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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느슨해진 삶, 기강잡아주는 다큐 & 서바이벌 프로그램

윤혜진 객원기자

2025. 01. 03

추운 날씨에 집에만 있다 보면 늘어지기 십상이다. 연초 세운 계획이 작심삼일 되기 전에 마음을 다잡을 수 있도록 도울 한 방이 필요하다. 느슨해진 삶에 기강을 잡아줄 자극제를 소개한다. 

천재가 노력까지 할 때
디즈니+ 다큐 ‘정국: 아이 엠 스틸’

1등은 외롭다. BTS가 경쟁자들의 거센 도전 속에서 지금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비결 중 하나는 멤버들의 단합력일 것이다. 서로 의지하며 힘이 되어준 덕분에 그나마 덜 외로웠을 터. 그러나 멤버들은 지난 2022년, 데뷔 9년 만에 단체 활동을 잠정 중단하며 울타리 밖으로 나왔다. 2024년 전 세계 음악영화 중 최고 흥행을 기록한 정국의 다큐멘터리 영화 ‘정국: 아이 엠 스틸(JUNG KOOK: I AM STILL)’에는 정국의 홀로서기 과정이 담겨 있다. 2024년 9월 개봉했던 이 작품에 내용을 추가해 총 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한 확장판이 최근 디즈니+를 통해 공개됐다. 정국의 미공개 인터뷰, ‘GOLDEN’ 작업기, R&B 스타 어셔와의 협업 외 앨범 발매 기념 팬 쇼케이스 풀 버전까지 더 많은 정국의 모습을 꼭꼭 씹어 볼 수 있다. 자신은 천재가 아니라는 정국은 “쪽팔리기 싫고 아미들을 쪽팔리게 하지 않으려고” 이동 중에도 목을 풀고 몸이 아파도 춤 연습을 한다. 딴생각을 해도 몸이 기억해 저절로 춤이 나올 때까지 연습한다.

정보 디즈니+, 총 3부작
한마디 ★★★★☆ 제이홉, RM 등 다른 멤버 다큐멘터리도 추천.

최강을 향한 거친 질주
넷플릭스 ‘최강럭비: 죽거나 승리하거나’

4개의 실업 럭비팀, 10개의 대학 럭비팀, 리그는 단 1개뿐인 ‘럭비 불모지’ 대한민국에서 럭비선수로 산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리그에서 우승을 해도 상금이 없지만 선수들은 죽기 살기로 달린다. 럭비는 전진해야만 이길 수 있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JTBC ‘최강야구’를 연출한 장시원 PD가 이번엔 럭비로 눈을 돌렸다. ‘최강야구’가 레전드 선수들과 아마추어 선수들의 진정성을 소재로 한다면, ‘최강럭비’는 매번 마지막처럼 모든 걸 던지는 럭비선수들의 투혼을 보여준다. 럭비의 거친 매력을 생동감 있게 전달하기 위해 럭비 경기 중계 사상 최다인 140대의 카메라를 투입하고, 선수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초소형 특수 오디오 200여 개를 직접 제작하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최강럭비’는 특히 작심삼일의 굴레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만년 다이어터에게 추천한다. 럭비 경기 규칙을 잘 모르더라도 크게 진입장벽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실제 경기 전 스튜디오 촬영분을 통해 규칙을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또 부딪히고 넘어져도 오직 승리를 위해 다시 일어나 앞만 보고 달리는 7개 팀 선수들의 열정과 거친 숨소리만으로도 소파에 널브러져 있던 몸을 일으키게 만든다.


정보 넷플릭스, 1월 7일까지 매주 화요일 오후 6시, 총 14부작
한마디 ★★★★★ 진짜 피, 땀, 눈물이 나온다.

인생 역전을 위한 요리 서바이벌
ENA ‘백종원의 레미제라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무너져가는 골목상권을 살리다 못해 이제는 직접 사람을 살리기 위해 나섰다. ‘백종원의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출연자 20명의 면면을 살펴보면 팀에서 방출된 야구선수, 철없는 싱글 대디, 알코올 중독자, 망한 아이돌 등이다. 이들은 과거의 실수와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나기 위해 애쓴다. 상습 절도로 9호 소년보호처분을 받고 소년원에 6개월간 송치된 케이스도 있어 범죄자 미화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럼에도 백종원 대표와 한경훈 PD는 말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실패한 청년들에게 다시 일어설 기회를 주는 것에 대해 너무 박한 게 아니었느냐”고.

시청률을 위한 ‘사연 팔이’는 둘째 치더라도 간절한 참가자들을 보다 보면 흐릿하게 지나간 내 하루를 뒤돌아보게 된다. 칼에 손을 베여 피를 뚝뚝 흘리면서도 라텍스 장갑을 끼고 안 다친 척하고, 눈칫밥으로 다져진 센스로 서툴게나마 진도를 나가는 모습이 너무나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정보 ENA,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30분
한마디 ★★★★☆ 장사의 기본을 배울 수 있다.

뇌지컬 키워주는 똑똑한 서바이벌
쿠팡플레이 ‘대학전쟁’ 시즌 2

인간의 뇌는 쓸수록 발달하고 사용하지 않으면 기능이 쇠퇴한다. 가끔 두뇌를 풀가동해줄 필요가 있다. 이럴 때 쿠팡플레이 자체 제작 예능 프로그램 ‘대학전쟁’ 시즌 2가 적격이다. ‘대학전쟁’은 서울대, 연세대, 카이스트 등 대한민국 명문대 상위 1% 천재들이 맞붙는 두뇌 배틀이다. 시즌 1에서는 하버드, 이번 시즌 2에는 MIT와 옥스퍼드대학교 학생들도 출연한다. 전쟁이란 제목에서 느껴지듯 회가 거듭될수록 더 기발해지는 게임과 참가자들의 영민한 두뇌 플레이가 강점이다.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을 보고 있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폭력적인 장면이나 욕설, 수위 높은 19금 농담이 전혀 없어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아이와 함께 시청하기도 좋다. 실제로 학부모들이 자주 찾는 커뮤니티마다 웰메이드 프로그램이란 칭찬이 자자하다. 예능 프로그램을 보여줬을 뿐인데, 공부하란 잔소리 없이 아이 스스로 풀리지 않는 문제를 붙들고 끙끙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정보 쿠팡플레이, 매주 금요일 오후 8시
한마디 ★★★★☆ 매콤하기보단 머리가 아플 수도.

다시 봐도 짜릿, 놓치면 아쉬운 명작

청룡시리즈어워즈 예능 부문 최우수작품상
웨이브 오리지널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


정치, 젠더, 계급, 사회윤리 등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12명의 젊은 남녀가 9일 동안 합숙하며 미션을 수행하는 정치 서바이벌이다. 낮에는 일종의 작은 나라를 꾸려가고, 밤에는 ‘국가 발전에는 유능한 독재자가 필요한 시기가 있다’같은 주제를 익명으로 토론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성향을 들키면 탈락이다. 차분히 자기 생각을 글로 정리하고 싶을 때 추천한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다큐멘터리
넷플릭스 오리지널 ‘미스 아메리카나’


‘굿 걸’로 사랑받던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이유 있는 흑화 과정을 담았다. 2006년 18세의 나이로 데뷔해 2009년 그래미어워즈에서 최연소로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하는 등 탄탄대로를 걸었지만, 인기를 얻을수록 속은 곪아갔다. 섭식장애와 창작의 고통에 힘들어했다. 여기에 동료의 모함과 온라인 테러, 성희롱까지 겪은 그녀는 정치,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입마개를 벗은 기분”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웠다.

‘50홈런-50도루’ 오타니의 성공 비결
디즈니+ ‘오타니 쇼헤이–비욘드 더 드림’


2018년 메이저리그 신인왕, 2021년 아메리칸리그 만장일치 MVP 등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야구선수로 평가받는 오타니 쇼헤이는 지난 2024년 시즌 메이저리그 최초로 ‘50-50’의 기록을 달성했다. 실력은 물론 인성도 갖췄다. 꿈을 이루기 위해 고등학생 때 세운 만다라트(목표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담은 표)는 볼수록 놀랍다. 이 다큐멘터리는 오타니를 통해 사람들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정국아이엠스틸 #최강럭비 #백종원레미제라블 #여성동아

사진제공 쿠팡플레이 디즈니+ 
‌사진출처 ENA 넷플릭스 웨이브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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