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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 운동, 알렉산더 테크닉 리얼 체험기

글 문영훈 기자

2020. 07. 02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유아인이 최애 운동으로 ‘알렉산더 테크닉’을 소개했다. ‘자는 거 아니야?’라는 궁금증을 유발했던 생소한 운동법, 알렉산더 테크닉 레슨을 기자가 직접 받아봤다.

얼마 전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유아인(34)이 출연해 큰 화제를 모았다. 차문이 위로 열리는 그의 자동차 ‘테슬라 모델X’부터 갤러리처럼 스타일리시하게 꾸민 집 인테리어 등 잘 공개되지 않던 그의 일상에 대중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건 최근에 배우기 시작했다는 새로운 운동법이다. 유아인은 방송을 통해 “시상식과 같은 큰 무대에 올라가면 나도 모르게 긴장하게 된다. 몇 달 전부터 알렉산더 테크닉을 받으며 불안과 같은 정신적 문제 해결에 도움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알렉산더 테크닉 레슨이 진행되는 동안 그는 꽤 오랜 시간 누워있었고, 심지어 코를 골며 꿀잠을 자기도 했다. 운동과 휴식의 경계가 모호한 느낌이랄까! 알렉산더 테크닉의 실체에 다가기기 위해 서울 강남구에 자리한 한국 알렉산더 테크닉 협회로 향했다. 

알렉산더 테크닉은 신체와 정신의 올바른 사용법을 익히는 훈련을 일컫는데, 그동안 예술계의 사랑을 받아왔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이 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창시자 역시 예술가로, 호주 출신의 낭독가이자 배우였던 프레드릭 알렉산더다. 1백30여 년 전, 그는 공연 중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을 깨닫고 병원을 찾았으나 고치지 못했다. 결국 스스로 자신의 몸을 9년간 면밀히 관찰하고 스스로의 문제점을 발견해 치료하기에 이른다.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 그의 이름을 딴 알렉산더 테크닉이다. 

기자는 신체와 정신을 올바르게 사용한다는 이야기가 잘 이해되지 않았다. 방문 전 홈페이지를 통해 설명을 살펴봤는데, '하지 않아도 됨을 배운다’ ‘지혜로운 자기의 사용법’ 등의 설명도 두루뭉술했다. 유아인이 말했던 신체를 이완하고 긴장을 푸는 운동이라는 표현이 좀더 쉽게 와닿았다. 평소 운동이라고는 걷기가 전부인 기자에게 누워서 운동까지 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싶었다.

유아인 효과로 알렉산더 테크닉 협회 사이트 다운되기도

최현묵(51) 알렉산더 테크닉 협회장은 웃으며 기자를 맞이했다. 개인 레슨실에는 방송에서 본 것과 유사한 1인용 침대가 마련돼 있었다. 알렉산더 테크닉의 시작은 몸의 긴장을 푸는 것. 입사 5개월 차인 기자는 회사 문턱을 넘으면 항상 긴장 상태에 돌입한다.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니 최 협회장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들렸다. “머리를 비우고 신체가 바닥과 닿아있는 것을 인식해보세요” 누워서 ‘어떻게 기사를 써야할까’를 고민하는 기자에게 생각을 비우라는 요청은 쉽지 않았다. 



알렉산더 테크닉은 자신의 신체 부위를 의식해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최 협회장은 기자의 머리, 목, 어깨, 팔 등을 가볍게 움직였다. 각 신체 부위가 어디에 있는지를 인식하고 손길에 따라 함께 움직이는 팔 다리와 고관절을 인지해보라는 주문을 했다. 이 모든 과정은 매우 천천히 이어졌다. 누워있으니 피곤이 몰려왔다. 무념무상, 그러니까 잠의 세계로 진입했다. 

기자를 깨운 것은 최 협회장의 말. “내 목이 자유롭다” 물론 목은 그대로였다. 이는 알렉산더 테크닉의 핵심적인 ‘가이드’ 중 첫 번째다. “내 머리가 앞과 뒤로 향한다”, “내 척추가 길어지고 넓어진다”, “내 다리와 척추가 서로 분리된다”, “내 어깨가 중심으로부터 넓어진다”로 이어지는 가이드의 핵심은 이를 머리 속에서 떠올리며 그 문장이 주는 느낌을 상상해 보는 것. 최 협회장은 “가이드를 평소에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근육이 편한 모양을 스스로 찾아간다”고 설명했다.

가장 어려운 주문 ‘자연스럽게’

몽롱하게 30분 가량을 테이블 위에서 보낸 기자에게 최 협회장은 옆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보라고 말했다. 누워서 피로를 풀다 산뜻한 마음으로 집에 갈 것이라 예상했기에 약간 당황했다.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알렉산더 테크닉에서 가만히 누워 긴장을 푸는 것은 준비 단계에 불과하다. 앉기와 서기, 걷기 등 움직이는 연습을 반복해 일상에서 누적된 잘못된 습관을 버리는 것으로 나아간다. 

최 협회장은 자세를 고쳐 잡지 말고 평소에 하던 대로 서 있어 보라고 말했다. 긴장을 풀었더니 등은 굽고 머리는 땅을 향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보는 바로 그 자세다. “지금 상태가 편하신가요?” 편하긴 하지만 불편하다고 말해야 할 것 같았다. “발바닥에 체중을 느끼며 천천히 앉아 보세요” 핵심은 자연스럽게 앉기이지만, 한 번도 앉는다는 것을 그렇게 오래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발바닥이 바닥에 닿아있는 것을 느끼며 서서히 무릎을 구부리며 의자에 앉으니 다시 구부정한 자세가 됐다. 

“앉을 때 목 뒤에 힘이 들어간다는 것을 아시나요?” 실제로 만져보니 목 뒤가 딱딱했다. 이후 최 협회장의 지시대로 목에 힘을 빼고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문제는 ‘잘’ 앉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면 안 된다는 것. 발바닥에 무게중심을 두고 천천히 무릎을 굽혔을 때 의자에 닿는 곳이 엉덩이 뼈여야 한다. 반복을 통해 아주 조금씩 자세가 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의자에서 일어났을 때 처음과 달리 시선이 정면을 향하고 등이 조금 펴졌다. 

이로써 1시간가량의 레슨이 끝이 났다. 머릿속은 더 복잡해졌다. 과연 알렉산더 테크닉은 무엇일지 좀 더 궁금증을 파헤치기 위해 최 협회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최 협회장은 알렉산더테크닉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백희숙 강사와 함께 2009년 협회를 만들었다. 현재 최 협회장은 서울대‧한국종합예술학교 등에서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Q 알렉산더 테크닉은 자세 교정을 위한 것인가. 

엄밀히 말하면 아니다. ‘자세 교정’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턱을 당긴다든가, 허리를 바로 세운다든가. 사실 이런 이미지 때문에 몸은 더 긴장하게 된다. 잠시 폈던 허리는 집에 혼자 있으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 알렉산더 테크닉은 잘못된 습관이 만들어낸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수정하는 것이다. 자세 교정은 과정에서 발생하는 효과이지 목적은 아니다.

Q ‘나 혼자 산다’에서는 운동의 일종으로 소개됐다. 

유아인씨가 이해를 돕기 위해 운동이라는 표현을 쓴 것 같다. 알렉산더 테크닉은 몸을 사용하는 법을 재교육하는 것이다. 항상 긴장 상태로 있는 현대인들은 몸을 잘못 사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만성 질환도 발생하는 것이다.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다시 자연스러운 상태로 돌려주는 것이 핵심이다. 누워있는 장면이 주로 방송에 노출됐지만 누워서 긴장을 푸는 것부터 시작해 앉기, 서기, 걷기 등 모든 움직임을 포괄한 수업이 진행된다.
충동을 자제하는 연습도 한다. 빨리 일을 처리하고 싶은 충동, 결과를 얻어내고 싶은 충동을 관찰해 이를 자제하는 것이다. 알렉산더 테크닉에서는 ‘현재로 돌아오는 법’을 연습한다. 가령 면접을 앞둔 사람은 그 현장에 있지 않지만 이를 떠올리며 미리 긴장해 있다. 스트레스 상황에 놓였을 때 현재 어디에 있고, 무엇을 보고 있는지 등 현재를 인식해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Q 그렇다면 명상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나. 

명상을 떠올리면 숲속에 들어가 깊은 내면과 마주하는 것을 생각하는데 알렉산더 테크닉과 명상은 다르다. 일상에서 계속 깨어있는 상태로 의식을 유지하는 것이다. 물론 쉬는 시간을 많이 갖게끔 유도하기는 하지만 명상을 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다.

Q 어떤 사람에게 도움이 되나. 

학생들에게 필요하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책상에 하루 종일 잘못된 자세로 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 잘못된 자세는 뇌로 가는 산소공급을 방해해 피로도를 높인다. 뇌가 계속 혹사당하는 것이다. 피를 공급해야 하는 심장에게도 부담이 된다. 청소년들이 공황과 같은 심리적 장애를 많이 앓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유럽에서는 알렉산더 테크닉이 접목된 교육을 한다. 수업시간에 누워서 척추에 쉴 시간을 주는 것 등이다. 우리나라 초‧중‧고생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협회 측에서 노력하고 있다.

Q 알렉산더 테크닉을 배우고 싶다면. 

협회 홈페이지를 참고해 문의하면 된다. 수도권, 부산, 광주 등에 자리한 알렉산더 테크닉 센터에 51명의 강사가 있다. 사람마다 교육시간은 다르지만 30시간 정도의 기초과정이 기본이다. 이 정도는 배워야 스스로 알렉산더 테크닉을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있다. 알렉산더 테크닉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얻고 싶다면 그룹레슨 한 달 과정(8시간, 20만 원)에 참여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각 개인마다 문제점이 다르기 때문에 보통 일주일에 한번 진행되는 개인 레슨(1시간 10만 원)도 있다. 상담을 통해 무엇이 본인에게 좋을지 정하면 된다.

사진 김도균 사진제공 한국알렉산더테크닉협회 MBC ‘나 혼자 산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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