요. 그런데 후배 말이 딱 한번 만나고 나서 연락이 없다는 거예요. 문제가 뭔가 했더니 자기는 탤런트가 부담스럽다고 하더라고요.”
이후 두 사람은 가끔 전화 통화하고 만나는 편한 친구 사이로 지냈다고 한다. 김나운이 누구를 소개받게 됐다고 하면 조씨는 “올해는 국수 먹는 거냐”며 잘되기를 바랐고, 소개팅에 나가기 싫다고 하면 “그래도 만나보라”며 부추겼다고. 또 그러다 만남이 성사되기도 전에 틀어지면 “인연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고 한다.
“그 사람이 처음부터 저를 마음에 두었던 건 아니에요. 처음에 저와 잘 맞을 것 같다며 미국에 사는 자기 형수의 오빠를 소개해주려고 했거든요. 제가 외국엔 안 간다고 했더니 제일 친한 선배를 소개해준다고도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서로 연락하고 지냈는데 저는 꼭 ‘수영씨’라고 불렀는데도 그 사람은 저에게 별다른 호칭을 붙인 적이 없어요. 제가 연상으로 안 보인다면서요. 요즘도 그 사람은 제가 나이가 더 많다는 생각이 안 든대요. 저도 그 사람이 연하가 아니라 오빠 같은 느낌이 들고요.”
두 사람이 급속도로 가까워진 건 지난해 10월. 함께 밥을 먹으러 간 식당 주차장에서 김나운이 차에서 내리다 넘어졌는데 그때 조씨가 다가와 아이 다루듯이 폭 안아 일으켜 세워주자 푸근하면서도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고.
신랑 조수영씨는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하고 털털한 김나운의 모습에 매료됐다고.
“그 사람이 밥 먹으면서도 괜찮냐며 걱정해주더라고요. 저는 창피하니까 몰라, 그랬고요. 그때부터 그 사람이 제가 불안하다며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손을 잡아주었는데 그러면서 가까워졌어요.”
그 일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연인으로 발전한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 조씨가 장염으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더욱 가까워졌다고 한다. 김나운이 지방 촬영 스케줄까지 잡혀 있는 와중에도 매일같이 병실을 찾은 것.
“‘단팥빵’을 찍으려면 전주까지 내려가야 하는데 걱정돼서 그냥 있을 수가 없더라고요. 하루 4시간 자면서 지금보다 더 바쁘게 지낼 때였는데도 일이 끝나면 거기서 살다시피 했죠. 차를 댈 데가 마땅치 않아서 택시를 타고 다녔는데 한번은 병실 공기가 너무 건조한 것 같아 집에서 가습기를 들고 나갔어요. 택시에서 내려 병실까지 올라가는데 가습기가 너무 무겁더라고요. 알고 보니 제가 급한 마음에 가습기에 든 물을 버리지 않고 그냥 갖고 나온 거였어요. 일주일 후 퇴원할 때 보니 병원에서 살림을 차려도 될 만큼 제가 별걸 다 갖다놨더라고요(웃음).”
당시 그는 병원을 찾을 때마다 조씨의 가족을 만났다고 한다. 조씨의 가족이 매일 병원에 들러 우연치 않게 만남이 이루어진 것. 그는 “수술한 것도 아닌데 매일 찾아와 안부를 확인하는 가족들을 보면서 가족간에 정이 두터운 집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집안 분위기가 워낙 정겹고 따뜻해 매일 함께 식사를 하면서도 어색하지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인연이 되려고 그랬는지 수영씨가 퇴원하고 일주일 후에 수영씨 할아버님이 췌장암으로 입원하셔서 또 매일 함께 병원에 갔어요. 퇴원하면 캐나다 여행 다녀오신다고 했는데 결국 돌아가셨어요. 방송이 있어서 장지에는 가보지 못했는데 할아버님 장례를 치르며 가족들과도 급격히 가까워졌죠.”
시아버지 생일에 시어머니로부터 교제 허락하는 반지 받아
그는 지난해 12월 조씨 부친의 생일을 맞아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 식사하는 자리에도 초대받았다. 당시 미국에서 살고 있는 형 내외까지 참석했는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조씨의 어머니가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이 끼고 있던 반지를 빼주었다고 한다.
“프러포즈 반지는 아니고 잘 사귀어보라는 의미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랬더니 그 사람이 저와 결혼하고 싶다, 참 좋은 사람이라고 털어놓더라고요. 부모님도 ‘우리는 너를 한번도 연예인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처음에는 연예인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는데 겪어보니까 편하고 좋다’시며 저를 보고 자꾸 웃으셨어요. 형님 내외도 첫 대면인데 편하게 대해주셨어요.”
그는 그날의 분위기로 미루어 올해 가을쯤 식을 올릴 줄 알았는데 일이 되려다 보니 조씨가 그와 상의도 없이 연세대 동문회관에 임의로 3월23일 결혼식을 예약해놓은 것이 현실이 됐다고 한다.
“사실 주변에서 결혼 발표를 하지 않고 날짜를 잡으면 깨지는 경우를 더러 보아서 조심스러웠어요. 촬영 스케줄도 빡빡하고 결혼 준비를 하기에도 촉박한 상황이라 3월 결혼식은 여러모로 무리였고요. 그래서 좀 더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을 때 하려고 했는데 본의 아니게 결혼 기사가 나는 바람에 그야말로 번개불에 콩 구워먹듯 결혼 준비를 했어요. 여권도 엊그제 신청하고, 예식 때 입을 웨딩드레스를 어제 입어봤으니 말 다 했죠. 그래도 처음에는 어떻게 준비를 다 하나 참 막막했는데 시집 어른들과 주변 사람들이 신경을 많이 써주신 덕분에 그럭저럭 준비가 끝나가고 있어요.”
그는 결혼 준비를 하는 동안 예비신랑 조씨에게 미안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바쁘다는 이유로 잘 챙겨주지 못하는 그를 늘 이해해주고 한결같은 애정을 보여주었다는 것.
“주변 사람들에게도 평판이 좋아요. 그동안 미안한 적도 많고, 그 정도면 충분히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 몇 번이나 다시 생각해보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저를 보면 자기가 옆에서 챙겨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면서 더 잘하더라고요.”
허니문 베이비도 환영, 아이는 생기는 대로 빨리 낳고 싶어
그렇다면 신랑 조씨는 그의 어떤 점에 매료된 것일까. 이에 대해 김나운은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하고 털털한 모습을 좋게 보는 것 같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언젠가 스태프들과 함께 일하는 모습을 휴대전화기로 찍어 보낸 적이 있는데 인간적이어서 좋다고 하더라고요. 또 제가 워낙 나눠주는 걸 좋아하니까 자기한테만 빼고 다 잘해주는 것 같다고 농담을 해요. 그러면서도 ‘이거 누구한테 줘야겠다’고 하면 ‘어디로 가야 돼’ 하면서 같이 갖다주고 그래요.”
조씨가 입원해 있는 동안 그가 일주일 내내 병문안을 갔던 일도 감동을 준 것 같다고 한다. 당시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일주일 중 하루를 가보지 못했는데 조씨가 그날은 다른 사람이 근접도 못하게 했다고. 그래서 다음 날 병원을 찾았을 때 조씨 부친이 “네가 없으니 1m 안에는 의자도 못 들어오게 하더니 네가 오니까 표정부터 달라지는구나. 그렇게 좋으냐” 하고 두 사람을 놀렸다고 한다.
“보통 시집 식구들이 불편하다고 그러던데 저는 처음부터 왠지 편하고 낯설지가 않았어요. 지난해 봄 카페에서 후배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한 중년 부인이 젊은 부부와 함께 들어왔어요. 고상하고 우아해서 눈을 뗄 수가 없었죠. ‘나도 저렇게 늙으면 좋겠다. 저런 시어머니를 둔 저 며느리는 얼마나 좋을까’ 하고 후배에게 말했는데 알고 보니 그때 본 사람들이 어머님과 여동생 내외였어요. 그 얘기를 듣고는 후배가 깜짝 놀라면서 ‘인연은 인연인가보다. 정말 잘 될 것 같다’고 그랬어요.”
그에게 지난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에 어떤 선물을 주고받았냐고 했더니 “나는 기념일을 잘 챙기는 편인데, 그 사람은 그런 데는 둔하다”면서 “대신 평소에 선물을 잘 준다”고 은근히 자랑했다.
“저는 그 사람에게 갖고 싶은 것을 말해놓고도 기다리지 못해 다음 날 사버려요. 그러고 나서 ‘돈 내놔’ 하면 기꺼이 줘요. 또 제가 좋아하는 게 뭔지 알아두었다가 나중에 사주더라고요. 아로마 초를 좋아하니까 여행 갈 때 갖고 다니라며 케이스도 사주고, 신발과 양말도 사줬어요. 심지어는 차안에서 신으라고 덧버선까지 사주더라고요. 남들이 생각하는 호화로운 선물은 아니지만 그 사람의 진심 어린 애정이 느껴져서 좋아요.”
결혼날짜가 3월23일로 확정되면서 처음에는 어떻게 준비를 다 하나 막막했는데 시집 어른들과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잘마칠 수 있었다고.
그는 그동안 조씨에게서 받은 선물 가운데 자신이 항상 끼고 다니는 두 개의 반지를 가장 마음에 들어했다. 하나는 두 사람이 연인 사이로 발전하기 훨씬 전 조씨가 무슨 생각에선지 “이제 내 사람이다. 절대 빼지 마” 하면서 끼워준 반지고, 다른 하나는 지난해 10월 본격적인 교제가 시작되면서 맞춘 커플링이라고 한다. 두 반지의 가격 차이는 무려 20배가 나지만 그는 “돈으로 가치를 따질 수 없을 만큼 둘 다 나에게는 큰 의미가 담긴 선물”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결혼식을 치른 다음날인 3월24일 필리핀 세부로 3박4일간 신혼여행을 다녀와 서울 동교동에 있는 조씨의 외할머니 집에서 신접살림을 차린다. 1층은 할머니가, 2층은 두 사람이 쓰기로 한 것. 그는 “시부모님이 저희가 깨끗하고 예쁜 집에서 살라고 인테리어도 신경 써주시고, 또 형님 내외는 집안 전체를 직접 청소해주셨다”면서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건가 싶어 불안할 정도”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사실 저는 그동안 해외여행을 간 적이 한번도 없어요. 신혼여행 때 처음 가려고 일부러 가지 않았는데 이번에 그 소원이 이루어지려나 봐요. 허니문 베이비도 괜찮을 것 같아요. 아이는 나이를 생각해서 생기는 대로 빨리 낳고 싶거든요(웃음).”
세 시간 가까이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신랑 조씨에 대한 얘기를 할 때마다 수줍게 웃던 ‘3월의 신부’ 김나운은 “그동안 도움을 준 많은 분들과 더없이 착한 신랑, 따뜻한 가족애를 보여준 시부모님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정말 예쁘게 잘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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