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

하이브·SM·나이키·무신사···팝업스토어의 대부 리스페이스 여동인 대표

정세영 기자

2025. 07. 18

포화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닌 팝업스토어. 본래의 가치를 되돌리고 희소성을 높이기 위해선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팝업스토어의 대부, 리스페이스 여동인 대표에게 그 전략을 물었다.

팝업스토어 전성시대다. 서울 성수동과 한남동 등 핫 플레이스를 중심으로 주목받던 팝업스토어가 현재 백화점, 쇼핑몰 등 기성 유통 채널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에서 총 1713개의 팝업스토어가 열렸고, 성수동에서는 한 주 평균 40개의 행사가 운영됐다. 팝업스토어의 인기로 성수동 공간 및 건물 임대료가 몇 년 새 2~3배 오르는 등 부동산 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줬다.  

과거 팝업스토어는 신제품 홍보, 아카이브 세일 등의 성격이 짙었다. 그러다 2015년 전후로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자 오프라인만의 묘미를 지닌 팝업스토어가 서울 곳곳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엔데믹 이후 한정판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소비 성향과 직접적인 홍보를 모색하던 브랜드의 수요가 맞아떨어지며 호황기를 맞았다. 이에 특정 산업군이나 대기업 위주였던 행사가 스타트업, 스몰 브랜드, 인플루언서 등 다양한 주체로 확대되자 유통업계와 백화점 등은 팝업스토어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팝업스토어를 연다고 모두 성공하는 건 아니다. 거대 자금을 투입해도 참신한 콘셉트와 뾰족한 기획력 등이 동반되지 않으면 소비자 눈에 띌 수 없기 때문. 이에 브랜드들은 전문성을 갖춘 에이전시를 찾아 팝업스토어 개최를 위한 모든 것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추세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연간 50~60여 개의 팝업스토어와 전시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문화예술 에이전시 리스페이스가 화제다. SM엔터테인먼트, 하이브, 나이키, 디즈니플러스, 아식스, 무신사 등 메이저 브랜드들과의 협업으로 주목받았으며 기획, 운영, 시각디자인, 공간 연출을 인하우스로 직접 내부 인력이 담당하며 브랜드의 신뢰를 쌓았다. 또 경험 중심의 마케팅, 몰입형 공간 연출, 차별성을 갖춘 콘셉트로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친밀함 구축에 집중하며 대부분의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그 중심에는 여동인 대표가 있다. 기획부터 현장 지휘까지 리스페이스가 진행하는 모든 프로젝트에는 그의 손길이 묻어 있다. 여동인 대표를 만나 성공적인 팝업을 위한 조건과 공간기획자의 역할, 문화 공간의 방향성과 비전 등에 대해 물었다. 

팝업이 비전이 있다는 확신을 받은 계기가 있나요.  



처음에는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고 시장 규모가 나쁘지 않다고만 생각했어요. 그러다 코로나19 때 본격적으로 팝업 붐을 예상했죠. 당시 SNS가 이미지 위주로 활성화돼 있었고,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많은 사람이 오프라인 경험에 대한 소중함과 특별함을 인지하게 됐거든요. 이를 가장 잘 반영하는 행사가 팝업이었고요. 또 팝업은 짧은 시간에 강한 인상을 남기고 SNS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바이럴 마케팅이 돼요. 대중과의 직접적인 만남을 원하는 브랜드들이 주목할 수밖에 없는 구조죠. 소비자들의 경험 중심 소비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팝업은 더 이상 단순한 행사가 아닌 브랜딩 마케팅 전략의 핵심 도구가 될 거란 확신이 들었어요. 

기획, 접근 방법 등도 이전과 많이 달라졌나요.

팝업은 이제 문화가 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제품 홍보에 초점을 맞췄다면 요즘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알리고 대중의 공감을 사는 데 집중하거든요. 단순히 예쁜 공간 만들기를 넘어 브랜드의 가치나 메시지를 대중에게 오감으로 전달할 방법에 대해 고민하죠. 결국 팝업의 핵심은 브랜드의 경험이에요. 공간 연출부터 프로그램, 음악, 향기, 동선 심지어 조명까지 모두 브랜드의 톤 & 매너에 맞게 설계하거든요. 

팝업은 어떤 단계를 거쳐 완성되나요. 

일반적으로는 브랜드 미팅, 목적과 목표 정의 및 타깃 분석, 콘셉트·공간 제안, 디자인 및 콘텐츠 개발, 제작·감리, 현장 매뉴얼 작업, 시공, 운영, 철거, 피드백 순으로 진행돼요. 일관된 퀄리티를 유지하려면 이 모든 과정을 원스톱으로 진행해야 하죠. 이런 경우 기획과 디자인이 동시에 시작되기 때문에 시간과 효율 측면에서도 훨씬 유리하고요.

브랜드는 팝업 행사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나요.

브랜드는 제품 홍보뿐 아니라 견고한 브랜딩과 팬층 확보를 원해요. 특히 오프라인 경험을 통해 브랜드의 철학이나 무드를 더욱 감각적으로 전달하고자 하죠. 이를 직접 체험한 관객과 애착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브랜드의 핵심 목적이고요. 데이터 수집, PR, 커뮤니티 형성 등도 부수적인 기대 효과로 작용합니다.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기획의 차별성이 큰 편인가요. 

기획의 시작점은 늘 브랜드의 핵심 메시지를 해석하는 데 있어요. 타깃에 따라 직관적인 재미를 주거나 느낌 있는 공간을 만드는 등 그 방향성이 달라지죠. 팝업 행사를 제안받으면 먼저 브랜드의 니즈, 타깃, 제품 특성, 메시지를 분석해요. 이를 토대로 새로운 기획과 콘셉트,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공간, 콘텐츠, 동선까지 커스터마이징합니다. 공간기획자는 타깃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예산, 공간 등 수많은 요소를 고려한 뒤 제한된 조건을 창의적으로 풀어내는 역할을 하고요. 기획 단계에서는 단순히 유행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트렌드가 브랜드 메시지와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해석하는 과정이 중요해요. 팬덤 기반 마케팅이 트렌드라고 해서 굿즈를 나눠주거나 포토 존을 만드는 데 그치기보다 팬들이 브랜드 세계관 안에서 ‘함께 만들어가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처럼요. 관객의 참여 방식 자체가 브랜드 철학과 맞닿아 있어야 더욱 진정성을 가지고 다가갈 수 있거든요. 

트렌드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야겠네요. 

맞아요. 트렌드는 빠르게 바뀌고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높아지고 있어요. 이에 발맞추려면 단순히 유행을 따르기보다 트렌드가 생긴 이유와 출발점 등 그 맥락을 조목조목 파악해야 해요. 단순하게 트렌디한 요소만 넣으면 다른 팝업과 차별성이 없어지면서 고객들은 지루함을 느끼거든요. 팝업의 목적은 고객의 감각에 남는 경험을 선사하는 거예요. 그러기 위해선 브랜드 고유의 스토리를 중심으로, 현재 유행하고 있는 요소들을 곁들이는 식으로 트렌드를 활용해야 해요.

아식스,  BTS, 포켓몬 등 여동인 대표는 굵직한 브랜드의 팝업스토어를 진행했다.

아식스,  BTS, 포켓몬 등 여동인 대표는 굵직한 브랜드의 팝업스토어를 진행했다.

“브랜드 고유의 본질과 연결된 차별성 갖춰야”

팝업을 위한 영감과 인풋은 어떻게 얻나요. 

매주 다른 행사를 가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요. 직접 보고 경험하는 데서 얻는 것들이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동료들과 함께 국내외 사례를 꾸준히 리서치하고 아카이빙하는 것도 필수고요. 또 전시, 공연, 브랜드 행사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조사하고 디자인과 건축, 영상 등 타 분야의 레퍼런스를 습관적으로 찾아봅니다. 가장 중요한 건 이 모든 과정이 기획자는 물론 관객의 시선에서도 이뤄져야 한다는 거예요. 다양한 관점에서 얻은 영감을 추후 기획에 접목했을 때 완성도가 높아지거든요.

프로젝트의 성공 열쇠는 무엇인가요.  

단연 콘셉트입니다. 같은 장소에서도 콘셉트에 따라 천차만별의 행사가 이뤄지니까요. ‘이 브랜드가 이 시점에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가’라는 질문이 시작이에요. 답을 얻었다면 타깃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방향성과 맞물린 메시지를 도출하죠. 그 후에 그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시각 언어와 공간 디자인을 구축하고요. 콘셉트는 단순히 예쁜 테마를 만드는 게 아니에요. 브랜드의 본질과 연결돼야 깊이와 차별성이 생겨요. 

대부분의 행사는 성수동과 한남동에서 이루어지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성수와 한남은 일종의 문화 트렌드의 허브 같은 곳이에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새로운 브랜드와 경험에 대해 열려 있는 편입니다. 공유 확산의 속도도 빠르고요. 팝업은 결국 관객이 오고, 보고, 퍼뜨려야 성과가 나오는 콘텐츠예요. 때문에 성수, 한남의 파급력은 무시할 수 없죠. 다만 반드시 그곳에서 해야 성공한다는 건 위험한 생각이에요. 중요한 건 브랜드가 ‘어떤 목표로 누구에게 무엇을 전달할지’입니다. 어디서 하느냐는 그다음에 생각해도 충분해요. 

선물이나 게임처럼 물질적인 공급을 하지 않고도 모객할 방법이 있다면요. 

물질적인 리워드는 관객의 행동을 유도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어요. 하지만 많은 사람이 팝업을 경험하려면 브랜드 고유의 스토리가 담긴 신선한 콘셉트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물건을 받기 위해 움직이지 않아요. 오히려 ‘이게 뭐지?’ ‘들어가면 무엇이 있을까?’와 같은 직관적인 호기심을 자극해야 하죠. 일례로 보험회사의 팝업 행사를 진행한 적이 있어요. 처음에는 막막했어요. 선물, 이벤트 등 모객을 할 수 있는 소스가 전무했거든요. 이럴 땐 콘셉트로 밀고 나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팀원들과 오랫동안 고민하고 리서치해 ‘보험 없는 세상’이라는 주제를 잡았어요. 결과적으로 이 팝업은 대박이 났어요. 해당 주제가 사람들의 궁금증을 유발하며 많은 분이 행사장을 찾아주셨거든요. 선물 등 물질적 요소 없이 콘셉트만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은 거죠. 이를 계기로 프로젝트의 콘셉트와 본질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어요. 

성공하는 팝업의 공통점이 있다면요.

브랜드와 관객 모두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에요.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제시해 관객과 브랜드가 감정적 공감을 나누는 프로젝트죠. 이를 위해선 몇 가지 요소가 뒷받침돼야 해요. 먼저 정밀한 타깃 분석과 콘셉트, 공간의 일관된 톤 & 매너 그리고 동선과 체험 공간을 효율적으로 설계하는 스토리텔링 능력이 필요합니다. 현장에서의 안정적인 운영도 필수고요. 이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면 성공한 팝업이라고 볼 수 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팝업 행사가 있다면요.

얼마 전 진행한 싱글 몰트 위스키 브랜드 ‘글렌피딕’의 VVIP 초청 갈라 디너요. 기획부터 연출, 운영까지 저희가 전반을 총괄했거든요. 이 프로젝트는 브랜드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럭셔리 브랜드가 지닌 정체성과 가치를 공간에 녹여내는 방법에 대해 깊이 고민한 뒤 현실화했죠. 이를 통해 고객들에게 브랜드의 럭셔리한 가치를 효과적으로 각인시키고,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성과를 거뒀어요. 이 행사에 참석한 파라다이스 임원진이 저희의 기획력과 운영 능력 등을 높이 평가하면서 이후 ‘파라다이스 아트 나이트’ 프로젝트까지 맡게 됐고요.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고객에게 실제적인 ‘경험’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특히 기억에 남아요. 

구상 중인 프로젝트가 있나요.  

시기마다 흥미를 갖게 되는 축제나 행사의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요즘은 특히 지역 축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최근 여러 지역에서 새로운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고 문화적 확장 가능성 또한 매우 크다고 느끼거든요. 각 지역에 스며 있는 고유한 전통과 정서 속에는 역사적 이야기가 깊이 내재되어 있어요. 분단과 전쟁 그리고 급격한 산업화 과정을 거치며 잃어버린 문화도 적지 않고요. 지역 주민들과 함께 이러한 것들을 다시 조명하는 축제를 기획해보고 싶어요. 단순한 관광형 축제를 넘어 지역성과 현대성을 결합한 문화 플랫폼이 된다면 세계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K-컬처 축제도 가능할 것 같고요. 

메시지를 공간으로 풀어내는 ‘공간기획자’

팝업이 활발해지면서 공간기획자라는 직업이 주목받고 있어요. 체감하나요.

맞아요. 사이트에 입사 공고를 올리면 정말 많은 분이 지원하시거든요. 지원자가 약 2년 전에 비해 3배는 되는 것 같아요. 새로운 것을 기획하고 상상했던 것들을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끼는 이들이 많더라고요. 하지만 공간기획자는 정말 힘든 직업이에요. 단기 프로젝트의 경우 밤샘은 기본이고 밤낮없이 회의를 하는 등 체력적인 어려움이 상당하거든요. 또 브랜드나 주최 측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공간’이라는 매체로 풀어내야 하기에 기획자와 공간디자이너의 능력을 어느 정도씩은 갖추고 있어야 해요. 공간 안에서 관객이 어떤 경험과 행동을 할지까지 디자인해야 하고요. 단순히 ‘어떻게 예쁘게 만들까’가 아닌 그 이상을 설계해야 하죠. 

공간기획자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준비하거나 공부해야 할 영역이 있다면요.

주변을 항상 주의 깊게 살펴보면서 트렌드,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캐치해내는 연습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디자인 툴을 다룰 줄 아는 것도 좋지만 결국은 ‘기획력’이 핵심이거든요. 또 다양한 콘텐츠와 전시를 경험해보는 걸 추천합니다. 기획서나 제안서를 자주 써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되고요. 공간기획자는 공간에 대한 감각은 물론이고 마케팅, 브랜드 전략, 소비자 행동 등에 관한 전반적인 사고력이 필요하거든요.

팝업이 앞으로는 어떤 형태로 변화할까요.

양극화가 이뤄질 것 같아요. 비용을 전제로 효율성을 중시하는 방향과 큰 투자를 통해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요. 형태에 따라 장소, 구현 방식 등의 변화도 있을 것 같아요. 지금처럼 공간 자체와 콘텐츠에 집중하는 방식은 계속될 거라고 예상합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팝업은 변화할 거예요. 그렇기에 고민도 많지만 한편으론 즐겁기도 해요. 저희가 앞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만나게 될지, 변화에 맞춘 기획을 어느 정도 실현할 수 있을지, 소비자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내심 기대가 되거든요. 

팝업 열풍은 앞으로도 계속될까요.

물론이죠. 하지만 형태와 방법은 지속적으로 변할 거라 생각해요. 팝업이 활성화되던 초창기와 현재는 스타일이나 구현 방법 등이 다르거든요. 지금은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가 복잡해졌어요. 또 ‘경험’이 중요한 시대가 됐죠. 이에 팝업은 브랜드가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최적의 포맷이에요. 단순히 제품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 철학을 감각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무대나 다름없거든요. 앞으로도 더 다양하고 창의적인 형태로 확장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팝업 #팝업스토어 #공간기획자 #리스페이스 #여성동아

사진 조영철 기자 사진제공 리스페이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