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손길이 곳곳에 닿은 외관.
담장 밖에서도 보이는 곳에 남편의 그림을 걸어 갤러리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마당은 딸이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주말 저녁이면 마당에 모여 시간을 보낸다.
UI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지금은 아트 브랜드 ‘프리시퀀시즈’를 운영하고 있는 노지윤 씨와 애니메이션 감독이자 그림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영준 씨. 이들 부부와 아홉 살 난 딸이 살고 있는 집은 서울 마포구 망원동 골목에 위치한 50년 된 단독주택이다. 작은 마당이 딸린 이 집의 대지 면적은 112.4㎡(34평), 건축 면적은 52.9㎡(16평) 정도로 아주 좁은 공간. “만약 주택에 살게 된다면 이층집을 원했어요. 3명이 생활하기에 불편함이 없고, 홈 오피스 기능까지 갖춘 집이길 바랐죠. 애당초 이렇게 작은 규모를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담장 바깥까지 가지를 뻗은 큰 감나무와 인접해 있는 망원시장, 동네 곳곳의 아담하고 귀여운 상점들을 보니 크기에 상관없이 이 집에 마음이 가더라고요. 그래서 선택했고, 지금도 그 결정에 후회 없어요.”
리노베이션은 많지 않은 예산 안에서 기본에 충실하되 욕심내지 않고 진행하기로 했다. 주택살이는 처음이었고, 낡고 작은 집이라 앞으로 이곳에서 얼마나 살게 될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뼛속까지 스민다는 단독주택의 겨울 추위에 대해 익히 들었던 터라 단열 공사와 새시에 가장 많은 예산을 들였고 이외에는 원목 바닥 · 상하부장 교체를 포함한 주방 공사, 조명 · 중문 · 가벽 · 파티션 · 붙박이장 설치, 도배 정도로 리노베이션을 마쳤다.
아름다운 컬러와 그림으로 채운 거실
화단에 심은 나무와 컬러풀한 가구, 그림들이 어우러져 생기 넘치는 거실.
딸아이의 방 입구에는 이탈리아 브랜드 사피엔스의 북케이스를 놓아두었다.
작은 방을 없애고 넓힌 주방
집 곳곳에 걸린 남편과 딸의 그림은 주기적으로 바꿔준다. 현재 다이닝 공간에 걸어둔 그림은 김영준 씨의 ‘컴포지션 시리즈 006’(2021)으로, 노지윤 씨가 가장 좋아하는 남편의 작품 중 하나다.
주방 층고를 높이는 공사로 좀더 입체적인 집의 모습이 완성됐다.
소품으로 멋을 낸 침실과 갤러리 같은 마당
아빠, 엄마를 닮아 그림을 잘 그리는 딸의 그림은 인테리어 소품 역할을 톡톡히 한다.
초등학생인 딸의 방은 알록달록 컬러풀한 소품으로 장식했다.
오로지 흰 공간에 패턴과 컬러가 예쁜 패브릭을 걸어두니 방 안 가득 생기가 넘친다.
단독주택의 매력은 역시 마당에 있다. 관리가 어려운 잔디 대신 데크를 깔고 작은 화단도 만들어 아기자기하게 꾸몄는데,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힐링 스폿이 되었다. 주말이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이곳에서 함께 저녁 시간을 보내고, 선선한 계절에는 간이 텐트를 쳐두고 종일 캠핑 기분을 내기도 한다. “2년에 한 번 감나무의 감도 따야 하고 보수할 곳도 번번이 생기니 아파트 생활보다 훨씬 부지런해야 하지만, 살다 보니 왜 남편이 주택으로 돌아오고 싶어 했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아요. 이제 계절이 바뀌는 모습도 제대로 실감할 수 있고, 자연의 변화도 바로 느껴지거든요.” 이 집에 살면서 아이와의 추억도 많아졌다는 노지윤 씨. 이제 가족에게 있어 이곳은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닌 소중한 벗 같다는 그녀의 말에서 집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사진제공 노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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