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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좋아요’가 곧 몸값인 인플루언서 세상

오한별 객원기자

2024. 09. 04

누군가는 옷을 벗고, 누군가는 눈썹을 밀어버리고, 또 누군가는 통장 내역을 공개한다. 그야말로 ‘좋아요’를 얻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리얼 쇼가 등장했다. 넷플릭스 예능 ‘더 인플루언서’다. 

인플루언서 77인의 본 적 없는 서바이벌 예능

영향력을 뜻하는 단어 ‘influence’에서 파생된 인플루언서는 많은 이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을 뜻한다. 인플루언서는 사람들의 관심이 없다면 탄생할 수 없다. 지난 8월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인플루언서’는 대한민국 인플루언서 77인 중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사람을 찾기 위해 경쟁하는 소셜 서바이벌 예능이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아프리카TV 등 다양한 채널과 플랫폼에서 많게는 1000만 명대의 팔로어를 보유한 크리에이터와 인플루언서들이 출연해 ‘생존’이라는 목표를 향해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출연자들은 시청자들의 관심 분야에 따라 익숙한 사람일 수도 있고, 낯선 인물일 수도 있다. ‘병아리’ 인플루언서를 자처한 연예인 장근석을 비롯해 1세대 뷰티 인플루언서 이사배와 차홍, 공중파 프로그램에서도 활동하며 인기를 자랑하는 빠니보틀, 1세대 게임 스트리머 대도서관, 운동 유튜버 심으뜸, 배우 겸 패션 인플루언서 기은세, BTS 멤버 제이홉의 누나이자 인스타그램 1000만 팔로어를 보유한 정지우, 최근 사생활 이슈로 화제를 모았던 BJ 과즙세연 등 77인의 인플루언서가 총출동해 주목을 받았다.

관심 받지 못하면 도태되는 세계

‘더 인플루언서’는 인기 유튜버 빠니보틀을 비롯해 연예인 장근석, 뷰티 인플루언서 이사배, 차홍 등 공중파에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인 셀럽들이 출연해 화제를 낳았다.

‘더 인플루언서’는 인기 유튜버 빠니보틀을 비롯해 연예인 장근석, 뷰티 인플루언서 이사배, 차홍 등 공중파에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인 셀럽들이 출연해 화제를 낳았다.

출연자들은 시작부터 ‘구독자 수=몸값’이 새겨진 전자 목걸이를 착용한다. 구독자 수가 참가자들의 위치와 가치를 판단하는 바로미터가 되는 것이다. 구독자 수는 각자의 주력 플랫폼을 기준으로 한다. 미션 탈락자의 상금은 생존자에게 흡수되며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최후의 1인이 3억 원을 차지하게 된다. 미션은 총 5라운드로, 참가자들은 실시간 라이브 방송 대결과 SNS 피드 전쟁, 해시태그 경쟁, 콘텐츠 분석 등을 통과하며 인플루언서로서의 자질을 증명해야 한다. ‘좋아요’든 ‘싫어요’든 ‘관심이 곧 생존’이라는 인플루언서의 숙명 아래 치열한 전략을 펼쳐야만 하는 것이다. 그것이 소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콘텐츠일지라도, 인플루언서의 세계에서는 논외다.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춤을 추거나 눈썹을 밀기도 하고, 거짓말을 늘어놓고, ‘아프리카 BJ 전 여자 친구 정체 공개합니다’ ‘넷플릭스 소신 발언합니다’ ‘중대 발표합니다’ ‘수익 공개합니다’ 등 자극적인 타이틀을 내세워 시청자들의 ‘관심’을 구걸에 가깝게 요청한다. 이 과정에서 선정적이고 수위 높은 콘텐츠 혹은 어그로로 승부를 보는 인플루언서들이 콘텐츠의 퀄리티에 집중한 인플루언서들을 제치고 상위 라운드에 진출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필요한 건 진정성

미션을 거듭할수록 출연자들은 이 서바이벌 예능이 방송의 질이나 철학, 내용이 핵심이 아님을 알게 된다. 단순히 시선을 끌어모으는 그 자체가 인플루언서의 생존 수단임을 깨닫게 되는 것. 라이브 방송 미션에서 탈락의 위기에 닥친 출연자들이 너도나도 부랴부랴 어그로로 시청자들을 모으려는 모습이 펼쳐진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동하지 않는 인물도 나온다. 뷰티 크리에이터 이사배는 여느 출연자들과 달리 자극적인 노출이나 논란 어그로 없이 오로지 메이크업으로 마지막 단계까지 살아남았다. 가장 큰 위기였던 실시간 라이브 방송에서는 당시 팬들이 “생존을 위해 더 자극적인 타이틀로 방송하라”고 조언해도 ‘눈물의 부탁’ 정도로 수정을 그쳤다. 게다가 새벽 시간임에도 자신의 라이브 영상을 끝까지 지켜봐준 팬들의 사랑에 눈물을 흘리는 진심은 감동을 선사했다. 이는 유튜브 채널 콘텐츠를 모두 비공개로 하거나 충격 고백을 하거나 화려한 게스트를 섭외한 기타 출연자들과 다른 행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또 과즙세연과 진행한 일대일 게임에서 상대방의 영상 중 섬네일, 제목 등만 보고 어느 쪽이 더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는지 예측하는 트렌드 분석 테스트를 통해 이사배는 압도적인 분석력을 보여줬다. 이사배가 그동안 주장했던 “양질의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소신이 ‘더 인플루언서’에서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참가자들은 실시간 방송과 SNS 피드, 해시태그, 콘텐츠 전쟁 등을 통과하며 인플루언서의 자질을 증명해야 한다.

참가자들은 실시간 방송과 SNS 피드, 해시태그, 콘텐츠 전쟁 등을 통과하며 인플루언서의 자질을 증명해야 한다.

‘더 인플루언서’는 공개 직후 넷플릭스 ‘대한민국 톱 10 시리즈’ 연속 1위에 오른 데 이어 ‘글로벌 톱 10 TV쇼 비영어권 부문’ 4위에 등극하는 성과를 거뒀다. 스캠 코인 연루 의혹과 우승자 스포일러로 물의를 빚은 오킹, 미국 베벌리힐스에서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함께 걷는 모습으로 사람들 입방아에 오른 아프리카TV BJ 과즙세연 등은 프로그램 공개 전부터 시끄러웠던 논란마저 화제성으로 재창출했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말이 사실임을 입증한 순간이다. 대중의 호불호는 불가피하지만, 다채로운 콘텐츠로 무장한 인플루언서의 짜릿하고 다이내믹한 전략 싸움은 보는 것만으로도 색다른 경험이다. 궁금하다면 최대한 스포일러를 피해 감상하길.



다양한 전공 콘텐츠로 무장한 인플루언서들의 치열한 전략 싸움이 ‘더 인플루언서’의 묘미.

다양한 전공 콘텐츠로 무장한 인플루언서들의 치열한 전략 싸움이 ‘더 인플루언서’의 묘미.

#넷플릭스 #더인플루언서 #이사배 #여성동아

‌기획 최은초롱 기자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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