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제 시간에 맞출 게 아니라 그 친구 스케줄을 봐야 해서…. 그 친구 집이 워싱턴인데, 며칠 있어야 한국에 오거든요.”
결혼날짜를 잡았다는 소식을 듣고 연락을 했더니 그의 목소리에 행복감과 함께 신붓감을 자랑하고 싶은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며칠 후, 인터뷰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결혼식 이야기를 쏟아내는 두 사람은 행복감을 감추지 못했다.
“3월5일 서울 온누리교회에서 목사님의 주례로 결혼식을 올려요. 또 4월24일 처가가 있는 미국 워싱턴에서 한번 더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고요. 신혼여행도 두번이나 가게 생겼어요. 3월에는 간단하게 3박4일 정도 여행을 가고, 4월 미국에서 결혼식을 올린 후에는 유럽으로 한달간 배낭여행을 떠날 계획이에요. 이거, 돈이 두배로 들겠네(웃음).”
가수 겸 작곡가 강인원(44)이 결혼을 한다. 상대는 국내 항공사 스튜어디스 출신의 이수미씨(30). 언뜻 배우 성현아를 연상시키는 외모에 다소곳한 성격으로, 지난해 10월 ‘두번째’ 만남 이후 사랑을 키웠다.
“신혼살림은 경기도 구리시 덕소에 차릴 거예요. 제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인데, 살림살이야 모두 준비되어 있으니 몸만 들어오면 돼요. 중학생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이곳이 낯설 텐데, 결혼하면 한국에서 신혼을 보내고 싶다고 했더니 흔쾌히 찬성하더군요.”
첫 만남 1년 만에 다시 만나 ‘운명’ 예감
두 사람의 만남과 열애, 결혼에 이르는 과정은 한편의 영화처럼 극적이다. 자석에 끌리듯, 우연을 가장한 인연의 끈이 그들을 맺어준 것.
“처음 만난 것은 뉴욕행 비행기 안에서였어요. 지난 2002년 가을에 공연 때문에 뉴욕에 가던 중이었죠. 당시 스튜어디스였던 이 친구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했다고 할까요. 눈치채지 못하게 힐끔거리며 바라보았죠. 그러다 용기를 내서 말을 걸었어요.”
그렇다고 첫마디에 프러포즈를 한 것은 아니었다. “뉴욕의 어디 어디가 가볼 만한 곳이냐?”는 아주 의례적인 질문으로 시작한 것. 방송을 통해 본 익숙한 연예인이다 보니 이수미씨도 별다른 거부감 없이 말을 받아주었다고 한다.
“그렇게 이리저리 말을 돌리다가 ‘길 잃으면 전화할 테니 연락처 좀 달라’고 했죠. 이성에게 이런 식으로 ‘접근’한 것은 처음이었는데, 의외로 이 친구가 연락처를 거리낌없이 적어주더군요.”
옆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던 이씨가 팔꿈치로 슬쩍 치며 말을 잇는다.
“저도 그렇게 연락처를 적어준 적은 처음이에요. 그땐 이 사람이 제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줄도 몰랐어요. 그냥 평상시에 보던 연예인이니까 편하게 느껴졌을 뿐이죠. 그렇다고 연락처까지 적어줄 필요는 없었는데, 그땐 뭔가에 홀린 것 같아요.”
‘내 상처를 감싸준 그녀, 두 번의 운명적 만남에서 결혼까지 풀 스토리’
공항에서 헤어진 두 사람은 이후 그가 뉴욕에 있는 동안 전화 통화를 자주 했다고 한다. 그러나 뉴욕과 워싱턴이라는 거리, 각자 공연과 직장 때문에 만나지는 못했다고. 그땐 그렇게 스쳐 지나가는 만남처럼 보였던 두 사람의 인연은 정확히 1년 뒤 우연처럼 이어졌다.
“지난해 가을, 워싱턴에 있는 한인교회에서 찬양공연이 있었어요. 공연이 끝나고 그곳에서 공연기획일을 하고 있는 후배를 가이드로 앞세워 시내 구경을 했어요. 당시 결혼을 앞두고 있던 그 후배가 예비 신랑신부 친구들의 저녁모임이 있으니 함께 가자고 하더군요. 좀 늦게 도착했는데 후배의 신부 옆에 이 사람이 앉아 있었어요.”
그야말로 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서로를 보자마자 두 사람은 놀라움과 반가움에 동상처럼 얼어버렸고, 주위 사람들은 “두 사람 아는 사이야?” 하고 물어왔다.
“마음 한쪽을 빼앗겼다가 다시 찾은 기분이라고 할까요. ‘이건 인연이야!’ 하는 생각이 번쩍 들더군요. 다음날부터 일주일 내내 만나 영화도 보고 차도 마시며 데이트를 했죠. 처음엔 외모에 끌렸는데 함께 지내면서 소박하고 넉넉한 마음을 알게 됐어요.”
일주일 후 한국행 비행기를 타며 그는 이씨를 서울로 초대했다.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 대중가수, 이혼 경력이 있는 남자로서가 아닌,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정확히 2주일 후 이씨가 서울에 도착했다.
“1년 만에 다시 봤을 때 저도 ‘운명’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어요. 이후 이것저것 잘 챙겨주는 다정한 모습과 절 아껴주는 마음을 알게 됐죠. 특히 술 담배를 하지 않는 것도 좋았고요. 오빠가 정식으로 프러포즈하기 전에 이미 제 마음속에도 남편으로 자리잡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서울에서 열흘을 함께 보내며 두 사람은 결혼약속을 했다. 문제는 워싱턴에 있는 이씨의 부모님을 어떻게 설득하느냐. 이미 매스컴을 통해 그가 결혼에 한번 실패한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나이 차이가 좀 많다는 것을 아는 부모로서 쉽게 허락하지 않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이 친구가 워싱턴으로 가는 길에 제 프로필과 가장 젊게 나온 사진을 함께 들려 보냈어요. 가볍게 살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나이 차, 초혼 실패 딛고 행복하게 살 터
이씨는 공항에 마중나온 부모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결혼 이야기를 꺼냈다고 한다. 우선 한국사람과 결혼을 한다는 사실에 놀랐던 부모는 그 사람이 유명 연예인이라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랐다고.
“저희 두 사람의 나이 차이 때문에 처음엔 반대하셨어요. 게다가 한번 결혼에 실패했다는 말씀까지 드리니 표정이 어두워지시더군요. 하지만 늘 그랬듯이 부모님은 제 선택을 믿어주셨어요. 거의 매일 안부전화를 하는 오빠의 정성도 한몫했고요.”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열네살. 그러다 보니 웃지 못할 일도 많다. 강인원의 나이 많은 후배들이 이씨에게 ‘형수’라고 부르고 있는 것. 하지만 이것은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고 한다.
오는 3월 결혼하는 강인원·이수미 커플. 첫 만남에 이은 운명적인 두번째 만남, 열네살 나이 차이를 극복한 두 사람의 사랑은 한편의 영화 같다.
“이 친구에게 친오빠가 두명 있는데, 모두 저보다 한참 어려요. ‘형님’이라고 불러야 하는데 정말 어색하더군요. 그런데 어느 날 큰오빠와 술을 마시는데 ‘편하게 지냅시다’ 하더라고요. 자신도 좀 불편했겠죠. 그래서 금방 대답했어요. ‘그럴까’, 하하.”
신부 이씨에게도 호칭 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똥이다. 5남매의 막내인 강인원은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큰조카와 거의 형제처럼 자라왔다. 큰조카는 이씨와 ‘띠동갑’ 연상. 이씨는 “그래도 엄연히 내가 작은엄마니까 그렇게 대해야지” 하며 큰소리를 치지만 어쩐지 자신없어 보인다.
그는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게 돼 어머니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게 됐다”며 기뻐했다. 첫 결혼 실패 후 오랜 시간 혼자 지내온 막내아들 걱정에 늘 한숨을 쉬던 어머니는 결혼 이야기를 듣고서 너무나 좋아하셨다고.
결혼을 결정한 이후 그는 그동안 다소 주춤했던 음악활동을 본격적으로 재개했다. 새 음반을 내고, 공연 기획과 아울러 책도 한권 낼 예정이다.
“새 음반은 이미 다 만들어졌고 출시할 날만 기다리고 있어요. 제가 작곡해 민해경 김현식 권인하 등에게 준 히트곡을 모은 2장짜리 앨범인데, 이 친구에게 바치는 2곡의 신곡도 있어요. 또 가수들의 창법을 쉽게 풀어쓴 책도 낼 예정이에요. 일종의 실용가창법인데 제목만 정해지면 곧 출간될 것 같아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일. 6년전부터 술과 담배를 끊고 교회에 다니고 있다는 그는, 그곳에서 삶의 진지한 자세를 배웠다고 한다. 결혼에 대한 생각, 가정과 아내에 대한 소중함도 알게 됐다고.
“사실 이혼 후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러웠어요. 7년 만의 새출발인데 소중하게 생각하고, 정말 잘살 겁니다. 저보다 훨씬 어린 나이지만 생각이 깊고 따스한 이 친구에게도 잘할 겁니다.”
결혼을 약속하기 전 그는 이씨에게 한가지 ‘조건’을 제시했다고 한다. “꼭 딸을 낳아달라”가 그것. 이씨는 “딸 낳을 때까지 아이 낳겠다”고 약속했단다. ‘순결한 남편, 아내를 존중하는 남편’이 되겠다는 그와 ‘남편을 위해 기도하는 아내’가 되겠다는 이씨. 그들이 만들어갈 행복한 가정이 기대된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