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바른 키 성장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박성원 원장을 찾았다. 박 원장은 삼성서울병원 소아내분비분과 전임의를 지내고 삼성제일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거쳤다. 소아내분비 세부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면서 ‘키 성장’ 분야에 특화했다. 현재는 ‘삼성쑥쑥성장클리닉’에서 성장기 아이들의 주치의로 활약하고 있다. 박 원장 역시 본인의 아들과 딸의 성장기를 지켜본 엄마로서 부모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헤아리고 있었다.
박 원장은 “단순히 키가 크기만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가 자신의 성장 곡선을 잘 따라가고 있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키 성장, 이럴 땐 병원 꼭 가야”
아이의 ‘키 성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주로 어떤 고민으로 병원을 찾나요.과거에는 특정 질환으로 소아내분비과를 찾는 환자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아이가 잘 자라고 있는지 체크하고자 내원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아이가 또래 친구들보다 키가 작은 것 같아 걱정이라는 분들이 있는 반면, 키가 너무 큰 것 같아 염려하는 부모들도 있죠. 진료 현장에서 느끼는 키에 관한 관심은 날로 높아지고 있어요.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하는 경우는 어떤 때인가요.
키가 같은 성별과 연령 대비 3% 미만일 경우, 아이가 두 돌 이후부터 사춘기 때까지 1년에 5cm 이상 자라지 않는 경우 병원을 가보시는 게 좋습니다. 또 아이가 또래 친구들에 비해 머리 하나 정도가 작다고 느껴질 때, 1년 내내 같은 사이즈 옷을 입는다 싶으면 병원에 찾아가볼 필요가 있어요.
‘성장호르몬 주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는데, 어떤 경우에 이 치료를 추천하시나요.
결핍증, 터너증후군이나 다운증후군 같은 유전 질환이 있는 경우 성장호르몬 치료를 꼭 받아야 합니다. 또 만성신부전증 혹은 항암 치료 후 성장호르몬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 암이 완치되었다고 판단되면 성장호르몬 치료를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별다른 이유 없이 키가 성별과 연령 대비 3% 미만일 경우 성장호르몬 치료로 키 성장에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심리 상태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성장호르몬 주사 치료를 진행해야 합니다.
키 성장에 문제가 없더라도 키를 좀 더 키우고 싶은 마음에 주사를 맞는 경우도 많은데요.
요즘은 키 성장에 관심이 커지고 기준이 높아지면서 여아는 최종 신장이 165cm, 남아는 최종 신장이 180cm가 되길 원하는 경우가 있죠. 그래서 아이의 현재 키가 정상 범위임에도 치료를 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성장호르몬이 정상 범위일 경우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으면 부작용이 생길 확률이 더 높아요. 인슐린 저항성이 생겨 당이 올라가 고혈당이 올 수도 있고요. 갑상선 기능을 방해해 갑상선 기능 저하가 발생할 수도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키 성장에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성조숙증은 어떤 경우에 의심할 수 있나요.
성조숙증일 경우 키는 또래보다 크지만 성장이 일찍 멈추므로 최종 신장은 작을 수 있습니다. 성조숙증은 또래보다 갑자기 체중이 많이 증가하거나 사춘기 발현이 빠른 것 같을 때 의심해볼 수 있어요. 여아는 만 8세 이전에 가슴이 발달하고, 남아는 만 9세 이전에 고환이 4cc 이상 커지는 등의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이런 신체의 변화를 알아보기 힘들다면 머리 냄새가 달라진 것 같거나 얼굴에 피지 분비가 증가해 뾰루지가 올라왔을 경우 눈여겨보시는 게 좋아요.
성조숙증일 경우 어떤 치료를 하나요.
일단 성조숙증인지 꼼꼼하게 진단을 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성조숙증의 원인에 대한 검사가 필요할 수 있어요. 여아의 경우 95%가 질환이 아닌 특발성 성조숙증입니다. 하지만 남아는 50% 정도가 질환으로 발현됩니다. 따라서 부신 호르몬샘, 복부 종양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별다른 이유가 없는 특발성 성조숙증의 경우에만 주기적으로 주사 치료를 하면 됩니다.

“성장판 닫혀도 더 클 수 있어”
‘키 성장 진료’를 위해 좋은 병원을 고르는 팁이 있다면요.요즘 키 성장 클리닉이 무척 많아졌어요. 그런데 키는 연속적으로 크기 때문에, 전문성을 가지고 다양한 가능성을 꾸준히 모니터링해주는 선생님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게 좋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면서 소아내분비 질환에 대해 최소 2년 이상 더 공부해 소아내분비 세부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신 선생님이 있는 곳으로 가는 걸 추천해요. 대한소아내분비학회 온라인 사이트에 들어가면 소아내분비 세부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선생님들이 진료하는 병원이 표기된 지도를 볼 수 있어요.
성장판 검사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성장판은 성장기 뼈 끝부분에 존재하는 연골판이에요. 연골 조직 내 칼슘 성분이 뼈조직으로 생성되고 뼈가 성장하면서 서서히 닫히게 됩니다. 정상적으로 성장하는 경우 실제 만 나이와 뼈나이(골연령)가 거의 같거나 6개월 이내로 비슷합니다. 일반적으로 성장판이 가장 많은 손과 손목의 엑스레이 검사로 골연령을 확인합니다.
성장판 검사 결과가 병원별로 다르기도 해요.
골연령을 평가하는 방식은 성장판의 뼈 하나하나에 대해 점수를 낸 후 표준화해서 몇 살인지를 알아보는 방식과 AI로 평가하는 방식 등 다양합니다. 같은 손목 사진을 보더라도 자신의 주관이 더 들어갈 수도 있고요. 물론 전문가가 봤을 때 약간의 차이는 날 수 있지만 큰 차이는 나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전문 병원에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성장판을 몇 개월 간격으로 추적 관찰해보면서 통계를 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손목의 골연령이 반드시 전신의 골연령과 일치하나요.
손목의 골연령이 여아는 만 14세, 남아는 17세 정도 되면 성장판이 닫혔다고 표현합니다. 손목의 골연령으로 성장판이 닫혔다고 판단을 받아도 키가 더 자라는 일이 있어요. 손목과 척추의 골연령이 가끔 불일치할 때가 있습니다. 이 경우 척추 길이는 아직 성장할 가능성이 남아서 키가 더 클 수도 있습니다.

성장기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키 성장’은 가장 뜨거운 화두다.
“키 크는 환경, 이렇게 만들어 주세요”
키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과 환경의 비율이 어떻게 되나요.유전이 70~80% 정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부모님들께서 실망하시는데요. 그렇지만 20~30%의 환경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의 성장 속도가 연간 5cm는 되어야 하는데, 좋은 생활 습관으로 5.5cm 정도 자랐다면 최종 신장이 5cm쯤 차이가 날 수 있는 거죠. 성조숙증도 환경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비만 등을 예방해서 성조숙증이 오지 않게 해, 아이가 가지고 태어난 유전 키에서 손해 보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키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식습관 조성법이 있을까요.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이 중요합니다. ‘성장 최소율’의 법칙이 있습니다. 성장은 가장 적게 먹은 영양소의 양에 따라 좌우됩니다. 섭취한 최소 영양소의 양이 너무 적지 않게 신경 써야 하는 이유죠. 그러니까 단백질만 많이 먹는다고 해서 좋은 게 아니에요. 탄수화물, 단백질, 무기질, 지방 등 다양한 영양소를 균형적으로 섭취해야 잘 클 수 있습니다.
숙면도 키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들었습니다. 보통 오후 10시에서 오전 2시 사이에 자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하는데, 맞나요.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9시간 이상,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고등학생들은 8시간 이상 자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숙면’을 취하는 것입니다. 숙면할 때 성장호르몬이 자극돼 폭발적으로 나오거든요. 하루에 나오는 성장호르몬의 3분의 2가 잠잘 때 나와요. 어두운 밤에 자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몸에 햇볕이 들어오면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들고 이는 성장호르몬 분비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요. 생체적 리듬에 맞춰 숙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부하느라 일찍 자는 것이 쉽지 않은데요.
공부할 게 너무 많아서 수면 시간을 늘릴 수 없다면 자는 동안이라도 마음 편히 푹 자라고 조언합니다. ‘할 일이 너무 많은데 내일 어떡하지?’ 고민하지 말고 ‘나 오늘 수고했다’라고 생각을 바꿔보라고 말해요. 그렇게 평화로운 마음을 가지고 숙면하라고 권합니다.
그 외에도 어떤 노력을 하는 것이 좋나요.
적당히 운동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 3~4회, 회당 30~40분가량 유산소 운동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숨은 차지만 대화는 가능한 정도의 강도로 운동하는 것이 좋습니다. 농구, 수영, 태권도, 운동장에서 뛰기 등 어떤 종류의 운동도 상관없습니다. 또 키 성장에는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합니다. 따라서 운동이 스트레스가 되지 않도록 좋아하는 분야를 찾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키 성장에 관련된 영양제 종류도 무척 많은데요. 키 성장에 도움이 되는 영양제 성분이 따로 있을까요.
사실 자연적으로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인공물은 자연물에 비해 영양의 완성도가 확연히 떨어져요. 비타민 D는 성장에 꼭 필요한 영양소라, 아이들 건강을 위해 영양제를 딱 하나만 먹인다고 하면 저는 비타민 D를 추천드려요. 그 외에 아르기닌도 성장호르몬의 재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영양이 과하면 비만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성조숙증의 원인이 될 수 있기에 과하지 않게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키 성장에 걱정이 많은 부모님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아이가 키도 크고 외모도 뛰어났으면 하는 바람은 저를 포함한 모든 부모님의 공통적인 마음일 겁니다. 그런데 이보다 중요한 건 아이가 자신의 성장 패턴을 잘 유지하면서 건강하게 크는 것이거든요. 그러니 여자아이는 165cm, 남자아이는 180cm 이런 수치적 기준은 잠시 내려놓으시고 커야 하는 시기에 잘 크는지를 관심과 사랑으로 지켜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키성장 #키크는법 #박성원원장 #여성동아
사진 이상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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