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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용감한 여행자 ‘꽃언니’의 세계일주

이나래 프리랜서 기자

2023. 03. 11

잘 웃고, 잘 걷고, 잘 먹는다. 뺨을 맞아도 깔깔 웃는다(마사지 이야기다). 들으면 기분 좋아지는 ‘솔’ 음으로 만나는 사람마다 십년지기라도 되는 듯 살갑게 대하는 여행 유튜버 ‘꽃언니’는 보기만 해도 텐션이 쭉쭉 올라간다.

유튜브 콘텐츠에도 대세가 있다. 먹방이 보증수표라면, 여행은 떠오르는 신흥 강자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대리만족을 위해 여행 콘텐츠를 봤다면, 요즘은 목적이 예행연습 겸 정보수집으로 바뀌었다. 자연스럽게 여행 콘텐츠 크리에이터에 대한 관심도 급상승하고 있다. 여행 콘텐츠 크리에이터 ‘꽃언니’(본명 이꽃송이)는 경쾌한 웃음소리와 긍정적인 에너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나타나는 ‘진실의 미간’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서른한 살에 처음 여행을 시작해 8년이 넘는 시간 동안 75개국의 국경을 넘었다. 필수품은 배낭 그리고 용기. 사랑하는 여행지에 대해 잘못 알려진 정보를 바로잡고 싶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5년 가까이 우직하게 자신의 여행담을 중계하고 있다. MSG를 곁들이지 않은 유기농 영상이 주를 이루는 그의 채널에는 ‘낭만’도 충만하다. 채널S ‘다시 갈 지도’에 출연하면서 점점 인기가 오르고 있는 꽃언니를 출국 반나절 전에 가까스로 만났다.

진실의 미간으로 시청자 사로잡다

꽃언니의 진가를 널리 알린 채널 S의 ‘다시 갈 지도’ 출연 장면.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찌푸려지는 ‘진실의 미간’이 꽃언니의 인기 요인이다.

꽃언니의 진가를 널리 알린 채널 S의 ‘다시 갈 지도’ 출연 장면.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찌푸려지는 ‘진실의 미간’이 꽃언니의 인기 요인이다.

스튜디오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온 꽃언니의 어깨에는 과장을 좀 보태 산더미만 한 배낭이 걸려 있었다. 촬영을 위해 평소 가지고 다니는 여행용품을 가져와달라는 요청을 하긴 했지만, 저 정도면 오는 길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 내심 미안할 정도.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힘든 내색 하나 없이 “안녕하세요~ 꽃언니입니다~ 만나게 되어서 반갑습니다~”를 외쳤다. 계이름 ‘솔’에 샤프(#)까지 덧붙인 경쾌한 목소리였다. 스튜디오 안에 있던 모든 이가 처음엔 깜짝 놀랐지만 이내 웃음꽃이 절로 폈다. 등장만으로도 공간의 에너지를 비타민 계열로 바꿔놓은 마력의 소유자 아닌가.

배낭이 무겁지 않으세요.

내일 오전에 바로 출국이라서요. 인터뷰를 마치고 지인에게 빌려주었던 촬영용 드론을 찾으러 갔다가 그곳에서 바로 공항으로 갈 계획이라 여행용 짐을 모두 들고 왔어요(웃음). 촬영 소품으로도 쓰고요.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일본으로 가요. 개인 일정과 채널S ‘다시 갈 지도’ 촬영을 겸해서요.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고, 제작진과 신뢰가 형성되어서 꾸준히 협업하고 있어요. 3월쯤 방송될 분량을 찍기로 했어요.



덕분에 팬들이 쭉쭉 늘고 있잖아요.

하하하, ‘진실의 미간’이라는 별명도 얻었고요. 사실 방송에 나가기 전에는 제 여행에서 음식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았어요. 가난한 여행자였거든요. 굶고 다닌 적이 정말 많았어요. 그런데 방송에서 먹는 음식은 정말 모두 새롭고 맛있어요. 진심으로 감탄하면서 먹으니까 자연스럽게 미간이 찡그려지는 진실의 미간이 나오더라고요. 시청자들께서 그걸 좋아하시는 것 같고요. 의도도 과장도 없이, 그야말로 제가 그 순간에 여행을 얼마나 즐기고 있는지에 공감해주시는 게 감사해요. 저로선 정말 큰 행운이죠.

방송을 위한 여행과 카메라가 없는 여행은 좀 다르지 않을까요.

차이가 많죠. 저는 잘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를 선호해요. 하지만 방송을 위해 떠나는 여행에서는 아무래도 어느 정도 알려진 여행지나 흔히 관광 스폿이라고 불리는 유명한 장소와 음식을 다루게 되죠. 시청자 대신 여행하면서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책임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게 의외로 매력적이더라고요. 제가 모르던 혹은 배제하던 방식의 여행에도 즐거움이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줬어요. 방송이 아니라면 입에 대지 않았을 것 같은 향신료의 매력도 새삼 깨닫게 됐고, 여행에서 미식이 주는 기쁨을 느끼고 있어요. 솔직히 말하면 방송 덕분에 맛있는 걸 많이 먹고 좀 더 좋은 숙소에서 자는 게 행복해요. 하하하.

김신영 씨와 함께 태국에도 다녀오셨잖아요.

태국이 우기라 여행하기에는 좋지 않은 시기였어요. 그렇지만 동행인이 있는 여행의 즐거움을 알게 됐죠. 혼자 여행하다 보면 아쉬운 게, 그림같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거나 무릎을 탁 칠 만큼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예요. 그때의 신나고 벅차는 감정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마음은 다들 이해하실 거예요. 그런데 신영 언니와 함께 떠난 여행에서는 모든 걸 공유할 수 있었죠. 카메라가 꺼진 후에는 새벽까지 수다를 떨기도 했고요. 참 좋았어요.

방송 출연 섭외는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다른 크리에이터가 추천했다고 들었어요. 방송에 잘 맞을 것 같은 사람이라고 했대요. 저 스스로는 방송에 걸맞은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 촬영하면서도 긴가민가했고요. 그런데 초반부터 그야말로 터졌어요. 시청자 반응이 좋으니까 무척 기쁘더라고요. 아무래도 잘 먹고 잘 웃어서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MSG 없이 심심한 맛의 유튜버

꽃언니의 최애 여행지는 남미와 아프리카다.

꽃언니의 최애 여행지는 남미와 아프리카다.

잘 웃어서 인기인 것 같다는 꽃언니의 추측에는 한 치의 의심도 들지 않았다. 소설 속 의성어처럼 ‘하하하하하하하’라는 정직한 발음으로 크게 웃는 모습은 만화 속 명랑한 캐릭터를 연상시켰다. 사진 촬영을 위해 선 카메라 앞에서도 먼저 포즈를 제안하고, 얼굴을 하회탈처럼 찌그러트리며 크게 웃었다. 행동 하나하나에 열심과 진심이 느껴졌다. 꾸미거나 연기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도 이내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여행도, 유튜브나 방송도 과장하거나 계산하지 않고 그저 우직하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나가고 있으리라는 것 역시.

카메라 앞에 서기 전에도 이미 여행자였잖아요.

그렇죠. 방송에 출연하기 전에 이미 유튜브를 하고 있었고, 유튜브 채널을 열기 전부터도 여행하고 있었으니까요. 여행 유튜버는 여행과 유튜브를 조합한 말이잖아요. 여행을 하는 유튜버가 있고 유튜브를 하는 여행자가 있다면, 저는 유튜브를 하는 여행자 쪽이죠.

그 둘 사이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출장과 여행 정도의 차이라고 설명하면 어떨까요? 결과물이 꼭 나와야 하는 거랑, 좋은 결과물이 나와서 공유하는 건 근본적으로 다르잖아요.

채널 운영의 목적이 다르다는 거겠죠.

제가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이와 맞닿아 있거든요. 유튜브에서 본격적으로 여행 콘텐츠가 뜨고, 여행 유튜버들이 생기던 무렵에 가장 핫한 여행지가 인도였어요. 그런데 콘텐츠가 모두 다 ‘무섭다’ ‘불편하다’ 같은 부정적인 뉘앙스였거든요. 소위 말하는 ‘어그로 끌기’였죠. 제 경험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거든요. 좋은 여행지가 나쁜 이미지를 갖게 되는 게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여자 혼자 여행해도 괜찮은 나라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유튜브 채널을 열었어요. 자극적이지 않은 여행, 어렵거나 무섭지 않고 과장되지 않은 콘텐츠를 보여주겠다고 자신만만했달까요. 하하하하하.

마냥 행복해 보이는 여행 유튜버도 어려움이 많겠네요.

많은 분께서 여행도 하고 돈도 벌어서 참 좋겠다고 말씀하세요. 그런데 실제로는 여행을 업으로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삶의 만족도는 크지만 안정감은 적거든요. 특히 경제적인 부분이요. 구독자가 많은 분은 수천만 원대의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는데, 저는 아니에요. 제 유튜브 채널 운영 수익은 그냥 학생들 한 달 용돈 정도예요.

전업 여행자로 살아가기 위해 여행지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일도 흔하다.

전업 여행자로 살아가기 위해 여행지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일도 흔하다.

그럼 경제적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세요.

우선 한국에 들어오면 무조건 단기 아르바이트를 해요. 다음 여행을 떠날 자금을 모아야 하니까요. 해외에서도 나름대로 경제활동을 하고요. 프리랜서로 글을 쓰고 사진 찍는 일은 외국에서도 할 수 있거든요. 직접 찍은 사진을 인화해 현지에서 판매하기도 하고요. 여행지에서 한 번쯤은 보셨을 거예요. 길에서 돗자리 위에 사진을 쫙 펼쳐놓고 파는 거죠. 비싼 값을 받는 건 아니지만 숙박비나 식비 같은 현지 체류 비용을 조달할 정도는 벌 수 있거든요. 이건 카메라에 비치지 않는, 전업 여행자의 실생활이죠.

유튜브가 더 흥하면 좋겠네요.

구독자들께서 오히려 더 걱정을 많이 해주세요. 후원해주시는 분들도 있고요. 사실 저도 구독자가 늘면 기쁘죠. 그런데 제가 기존에 여행하던 방식과 대중이 좋아하는 여행 사이에 괴리감이 좀 있다 보니 내적 갈등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에요. 일주일에 두세 편 정도는 꾸준히 업로드해야 채널 운영에 도움이 되는데, 해외에서는 그것도 참 큰일이에요. 업로드에만 꼬박 이틀, 사흘씩 걸리는 경우가 흔하죠.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5년 동안 꾸준히 유튜브를 해왔다는 데에 보람을 느껴요. 앞으로도 어려움을 잘 이겨내면서 제 여행을 좋아해주시는 분들께 멋진 곳을 보여드리고 더 많은 분과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너무 곤란한 질문인데요. 나라로 한정하기는 어렵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단언컨대 남미, 그다음은 아프리카입니다. 두 대륙은 무척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어요. 우선 사람들이 정말 순수하고 정이 많아요. 여행자에게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들이 살고 있답니다. 남미에서는 온몸으로 자연을 느낄 수 있어요. 산, 바다, 사막, 강… 어느 하나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죠. 아프리카의 하늘은 사진이나 영상으로 진면목을 담을 수 없을 만큼 눈부시고요. 이런 매력을 더 널리 알리고 싶어서 남미, 아프리카 여행 프로그램의 인솔자를 맡은 적이 있었을 정도예요.

꽃언니 투어도 진행한다면서요.

패키지여행은 공장에서 찍어낸 것 같잖아요. 제가 직접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나누고 싶어서 종종 개인 투어를 열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나라만 선택해서, 제 경험을 토대로 골라낸 여행 큐레이션 프로그램이에요. 지난 연말에는 케냐 투어를 진행했어요. 이런 개인 투어를 신청할 정도면 정말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고, 대체로 소규모로 진행하다 보니 함께 모여 노는 분위기가 형성되죠. 올해에도 태국 송끄란 축제 시즌과, 남미 여행에 적격인 연말에 맞춰 투어를 열어볼 생각이에요.

여행은 온전히 나로 사는 방법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영혼처럼 보이지만, 꽃언니는 모범생에 가까운 10대와 20대를 보냈다. 고등학생 시절까지는 공부에 바쁜 평범한 학생이었다. 대학 입학 후에는 돈이 있어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학비부터 주거비까지 스스로 해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든 생각이었다. 그래서 주중, 주말 할 것 없이 직장과 아르바이트를 오가면서 돈을 번 그는 어느 순간 ‘번아웃’을 경험하고 만다. ‘이제 돈은 그만 벌고 쉬고 싶다’는 마음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살기 위해 어딘가로 떠나야 했던 꽃언니. 그는 그렇게 전업 여행자가 됐다.

인터넷이 느린 여행지를 선호하시는 것 같아요.

하하하하하, 인프라가 잘되어 있는 곳보단 거의 알려지지 않고 난도가 높은 곳을 가야 조금 더 모험심이 발동하는 건 사실이에요. 검색량이 적고 정보가 없는 곳을 선호하고요. 느낌이 있고, 호기심이 발동하는 곳을 찾아가면 항상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더라고요.

여행하면서 어려운 점도 많았을 것 같아요..

죽음에도 초연해질 만한 경험을 많이 하긴 했어요. 베네수엘라에서는 입국하자마자 배낭을 강도에게 빼앗겨 한 달 동안 아무것도 없이 여행을 강행한 적이 있어요. 대안이 없으니까 그냥 여행을 이어간 거죠. 작은 산골 마을을 향해 가는 도중 컨디션 난조로 쓰러질 뻔한 위기도 있었어요. 열은 펄펄 끓고 계속 토하고 설사하고, 딱 죽겠더라고요. 없는 힘을 끌어모아 돗자리에 살려달라는 말을 써서 들고 있다가, 차를 얻어 타자마자 기절했던 일도 기억에 남아요. 아, 사진을 찍겠다고 맹수가 사는 산에 올랐다가 길을 잃었던 적도 있어요.

이렇게 파란만장한데도 여행을 이어가는 이유는 뭘까요.

제게 여행은 온전히 나로 살아가는 방법이거든요. 여행을 떠나기 전의 저는 아주 평범한, 일과 돈이 전부인 사람이었어요. 되돌아보니 행복하지 않았더라고요. 그런데 여행을 통해서 내 결정에 따라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오늘 행복하지 않은데 내일 행복할 수 있을까요? 지금 이 순간을 충실하게, 잘 즐기면서 살다 보면 행복해지는 게 오히려 맞죠. 용기를 내서 여행을 떠난 덕분에 지금의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됐고, 사소한 일에도 크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됐어요. 하하.

꽃언니가 가장 행복해질 수 있는 다음 여행지는 어디일까요.

여행지를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마흔 살이 되기 전에 한 번 더 제 한계를 끌어올리는 곳으로 가보고 싶어요. 텐트 하나 들고 배낭 하나 메고 광활한 자연을 누빌 수 있는 곳이면 좋겠죠. 아마도 서아프리카 정도가 아닐까 싶어요. 좀 더 길게 생각해보면 예순까지는 지치지 않고 여행하는 게 목표예요. 남편과 함께 아기를 목말 태워 여행할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도 가끔 하고요.

다시 태어나도 여행자가 될 것 같나요.

당연히. 오히려 더 빨리 떠나고 싶어요. 유럽에서는 열일곱, 열여덟 살짜리도 배낭 하나 둘러메고 여행을 오더라고요. 부모님이 혼자 가보라고 했대요. 이런 친구들은 너무 자유로워요. 아름다운 폭포 앞에서 거침없이 뛰어들죠. 한국 사람들은 그런 거 잘 못 하거든요. 눈치도 보고, 갈아입을 옷 걱정도 하고. 그런데 이렇게 걱정 많은 삶은 행복하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행복해지는 것도 방법을 알아야 하고, 연습도 해야 하죠. 내가 언제 행복을 느끼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끊임없이 탐구해야 해요. 삶의 마지막 순간이 되면 주마등처럼 인생이 촤르르 스쳐 지나간다고 하잖아요. 그 순간에 후회가 없기를 바라요.

#꽃언니 #셰계여행 #진실의미간 #여성동아

사진 지호영 기자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채널S 꽃언니 유튜브 ‘Travelerflower’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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