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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반려동물과 안녕히 이별을 준비하는 방법

조지훈 펫로스 심리상담센터 ‘안녕’ 원장

2024. 07. 18

지금 곁을 함께하는 반려동물과의 ‘마지막’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메어온다. 언젠가 찾아올 이별을 안녕히 맞이하기 위해 필요한 이야기를 전한다. 

2023년 1월 19일 미국 오하이오에서 죽음을 맞이한 치와와 ‘스파이크’는 23년하고도 88일,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반려견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이 외에도 종종 TV 프로그램을 통해 20세를 넘긴 장수견들이 소개되기도 한다. 과거 반려견을 키웠던 필자는 그런 방송을 보면서 ‘우리 강아지는 적어도 15년 이상은 살 수 있지 않을까?’ 내심 생각했다. 그런 기대가 무색하게도 태어난 지 11년이 되던 2009년 봄, 무지개다리를 건너갔다.

그 후 필자는 한동안 ‘11년’이라는 시간에 얽매여 있었다. TV에 나오는 저 반려견들은 15년, 20년을 보호자와 함께 살다가 떠나는데 왜 우리 아이는 11세밖에 되지 않은 나이에 떠나야만 했을까. 길에서 산책하는 다른 노견들을 보며 상대적인 박탈감이 들어 쳐다보는 것조차 힘들었다. 다행스럽게도 점차 11년이란 시간은 그저 숫자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함께했던 행복한 순간들은 11이라는 숫자보다 더 값진 것임을 느끼면서다.

다만 아쉬움은 여전히 있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면 분명 좋았을 터다. 또 무작정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시간을 행복하고 의미 있게 보냈다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이 글을 읽고 있는 노령의 반려동물을 키우는 중인 보호자들만이라도 나와 같은 후회나 아쉬움을 덜 겪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펜을 들어본다.

후회를 줄이기 위한 ‘죄책감’ 리스트업

수의학계에서는 반려견의 경우 10~11세, 반려묘의 경우 8세부터 건강검진을 6개월에 한 번씩 하기를 권장한다. 반려동물의 노화가 가속화할수록 전에 없던 행동 변화나 질병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눈에 띄게 활동성이 줄고, 털은 조금씩 생기를 잃고 푸석푸석해지며, 이빨도 하나 둘씩 빠진다. 이 같은 변화를 지켜보면서 언젠가 이별을 해야 할 때가 온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밀려든다. 하지만 ‘보통 개들은 20년씩 살지 않나?’ ‘원래 고양이들은 잠을 많이 자’라며 애써 부정하려 한다.

그렇지만 모든 생명은 태어나서 살아가고, 늙어가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다. 반려동물과의 이별 또한 피할 수 없다. 우리는 행복한 반려 라이프를 이어가면서도 자연스럽게 이별이 다가온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나아가 펫로스 이후 삶의 막막함과 불안함, 즉 펫로스 증후군을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펫로스 직후 보호자는 혼란스러움과 부정의 단계를 거친다. 회피하고 부정하는 것은 큰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없는 감정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이후 죄책감과 슬픔, 공허감 또는 분노 같은 감정들이 밀물과 썰물처럼 들어오고 나가게 된다. 특히 많은 보호자를 힘들게 하는 보편적인 감정이면서 마주하고 다루기 어려운 감정이 죄책감이다. 펫로스 이후 죄책감이라는 감정을 없애는 건 쉽지 않다. 이미 반려동물은 사망했기 때문에 사과하거나 만회할 기회가 없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아직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중이라면 이를 해결할 수 있다. 반려동물에 대한 죄책감 리스트를 미리 작성해보는 것이 그 방법이다. 만약 반려동물이 떠나갔다면 후회될 것 같은 일들을 하나씩 적어보는 거다. 반려인마다 죄책감을 느끼는 이유는 가지각색일 터다. 누군가는 산책을 자주 시켜주지 못해서 혹은 집에 혼자 둔 시간이 많아서, 맛있는 간식을 자주 주지 못한 것이 미안함으로 남을 수도 있다.

리스트를 다 작성했다면 해주지 못했던 일들, 부족했던 것들을 하나씩 실천해나가자. 완벽하게 실천하지는 못해도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보자. 예를 들어 직장 근무 때문에 집에 혼자 남겨둘 수밖에 없다면 주말이나 휴일에는 반려동물과 함께 있어주면 된다. 반려견이 이제 걷기 힘들어해서 산책을 나가지 못한다면 안거나 ‘개모차’에 태워서라도 나갈 수 있다.

안락사를 고려하기 전 확인해야 할 3가지

23살 치와와 ‘스파이크’는 ‘세상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 산 개’로 2023년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23살 치와와 ‘스파이크’는 ‘세상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 산 개’로 2023년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반려동물이 질병 등으로 고통이 심할 때 반려인들은 안락사를 고려하기도 한다. 안락사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다는 의견과 끔찍한 고통을 어떻게 두고 보냐는 의견이 맞부딪친다. 사실 정답이 없는 문제다. 일분일초라도 더 반려동물과 함께 시간을 보낼 것인가, 아니면 고통으로 힘겨워하는 반려동물을 육신으로부터 해방해줄 것인가.

필자는 키우던 반려견이 세상을 떠나기 대략 1∼2년 전쯤에 수의사로부터 안락사를 권유받았다. 차마 안락사를 시킬 수 없어서 집에 데려와 간호하면서 상태를 살폈는데 증세가 다행히 호전됐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 뒤 필자의 품 안에서 괴로워하며 떠나갔다. TV에 나오는 다른 반려동물들처럼 기력이 떨어져 잠들듯이 떠나지 않았다. 고통에 몸부림쳤고, 가끔씩 괴성을 질렀고, 숨도 잘 쉬지 못했다. 필자의 욕심으로 반려견이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것만 같아서 그때 안락사를 선택하지 않았던 걸 후회했다.

안락사가 옳고 그르다는 판단을 떠나, 모든 반려동물이 편안히 눈을 감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보호자들이 알 필요가 있다. 안락사가 너무 빨라도, 너무 늦어도 후회할 수 있다. 이 순간에도 안락사를 고민 중인 보호자들이 많을 것이다. 이때 도움이 될 3가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반려동물을 담당하는 수의사의 수의학적 소견이다. 더 이상의 치료는 무의미하다는 결과가 검사와 진료를 통해 나와야만 한다. 반려동물의 건강을 회복시킬 방법이 없는 상태고, 계속해서 고통받으며 삶의 질이 곤두박질칠 것이라면 안락사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반려동물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준을 고려해야 한다. 필자는 반려동물이 걷지 못하고, 스스로 먹거나 배변을 볼 수 없어 힘들어한다면 더 이상 행복하게 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매일 혹은 매시간 경련한다거나 고통에 울부짖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본인이 생각하는 삶의 질에 대한 기준을 넘어섰다면 무엇이 반려동물을 위한 것인지 숙고해봐야 한다. 이 기준은 보호자마다 다를 수 있기에 자신의 기준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수의학에서 개발한 평가도구인 QoL(Quality of Life)을 참고하는 것도 방법이다. 반려견의 행동과 활동에 관한 32가지 설문을 기반으로 만든 평가도구로, 반려동물의 삶의 질을 점수로 환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반려동물과 보호자만이 느낄 수 있는 비언어적 메시지다. 반려동물과 짧게는 며칠, 길게는 수년을 함께 지내오면서 오직 보호자만이 느끼는 메시지가 분명히 있다. 반려동물의 눈빛과 목소리, 움직임을 통해 우리는 그들이 어떤 고통을 느끼는지 그리고 어떤 선택을 내려주기를 바라는지 교감하고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 이 3가지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안락사 시기를 결정한다면, 성급했다거나 혹은 너무 늦게 보내주었다는 후회를 줄이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안락사를 결정했다면 반드시 동물병원에서 수의사의 처치하에 진행해야 한다. 안락사의 일반적인 과정은 다음과 같다. 마취제 성분을 우선 주사해 반려동물을 진정시키고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만든 뒤, 근이완제를 투여해 심장의 움직임을 멈추게 한다. 간혹 ‘안락사’라는 이름만 가지고서 수의학적 지식 없이 질식시키는 등 비윤리적 방식으로 안락사를 시행하는 업체들이 있다.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하고 안락사를 시켰다가 죄책감을 느끼는 보호자들도 주위에서 본다.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것을 안락사라고 말할 순 없다. 반려동물이 고통에서 해방되어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기를 바란다면 보호자들이 이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필자는 지금 2마리의 반려묘 집사로 살아가고 있다. 가끔 상담을 의뢰하는 내담자들이 필자에게 지금 키우는 고양이들이 떠나고 나면 괜찮을지, 슬픔을 빨리 극복할 수 있을지를 묻는다. 그때마다 늘 “괜찮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한다. 반려동물이 죽고 난 뒤 분명 슬픔은 찾아올 것이고, 마음이 무너질 수 있다.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슬픔을 좀처럼 인정받기 어려운 사회에 살고 있다. 어쩌면 주변이 아니라 자기 자신조차도 고통을 마주하고 이겨내는 시간을 허용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슬픔은 이상하고 비정상적이며 빨리 극복해야 할 대상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사랑하는 존재를 잃고 슬퍼하는 것은 당연한 감정이고 변화다. 질병 수준이 아니라면 그 감정들은 충분한 애도의 시간이 지난 후 자연스럽게 치유되기 마련이다.

만남 뒤에는 이별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반려동물의 시간은 우리의 시간보다 빨리 흘러가기에, 그들을 먼저 보내줄 수밖에 없다.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남은 시간 동안 불안해하기보다는 하루하루를, 한 시간을, 단 몇 분만이라도 서로에게 의미 있고 소중하게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자.


#반려동물 #펫로스증후군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기네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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