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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WEBTOON

웹툰 작가의 세계

청소년들이 꿈꾸는 유망 직업

글 · 김지은 자유기고가 | 사진 · 지호영 기자 | 디자인 · 김수미

2015. 12. 18

웹툰을 기반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들이 쏟아지는 요즘, 웹툰 작가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두 명의 신진 작가에게 궁금한 웹툰 작가의 세계에 대해 들었다.

웹툰 작가의 세계

최근 흥행한 영화와 드라마 중에는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 많다.

1 ‘멀리서 보면 푸른 봄’ 박지윤 작가

“치열한 노력과 강한 정신력 필요해요”
웹툰 작가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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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부터 다음 웹툰에서 ‘멀리서 보면 푸른 봄’을 연재 중인 박지윤(28·필명 지늉) 작가는 이 시대 청춘들의 아픔과 사랑을 그리며 인기를 얻고 있다. 얼마 전에는 이김프로덕션과 판권 계약을 맺어 웹툰의 드라마화도 결정됐다. 박 작가가 처음 웹툰을 그리기 시작한 건 2013년. 아마추어 작가들의 등용문으로 여겨지는 네이버 ‘도전만화’와 다음 ‘웹툰 리그’에 웹툰을 올리던 그는 연재 6개월 만에 다음 웹툰 콘텐츠 담당 PD에게 캐스팅돼 정식 작가로 데뷔했다. 통상적으로 유료로 운영되는 웹툰 플랫폼에 연재를 시작하면 프로 작가라 할 수 있다. 고료는 매달 지급받는데 미니멈 개런티 2백만원에 일정 조회수를 넘기면 당초 계약된 퍼센티지에 따라 추가 고료를 지급받는다. 이러한 방식은 다음, 네이버, 레진코믹스, 탑툰 등 대부분의 유료 웹툰 플래폼에 비슷하게 적용되고 있다.
어려서부터 그림 솜씨가 좋았던 박 작가는 명지대 영상디자인학과에 입학했지만 대학 2학년 때 학교를 그만뒀다. 학자금 대출이 쌓여가는 게 싫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후 그는  MBC아카데미에 등록해 드라마 작법을 공부했다. 애니어그램· MBTI 등의 성격학도 공부하고, 코믹스튜디오, 구글 스케치업과 같은 작화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도 섭렵했다. 만화 전공이 아니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인체 데생 과외까지 받았다고 한다. 그 와중에도 돈을 벌어야 했던 박 작가는 편의점과 빵집 아르바이트, 전단지 돌리기, 호텔 서빙까지 안 해본 일이 없다고. 누군가에겐 위태롭고 불안해 보이는 방황 같은 날들이었지만 그는 당시를 “작가가 되기 위해 꼭 필요했던 시간”이라고 말한다.
“작가가 되지 못할까 봐 두려웠던 적은 없어요. 어떤 장르의 작가가 될지는 몰랐지만, 부모님도 어릴 때부터 제 재능을 알아보고 믿어주셨죠. 많은 분들이 웹툰 작가는 그냥 책상에 앉아서 그리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웹툰 작가는 감독이자 배우, 화가, 스토리텔러예요. 모든 걸 혼자 다 하죠. 분명 타고난 재능보다 노력이 중요한 분야예요.”

현실적인 이야기 날카롭게 풀어내고 싶어
웹툰 작가의 세계

다음 웹툰에 연재 중인 ‘멀리서 보면 푸른 봄’.

그가 웹툰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소재를 대하는 태도다. ‘멀리서 보면 푸른 봄’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한 명은 지독히 가난하고 한 명은 가정 폭력에 시달린 인물인데, 정 작가는 이들의 고뇌를 결코 가볍게 그려내지 않는다.
“아무리 창작이라지만 작품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매우 예민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해요. 독자들은 작가가 어떤 마음으로 등장인물들을 대하고, 그들의 상황을 그려내는지 귀신처럼 알아내거든요.”
그렇기에 그는 ‘강철 멘탈’을 웹툰 작가의 자격 요건으로 꼽는다. 과거 출판 만화 시절과 달리 웹툰은 온라인상에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기 때문에 작가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과 시선을 견딜 수 있는 강한 정신력이 필요하다는 것. 체력 관리도 중요한데, 안타깝게도 박 작가는 최근 손목 염증으로 건초염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멈출 수는 없어요. 연재를 거를 때마다 마음은 더 초조해지고 독자들과의 거리도 멀어지는 느낌이거든요. 지금부터라도 몸 관리를 잘해야 할 것 같아요.” 
그는 지독하게 현실적인 이야기가 좋다고 했다. 웹툰 ‘송곳’의 작가 최규석을 존경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방식은 다르지만, 그도 현실의 이야기를 날카롭게 풀어내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한다.

2 ‘비밀스러운 짝사랑’ 정세진 작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대중성’이 중요해요”
웹툰 작가의 세계

정세진 작가가 연재 중인 레진코믹스 웹툰 ‘비밀스러운 짝사랑’.

조막만 한 얼굴, 길게 쭉 뻗은 팔 다리…. 순정 만화의 판타지에 충실한 레진코믹스 웹툰 ‘비밀스러운 짝사랑’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8월부터 연재를 시작한 정세진(25· 필명 정) 작가는 2009년부터 네이버 ‘도전만화’와 ‘베스트도전’ 코너에 간간이 작품을 올리다 지난 8월 레진코믹스에 소속되면서 정식 작가가 됐다. 성균관대 디자인학과 출신인 정 작가는 부모의 권유로 정식 작가 세계에 발을 들였다.
“레진코믹스로부터 전속 제안을 받았다고 하자 부모님이 여기저기 알아보셨는지, 때마침 웹툰 시장도 호황이니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며 적극 추천하셨어요. 어느 날 아빠가 출근길에 지하철에서 한 남자분이 스마트폰으로 제 만화를 보고 있다면서 문자 메시지를 보내셨더라고요. 자랑스럽게 생각해주셔서 저도 뿌듯해요.”

체력 소모 많은 직업, 페이스 조절이 관건

웹툰 작가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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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작가는 웹툰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체력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고 한다. 매일 최소 8시간 이상 책상 앞에 앉아 작업에 몰두하기 때문이다. 스토리와 콘티를 짜 밑그림을 스케치하고 선을 딴 뒤 채색과 밑색, 배경 효과, 말풍선, 효과음까지 모두 완성해야 하는 압박감이 일주일 내내 계속된다.
“낮에는 햇살이 모니터에 반사돼서 주로 밤에 일해요. 매일 밤을 새우다시피 하니까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어요. 거북목증후군에 손목터널증후군까지 생겼죠. 데뷔 전에는 알지 못했던 두려움이 살짝 밀려오고 있어요. 웹툰 작가는 페이스 조절이 정말 중요한 직업이에요.”
웹툰 작업을 하면서 그가 가장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이 바로 대중성이다. 네이버에 연재할 때만 해도 댓글로 독자들의 반응을 바로 알 수 있었는데, 레진코믹스는 댓글 서비스가 되지 않아 처음에는 막막하고 답답함을 느꼈다는 그는 “대신 조회수와 코인 결제수를 매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독자들의 호응도를 살핀다”고 말했다.
정세진 작가의 강점은 리얼리티다. ‘비밀스러운 짝사랑’은 이름도 모른 채 한 여자를 짝사랑해온 남자 주인공 진선과, 자신의 짝사랑 상대가 실은 자신을 오랫동안 좋아해왔다는 사실을 모른 여자 주인공 세연의 이야기. 학창 시절 학교 혹은 버스정류장에서 한 번쯤 품어보았을 짝사랑의 감정을 사실감 있게 그려낸다. 만화 전공자가 아닌 만큼 처음에는 기술적인 면에서 작업이 많이 서툴렀지만 이제는 오히려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한다.
“복수 전공으로 심리학을 했는데, 그 덕분인지 심리묘사나 표현력이 좋다고들 하시더라고요. 저도 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앞으로도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특히 내향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조금은 진중한 내용의 작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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