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 우리는 살이 잘 찌는 최적화된 환경에서 살고 있다. 핸드폰 앱을 켜고 손가락만 몇 번 움직이면 고지방, 고탄수화물 음식이 집 앞까지 배달된다. 이에 초가공식품을 간편하게 섭취하며 달고 기름진 음식에 대한 갈망을 즉각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다.
앉아 있는 시간은 늘어나고, 동적인 활동이 급격히 줄어든 점도 문제다. 활동량이 감소하면 근육은 점점 줄고 체지방은 늘어난다. 불안감에 온갖 다이어트를 해도 실패하기 십상이고, 오히려 요요 현상을 경험할 확률이 높아진다. 우창윤 전문의는 “과체중의 상당 부분은 건강을 해치는 사회적·환경적 요인과 구조화된 생활 패턴으로 인한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비만은 개인의 게으름이나 식탐의 문제가 아닌, 현대 환경이 만들어낸 질환에 가깝다는 것이다. 우창윤 전문의는 “다이어트의 핵심은 수면, 식생활, 활동량 등 여러 영역을 조정하는 대사 회복”에 있다며 ”이 시스템을 잘 갖춰놓으면 누구나 살찌지 않는 몸으로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우창윤 전문의는 구독자 142만 명, 누적 조회수 4억5000만 회를 기록한 의학 콘텐츠 채널 ‘닥터프렌즈’를 통해 각종 의학 정보를 전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통합내과 교수 출신이다. 현재 비만·대사 질환을 중심으로 진료하는 윔클리닉을 운영하며 강연, 방송 등 각종 콘텐츠를 통해 진정한 웰니스를 위한 대사 유연성 회복의 가치를 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평생 가볍게 살아가는 4주 회복 프로젝트를 담은 도서 ‘살찌지 않는 몸’을 펴내 화제가 됐다.

우창윤 전문의는 식단을 설계하는 포인트로 포만감, 혈당 조절, 식단의 구조화를 꼽았다.
“근육이 깨어 있어야 살이 빠집니다”
첫 책의 주제를 ‘대사 회복’으로 설정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제가 진료실에서 수많은 환자를 만나며 느낀 건, 현대인이 살찌는 이유는 단순한 칼로리 과잉 때문이 아니라는 거예요. 몸이 에너지를 처리하는 방식 자체가 망가져 있어서죠. 수면 부족, 만성 스트레스, 활동 감소, 초가공식품 그리고 음식을 통한 보상 심리까지. 이 모든 것이 쌓이면서 몸의 대사는 점점 흐트러지게 됩니다. 그래서 살이 찌지 않고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사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어요.
대사에 문제가 생기면 몸은 어떤 신호를 보내나요.
이유 없이 피곤하거나 단 음식이 계속 당기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요. 또 식후 졸림이 심해지고, 배만 나오고 팔다리는 가늘어지는 현상도 대사 문제의 신호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이는 단순한 컨디션 난조가 아니에요. 대사와 호르몬 시스템이 어긋나기 시작했다는 신호죠. 문제는 이와 같은 반응을 대부분이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는 점이고요.
현대인이 대사 질환을 겪는 가장 큰 이유가 있다면요.
근육이 깨어 있는 시간이 지나치게 짧기 때문이에요. 저는 현대인의 건강이 운동에 달렸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운동을 제외한 ‘일상 활동’에 중점을 두죠. 일상 활동이 줄어들면 근육이 하루 종일 거의 꺼져 있는 상태가 되면서 각종 대사 질환을 유발하거든요. 근육은 단순히 힘을 쓰는 기관이 아닌, 혈당을 처리하고 지방을 태우는 대사 기관입니다. 더불어 몸의 대사 활동과 뇌의 건강을 위한 각종 호르몬을 분비하는 역할도 하고요. 그런데 만약 근육을 사용하지 않으면 우리 몸은 어떻게 될까요? 대사 엔진이 꺼진 상태가 유지되면서 혈당 처리 능력이 감소하고, 식후 고혈당이 발생하게 됩니다. 고혈당은 우리 몸의 세포들에서 활성산소를 만들어 노화를 촉진하고요.
고혈당이 반복되면 어떤 현상이 발생하나요.
췌장의 인슐린을 과다 분비해 췌장을 지치게 하고, 몸의 각종 세포에 인슐린 저항성(여러 원인에 의해 췌장에서 분비된 인슐린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태)을 만들어내요. 그 결과 체중의 기준점과 공복 혈당이 상승하면서 심하면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까지 유발하고요. 또한 식후 올라가는 혈당은 항상 지방으로 저장되면서 지방간이 생기고, 지방을 몸 전체로 저장하는 확률도 높아집니다. 대사가 이미 망가지기 시작한 분들은 식후 높아진 혈당이 뱃살, 즉 내장지방으로 저장될 가능성도 크고요. 결과적으로 현대인의 비만과 내장지방, 만성염증은 근육이 작동하지 않는 상태가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겁니다.
근육을 깨울 방법도 있나요.
대부분이 거창한 운동을 먼저 떠올리는데, 저는 많은 근육을 깨우는 생활을 하라고 말씀드려요. 이를 NEAT(Non-Exercise Activity Thermogenesis)라고 칭합니다. 걷기, 서 있기, 계단 오르기, 청소 등 짧게라도 몸을 움직이는 습관을 뜻하죠. 저는 NEAT를 단순히 칼로리를 소모하는 행동으로 보지 않아요. 근육이라는 대사 기관의 전원을 켜는 스위치라고 생각하죠. 대부분의 현대인이 지닌 근육은 ‘잠든 상태’가 돼버렸어요. 이는 단순히 활동량 감소 수준이 아닌, 몸 전체의 대사 흐름이 꺼진 상태에 가까워요. 근육을 깨우는 일은 특별한 게 아니에요. 식후 15~20분 산책하기,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기,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하기, 집안일을 활동의 기회로 삼기, 1시간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하기 등과 같은 사소한 움직임만으로도 충분합니다.
NEAT를 실행할 때 꼭 지켜야 할 점이 있다면요.
자주 움직이는 거요. 간혹 “한 번에 많이 움직이면 되지 않냐”고 묻는 분들이 있어요. 이는 정말 잘못된 방법이에요. 처음부터 너무 큰 운동을 하면 몸과 마음에 부담을 느끼게 되거든요. 실제 연구에서,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가 일상 속 움직임이 많다는 점이었어요. 앞서 말씀드린 작은 움직임은 부담이 적고, 지속 가능하며, 무엇보다 몸의 기본 리듬을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근육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몸은 어떤 변화가 일어나나요.
혈당이 근육 쪽으로 더 잘 들어가게 돼요. 원래 혈당은 세포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인슐린의 도움을 받아요. 하지만 근육이 움직이면 GLUT4라는 포도당 수송 경로가 활성화되면서 혈당이 근육으로 직접 흡수되죠. 이로 인해 혈당은 덜 치솟고, 인슐린 부담이 줄며, 남은 에너지가 지방으로 저장될 가능성도 낮아집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AMPK(AMP-activated protein kinase·세포의 에너지 상태를 감지하는 대사 센서)예요. 저는 이걸 환자분들에게 “대사를 살리는 스위치”라고 설명해요. NEAT 같은 작은 움직임으로 AMPK 스위치가 켜지면 지방을 태우는 방향으로 대사의 흐름이 바뀌고, 미토콘드리아(포도당과 같은 영양분을 이용해 세포가 쓸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드는 세포 내 소기관) 기능도 좋아지며, 인슐린 감수성(세포가 인슐린에 효율적으로 반응해 혈액의 포도당을 흡수하는 능력)도 개선됩니다. 즉, 몸이 ‘저장 중심 모드’에서 ‘사용 중심 모드’로 옮겨가는 거죠.
살찌지 않는 몸은 결국 타고나는 거 아닌가요.
저는 그 본질이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살찌지 않는 몸은 단순히 마른 몸이 아니에요. 식후 근육이 포도당을 적절히 사용해 혈당을 잘 조절하고, 지방 저장이 적으며, 공복 또는 활동 중에 저장된 지방을 잘 꺼내 쓸 수 있는 몸을 뜻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처럼 대사 순환이 활발해지면 자연스럽게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로 변하게 되고요.

“망가진 대사를 되돌리는 4주 식단”
책에서 “체중보다 중요한 건 신진대사 회복이다”라고 강조한 이유도 같은 맥락인가요.맞아요. 저는 진료실에서 체중은 감소했지만 건강이 나빠진 분들을 많이 경험했어요. 극단적으로 식사량을 줄이면 체중은 내려갈 수 있어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근육이 빠지고, 기초대사능력이 떨어지며, 피로감이 심해지면서 결국에는 예전보다 더 살이 잘 찌는 몸이 된 분들도 있었죠. 그래서 저는 체중 감량을 목표로 삼더라도, 앞서 스스로에게 반드시 몇 가지 질문을 해보라고 합니다. 몸이 에너지를 잘 처리하고 있는지, 혈당은 안정적인지, 수면은 회복되고 있는지, 근육은 유지되고 있는지, 식욕은 덜 왜곡되고 있는지 등을요. 이러한 물음 없이 체중에만 집착하면 잘못된 방향으로 달려갈 확률이 높거든요. 단순한 체중 감량보다 신진대사 회복이 더 중요해요.
우리 몸의 대사를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식단(meal), 활동(mobility), 마음 관리(mentation)라는 3가지 축, 이른바 ‘3M’을 기준으로 자신의 현재 상태를 점검한 뒤 약한 축부터 회복해야 합니다. 3M은 일상에 적용할 수 있는 6개의 프레임으로 정리할 수 있어요. 식생활, 보상적 식욕, 운동, 활동, 수면 그리고 마음 상태요. 일반적으로는 수면을 바로잡고, 근육이 다시 깨어나도록 NEAT를 확보한 뒤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혈당 롤러코스터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식단 구조를 확보하면 몸의 대사를 더욱 쉽게 회복할 수 있고요.
식단은 어떤 방법으로 구성하면 되나요.
식단을 설계하는 포인트는 3가지로 정리할 수 있어요. 먼저 포만감이 오래 가야 해요. 포만감은 단순한 양이나 칼로리가 아니에요. 어떤 영양소들을 조합해야 우리 몸이 포만감 호르몬을 만드는지를 파악하는 거죠. 이걸 알면 체중 조절은 무척 쉬워집니다. 두 번째는 혈당에 급격히 흔들리지 않는 겁니다. 공복 시 공급하는 영양 성분에 따라 이후의 혈당 수치가 70~90%까지 좋아질 수 있습니다. 식후 30분 이내의 작은 활동만으로 식후 최고 혈당 수치가 20~25% 정도 낮아지기도 하고요. 적은 노력으로 최고의 효과를 내는 것들을 우리 일상에 조금씩 적용해야 해요. 마지막 핵심은 식단의 구조화예요. 저는 우리 몸의 리듬과 식욕 패턴이 바뀌기 시작하는 시간이 최소 ‘4주’라고 생각해요. 참는 식단이 아닌, 유지 가능한 패턴으로 넘어가는 전환 구간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우리 몸을 되살리기 위한 4주 식단을 추천하고 있어요.
4주 식단의 튜토리얼이 궁금합니다.
4주 식단은 억지로 음식을 줄이는 구조가 아니에요. 자연스럽게 덜 먹게 되는 흐름을 만들어가는 튜토리얼이죠. 식단의 핵심으로 지목했던 포만감 호르몬을 늘리면서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고, 혈당의 급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했어요. 간단하게 구조화했기 때문에 현재 식단에 조금씩 적용해볼 수 있고요. 핵심만 짚어보면, 먼저 0주차는 준비 구간으로 식단에 방해가 되는 환경들을 정리합니다. 1주차는 포만 신호 회복과 보상 회로를 진정시키는 주간이에요. 단백질과 수용성 식이섬유, 지방의 조합으로 포만감 호르몬을 회복시키죠. 2주차는 혈당 안정화 구간입니다. 다양한 아침 옵션을 통해 안정화한 혈당을 점심 식사까지 유지해 인슐린 저항성을 회복시키죠. 3주차는 대사 유연성을 되찾는 주간이에요. 일주일에 이틀은 탄수화물을 조절하고 단백질과 수용성 식이섬유 섭취량을 늘려줍니다. 탄수화물 대사와 지방 대사의 전환을 통해 대사 유연성을 회복시키는 거죠. 4주차에는 0~3주차의 식단을 개인에게 맞춰 구조화하는 단계예요. 자신에게 맞는 식단의 리듬을 정착시키는 시기죠.
4주 식단을 제한하는 경우도 있나요.
인슐린이나 인슐린 분비제를 사용하는 당뇨병 환자요. 저혈당의 위험이 있으니 주치의와 상담이 필요합니다.
#우창윤 #다이어트 #대사 #여성동아
사진 지호영 기자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우창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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