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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저출생 극복은 행복에 대한 사회적 공감에서 출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조지윤 기자

2024. 12. 05

저출생 위기를 국가비상사태로 선언한 이래 일·가정 양립 정책은 그 첫 번째 해결책으로 부상했다. 일·가정 양립 정책의 키를 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구체적인 계획과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1호 인구소멸국가’. 18년 전인 2006년 인구학자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유엔 인구포럼에서 한국을 두고 일컬은 말이다. 이대로 저출생 기조가 이어진다면 2750년 한국이 전 세계에서 첫 번째로 사라지는 국가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 2006년 8월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발표된 이래 정부는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였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까지 18년간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약 380조 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했다. 최근 출산율이 반짝 반등했지만 올해 합계출산율은 0.68명을 기록할 전망이다.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6월 저출생 위기를 인구 문제를 넘어 ‘국가비상사태’로 명명하고 국가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할 것을 약속했다. 이를 위한 ‘저출생 추세 반전 대책’의 3가지 핵심 어젠다 가운데 첫 번째로 내세운 것이 ‘일·가정 양립’이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과 출산율의 상관관계는 북유럽 국가 사례를 통해 이미 잘 알려져 있다. KDI 포커스의 ‘여성의 경력단절 우려와 출산율 감소’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에서 자녀가 있는 여성 고용률과 출산율이 높은 국가들은 재택근무와 같은 유연근무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구체적으로 아일랜드, 스웨덴, 네덜란드, 독일, 핀란드 등 여성 재택근무 비중이 높은 국가에서는 출산율이 높게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지난 9월 ‘육아지원 3법(남녀고용평등법, 고용보험법,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일·가정 양립 정책의 핵심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이듬해부터 본격 시행될 개정안이 ‘무늬만’ 정책으로 남지 않도록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나아가 출산과 육아를 대하는 사회적 인식과 문화를 적극 바꿔나갈 것을 약속했다.

구체적인 계획을 듣기 위해 지난 10월 31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9층에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났다. 첫 질문으로 저출생 위기가 노동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물었는데 돌아온 답은 다소 의외였다. 행정이 저출생 문제를 비용과 시장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가정의 행복을 지키기 위한 관점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 김문수 장관은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정에서 아이가 주는 행복과 그 의미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결국 인간 행복의 기본 축은 가족에 있다는 데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행정 역시 국민의 행복을 고취한다는 거시적인 목표 아래서 이뤄져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임신-출산-육아 전 과정의 일·가정 양립

저출생 극복의 열쇠는 행복에 대한 이해에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청년들이 아이를 낳지 않아서 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문제로 삼기 전에 결혼과 출산을 포기할 만큼 삶을 고통스러워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입니다. 행정도 결국 행복의 관점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신다면요.
청년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입니다. 치열한 경쟁사회 속 높은 주거비와 사교육비는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출산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청년들이 ‘출산’과 ‘양육’을 자신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대상으로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실제 직장 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습니다.
현장에서도 관련한 고충을 들을 수 있습니다. 우선 아이 하원이나 하교 후 돌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없다는 이야기가 대표적입니다. 이 때문에 육아휴직을 하게 되면 소득이 줄어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요. 육아휴직이나 근로시간 단축을 사용하려고 해도 업무 공백에 따른 사업주나 동료 눈치가 보인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처럼 직장 생활에서 양육자, 특히 여성이 겪는 어려움을 본 젊은 세대는 출산을 망설일 수밖에 없습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10월 16일 경기 성남시 공동직장어린이집에서 열린 ‘일하는 부모들과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10월 16일 경기 성남시 공동직장어린이집에서 열린 ‘일하는 부모들과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를 정책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있나요.
국내외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국민들도 일·가정 양립을 가장 시급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육아지원 3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추가로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면서 임신-출산-육아의 전 과정에 일·가정의 균형을 지원하는 제도들이 대폭 확대됐습니다.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드립니다.
우선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기간을 현행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에서 ‘12주 이내 또는 32주 이후’로 확대했습니다. 난임 치료 휴가도 3일에서 6일로 2배 연장했습니다. 또 아이가 태어나면 적어도 한 달은 산모와 신생아를 돌볼 수 있도록 배우자 출산휴가를 10일에서 20일로 늘렸습니다. 육아휴직급여도 기존 월 150만 원에서 최대 250만 원까지 올렸습니다. 육아휴직 기간은 부모가 모두 3개월 이상 사용하거나 한부모, 장애아동 부모일 경우 기존 1년에서 최대 1년 6개월로 연장했습니다. 이 외에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의 경우 대상 자녀 연령을 현행 만 8세에서 만 12세 이하로 늘려 자녀가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사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특히 육아휴직 개정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급여 인상이 가장 큰 변화입니다. 부부 모두가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최대 월 500만 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소득 감소로 육아휴직을 망설이던 양육자, 특히 남성도 걱정을 덜고 쉽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급 방식도 대폭 바뀝니다. 현재는 사후 지급 방식으로 육아휴직급여의 25%는 복직 6개월 후 지급하고 있으나 내년부터는 사후 지급 없이 육아휴직 기간 중 전액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단기 육아휴직도 도입합니다. 아이가 아프거나 방학으로 인해 1〜2주의 짧은 돌봄 공백이 발생할 때, 육아휴직을 탄력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단기 육아휴직은 현행 ‘3회 분할 사용 제한’을 적용하지 않고 육아휴직 잔여기간 내 언제든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다 개선해가려고 합니다.

휴직 외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수요도 높습니다.
맞습니다. 특히 육아기의 근로시간 단축은, 근로자는 경력을 유지하면서도 자녀를 돌볼 수 있고 기업은 질 높은 노동력을 계속 활용할 수 있는 윈윈전략입니다. 현재 하루 5시간까지 근로시간을 단축해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육아기 근로기간 단축 제도를 운영 중입니다. 지난해 기준 2019년 대비 이용자가 4배 증가하는 등 인기가 많은 제도죠. 제도 활성화를 위해 단축 근로자의 업무를 대신한 동료 근로자에게 월 20만 원의 업무분담 지원금을 지원하여 근로자가 동료 눈치 보지 않고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사용 가능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기간도 1년에다가 육아휴직 미사용 기간에 대해 2배를 적용해 최대 3년까지로 확대했습니다. 단축한 근로시간도 연차 산정 시 출근으로 간주해 불이익이 없도록 개선했습니다. 기업이 이를 적극 지원할 유인을 제공하기 위해 잘 활용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정책자금, 금리 혜택 등 실제로 기업이 원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또 구상하는 제도가 있다면요.
근로시간면제제도(노동조합 간부가 근무시간 중 합법적으로 노동조합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한 제도)와 같은 방식을 육아에도 적용하는 것입니다.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근무시간 중 육아와 관련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예컨대 아이 등하교 시간에 맞춰 오전 1시간, 오후 1시간을 빼는 식입니다. 양육하다 보면 노조보다 복잡한 사정이 많을 것입니다. 회사 노무관리 비용이 더 들 수밖에 없겠지만 일·가정 양립을 위해서는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숭고한 것인 만큼 특권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회적으로도 제도를 설계할 때, 아이 양육과 관련해서는 최우선 순위에 두고 진행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양육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 필요

좋은 제도가 마련돼도 현실적으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많습니다.
사회적으로 양육자들에 대한 배려를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만큼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이 같은 상황 역시 제도적으로 보완해 근로자의 권리를 두텁게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에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함께 신청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근로자는 신청 부담을 덜고 쉽게 제도를 사용할 수 있으며, 사업주는 미리 대체인력을 채용할 수 있어 노사 모두에 이점입니다. 특히 통합 신청한 경우 사업주가 14일 이내 의사표시를 하지 않으면 육아휴직을 허용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사실 이 같은 제도적 지원과 발맞춰 결국 기업 문화를 바꿔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기업문화 개선을 촉구할 방안이 있을까요.
11월부터 중소기업 단체로 구성된 ‘중소기업 일·가정 양립 위원회’가 출범합니다. 정부도 우수기업에 감독 면제·세무조사 유예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일·가정 양립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소규모 사업장에서도 제도를 충분히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복안이 있나요.
우선 제도 사용으로 인한 중소기업의 업무 공백 부담을 줄여줘야 합니다. 지난해 12월 실시한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으로 인한 경영상 어려움으로 동료·관리자의 업무 가중(25.3%)이 1순위로 꼽혔습니다. 이에 대체인력 지원금을 월 80만 원에서 120만 원으로 인상하고 육아휴직 동료의 업무를 분담한 근로자에 대해 업무분담지원금도 월 20만 원씩 지급할 계획입니다. 13개 지방 관서에 전담 인력인 ‘일·육아 동행 플래너’를 배치해 기업별 맞춤형 제도와 연계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중소기업이 많이 모인 산업단지를 집중 지원하는 ‘워라밸 행복산단 지원사업’을 운영 중입니다. 현재 서울디지털과 구미, 2개 산단에서 24개 기업에 컨설팅을 제공하며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공공의 역할은 가장 약한 곳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5인 미만 사업장처럼 행정 범위에 속하지 않은 곳이 진짜 행정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장기적으로는 플랫폼 노동자나 프리랜서도 육아 관련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회의 변화 속도에 비해 제도의 변화는 늦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간격을 조율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발상의 전환이 제일 중요합니다. 변하는 시대에 맞게, 집단을 중시하는 획일적 제도에서 이제는 개인을 중시하는 맞춤형 제도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과거와 현대,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간 가치관의 충돌이 발생할 것입니다. 이를 조율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상생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공존의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기성세대는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며, 무엇보다 아이를 낳고 기르길 포기하는 청년의 어려운 현실을 이해하고 도와야 합니다. 청년세대도 과거를 비합리적이고 부당한 대상이 아니라 다른 세대의 삶의 방식으로, 공존의 대상으로 봐야 하고요. 정부는 개혁을 완수할 최종 책임자입니다. 사회적 대화를 통해 얽혀 있는 이해관계를 넘어설 공감대를 이끌어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일과 육아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워킹 맘들은 제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고민도 많이 하고, 힘든 상황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약속드릴 수 있다면, 앞으로 빠른 속도로 제도와 정책을 개선해갈 것입니다. 올 2분기 출생아가 2015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 동기보다 증가했습니다. 혼인 건수 역시 올해 들어 지난 1분기, 2분기에 이어 3분기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늘어났습니다. 길고 길었던 우리 사회의 저출생 추세가 반전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은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이자 행복이라 생각합니다. 걱정 없이 아이를 낳고, 눈치 보지 않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가겠습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일가정양립 #여성동아

‌사진 지호영 기자 뉴시스 
‌자료제공 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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