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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블루칼라가 된 증권맨이 알려주는 도배, 미장, 타일로 돈 버는 법

버들치 작가

2024. 11. 21

고소득에 워라밸을 누리고 직업적 안정성까지. 놀랍게도 화이트칼라가 아니라 ‘블루칼라’를 바라보는 요즘 2030 세대의 시선이다. ‘증권맨’으로 33년을 살다가 현장으로 떠난 버들치 작가 역시 ‘제대로 된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가 도배, 타일, 조경, 대형면허 등 다양한 현장에서 직접 배운 노하우를 알려준다.

최근 화이트칼라, 즉 대기업 사무직의 좁은 문을 고집하지 않고 블루칼라 일자리로 인생을 설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미국 경제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술직에 취업하는 젊은 층을 두고 ‘공구벨트 세대’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 Z세대가 기술직을 선호하는 이유는 보수가 높고, 기술만 있다면 정년 제한 없이 일할 수 있으며, 인공지능(AI)에 대체되지 않기 때문이다.

청년들뿐만 아니라 이미 회사에 오래 몸담은 이들도 제2의 삶으로 기술직을 택하기도 한다. 33년간 증권회사에 다녔던 필자도 지난 2021년 회사를 스스로 나왔다. 퇴사 5년 전부터 야간이나 주말마다 기능을 배워, 현재 기능인으로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기술직으로서의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이들을 위해 필자가 기능인으로서 도전하는 과정에 익힌 노하우를 전한다.

01 | 시설 관리 기능

기계와 전기(기전)
아파트, 오피스텔, 빌딩 등을 관리하고 보수하는 일이다. 시설관리는 건물에 필요한 전기, 상수, 하수, 오수, 소방, 냉난방 등을 원활하게 공급해주는 데 목적이 있다. 구체적으로 기계는 급수, 배수와 관련한 배관 및 보일러 시설을 관리한다. 전기는 공용부의 엘리베이터와 에어컨, 조명, 지하실의 발전 설비 등을 관리하고 수리한다. 보수는 낮지만 근무 환경이 비교적 쾌적하고 출퇴근이 규칙적이다. 단, 진급도 없고 연차에 따라 호봉이 오르는 것도 아니다. 경력이 오래됐다고 장인이 되는 것도 아니고, 창의성을 요하는 일이 아니다 보니 보람을 얻기도 쉽지 않다. 제2의 직업을 찾는 중장년층에게는 추천하지만 젊은이들은 더 공부해서 기사나 기능장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을 권하는 까닭이다.

조경
선릉과 헌릉의 아름다운 경치에 매료돼 조선왕릉과 고궁 관리 채용 공고에 응시하기 위해 조경을 공부했다. 필기는 독학으로 했고 실기는 학원을 다녔다. 조경은 나무와 숲을 관리하는 일이 전부가 아니다. 거름 주고 잔디 깎고 가지치는 모든 일이 땡볕에서 하는 것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낙엽을 모으고 눈을 치우는 일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낭만 하나로 시작했다간 낭패 보기 십상이다. 단, 조경은 다른 기술직에 비해 업무 강도가 높지 않고, 당직 근무 없는 일근직이라 규칙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방재(소방안전관리자)
현대 건물은 점차 고층화 추세이기에 소방시설에 대한 규정이 강화되고 있다. 소방 관련 자격증은 소방시설을 관리하는 소방안전관리자와 소방설비를 계획하고 설치하는 소방설비기사 2종류가 있다. 필자는 소방안전관리자 교육을 받았다. 교육 후 시험을 통과하면 소방안전관리자로 일할 수 있다. 시설 관리직의 방재 부문 업무는 점검이 대부분이다. 이에 업무 외 시간이 많아 자기 개발하기에 유리하다. 소방안전관리자로 입사한 후 여유 시간에 소방설비기사나 소방설비기술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경우도 있다.


02 | 건축·인테리어 분야 기능

도배
처음 배운 기능은 도배였다. 국비 지원을 통해 도배 학원에 다녔고, 세준 집을 직접 도배하거나 친구 집을 무보수로 도배하는 식으로 경험을 쌓았다. 도배는 특별한 조건이 필요 없고 누구나 조금만 연습하면 어느 정도 실력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진입장벽이 낮다. 공인된 도배 자격증은 있지만, 도배 일을 하기 위해서 도배 자격증을 요구하는 곳은 없다. 그러다 보니 다른 기능에 비해 보수가 낮은 편이다. 도배는 일거리 대부분을 인적 네트워크로 구할 수 있기에 인맥이 중요하다. 일거리에 따라 최소 2명에서 5명의 팀으로 이뤄지는 만큼 마음에 맞는 사람과 팀을 찾아야 오래 일할 수 있다. 그래서 부부가 같이 일하는 경우가 많다.

미장
뱃일 다음으로 힘든 것이 미장이라는 말이 있다. 뱃일은 안 해봤지만 필자는 뱃일보다 힘든 게 미장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벽 미장과 달리 바닥 미장은 허리를 구부리고 해야 하기에 더욱 힘들다. 미장 현장은 오전 6시부터 시작한다. 기계팀에서 아파트 맨 꼭대기 층부터 유압 펌프로 모르타르를 쏘아 바닥에 뿌려주는데 이를 ‘초벌’이라고 한다. 이후 모르타르가 굳은 정도를 보고 미장 작업(중벌)을 하고 마지막으로 바닥 미장을 하면 끝난다. 아파트를 기준으로 한 사람당 하루 10채가량을 작업하는데 여름에는 오후 6시 전후, 가을과 겨울에는 오후 10시 전후로 일이 끝난다. 일이 고된 만큼 보수는 높은 편이다. 근무일이 월 25일이면 수입은 1000만 원 정도다. 단, 건설 경기에 따라 일거리가 좌우된다. 아파트 미장에서 일거리를 잡지 못하면 빌라와 단독주택 미장으로 밀려난다. 일의 강도가 내려가는 만큼 보수도 낮아진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타일
“타일을 하면 밥은 먹고 살아요.” 처음 타일 일을 배울 때 들은 말이다. 2017년 기준 타일 일을 하면 월 400만 원 이상의 수입은 보장됐다. 타일 자격증을 취득하면 해외로 취업 이민을 가는 것도 가능하다. 단, 타일은 현장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한데 구인 광고가 따로 뜨지 않는다. 직접 발품을 팔아 팀을 구해야 하는데, 초반에는 조수 역할을 하며 도제식으로 일을 배울 수 있다. 기능을 배우는 데는 진입장벽이 낮은데 취업 문턱이 높은 편이다. 필자는 첫 일자리를 구할 때, 공사 현장을 찾아 팀장에게 무급으로라도 일할 테니 첫 물꼬를 트고 싶다고 읍소했다. 또 타일 현장은 혼돈 그 자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모든 인테리어 공사 현장이 마찬가지지만 업무가 순차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다른 작업 팀들과 공간을 같이 쓰다 보니 동선도 뒤엉키고, 다른 작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타일과 시멘트 재료도 계단을 통해 올리고 내려야 하며, 작업 현장에서 나오는 폐기물 양도 많다. 모르타르를 만들고 타일을 재단, 철거할 때 나오는 먼지도 심각한 수준이다.


03 | 운전 기능

대형면허
대형면허 역시 전문학원을 통해 취득했는데, 중장비 운전처럼 국비 지원 대상은 아니다. 면허 취득 후 학원 버스 운전기사로 일을 시작했다. 학원 버스 운전은 비교적 취업이 쉽다. 시내버스 운전은 대형면허 자격증만 있다고 받아주는 것이 아니다. 마을버스 경력을 일정 기간 이상 채워야 위 단계인 시내버스 운전 자격이 주어진다. 학원 버스 업무는 단순하다. 수업 전 학생들을 픽업해서 태워오고, 수업 후 집 근처까지 데려다주는 것이 전부다. 세차와 간단한 점검은 필수다. 2021년 기준 하루 6시간가량 근무에 급여는 100만 원대 중반이었다. 단, 학생들 수업 시간을 맞춰야 해서 차가 밀리면 과속할 위험이 있다. 특히 비 오는 날에는 학원 차와 학부모 차가 뒤엉켜 학원가 일대가 마비되므로 퇴근 시간이 늦어지곤 한다.

중장비
굴삭기 운전과 지게차 운전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필기와 실기를 거쳐야 한다. 필기는 굴삭기와 지게차가 동일하다. 실기에서 차이가 오는데, 굴삭기 운전의 난도가 더 높은 편이다. 취업도 굴삭기 기사가 더 어렵다. 지게차 운전의 질은 사람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서 한번 배우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만큼 공급도 많고 취업도 쉽지만, 월급은 굴삭기 기사보다 훨씬 적다. 중장비 역시 다른 기능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기능인 밑에서 수년간 보조 역할을 해야 한다. 기능인이 작업하는 것을 지켜보고, 틈날 때 운전대를 넘겨주면 직접 경험하며 배우는 식이다.



#공구벨트세대 #블루칼라 #여성동아

‌사진 뉴스1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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