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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없는 일본 가정연합 해산명령 청구, 흔들리는 정교 분리의 원칙

조지윤 기자

2024. 12. 23

‘통일교’로 잘 알려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일본교회가 일본 정부의 종교법인 해산 청구로 법원과 쟁송을 벌이고 있다. 아베 전 총리 총격 테러 사건에서부터 시작된 일본 가정연합을 둘러싼 논란을 짚어봤다. 

2024년 12월 8일 오후 2시 일본 가정연합 신도 150여 명은 신주쿠역 광장에 모여 시위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는 일본 전역 약 200여 곳에서 1만 5000여 명이 참여했다.

2024년 12월 8일 오후 2시 일본 가정연합 신도 150여 명은 신주쿠역 광장에 모여 시위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는 일본 전역 약 200여 곳에서 1만 5000여 명이 참여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20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서구 선진국을 비롯한 민주주의 국가 대다수는 신앙의 자유를 보장한다. 하물며 국교가 있는 바티칸(가톨릭), 덴마크(개신교), 그리스(정교회) 등도 종교의 자유를 시민권으로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본 내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 이하 가정연합) 해산명령 청구를 계기로 종교 자유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은 2024년 7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제종교자유회의 (IRF)에서  “어떤 교회를 해산하는 것은 실수이자 일본 이라는 나라에 해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은 2024년 7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제종교자유회의 (IRF)에서 “어떤 교회를 해산하는 것은 실수이자 일본 이라는 나라에 해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베 총격 테러의 원인은 ‘가정연합’?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통일교 단체인 천주평화연합과 세계 평화통일가정연합이 2021년 9월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청심평화월드센터에서 공동주최한 ‘신통일한국을 위한 싱크탱크 2022’ 희망전진대회에서 영상으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왼쪽).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암살한 야마가미 데쓰야.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통일교 단체인 천주평화연합과 세계 평화통일가정연합이 2021년 9월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청심평화월드센터에서 공동주최한 ‘신통일한국을 위한 싱크탱크 2022’ 희망전진대회에서 영상으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왼쪽).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암살한 야마가미 데쓰야.

일본 정부는 지난 2023년 10월 13일 가정연합에 대한 해산명령을 법원에 청구했다. 이는 2022년 7월 8일 벌어진 아베 신조 전 총리 피살 사건에서 불거졌다. 당시 아베 전 총리는 선거 유세를 하는 도중 총탄에 맞아 사망했다. 범인은 전직 해상자위대 대원인 야마가미 데쓰야. 요미우리에 따르면 그는 범행 동기에 대해 “가정연합 신도인 어머니의 과도한 헌금으로 집안이 파산한 데 원한을 품고 가정연합에 호의적인 아베 전 총리를 저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다나카 도미히로 일본 가정연합 회장은 당시 기자회견을 열어 “야마가미가 진술한 범행 동기가 사실이라면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도 “모친이 파산한 사실을 알고 있고 그 뒤로는 고액 헌금을 요구한 기록은 절대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아베 전 총리가 신자였던 적은 없고 통일교가 집단적으로 아베 전 총리의 정치 운동에 협력한 적도 없다고 피력했다. 가정연합 관련 단체 천주평화연합(UPF)이 주최한 행사에 영상 메시지 등을 보낸 것은 단지 세계평화 운동에 공감을 표했을 뿐이라는 것.

아베 총격 테러 이후 가정연합의 고액 헌금 논란이 일본 내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사건 발생 두 달 후 열린 청문회에서 일본 문부과학성 산하 문화청 관계자는 “가정연합은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없어 법원에 해산명령을 청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형사처벌 전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민사상 처벌을 근거로 정부가 강제로 종교법인을 해산한 사례는 일본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전무하다. 국내도 매한가지다. 2020년 2월 청와대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해산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에 대해 “우리나라 헌법은 국가가 개인과 종교 단체의 종교 활동에 대해 강제하거나 관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헌법에 의하면 종교와 정치가 분리되는 ‘정교분리 원칙’에 따라 국가는 종교 단체에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이 골자다.

사건은 같은 해 10월 19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서 “민법상 불법행위도 해산 요건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하면서 급변했다. 당초 일본 종교법인법 제81조 제1항 제1호는 “법령을 위반해 현저하게 공공의 복지를 해친 것으로 명백히 인정되는 행위”에 따라 해산명령 청구가 가능하다고 기술하고 있다. 문제는 이제까지 이와 같은 ‘법령’에 민법이 포함된 전례가 없다는 것이다. 도쿄 ‘사린가스 테러’로 해산된 옴진리교 역시 오직 형법에 의거해 해산됐다. 가정연합 측은 이를 근거로 판례를 살펴봐도 해산 요건에 민법 위반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기시다 총리가 법령에 민법을 포함시키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두 달여 뒤 일본 참의원은 이른바 ‘통일교 피해자 구제법’을 찬성 다수로 빠르게 가결했다. 총격 테러 사건 발생 후 5개월 만에 법이 만들어진 것. 나아가 2023년 10월 모리야마 마사히토 문부과학성 대신은 통일교에 대한 해산명령을 도쿄지법에 청구했다. 내년 3월 1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물 흐르듯 전개되는 가정연합 해산명령 청구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과거 일본에서 법령 위반을 근거로 해산명령이 확정된 종교법인은 옴진리교와 묘카쿠지(명각사) 2개 단체다. 옴진리교는 1995년 도쿄 지하철역 사린가스 테러 사건을 일으켜 14명의 사망자와 6300명의 부상자를 낸 혐의를 받았다. 명각사는 1999년 간부들에 의한 사기 행위로 인해 해산명령이 청구됐다. 두 건 모두 반사회적 형사사건의 유죄판결이 근거가 됐다. 이 외에 염법진교, 호우유노회, 세계구세교 등은 해산명령 청구가 기각된 사례다. 각각 교주가 여성 신자를 강간하고 병자인 신자에게 고행을 강요한 사건, 교주와 신자 7명이 신자를 폭행하고 익사시킨 사건, 교단 간부들이 신령 요법으로 신도를 사망하게 한 사건 등 심각한 형사사건을 벌였지만 해산명령 신청은 법원에서 각하됐다.

이 같은 사례들과 더불어 가정연합의 경우를 살펴보면 미심쩍을 수밖에 없다. 가정연합은 1964년 7월 15일 일본에서 종교법인으로 인정받은 이후 60년간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없다. 헌금 관련 건으로 민사사건에 연루된 적은 있지만 민법상의 불법행위를 이유로 해산명령이 청구된 사례는 가정연합이 처음이다. 미국 국무부는 2024년 4월 발표한 ‘2023 국제종교자유보고서’를 통해 기시다 정부의 통일교 해산명령 청구는 일반적인 규범에서 벗어난 조치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2023년 10월 13일 문부과학성은 이전에 통일교로 알려진 가정연합의 해산명령 청구를 도쿄지방법원에 신청했다”며 “이는 이전 해산명령 청구가 형법 위반에 따른 것이었던 과거와 달리 이번 해산명령은 민법상의 불법행위에 근거해 내려진 것으로 ‘규범에서 벗어난 것’”이라는 입장이다.

더군다나 아베 전 총리의 피살 사건에서부터 발발한 논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총격범에 대한 재판은 사건 발생 2년이 지난 지금에도 시작되지 않았다. 증거나 쟁점 등을 확인하는 공판 전 정리절차가 4차례 진행됐을 뿐이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은 야마가미의 첫 공판이 내년 초 이후에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공판이 지연되는 이유는 야마가미가 범행을 저지른 동기와 흉기로 쓰인 수제 총 등의 살상 능력을 검증하는 작업이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작 야마가미는 오사카 구치소에서 자신을 접견하러 온 변호인단에게 사건 이후 가정연합에 대한 해산명령 청구 등 현재와 같은 상황이 올 줄 몰랐다고 밝혔다.

“민사로 해산된 종교법인은 전무”

2024년 12월 7일 한국 언론과 간담회를 가진 다나카 도미히로 일본 가정연합 회장.

2024년 12월 7일 한국 언론과 간담회를 가진 다나카 도미히로 일본 가정연합 회장.

“세계 어느 선진국에서도 형사 아닌 민사로 단체를 해산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 만약 가정연합이 정말 해산되면 그 재판의 판례가 앞으로 모든 종교에 적용되게 될 것이다. 이는 한 교단의 문제가 아닌 모든 종교에 관한 문제가 되고 있다.”

2024년 12월 7일 일본 도쿄에 위치한 가정연합 본부교회에서 만난 다나카 도미히로 일본 가정연합 회장은 해산명령 청구를 두고 이 같은 우려를 표했다. 그는 “기시다 총리가 가정연합과 관계를 단절한 이유는 사회적으로 비판받는 단체와는 관계를 끊는다는 것이라고만 할 뿐 이유를 명확히 얘기하지는 않고 있다”며 “국회에서 야당의 공격을 넘을 수 있는 방법이 가정연합과의 관계 단절인 것으로 본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다나카 회장의 주장에 따르면 자민당의 핵심 세력인 아베파와 가정연합이 가깝기 때문에 가정연합을 공격함으로써 아베파를 축소하려는 목적이라는 것. 즉, 정치적 목적으로 가정연합을 이용했다는 짐작이다.

이어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가정연합의 비위행위에 대해서도 “조직성, 계속성, 악질성이 모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조직성은 간부가 신자를 이용하는 것을 뜻하는데, 가정연합과 관련된 과거 모든 재판에서 이런 점이 인정된 적이 없다는 설명이다. 가정연합은 2009년 ‘컴플라이언스(compliance·법규 준수) 선언’ 이후 일본 신도들의 헌금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컴플라이언스 발표 후 7년간 헌금 관련 소송은 4건에 불과했고, 2016년 이후로는 단 한 건도 없다고 전했다. 이 지점에서 계속성과 악질성 모두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다나카 회장은 이와 같은 입장을 관철하며 일본 정부의 해산명령 청구는 일종의 ‘종교 박해’라고 묘사했다. 기시다 총리의 아베파 죽이기의 일환이라는 의문 제기와 함께 민족적 차별도 내포돼 있다고 덧붙였다. 창시자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일본 내에서 자체적으로 발생한 종교에 비해 더 강압적이고 부정적으로 대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올해는 일본 가정연합이 일본에서 종교로 인정받은 지 60년이 되는 해”라며 “그동안 형사처벌 한번 없이 일본의 법을 지키면서 이어온 이 종교에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 것”이라고 억울함을 재차 토로했다.

“해산청구 명령, 정파 간 싸움의 제물”

국제종교자유연합(ICRF) 일본위원회가 ‘일본의 종교 자유와 민주주의의 위기’를 주제로 12월 8일 일본 도쿄 주오구에서  순회강연회를 열었다. 오른쪽 사진은 기조연설에 나선 마르코 레스핀티 비터윈터 담당 디렉터

국제종교자유연합(ICRF) 일본위원회가 ‘일본의 종교 자유와 민주주의의 위기’를 주제로 12월 8일 일본 도쿄 주오구에서 순회강연회를 열었다. 오른쪽 사진은 기조연설에 나선 마르코 레스핀티 비터윈터 담당 디렉터

2024년 12월 8일 도쿄 비전센터에서는 국제종교자유연합(International Coalition for the Religious Freedom, 이하 ICRF) 일본위원회가 주관하는 ‘ICRF 2024 순회강연 도쿄대회’가 개최됐다. 대회는 전 세계 종교 지도자, 언론인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일본의 종교 자유와 민주주의의 위기’란 주제로 열렸다. 이날 페마 칼포 ICRF 일본위원회 부위원장이자 탁쇼쿠대학 국제일본문화연구소 객원교수의 인사말, 마르코 레스핀티 종교자유와 인권에 관한 잡지 ‘비터 윈터(Bitter Winter)’ 담당 디렉터와 다나카 도미히로 종교법인 가정연합 일본회장의 기조 강연, 선언문 발표가 이어졌다.

페마 칼포 부위원장은 인사말에서 “가장 중요한 자유 중의 하나인 신앙의 자유를 지키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라며 “신앙의 자유는 개인의 문제로 국가나 다른 무엇에 의해 강압적일 수 없으며, 헌법이나 선언으로 지키는 것으로 국가가 보호해야 할 의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기조연설에 나선 마르코 디렉터는 “단 한 명이라도 종교 또는 신념의 자유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로 인한 손실은 모든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이는 종교의 자유 문제가 모든 문제 중에서 가장 심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강연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도 재차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난 종교 자유에 대한 박해는 많이 위장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위험이 낮은 정도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정치적, 문화적 위장을 하는 상황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마르코 디렉터에 따르면 프랑스는 문화청 차원에서 9~12세 학생들의 점심시간에 식전 기도를 자제시킨 사례가 있다. 교내에 십자가 설치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는 나라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사상 처벌을 근거로 종교법인을 해산한 경우는 없다고. 그가 최근 일본 내 가정연합 종교법인 해산명령 청구를 두고 ‘중대한 인권 억압’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며 ‘자유의 해체’라고 규정한 배경이다. 특히 “피고인(야마가미 데쓰야)의 재판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고 판결도 내려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가정연합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인 것처럼 비난을 받고 있다”며 “범죄자가 아닌 가정연합이 처벌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가정연합뿐만 아니라 어느 종교 또는 신념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비신자를 포함한 모든 종교적 신념을 가진 이들에 대한 부정행위라는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졌다. 다음 차례로 기조연설을 이어간 다나카 회장 역시 “일본 내에서 본회에 대한 보도는 현저하게 편파적”이라며 “수십 년 전부터 본 법인의 해산을 획책해온 반대 세력은 이번 사건을 최대 기회로 삼아 왜곡된 정보로 여론을 호도하고, 정치를 끌어들여 해산명령 청구에까지 이르게 됐다”고 유감을 표했다. 이어 “종교의 자유와 인권의 침해는 인류의 보편적 인권의 붕괴를 의미한다”며 “일본의 민주주의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고 우려하는 까닭”이라고 설명했다. 가정연합의 문제가 한 종교 단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종교의 문제가 되며, 나아가 민주주의 국가의 근간이 흔들리는 일이라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전미 신앙자문위원회 회장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종교 자문위원인 폴라 화이트 목사는 특별 영상 메시지를 통해 “종교의 자유는 다른 모든 자유의 기초가 되며, 현재 일본은 유엔 세계인권선언의 서명국이다. 종교의 자유에 관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전 세계 저명한 지도자들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폴라 목사는 “미국 국무부는 2022년과 2023년 보고서에서 일본이 위대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다”며 “전 세계 종교 자유 관련 학자와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의 가정연합에 대한 권리침해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일본 내 가정연합 신도들이 종교를 이유로 학교 및 직장에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 거부당하는 사례가 종종 벌어지고 있다. 아직 법적으로 판명 난 것은 없지만 정부의 해산명령 청구로 국민들 사이 가정연합이 반사회적 단체라는 인식이 퍼져나가면서다.

“日 가정연합 해산청구 요건 성립 안 돼”

ICRF 2024 순회강연 도쿄대회에서 공개된 폴라 화이트 목사의 영상 메시지(왼쪽). 나카야마 다쓰미 국제변호사가 12월 9일 한국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일본 정부의 종교법인 해산명령 청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ICRF 2024 순회강연 도쿄대회에서 공개된 폴라 화이트 목사의 영상 메시지(왼쪽). 나카야마 다쓰미 국제변호사가 12월 9일 한국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일본 정부의 종교법인 해산명령 청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부의 해산명령 청구가 확정되면 교단의 법인격은 박탈되고 모든 자산은 국가에 의해 처분된다. 세제 혜택 등도 사라지고 청산 절차에 따라 채권자로 인정된 피해자는 지불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임의단체로서 종교 활동을 이어갈 수는 있다. 당초 해산명령이 내려진 옴진리교 등도 현재 종교 활동 자체는 영위하고 있다. 하지만 자금줄이 막히는 상황에서 교단 운영을 정상적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내년(2025년??) 3월 1심 재판을 앞두고 가정연합 측이 해산청구 명령을 기각할 수 있는 증거를 수집하는 데 열을 올리는 이유다.

2024년 12월 9일 일본 도쿄 신주쿠에서 만난, 가정연합 측 변호를 맡은 나카야마 다츠키 국제변호사는 “법률적으로만 따지면 가정연합이 99% 이긴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헌법상 보장된 종교 자유에 따라 종교법인 해산은 다른 법인 해산에 비해 엄격한 요건에 따라 판단한다는 점, 정부가 불법·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가정연합 행위의 조직성·계속성·악질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 과거 불법을 저지는 다른 종교법인과의 형평성 등에서 해산청구 요건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명명백백한 법적 근거를 자신하면서도 나카야마 변호사는 “20년 이상 변호사를 하며 이처럼 (일본 정부에 유리하게) 편향된 재판을 본 적이 없다”면서 법원의 판결이 일본 정치 상황, 여론에 따라 갈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일본에서 정부가 (소송을 제기한) 원고인 사건에서 재판관들은 정부 방침에 어긋나는 결론을 내리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런 점에서 가정연합에 어려운 재판”이라며 “현실적으로 2년간 이뤄진 재판을 살폈을 때, 승소 확률은 50%로 줄어든다”고 조심스레 의견을 밝혔다. 정치적인 측면을 고려했을 때, 국가를 원고로 하는 재판에서는 국가가 이기는 전례가 주를 이뤘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사로서 오직 법률적으로만 해석하자면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나카야마 변호사에 따르면 가정연합이 주로 비판받은 지점인 ‘영감상법(보이지 않는 하나님, 조상 등이 동원된 판매행위)’은 20~30년 전 이뤄진 행위다. 또 가정연합이 조직적으로 판매했다고는 판결이 나지 않았기에 범법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아베 사건 이후 주목되는 고액헌금에 관해서도 신자로서 자발적으로 기부한 것은 위법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또한 이후 야마가미의 어머니는 헌금액의 절반을 가정연합으로부터 되돌려받은 만큼 경우가 다르다고도 지적했다. 나카야마 변호사는 “이번 가정연합에 대한 재판에서 민법이 들어갈 경우 다른 종교도 민법이 들어가는 내용으로 재판이 진행되게 된다”며 “민법상의 범행이 재판에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면 다른 종교도 해산명령이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호리 모리꼬 세계평화여성연합 세계회장 인터뷰
“종교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된 나라에서 있을 수 없는 일”

‌한편 해산명령 청구로 인해 가정연합의 일본 내 입지가 좁아지면서 문선명·한학자 총재가 세운 여성단체인 세계평화여성연합(이하 여성연합) 역시 추가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 1992년 창립된 여성연합은 가정연합과는 별도의 법인으로 운영되는 단체로, 애초에 종교법인이 아니다. 또한 1997년 유엔의 NGO 포괄적 협의지위기관에 등극했다. 5000여 개에 달하는 유엔 NGO 가운데 포괄적 협의 자격을 갖춘 단체는 142개에 불과하다. 여성연합의 주요 활동은 아프리카·중앙아시아·중남미·중동 등 저개발 국가를 중심으로 여성과 어린이의 빈곤·문맹·질병·사망 등을 줄이기 위한 운동이다. 전 세계 128개국에 지부를 두고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가정연합을 향한 해산명령 청구가 이뤄진 이래 2년여간 진행하던 봉사활동 등이 강제로 중단되는 수준의 피해를 입고 있다. 같이 활동하던 단체도 여성연합과의 절연을 선언했다. 지난해 12월 9일 현지에서 만난 호리 모리꼬 여성연합 세계회장은 “종교와 무관하게 전 세계에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많다”며 작금의 상황을 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다음은 호리 모리꼬 회장과의 일문일답.


가정연합과 여성연합은 별개인가요.
창설자는 똑같지만 법인부터 운영 방식까지 모두 별개입니다. 이사회도 따로 구성돼 있으며 여성연합은 회원들의 회원비로만 운영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아베 전 총리 암살 직후 기시다 총리가 자민당 의원들과 가정연합의 모든 관계를 끊겠다고 선언한 이래 여성연합의 회원이었던 국회의원, 비서 그리고 그 부인들을 포함해 2000여 명이 탈퇴했습니다. 일본 내 300여 개 지방정부의 공산당 의원들로부터 여성연합의 등록도 박탈하라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실제 4개 지자체는 여성연합의 이름으로 공적인 시설을 못 쓰게 막았고, 단체 등록도 삭제했습니다.

해산명령 청구 이래 가정연합을 돕기 위한 활동도 하고 있지 않나요.
전혀 없습니다. 전 세계에 있는 3만여 명의 회원을 지키기 위해 지금껏 해온 여성, 아이들을 위한 지원만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회원들 모두가 교인이 아니냐는 오해도 있는데, 교인이 아닌 일반 회원이 25%입니다.

그럼에도 여성연합 활동이 침해받고 있다고요.
기시다 총리가 일본 외무대신이었던 시절 여성연합에 1억 원가량 지원한 사실이 있습니다. 이는 아프리카에 학교를 짓기 위한 예산 지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반사회단체와 관련된 단체에 공적인 돈을 지급했다’면서 공산당 의원으로부터 공격이 들어왔습니다. 이에 저희가 당시 지원금으로 서아프리카 세네갈 지역에 세웠던 직업훈련학교로 외무성 직원들이 파견됐습니다. 이들은 교명부터 학교 로고, 교복까지 모두 변경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교사로 근무 중이던 여성연합 세네갈 회장도 해고했습니다. 30년 이상 운영 중이던 학교였는데 순식간에 빼앗긴 것입니다.

세네갈 측에서 별도 조치는 없었나요.
교장 선생님께서 “일본 정부 말을 듣지 않으면 학교가 완전히 사라질까 봐 하라는 대로 했다”며 “혹시라도 학교가 없어지면 아이들이 갈 곳이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말했습니다. 마키 살 세네갈 전 대통령과도 연락이 닿았는데, 일본 정부의 결정과 무관하게 세네갈 정부는 여성연합이 지금까지 현지에서 해온 봉사활동에 감사하며 앞으로 지원하겠다고 전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빼앗긴 학교를 되찾기 위해서 현재도 세네갈과 일본을 오가며 방법을 찾는 중입니다.

또 다른 사례가 있나요.
동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도 중고등학교를 설립하고 운영·지원 중입니다. 이 학교의 이사장님도 여성연합 회원으로, 일본인임에도 불구하고 홀로 30년간 모잠비크의 학생들을 위해 헌신했습니다. 공로를 인정받아 일본 외무대신상을 수상했죠. 그런데도 여성연합 회원이라는 이유로 상을 박탈했습니다. 수십 년간 해외에서 일본 국익을 높이는 일을 해오고, 유엔으로부터도 인정받았는데 정치적인 이유로 지금까지의 활동이 무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NGO 단체가 필요한 인권 활동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데, 유엔 측 도움은 없나요.
제네바 유엔인권이사회에 이 같은 상황을 설명하고 항의했지만, 유엔 측에서는 실질적인 인명사상이 벌어졌을 경우 해당 국가에 권고합니다. 여성연합은 그 심각성이 덜하다고 판단됐습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건의를 할 예정입니다. 이는 여성연합에 대한 인권 침해뿐만이 아니라 단체의 지원을 받고 있는 전 세계 수만 명의 삶을 위태롭게 하는 심각한 사태입니다.


#가정연합 #여성동아

‌사진 동아DB 
‌사진제공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세계평화 여성연합 IRF IC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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