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부부는 홍콩 출신 일러스트레이터 카싱 룽(Kasing Lung)의 상상 속에서 태어난 장난기 많은 몬스터 캐릭터다. 2011년 중국인 최초로 벨기에 일러스트레이션 선발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며 주목을 받은 그는 이후 홍콩의 아트 토이 브랜드 ‘HOW2WORK’와 협업하며 본격적으로 그림 동화책과 피규어 작업을 시작했다. 2015년에는 북유럽 신화에서 영감을 받아 세 권의 그림책을 통해 요정과 몬스터가 공존하는 세계를 창조했는데, 이 이야기 속에서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캐릭터가 바로 라부부다.

라부부 작가카싱 룽. @kasinglung
라부부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팬덤까지 생겨났다. 팬들은 직접 만든 옷이나 액세서리로 라부부를 스타일링하고 그 과정을 SNS에 공유하며 자신만의 캐릭터 세계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꾸미는 재미, 희소성, 창의적 놀이 문화까지 결합된 라부부는 오늘날 컬렉터블 문화의 얼굴로 자리 잡았다.
라부부 열풍에 불을 지핀 데는 셀럽들의 자발적 바이럴도 있었다. 그 중심에는 블랙핑크 리사가 자리한다. 평소 라부부의 열렬한 팬임을 자처한 그녀는 SNS에 라부부 인형과 함께한 사진을 자주 올렸고, 잡지 ‘베니티 페어’ 인터뷰에서는 직접 라부부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후 리한나, 킴 카다시안, 두아 리파까지 라부부를 자신의 스타일에 접목하며 열풍에 힘을 더했다.

라부부 신드롬의 빛과 그림자
하지만 이 같은 인기는 순수한 ‘팬심’이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부작용도 동반하고 있다. 미국, 영국, 한국 등 주요 도시의 팝마트 매장 앞에서는 밤샘 줄 서기와 몸싸움이 벌어지고, 경찰 출동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부 리셀러들은 제품을 독점하기 위해 매장 직원과 유착하거나, 중국에서는 밀수입을 시도하다 당국에 적발되기도 했다. SNS에서는 ‘라부부 헝거 게임’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고, 국내에서는 오픈런과 안전사고 우려로 인해 팝마트코리아가 라부부의 오프라인 판매를 전면 중단하기도 했다.정상적인 구매가 어려워지고 투기성 소비가 만연해지자 ‘진짜 팬은 언제 사야 하냐’는 불만도 터져나왔다. 라부부는 이제 리셀러들의 주요 투자 상품이자 소유 자체가 하나의 ‘사회적 위신’이 된 셈이다. 일부 한정판은 정가의 수십 배에 거래되고 있으며, 중국 베이징 피닉스 아트센터에서 열린 경매에서는 131cm짜리 한정판 민트색 라부부 피겨가 무려 108만 위안(약 2억919 만 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또 다른 문제는 모조품이다. 인기가 치솟으면서 라부부의 짝퉁 제품도 빈번히 유통되고 있다. 누리꾼들 사이에 상자 외관의 인쇄 선명도, 정품 라벨의 QR코드가 팝마트 공식 홈페이지로 연결되는지 여부 등 진품 구별 팁이 공유되면서 ‘정품 인증’이 또 하나의 소비 체크리스트로 떠오르고 있다.
라부부 열풍이 남긴 질문은 명확하다. 이 작은 인형이 정말 그만한 가치를 지니는 걸까, 아니면 지금 이 순간 ‘갖고 있어야 할 무엇’으로 과잉 포장된 또 하나의 트렌드일 뿐일까. 라부부의 미래는 결국 이 유행을 소비하는 대중의 태도에 달려 있다.
#라부부 #키링 #블랙핑크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주피터 팝마트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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