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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부부, 가장 작고 귀여운 럭셔리가 된 이유

오한별 객원기자

2025. 07. 21

작고 복슬복슬한 인형 ‘라부부’가 요즘 대세로 떠올랐다.
사람들이 이토록 라부부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토끼처럼 커다란 귀에 큰 눈과 뾰족한 이빨을 가진 인형 ‘라부부(Labubu)’가 세계적으로 큰 인기다. 품절 대란은 물론 크림이나 당근 등 중고 플랫폼에서 리셀가도 치솟고 있는 분위기다. 라부부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가품도 기승을 부려 최근 ‘MZ 대통령’으로 불리는 가수 이영지의 경우 대만 뉴스에까지 등장했다. 그는 SNS를 통해 라부부 언박싱을 올렸는데, 곧 그것이 가품(일명 ‘짭부부’)이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졌고, 이 장면은 대만 TVBS 뉴스에 보도되며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다. 7월 9일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해 판매됐던 라부부 키 링 한정판은 30만 명이 사전 알림을 신청하고, 순식간에 완판될 만큼 큰 인기를 모았다. 

라부부는 홍콩 출신 일러스트레이터 카싱 룽(Kasing Lung)의 상상 속에서 태어난 장난기 많은 몬스터 캐릭터다. 2011년 중국인 최초로 벨기에 일러스트레이션 선발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며 주목을 받은 그는 이후 홍콩의 아트 토이 브랜드 ‘HOW2WORK’와 협업하며 본격적으로 그림 동화책과 피규어 작업을 시작했다. 2015년에는 북유럽 신화에서 영감을 받아 세 권의 그림책을 통해 요정과 몬스터가 공존하는 세계를 창조했는데, 이 이야기 속에서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캐릭터가 바로 라부부다.

라부부 작가카싱 룽. @kasinglung

라부부 작가카싱 룽. @kasinglung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닌 라부부는 겉모습은 개구쟁이 괴물 같지만, 사실은 남을 도와주고 싶어 하는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다. 종종 엉뚱한 상황을 만들어내고, 그런 ‘허당스러운’ 면이 많은 이의 공감을 자극했다. 2019년 카싱 룽은 중국 토이 브랜드 ‘팝마트’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라부부는 피규어 시리즈로 재탄생했다. 현재 하이라이트 시리즈, 나랑 놀자 시리즈, 마카롱 시리즈 등 다양한 시리즈가 판매되고 있으며, 인형 종류만 해도 300개가 넘는다. 가격은 단품 기준 약 2만 원대부터, 플러시 피규어나 세트 구성은 10만~20만 원대를 넘기도 한다. 특히 어떤 인형이 들어 있을지 알 수 없는 ‘블라인드 박스’ 전략이 소비자의 기대감과 수집욕을 자극하면서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극소량만 생산되는 ‘시크릿 에디션’은 뽑힐 확률이 1.39%에 불과해 리셀 시장에서 프리미엄이 붙었고, 라부부의 희소가치는 날로 높아졌다. 실제로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에 따르면 2025년 6월 라부부 거래액은 전월 대비 121%, 전년 동기 대비 7711% 급증했다. 정가 12만8000원이었던 ‘라부부×프로나운스’ 협업 에디션은 최고 130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라부부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팬덤까지 생겨났다. 팬들은 직접 만든 옷이나 액세서리로 라부부를 스타일링하고 그 과정을 SNS에 공유하며 자신만의 캐릭터 세계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꾸미는 재미, 희소성, 창의적 놀이 문화까지 결합된 라부부는 오늘날 컬렉터블 문화의 얼굴로 자리 잡았다.

라부부 열풍에 불을 지핀 데는 셀럽들의 자발적 바이럴도 있었다. 그 중심에는 블랙핑크 리사가 자리한다. 평소 라부부의 열렬한 팬임을 자처한 그녀는 SNS에 라부부 인형과 함께한 사진을 자주 올렸고, 잡지 ‘베니티 페어’ 인터뷰에서는 직접 라부부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후 리한나, 킴 카다시안, 두아 리파까지 라부부를 자신의 스타일에 접목하며 열풍에 힘을 더했다.



라부부 신드롬의 빛과 그림자 

하지만 이 같은 인기는 순수한 ‘팬심’이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부작용도 동반하고 있다. 미국, 영국, 한국 등 주요 도시의 팝마트 매장 앞에서는 밤샘 줄 서기와 몸싸움이 벌어지고, 경찰 출동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부 리셀러들은 제품을 독점하기 위해 매장 직원과 유착하거나, 중국에서는 밀수입을 시도하다 당국에 적발되기도 했다. SNS에서는 ‘라부부 헝거 게임’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고, 국내에서는 오픈런과 안전사고 우려로 인해 팝마트코리아가 라부부의 오프라인 판매를 전면 중단하기도 했다.

정상적인 구매가 어려워지고 투기성 소비가 만연해지자 ‘진짜 팬은 언제 사야 하냐’는 불만도 터져나왔다. 라부부는 이제 리셀러들의 주요 투자 상품이자 소유 자체가 하나의 ‘사회적 위신’이 된 셈이다. 일부 한정판은 정가의 수십 배에 거래되고 있으며, 중국 베이징 피닉스 아트센터에서 열린 경매에서는 131cm짜리 한정판 민트색 라부부 피겨가 무려 108만 위안(약 2억919 만 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라부부가 ‘플라스틱 마오타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마오타이’는 중국을 대표하는 고급 명주로, 고가에 거래되는 라부부에 대해 조롱 섞인 시선으로 붙인 이름이다. 그만큼 지금의 인기는 열광과 과열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다리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

또 다른 문제는 모조품이다. 인기가 치솟으면서 라부부의 짝퉁 제품도 빈번히 유통되고 있다. 누리꾼들 사이에 상자 외관의 인쇄 선명도, 정품 라벨의 QR코드가 팝마트 공식 홈페이지로 연결되는지 여부 등 진품 구별 팁이 공유되면서 ‘정품 인증’이 또 하나의 소비 체크리스트로 떠오르고 있다.

라부부 열풍이 남긴 질문은 명확하다. 이 작은 인형이 정말 그만한 가치를 지니는 걸까, 아니면 지금 이 순간 ‘갖고 있어야 할 무엇’으로 과잉 포장된 또 하나의 트렌드일 뿐일까. 라부부의 미래는 결국 이 유행을 소비하는 대중의 태도에 달려 있다.

#라부부 #키링 #블랙핑크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주피터 팝마트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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