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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속에서도 ETF 꽃은 핀다

윤혜진 프리랜서 기자

2022. 10. 31

금리 상승과 시장 변동성 심화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자본 이익보다 안정적인 인컴 수익으로 옮겨지고 있다. 지금처럼 주식시장 횡보가 예상되는 시기에 빛을 발하는 ETF 상품은 무엇일까. 

올해는 ETF(상장지수펀드)가 국내 증시에 상장된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개별 종목보다는 분산투자가 가능한 ETF에 순자산이 몰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잔액 기준으로 76조 원 정도인 국내 ETF 시장 규모가 5년 안에 20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전체 파이가 커지고 종류가 다양해진 만큼 옥석을 골라내는 혜안이 더 중요해졌다. 전문가들은 투자 전략 수립을 위해 ETF 시장의 트렌드는 읽되 보수적인 운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인플레이션 시대에는 금리 기반 상품의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관련한 여러 ETF의 등장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투자자가 다양한 안전자산 상품을 고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나쁘게만 볼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상품 구조와 신용등급이 우량한 채권 위주로 편입됐는지, 거래량이 많고 유동성이 풍부한지 등을 확인해보고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선택지가 넓어진 채권형 ETF

투자의 핵심이 안정적인 인컴수익으로 바뀌면서 다양한 형태의 ETF 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투자의 핵심이 안정적인 인컴수익으로 바뀌면서 다양한 형태의 ETF 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 9월 29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채권형 ETF를 1528억 원 순매수했다. 지난해 채권형 ETF 순매수 규모인 568억 원과 비교하면 약 3배 많은 수준이다. 3분기(7월 1일~9월 29일) 중 신규 상장한 채권형 ETF만 13종목이며, 채권형 내에서도 해외 회사채, 장·단기형, 혼합형, 액티브형 등 세분화되는 추세다. 특히 올 초부터 눈에 띄게 증가 중인 액티브형은 기초지수를 따라가는 데 그치지 않고 펀드매니저가 상황에 따라 종목 선정과 비중 조절에 개입해 플러스알파 수익률을 추구한다. 패시브형은 시장 대표지수를 추종한다.

존속 기한이 있는 채권 ETF도 눈여겨볼 상품이다. 현재까지의 채권 ETF는 존속 기한 없이 채권 만기가 도래하면 다른 채권으로 리밸런싱하면서 개별 매매차익과 이자수익을 얻는 구조였다. 따라서 주식보단 안정적이라고 해도 원금이 반드시 보장되는 상품은 아니다. 반면 KB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등 5개 사에서 선보이는 존속 기한이 있는 ETF의 경우 금리 변동에 따른 채권 가격 변동이 적은 대신, 만기까지 보유한다면 원금과 확정된 수익률을 가져갈 수 있어 채권 초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다.

흔히 채권 ETF는 금리 상승 및 하락 시 방향성을 고려한 모든 투자가 가능해 안전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효섭 금융산업실장은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채권 ETF더라도 해외 채권과 장기채를 편입하는 경우 환위험과 금리 상승에 따른 하락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요즘 규제가 완화돼 늘고 있는 액티브형도 패시브형보다 알파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펀드매니저의 노하우가 집약되는 만큼 보수가 좀 높다”고 짚었다. 게다가 ETF는 총보수 이외에도 기초지수 사용료, 매매 비용, 회계감사 비용 등 기타 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고, 이 비용은 해당 ETF 순자산가치 하락에 영향을 주므로 액티브형 투자 시 고려해볼 부분이다.




손실은 최소화, 환차익 노리는 달러단기채권 ETF

미국 금리 인상 기조가 강해지며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는 요즘 달러 ETF와 단기채 ETF의 장점을 모은 달러단기채권 ETF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자본 차익과 이자수익을 동시에 추구하며, 환헤지를 하지 않아 달러 강세 수혜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실제로 10월 7일까지 지난 3개월 동안 채권형 ETF 중 하락장에서 수익을 내게 설계된 인버스형을 제외한 수익률 1위는 ‘TIGER 미국달러단기채권액티브 ETF’로 9.15%를 기록했다. 이 ETF는 만기 1년 미만의 미국 국채와 함께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미국 우량 투자등급 회사채, 국내 공공기관이 발행한 KP(달러 표시로 발행되는 한국 채권) 등에도 투자한다.

지난 7월 29일 상장한 KB자산운용의 ‘KBSTAR 미국단기투자등급회사채액티브 ETF’는 채권 액티브 ETF 중 첫 해외 회사채 액티브 상품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기준 투자등급 이상 채권에만 투자하며 신용위험을 최소화하는 가운데 평균 듀레이션(채권에 투자된 원금이 회수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은 2년 8개월 수준을 유지한다. 분배금은 포트폴리오 내에서 재투자된다.

한편 ‘강달러’를 넘어 ‘킹달러’까지 온 만큼 이제는 환율이 하락할 것으로 보고 역으로 환율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 또한 늘고 있다. 미국 달러 가치 하락에 2배로 베팅하는 ‘KODEX 미국달러선물인버스2X’의 경우 올 초부터 9월 말까지 1849억 원이 몰렸으나 수익률은 -33%였다. 전문가들은 달러화 고점을 논하기엔 아직 이르다며 달러의 방향성에 베팅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는 입장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 흐름이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지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월배당 ETF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 확보

월배당 ETF는 주식·채권 등 편입 자산에서 나오는 이자와 배당을 모아 월간 단위로 분배하는 구조다. 이 같은 배당 수익을 통해 변동성 장세를 버티려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잇따라 월배당 ETF 상품을 출시 중이다.

국내 최초 월배당 ETF인 신한자산운용의 ‘SOL 미국S&P500’은 개미투자자들이 올 6월 출시 이후 약 3개월 동안 191억 원을 순매수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8월에 탄력적 운영이 장점인 ‘TIGER 글로벌멀티에셋TIF액티브’와 ‘TIGER 미국나스닥100커버드콜(합성)’을 내놓았다.

삼성자산운용이 9월 출시한 ‘삼성 KODEX 미국 배당프리미엄 액티브 ETF’의 경우 국내 최초로 미국 우량 배당 성장주 투자에 개별 종목 커버드콜 전략을 더해 배당을 극대화했다. 이와 더불어 김두남 삼성자산운용 ETF사업부문장은 “고정적인 인컴 수익이 창출되는 상품이므로 장기 연금 투자 수단에 대한 수요도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무조건 분배금을 많이 준다고 해서 좋은 게 아니다. 분배금을 많이 지급하면 그만큼 ETF 순자산이 줄어들고, 또 분배금에는 15.4%의 배당소득세가 부과되므로 장기투자가 목적이라면 연금 계좌로 투자하는 편이 낫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월배당 혹은 고배당이라는 이유만으로 상품을 매입하면 분배금 삭감 문제를 겪을 수 있다”며 “가장 중요한 기준은 배당의 지속가능성과 안정성이어야 하며 이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편입 자산의 성격을 살피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분배금 지급 주기를 월간으로 변경한 ETF도 늘고 있는데 투자 전 체크해야 할 부분이 있다. 김해인 대신증권 연구원은 “월간 지급으로 정책이 변경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월마다 배당금이 일정하지 않을 수 있으며, 기본형 ETF와 비교해 총보수가 대체로 비싸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권형ETF #월배당ETF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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