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DU

현직 교사의 조언! 초등학교 입학 준비 체크리스트

유초록 서울삼광초등학교 교사(‘부모 마음 공부 일력 365’ 저자)

2025. 01. 04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2개월 앞둔 요즘, 예비 학부모들의 마음은 설레면서도 걱정이 한가득이다. 두 아이 엄마이자 현직 초등교사가 입학 전 아이와 부모가 각각 준비하면 좋을 팁을 전해왔다.

Part 1
학습이 시작되는 초등학교

입학 전 어느 정도 한글 떼기

현 교육과정에서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자음과 모음부터 간단한 받침 글자까지 배운다. 하지만 실제로는 입학 전에 어느 정도 한글 실력을 갖추는 편이 학교생활에 도움이 된다. 교과서 내용을 읽어내야 하고, 보건실이나 교무실, 늘봄교실과 같은 교실 이름을 읽고 직접 찾아가야 하므로 기본적인 읽기 능력이 필요하다. 물론 어려워하는 학생들은 교사가 도와주지만, 아이의 기질에 따라 도움을 요청하거나 친구들처럼 읽고 쓰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따라서 완벽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천천히 읽고 간단한 단어를 쓸 수 있을 정도는 준비하기를 추천한다.

특히 1학년 2학기부터는 교사에 따라 받아쓰기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점수가 수치화되다 보니 학부모들이 받아쓰기 전날 아이를 연습시키기도 하는데, 사실 점수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또 받아쓰기를 전반적인 학습 수준의 척도로 생각해서도 안 된다. 그저 받아쓰기를 한글 학습을 돕는 수단의 하나로써 아이가 어느 부분을 어려워하는지 파악하고, 학습에 대한 성실한 태도를 기르는 기회로 활용하도록 도와줄 것. 만약 아이가 받아쓰기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오더라도 질책보다는 노력을 인정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함께 익혀가는 것이 중요하다.



계산 속도보단 수 감각 기르기 활동에 중점

초등학교 1학년 수학 교육은 ‘수 개념’ 형성에 중점을 둔다. 1학기에는 50까지, 2학기에는 100까지의 수를 학습한다. 연산을 살펴보면 1학기에는 한 자릿수의 덧셈과 뺄셈, 2학기에는 받아올림이 있는 덧셈과 뺄셈을 배운다. 그런데 단순 계산 문제를 빠르게 잘 푼다고 해도 ‘가르기와 모으기’ 같은 개념적 활동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종종 있다. 이럴 때는 계산 속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수 감각을 기르기 위한 활동을 많이 경험하도록 해주는 편이 좋다. 예를 들면 구체물을 활용해서 직접 만져보고 세어보고, 가르고 모으는 경험을 해보는 것 등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이나 과자로 시작해 바둑돌, 수 모형, 연결 큐브 등의 교구를 활용해보자. 1학년 시기는 자기효능감과 공부 정서 형성이 중요하다. 아이가 수학이 ‘할 만하네?’ ‘재미있네?’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과도한 학습량이나 무리한 선행학습은 피하도록 한다.



학교 영어 수업은 3학년 때부터, 영어 노출은 미리

초등학교에서 영어 교과는 3학년부터 일주일에 2시간씩 편성되어 있다. 알파벳부터 배우기를 하면서 동시에 문장 따라 말하기, 단어 따라 쓰기 등의 활동도 이루어진다. 그런 데다 요즘은 어려서부터 영어를 접한 아이들이 꽤 있어 한 교실에서 알파벳을 모르는 아이부터 원어민 교사와 프리 토킹이 가능한 아이까지 수준 차가 현저하다. 물론 이 시기의 영어 실력이 고등학교까지 이어지진 않겠지만, 당장 아이의 자신감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영어에 익숙해지도록 어느 정도 노출해주는 게 좋다. 3학년 영어 교과서에 수록된 문장의 수준은 “What’s this?” “How’s the weather?” 정도로, 엄마표 영어로도 충분히 해줄 만하다.

사교육을 활용하려면 주의할 점이 몇 가지 있다. 먼저 영어 정서를 해치지 않아야 한다. 과도한 단어 암기나 문법을 강조하는 수업은 이 시기에 적절치 않다. 지나치게 많은 양의 숙제로 아이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지 않는지도 살펴야 한다. 또 파닉스를 다루되 과도하게 집착할 필요는 없다. 파닉스 공부의 장점은 스스로 읽을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흥미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파닉스를 완벽하게 떼기란 가능하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 특히 아직 모국어 글쓰기도 어려운 시기다. 쓰기보다는 읽기와 듣기에 시간 투자를 하는 편이 현명하다. 한편 영어유치원을 나온 아이라면 영어 영상 시청, 영어책 읽기처럼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은 자기 주도적으로 하도록 루틴 만들기를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이 시기 영어 교육에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모국어가 뒷받침되어야 영어 실력 향상도 빠르다. 영어에 집중하느라 모국어 독서와 글쓰기에 소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엉덩이 힘’에서 나오는 주의 집중력

초등학교의 1교시 수업 시간은 40분, 쉬는 시간은 10분이다. 40분 동안 자리에 바르게 앉아서 집중하기란 1학년 아이들에게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시간을 재면서 억지로 앉혀두기보다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미리 수업 시간 연습을 해보면 도움이 된다. 집중을 방해하는 물건들을 책상 위에서 치우고, 종이접기나 그리기, 만들기, 미로 찾기, 책 읽기 등의 ‘엉덩이 힘’을 기르는 활동을 해보자. 이때 의자를 흔들거나 책상에 엎드리지 않는 등 최대한 바른 자세로 앉아서 활동하는 습관을 들여놓아야 나중에 학교에 가서도 몸에 밴 익숙한 자세로 잘 앉아 있을 수 있다. 초등학교 1학년 학급당 학생 수는 보통 20명꼴이다. 아이가 자리에 앉아 수업에 참여하는 연습은 꼭 필요하다.

Part 2
스스로 척척 즐거운 학교생활

보통 학년별로 시간대를 나눠 급식실을 이용한다. 정해진 시간 안에 먹는 연습도 필요하다.

보통 학년별로 시간대를 나눠 급식실을 이용한다. 정해진 시간 안에 먹는 연습도 필요하다.

할 일 체크리스트 만들어 자율성 길러주기

아이가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일이 많으면 많을수록 학교생활에 빨리 적응할 수 있다. 교과서 펴기, 필기도구 꺼내기, 사물함 정리하기, 벗은 외투 걸기 등 아이들이 학교에서 스스로 해내야 할 일이 은근히 많기 때문이다. 이때 가정에서 자기 할 일을 스스로 많이 해본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자기 역할을 수월하게 해낸다. 그러니 입학 전에 자기 할 일을 스스로 해낼 기회를 많이 주도록 하자. 예를 들면 정해진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일어나기, 다음 날 입을 옷 고르기, 수저 놓기, 식사 후 그릇 가져다 놓기, 책상 정리하기 등이 있다. 입학 후에는 책가방 정리하기, 준비물 챙기기, 부모가 말하지 않아도 알림장과 가정통신문 꺼내 보여주기, 물통을 가방에서 꺼내 싱크대에 갖다 놓기 등 아이가 해야 할 일을 체크리스트로 만들고, 스스로 확인하면서 해내는 루틴을 만들어주도록 한다. 이때 습관은 단번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할 것. 아이를 혼내거나 답답해서 부모가 해버리기보단 아이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스스로 해낼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우유갑 열고 식판 나르기 도전!

학교에서는 정해진 자리에서 정해진 시간 안에 식사해야 한다. 이야기하느라 혹은 친구와 장난치느라 밥을 먹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30분 내외로 식사를 마치는 연습을 조금씩 해둔다. 또 학교에서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제공한다. 밥을 시간 안에 먹으려면 미리 젓가락질 사용법을 익혀두는 것이 좋다. 음식을 담은 급식판도 스스로 날라야 하므로 가정에서 식사 시간마다 국물이 담긴 그릇이나 식판을 들고 이동하는 연습을 해보면 도움이 된다. 점심 식사 전, 오전에 우유 급식도 이루어지는데 매번 교사에게 우유갑을 열어달라고 도움을 요청하는 아이들이 은근히 많다. 늘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면 아이도 불편하다. 우유를 쏟지 않고 스스로 우유갑을 열 수 있도록 집에서 연습하면서 손힘과 조절력을 길러주자. 많은 아이가 학교 역할놀이를 좋아한다. 우유 급식, 점심 식사 시간 등을 놀이처럼 역할을 정해 즐겁게 연습해보길.



혼자서 화장실 이용하기 연습

외부에서 화장실 이용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있다. 화장실이 낯설어서, 변기의 물 내리는 소리가 너무 커서, 뒤처리가 어려워서 등 다양한 이유로 하교할 때까지 용변을 참는다. 아이가 평소 그런 편이라면 입학을 앞두고는 마트, 도서관, 음식점 등에 있는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면서 낯선 곳에서의 배변에 두려움이나 어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꼭 연습해둬야 한다. 단추를 채우기가 어려워 화장실에서 오랫동안 나오지 못하는 아이들도 간혹 있으므로 스스로 옷 벗고 입기를 연습시키고, 학기 초반에는 아이 스스로 입고 벗기 편한 옷을 입혀서 보내는 편이 좋다.



가장 중요한 준비물은 기다려주는 마음

책가방은 가볍고 튼튼한지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책상 옆에 걸었을 때 물건을 넣고 빼기 편하도록 윗면이 열리는 제품이 좋다. 또 가방 옆면에 물통을 바로 넣고 꺼낼 수 있는 물통 주머니가 달려 있으면 아이들이 쉽게 물을 마실 수 있다. 위의 조건을 충족하는 가방 중 아이가 좋아하는 디자인으로 고르면 아이도 더 설레는 마음으로 학교 갈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학용품의 경우 학교나 학급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으므로 미리 구매해놓을 필요는 없다. 예비 소집일이나 입학식 때 색연필, 사인펜, 연필, 공책 등 필요한 물건을 적은 안내문을 나눠준다.

무엇보다 중요한 준비물은 학부모의 마음가짐이다. 1학년은 학교에 적응하는 기간이다. 대단한 학습적인 성과를 내는 것을 기대하기보다는 학교라는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등교를 거부하지 않고, 학교생활을 원만하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일단 낯선 환경에 적응이 잘되었다면 그다음부터 학습 및 생활 습관, 대인관계, 긍정적 공부 정서를 차곡차곡 쌓아갈 수 있을 것이다. 가정과 학교는 안전하게 실패할 수 있는 공간이며, 실패는 성장의 과정이다. 아이를 늘 격려하고 응원해주길 바란다.


#현직교사 #1학년 #입학준비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동아DB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