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의 안무가 매튜 본이 재창조한 발레 ‘백조의 호수’. 왕자와 남성 백조의 복잡한 감정선에 집중한 작품이다(왼쪽). 컬럼비아 크레스트 H3 카베르네 소비뇽 .
미국 와인 등급(AVA·American Viticultural Area)은 지리적 특성을 기반으로 분류되며 총 4개 등급이 있다. 컬럼비아 크레스트 H3는 두 번째 등급으로, 묵히지 않고 바로 마시는 유형의 와인이다. 컬럼비아는 나파 밸리에 버금가는 품질로 과실의 풍미가 좋다. H3는 카베르네 소비뇽 94%, 메를로 5%, 기타 1%로 블렌딩됐다. 프랑스산 오크 배럴에서 숙성하고 보르도, 부르고뉴 전통 방식으로 양조하기 때문에 유럽 와인의 매력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카베르네 소비뇽은 대표적인 적포도 품종 중 하나다. 프랑스 보르도의 메독(Medoc)이 원산지로 카베르네 프랑과 소비뇽 블랑의 교배종이다. 카베르네 소비뇽은 포도의 왕으로 불릴 만큼 현재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재배되는 품종이다. 프랑스 와인 투어 당시 카베르네 소비뇽을 직접 본 적이 있는데, 포도알이 보통 캠벨포도와 비교해 4분의 1 정도로 작았다. 메를로는 카베르네 소비뇽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물기가 많고 단맛이 더 강하다. 게다가 순하고 향긋하며 빨리 숙성되는 특성이 있어 종종 거친 포도 품종과 혼합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H3는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를 섞어 부드럽고 원만한 맛을 낸다. 컬럼비아 크레스트 H3 라벨 전체에는 새의 깃털이 그려져 있다. 라벨을 보자마자 영국의 안무가 매튜 본(Matthew Bourne)이 재창조한 발레 ‘백조의 호수’가 떠올랐다. 1995년 11월, 영국 새들러스 웰스 극장에서 초연한 이래 30년간 전 세계의 사랑을 받았다. 수많은 수상과 함께 영국 웨스트엔드와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최장기 공연된 발레로 지금도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라벨 속 깃털과 매튜 본이 탄생시킨 ‘발레리노 백조’
1877년 초연된 고전발레 ‘백조의 호수’는 발레의 상징과 같은 작품이자 발레리나들에겐 꿈의 무대이기도 하다. 그러나 매튜 본은 과감하게 발레리나 대신 발레리노 백조를 탄생시켰고 이 작품의 성공으로 2016년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까지 받았다. 매튜 본은 백조의 이미지를 구상할 때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실제로 백조는 가냘픈 새라기보다 힘이 있고 역동적인 새”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가 만든 남성 백조들은 깃털이 촘촘하게 박힌, 무릎까지 오는 길이의 바지를 입는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 마지막 장면에서 스물다섯 살의 빌리가 무대 위로 날아오르는데, 이는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를 인용한 것이다. 1대 백조 발레리노 아담 쿠퍼가 그 주인공이다. 매튜 본은 지그프리드 왕자와 오데트 공주의 사랑이라는 고전적인 구조를 벗어던지고, 왕자와 남성 백조와의 복잡한 감정선에 집중하며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30주년 기념 공연으로 내한하는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는 깃털 바지에 근육질의 상체를 드러내는 관능미와 강인함의 차세대 남성 백조로 이어오고 있다. 컬럼비아 크레스트 H3 라벨을 하얗게 뒤덮고 있는 깃털은 마치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 생동감이 느껴진다. 예술과 미식이 서로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것처럼, 이 와인의 풍미가 더욱 깊고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와인과춤 #매튜본 #여성동아
사진제공 이찬주 LG아트센터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