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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인생 사용설명서 일곱 번째 | 함께 노니 더 재밌네

“음악은 삶의 오아시스, 무대는 영원한 놀이터”

아내보다 음악이 좋은 직장인 밴드 ‘블루니어마더’

글 | 김유림 기자 사진 | 홍중식 기자

2012. 05. 16

홍대 무대에서 활동하던 ‘블루니어마더’는 지난해 KBS 서바이벌 프로그램 ‘Top 밴드’를 통해 대중에 이름을 알렸다. 비록 가정과 직장에 얽매인 몸이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 결성 후 16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다. “무대에 설 때 비로소 살아 있음을 느낀다”는 네 남자의 음악 이야기.

“음악은 삶의 오아시스, 무대는 영원한 놀이터”


1996년 4인조로 결성된 밴드 ‘블루니어마더’는 인디 음악계에선 제법 알아주는 팀이다. 2000년 제각각의 사연으로 잠시 해체되기도 했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못한 이들은 이내 다시 뭉쳤다. 지난해 KBS 서바이벌 프로그램 ‘Top 밴드’에 출전한 뒤로는 기억해주는 사람들도 늘었다. 특히 기타를 맡고 있는 한준희(39) 씨는 ‘Top 밴드’ 출전 당시 우락부락한 외모와 달리 위트 있는 언변으로 주목을 받았고, 얼마 전 KBS ‘아침마당’에 출연해 아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밴드 활동을 계속하는 이유를 토로한 바 있다. 현재 그는 IT 관련 업체에 근무 중이다.
“처음에는 팀에서 보컬을 맡았어요. 그런데 하도 팀원들이 제가 머리가 크고 비주얼이 별로라고 해서 기타로 바꿨죠. 그래도 방송 출연 후 제 외모 때문인지 많은 분들이 알아보세요. 처음 밴드 생활을 시작한 고등학교 때는 몸매도 호리호리하고 제법 봐줄 만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점점 망가지더라고요(웃음).”
보컬 문지성(38) 씨는 팀원 중 가장 연예인 포스를 풍긴다. 뽀얗고 작은 얼굴에 훤칠한 키까지, 안양예고 재학 중 ‘킹카’로 소문이 자자했다고 한다. 한때 정식 앨범을 내고 가수로 활동하기도 했지만 록이 좋아 블루니어마더 밴드에 합류했다. 현재 음악 학원과 학교에서 보컬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다.
한준희 씨와 함께 원년 멤버인 리더 이재훈(40·베이스) 씨는 얼마 전 회사를 한씨가 다니는 곳으로 옮겼다. 그전까지 웹 디자이너로 활동한 이씨는 ‘Top 밴드’ 출연으로 회사까지 그만두고 음악에 매달렸고, 그런 그를 위해 한준희 씨가 발 벗고 나서 이씨의 재취업을 도왔다고 한다.
팀의 막내인 드러머 서종수(37) 씨는 인천 지역에서 블루니어마더와 양대 산맥으로 불린 ‘메신저’ 팀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다 스물다섯에 일찌감치 결혼해 두 아이의 아빠가 되면서 생계를 위해 음악을 포기하고 자동차 회사 영업사원으로 변신했다. 하지만 그 역시 음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7년 만에 블루니어마더 팀에 합류했다.
모임은 일주일에 두세 번, 인천에 있는 연습실에서 모인다. 큰 공연이 잡혀 있을 때는 매일 회사 일을 끝내고 밤 9시쯤 모여 2시간 정도 연습을 한다. ‘Top 밴드’에 출전한 뒤 팀원들 마음가짐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고 한다.
“예전에는 음악이 그저 즐겁고 재미있었다면 이제는 연륜이 쌓인 만큼 우리 음악도 진화해야 한다는 욕심이 들어요. 좋아서 하되 실력도 향상되고 곡의 폭도 넓히고요. 그러다 보니 서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걸 지적하면서 가끔 충돌하기도 하죠. 하지만 좋은 음악을 하고자 하는 마음은 다 같기 때문에 시간을 쪼개서 모이는 거죠.”(이재훈)
블루니어마더가 결성된 지 16년이 되면서 싱글 앨범을 2장 발매했고, 제법 팬도 생겼다. 5월에는 또 다른 신보가 발표된다. 공연도 한 달에 두세 번은 기본으로 잡혀 있다.
“10~20대 사이에서는 보컬(문지성)이 인기가 가장 좋고요. 30대는 리더(이재훈), 음주가무 좋아하는 직장인들은 저를, 꼬마들은 드러머(서종수)를 좋아해요(웃음). 이젠 공연 때마다 찾아와서 열광해주시는 고정 팬들도 있어요. 관객들이 환호하고 소리 질러 줄 때 희열감은, 아마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모를 거예요. 음악을 들어주는 관객이 있기 때문에 저희도 존재하는 거라고 생각해요.”(한준희)

함께 모여 연주할 땐 근심 걱정 싹 사라져
이들의 인생에서 음악은 어떤 의미일까. 리더 이재훈 씨는 “가족과 같은 삶의 일부”라고 말했다.
“어려서부터 해온 거라 이제는 인생의 일부가 돼버렸어요. 음악 없는 인생은 상상하기 힘들죠. 일본에는 할아버지가 돼도 차에 악기를 싣고 다니며 공연하는 밴드가 많이 있어요. 저희도 백발이 성성해질 때까지 열심히 음악 활동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한준희 씨는 “결혼 생활과 음악을 택하라면 음악을 택하겠다”는 폭탄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는 “음악은 내 삶의 안식처다. 사실 지금도 아내가 밴드 활동 하는 걸 달가워하지 않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라며 확고한 의지를 밝혔다.
실제로 직장인들이 밴드 활동을 하려면 가족의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드러머 서종수 씨는 “맞벌이다 보니 육아 부분에서 종종 트러블이 생긴다”고 털어놓았다.
“아내도 직장에 다니기 때문에 밴드 활동을 하려면 제가 좀 더 바빠져야 해요. 아내가 야근이라도 하는 날에는 제가 아이들 밥도 챙겨 먹이고, 숙제도 봐주고 하죠. 밴드 모임 갖다가도 아이들 때문에 제가 먼저 빠지는 날이 많아요. 형들에게 눈총을 받지만 가정과 밴드 모두 지키려면 어쩔 수 없죠(웃음).”
오랜 세월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로 뭉친 네 사람은 이제는 가족만큼 가까운 사이가 됐다. 심지어 가족에게는 하지 못하는 말을 멤버들에게 털어놓는 경우도 많다.
“밴드는 멤버 중 어느 한 사람이라도 힘들면 다 함께 무너지게 돼 있어요. 누군가가 힘들면 나머지 세 명이 다 같이 힘을 실어줘야 하죠.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어쩌면 가족보다 더 끈끈한 사이가 됐는지도 모르겠어요(웃음). 네 명이 함께 모여 연주하고 노래할 때 그 순간만큼은 모든 근심 걱정이 싹 사라져요. 그것이 아내들의 구박에도 저희가 끝까지 뭉치는 이유죠(웃음).”
주위를 둘러보면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시작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블루니어마더는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조금 더 부지런해지고, 조금 더 열정을 가져보세요. 언젠가는 자신이 원하는 일상이 반드시 시작될 거예요.”

“음악은 삶의 오아시스, 무대는 영원한 놀이터”

가정과 직장에 얽매여 있지만 음악이라는 꿈을 놓지 않는 밴드 ‘블루니어마더’. 왼쪽부터 베이스 이재훈·기타 한준희·보컬 문지성·드럼 서종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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