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그룹 뉴진스(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가 지난 7월 21일 발매한 미니 2집 앨범 ‘Get Up’으로 데뷔 1년 만에 미국 ‘빌보드 200’의 정상을 밟았다. 지난 8월 4일(한국 시간)에는 K-팝 걸 그룹 최초로 미국 대형 음악 축제인 ‘롤라팔루자 시카고’에 출격해 약 50분간 12곡의 노래를 불렀다. 핸드 마이크를 들고 밴드 세션 반주에 맞춰 ‘Hype boy’를 부르는 뉴진스와 공식 응원 봉인 빙키봉을 들고 떼창하는 외국인 관객의 조합을 보고 있자니 흥미로웠다.
이제 고작 1년이다. 뉴진스가 ‘매일 찾게 되고 언제 입어도 질리지 않는 청바지’ 같은 시대의 아이콘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 K-팝 신에 ‘새로운 세대(New Genes)’가 나타난 것만은 확실하다. 새로움의 비결은 무엇일까.
딱 1년 전 선보인 데뷔 앨범 ‘New Jeans’부터 3개의 타이틀곡을 내세웠던 뉴진스는 이번 신보에서도 ‘Super Shy’ ‘ETA’ ‘Cool With You’ 등 3개의 타이틀곡으로 활동했다. 그리고 빌보드 싱글차트 ‘핫 100’에 3곡 모두 올랐는데, 3곡 동시 진입은 K-팝 역사에서 그룹 방탄소년단(BTS) 이후 처음이다.
싱글이나 더블 타이틀곡으로 2주 활동하는 게 일반적인 요즘 아이돌 업계에서 3곡을 타이틀로 삼는단 의미는 될 것이란 자신감이자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자본력을 의미한다. 뉴진스는 코카콜라 CM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3장의 앨범을 발매하며 25편의 뮤직비디오를 선보였다. 발표한 전곡이 뮤직비디오가 있고 타이틀곡은 안무, 멤버별 등 여러 버전이 더 있다. 다양한 뮤직비디오는 좋은 건 이리저리 뜯어 보는 팬들의 니즈를 충족시켰을뿐더러 본격적인 해외 활동 없이도 뉴진스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데 자양분 역할을 톡톡히 했다.
뮤직비디오 제작 편 수도 놀랍지만, 그 안에서 뉴진스가 보여주는 이미지 또한 독특하다. ‘Cool With You’ 뮤직비디오에는 1990년대 홍콩 누아르 영화의 아이콘 양조위가 등장하고, ‘Ditto’ 뮤직비디오에는 캠코더로 찍은 자글자글한 해상도의 영상이 삽입된다.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레트로퓨처리즘 콘셉트 자체는 요즘 흔하지만 뮤직비디오 속 뉴진스는 한 끗이 다르다. 아련하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추구하는 이른바 ‘민희진 감성’이 녹아 있는 부분이다.
SM엔터테인먼트 비주얼 아트디렉터 출신인 민희진 대표는 예전부터 감각적인 작업물로 유명했다. 아트 필름 형태로 만든 f(x) 2집 앨범 ‘Pink Tape’의 티저는 몽환적인 민희진 감성의 역작으로 손꼽힌다. 민희진 대표는 ‘비애티튜드’와의 인터뷰에서 민희진 감성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다. “내가 촬영한 사진을 본 어떤 스태프가 한 말 중에 마음에 드는 표현이 있다. ‘희진 님 사진 속의 사람은 전부 사연이 있어 보여요’이다”라며 “작업을 통해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각자만의 사연을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민희진 대표는 BTS 뷔의 제안으로 이번 솔로 앨범 ‘레이오버(Layover)’ 제작을 맡을 만큼 총괄 프로듀서로서의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뉴진스는 없는 게 많다. 처음부터 멤버 소개나 뮤직비디오 티저 영상, 콘셉트 포토 같은 티징 콘텐츠 하나 없이 바로 데뷔곡 ‘Attention’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뉴진스에는 팀을 이끄는 리더도, 정해진 멤버 포지션도 없다. 녹음도 보컬 가이드 없이 진행한다. 뉴진스는 K-팝 산업의 전형적이지만 안전한 성공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이번 앨범에 참여한 포르투갈계 덴마크 작곡가 에리카 드 카시어가 밝힌 후일담을 보면 더 확실해진다. 작업에 합류하기 전 어도어는 K-팝을 들어본 적이 없다는 에리카 드 카시어를 오히려 좋아했다는 후문이다. 어도어는 “새로운 것, 신선한 것을 원한다”고 주문했다고 한다.
애플과 협업한 ‘ETA’ 뮤직비디오도 신선한 도전이다. 아이폰14 프로로 촬영한 ‘ETA’ 뮤직비디오는 그 자체가 광고다. 나아가 뉴진스는 음악방송 무대에서 서로 아이폰으로 촬영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비록 ‘무대에서 PPL을 해도 되느냐’는 논쟁거리를 낳았지만, 그 누구도 보여준 적 없는 협업 방식을 데뷔 2년 차 신인이 무대에서 시도한 용기는 ‘인정’이다.
총 6곡이 담긴 이번 앨범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어도 12분 16초밖에 되지 않는다. ‘Super Shy’(2분 34초), ‘Cool With You’(2분 27초), ‘ETA’(2분 31초) 등 타이틀곡들이 전부 2분대 길이다. 그나마 타이틀곡은 긴 축에 속한다. 수록곡인 ‘New Jeans’는 1분 51초, ‘ASAP’ 2분 15초, 심지어 ‘Get Up’은 34초 만에 끝난다.
물론 뉴진스만 곡 길이를 줄인 것은 아니다. 포인트 안무 위주의 틱톡 챌린지가 유행하면서 많은 아이돌 곡들이 간주 없이 핵심만 살리고 있다. 다만 (여자)아이들의 ‘퀸카’(2분 42초), 에스파의 ‘Spicy’(3분 17초), 르세라핌의 ‘UNFORGIVEN’(3분 2초), 아이브의 ‘I AM’(3분 2초) 등 최근 음악방송 1위를 차지했던 걸 그룹 곡들과 비교해도 뉴진스의 곡은 짧다. 짧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고자극의 K-팝 세계에서 뉴진스는 ‘칠링(chilling)’과 ‘미드텐션(mid-tension)’을 키워드로 오히려 힘을 빼고 덜어낸다. 심심하니까 물리기 전 딱 맛있을 때 끝내는 셈이다.
다만 그렇다고 뉴진스 곡들이 마냥 담백하진 않다. 뉴진스는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을 추구하되 안무와 리듬감으로 감칠맛을 더한다. ‘Ditto’에 이어 이번 앨범에서도 빠른 템포의 저지 클럽과 UK 개라지 장르를 내세웠다. 저지 클럽은 1990년대 후반 뉴저지주 뉴어크시에서 시작된 일렉트로닉 댄스뮤직의 한 장르이고, UK 개라지는 1990년대 초반 영국에서 유행한 전자음악 장르다. 저지 클럽 리듬에 기반한 ‘Super Shy’의 경우 솜사탕 같은 폭신한 보컬에 디스코보다 빠른 리듬, 팔다리를 시원하게 돌리고 뻗는 와킹 댄스 동작 같은 이질적인 요소들이 묘하게 어우러진다.
해외에서도 뉴진스의 변칙적인 조합을 높이 사고 있다. 미국 음악 비평 전문지 ‘피치포크’는 “뉴진스의 활기차면서 클럽에서 영향을 받은 팝은 이들을 가장 흥미로운 K-팝 팀으로 만든다”면서 ‘Get Up’에 대해 역대 K-팝 걸 그룹 최고 평점인 7.6점을 줬다. 미국 ‘타임’지는 뉴진스에 대해 “격렬한 강렬함보다 미묘한 느긋함”이라 표현했다.
윤혜진은
아이돌 조상 H.O.T.부터 블락비, 에이티즈까지 청양고추 매운맛에 중독된 K-팝 소나무다. 문화교양종합지와 패션 엔터테인먼트 매거진 기자를 거치며 덕업일치를 이루고, 지금은 ‘내돈내산’ 덕질 하는 엄마로 살고 있다.
#뉴진스 #세계관 #여성동아
사진출처 어도어 홈페이지 롤라팔루자 공연 유튜브 캡처
이제 고작 1년이다. 뉴진스가 ‘매일 찾게 되고 언제 입어도 질리지 않는 청바지’ 같은 시대의 아이콘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 K-팝 신에 ‘새로운 세대(New Genes)’가 나타난 것만은 확실하다. 새로움의 비결은 무엇일까.
3개의 앨범과 25개의 뮤직비디오
역동적인 와킹 동작을 베이스로 메가크루 느낌을 연출한 ‘Super Shy’ 뮤직비디오.
싱글이나 더블 타이틀곡으로 2주 활동하는 게 일반적인 요즘 아이돌 업계에서 3곡을 타이틀로 삼는단 의미는 될 것이란 자신감이자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자본력을 의미한다. 뉴진스는 코카콜라 CM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3장의 앨범을 발매하며 25편의 뮤직비디오를 선보였다. 발표한 전곡이 뮤직비디오가 있고 타이틀곡은 안무, 멤버별 등 여러 버전이 더 있다. 다양한 뮤직비디오는 좋은 건 이리저리 뜯어 보는 팬들의 니즈를 충족시켰을뿐더러 본격적인 해외 활동 없이도 뉴진스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데 자양분 역할을 톡톡히 했다.
뮤직비디오 제작 편 수도 놀랍지만, 그 안에서 뉴진스가 보여주는 이미지 또한 독특하다. ‘Cool With You’ 뮤직비디오에는 1990년대 홍콩 누아르 영화의 아이콘 양조위가 등장하고, ‘Ditto’ 뮤직비디오에는 캠코더로 찍은 자글자글한 해상도의 영상이 삽입된다.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레트로퓨처리즘 콘셉트 자체는 요즘 흔하지만 뮤직비디오 속 뉴진스는 한 끗이 다르다. 아련하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추구하는 이른바 ‘민희진 감성’이 녹아 있는 부분이다.
SM엔터테인먼트 비주얼 아트디렉터 출신인 민희진 대표는 예전부터 감각적인 작업물로 유명했다. 아트 필름 형태로 만든 f(x) 2집 앨범 ‘Pink Tape’의 티저는 몽환적인 민희진 감성의 역작으로 손꼽힌다. 민희진 대표는 ‘비애티튜드’와의 인터뷰에서 민희진 감성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다. “내가 촬영한 사진을 본 어떤 스태프가 한 말 중에 마음에 드는 표현이 있다. ‘희진 님 사진 속의 사람은 전부 사연이 있어 보여요’이다”라며 “작업을 통해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각자만의 사연을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민희진 대표는 BTS 뷔의 제안으로 이번 솔로 앨범 ‘레이오버(Layover)’ 제작을 맡을 만큼 총괄 프로듀서로서의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티징 콘텐츠 0개, 정해진 건 없어
미국 ‘롤라팔루자 시카고’ 무대에서 관객과 즐기고 있는 뉴진스.
프라임타임이 아닌 오후 5시대 공연 중 최다 인파가 몰렸다.
애플과 협업한 ‘ETA’ 뮤직비디오도 신선한 도전이다. 아이폰14 프로로 촬영한 ‘ETA’ 뮤직비디오는 그 자체가 광고다. 나아가 뉴진스는 음악방송 무대에서 서로 아이폰으로 촬영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비록 ‘무대에서 PPL을 해도 되느냐’는 논쟁거리를 낳았지만, 그 누구도 보여준 적 없는 협업 방식을 데뷔 2년 차 신인이 무대에서 시도한 용기는 ‘인정’이다.
총 6곡이 담긴 이번 앨범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어도 12분 16초밖에 되지 않는다. ‘Super Shy’(2분 34초), ‘Cool With You’(2분 27초), ‘ETA’(2분 31초) 등 타이틀곡들이 전부 2분대 길이다. 그나마 타이틀곡은 긴 축에 속한다. 수록곡인 ‘New Jeans’는 1분 51초, ‘ASAP’ 2분 15초, 심지어 ‘Get Up’은 34초 만에 끝난다.
물론 뉴진스만 곡 길이를 줄인 것은 아니다. 포인트 안무 위주의 틱톡 챌린지가 유행하면서 많은 아이돌 곡들이 간주 없이 핵심만 살리고 있다. 다만 (여자)아이들의 ‘퀸카’(2분 42초), 에스파의 ‘Spicy’(3분 17초), 르세라핌의 ‘UNFORGIVEN’(3분 2초), 아이브의 ‘I AM’(3분 2초) 등 최근 음악방송 1위를 차지했던 걸 그룹 곡들과 비교해도 뉴진스의 곡은 짧다. 짧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고자극의 K-팝 세계에서 뉴진스는 ‘칠링(chilling)’과 ‘미드텐션(mid-tension)’을 키워드로 오히려 힘을 빼고 덜어낸다. 심심하니까 물리기 전 딱 맛있을 때 끝내는 셈이다.
인기가요 아이폰 퍼포먼스.
해외에서도 뉴진스의 변칙적인 조합을 높이 사고 있다. 미국 음악 비평 전문지 ‘피치포크’는 “뉴진스의 활기차면서 클럽에서 영향을 받은 팝은 이들을 가장 흥미로운 K-팝 팀으로 만든다”면서 ‘Get Up’에 대해 역대 K-팝 걸 그룹 최고 평점인 7.6점을 줬다. 미국 ‘타임’지는 뉴진스에 대해 “격렬한 강렬함보다 미묘한 느긋함”이라 표현했다.
윤혜진은
아이돌 조상 H.O.T.부터 블락비, 에이티즈까지 청양고추 매운맛에 중독된 K-팝 소나무다. 문화교양종합지와 패션 엔터테인먼트 매거진 기자를 거치며 덕업일치를 이루고, 지금은 ‘내돈내산’ 덕질 하는 엄마로 살고 있다.
#뉴진스 #세계관 #여성동아
사진출처 어도어 홈페이지 롤라팔루자 공연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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