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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은 정면 돌파하거나 떠나야… 꼼수 통하지 않는 곳”

두 자녀 글로벌 톱티어로 키워낸 ‘샤론코치’ 이미애

김명희 기자

2026. 07. 02

자녀들을 실리콘밸리와 미국 로스쿨로 진출시킨 이미애 대표로부터 글로벌 톱티어 인재들의 성장 비결을 들었다.



자녀 교육은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리는 긴 여정이다. 아들을 고려대에 진학시키고 딸을 특목고 출신 수능 만점자로 키워내며 대치동 입시 전문가로 주목받았던 이미애 샤론코치연구소 대표. 입시라는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한 뒤 그의 자녀들은 한국을 넘어 글로벌 무대로 향했다. 아들은 미국 카네기멜론대를 졸업한 뒤 실리콘밸리에서 온디바이스 AI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활동하고 있고, 딸은 행정고시 합격 후 대기업을 거쳐 미국 노스웨스턴대 로스쿨에 재학하며 미국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과정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아들은 모두가 선망하는 대기업을 스톡옵션 수령 직전에 퇴사하고 유학길에 올랐다. 딸 역시 안정적인 공직자의 길을 내려놓고 미국 로스쿨 진학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이 대표는 자녀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스스로 길을 개척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교육에 대한 시야 역시 대치동을 넘어 세계 무대로 확장됐다고 말한다. 그는 실리콘밸리와 미국 로스쿨에서 만난 최상위권 인재들에게서 발견한 공통점으로 어릴 때부터 형성된 학습 루틴, 커뮤니케이션 능력, 경제적 독립심, 그리고 AI 시대에도 대체되지 않는 독창성 등을 꼽았다. 또 이들과 어울리기 위해선 영어와 체력, 풍부한 예술적 경험과 소양을 갖춰야 한다고 말하는 그는, 최근 출간한 ‘35가지 질문으로 끝내는 입시 전략’을 통해서도 유치원·초등 시기부터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육 로드맵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치동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초초선행’ 열풍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낸다. 진도 경쟁에 매몰된 나머지 정작 중요한 태도 교육과 정서적 성장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옆집 아이의 속도에 흔들리기보다 아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관찰하며 고등학교와 대학, 진로를 역산해 설계하는 ‘거꾸로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세계 무대에서 살아남는 인재는 가장 빨리 앞서간 아이가 아니라 스스로 배우고 성장하는 힘을 갖춘 아이”라며 “부모가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잡아주는 것이 최고의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회사 다니면서 스타트업 운영, 재테크에 철저한 아이들 

자녀들이 글로벌 인재로 성장한 지금, 엄마로서 느끼는 소회가 궁금합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원하는 길을 가기 위해 극한의 임계점까지 넘나들며 정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제 가치관은 ‘태어난 이상 누구나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해야 한다’는 주의예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유산 상속은 못 해줘도 학비는 전액 대주겠다”고 선언했었죠. 명문대에 가고 좋은 직업을 가져서가 아니라 큰물에서 두려움 없이 도전하고 생존해가는 것을 보는 게 큰 보람입니다.

세계 최상위권에서 활약하는 ‘톱티어’ 청년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요.

크게 3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첫째는 소통 능력과 인적 네트워크 관리예요. 그 청년들은 어릴 때부터 부모와 대등하게 대화하는 연습이 잘돼 있어서 소통에 막힘이 없고, 곁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여겨 경쟁자조차 함께 성장하는 동료로 만듭니다. 둘째는 경제적 독립심과 재테크 감각입니다. 저희 아들 경우에도 회사 다니면서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연봉이 높은데도 룸메이트와 하우스를 셰어해요. 그렇게 모은 돈으로 주식을 사더라고요. 셋째는 독창성을 지키는 힘입니다. AI 시대에는 남의 것을 카피한 지식은 아무런 가치가 없습니다. 지적 호기심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아웃풋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부모들이 어릴 때부터 길러준 태가 완연히 납니다.

자녀 교육 과정에서 가장 아깝지 않았던 투자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다면요.

가장 아깝지 않은 투자는 영어예요. 아이들이 어릴 때 ‘엄마표 영어’를 하다가 첫째 초등학교 5학년, 둘째 2학년 때 캐나다로 2년 동안 유학을 다녀왔어요. 그때 뿌려둔 영어의 씨앗이 미국 유학을 결심하는 데 큰 발판이 됐습니다. 아쉬웠던 건 예체능을 끝까지 제대로 서포트하지 못한 점입니다. 어릴 때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시키다 흐지부지됐거든요. 대신 집 방마다 CD플레이어를 두고 음악을 늘 틀어줬어요. 딸은 유럽 교환학생 시절 유명 미술관들을 모두 섭렵할 정도로 미술을 좋아하기도 하는데요. 그런 예술적 경험들이 정서적으로 좋을 뿐만 아니라 친구들과 깊이 있게 소통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해요. 그림을 못 그리고 악기를 연주하지 못하더라도 작품을 즐기고 감상할 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는 교육은 꼭 필요합니다.

과거와 비교해 요즘 대치동 학원가의 분위기는 어떻게 달라졌나요.

제가 아이들을 키울 때만 해도 대치동이 그리 넓지 않았고, 초등학생 때부터 학원을 광적으로 보내지 않았습니다. 수학 천재들이나 다니는 조금 무서운 동네라는 인식이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외부에서 유입되는 인구가 늘면서 입시 시장 자체가 거대해졌어요. 가장 큰 변화는 초등학생 중심에서 N수생 중심의 거대한 재수 시장으로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대로변에 초등 학원이 많았고 캐리어를 끄는 초등학생들이 뉴스에 나왔다면, 지금은 초등 학원들은 뒷골목으로 빠졌습니다. 현재 은마사거리는 삼선 슬리퍼에 검은 옷을 입고 고개를 숙인 N수생들로 가득합니다. 재수 비용도 과거에 비해 3배 이상 올랐으니, 그야말로 초호화 입시 전쟁터 같아요, 

대치동의 ‘초초선행’ 분위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유아기는 ‘돈을 투자하면 아웃풋이 나온다’, 초등기는 ‘잘하는 아이를 따라 하면 우리 아이도 잘된다’는 부모들의 착각이 선행 열풍을 만드는 것 같아요. 그런데 냉정하게 봤을 때 초초선행 메커니즘이 입시 성공으로 이어질 확률은 극소수입니다. 어릴 때부터 억지로 선행만 해온 아이들은 학교에 가면 통제가 안 되고 주의가 산만해집니다. 진도 빼기에 급급해 정작 중요한 태도 교육을 놓치는 것입니다. 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무리한 사교육비 투자는 가정 경제를 흔들게 되죠. 

 아이가 감당 가능한 선택이 좋은 선택 

내신 경쟁이 치열한 대치동으로의 진입을 고민하는 학부모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대치동은 정면 돌파를 하든가 아니면 아예 떠나야 하는 곳입니다. 어설프게 진입해서 묘수를 찾으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현재 입시제도가 개편되면서 내신이 매우 중요한 시장으로 바뀌고 있는데, 대치동 일반고는 여전히 시험 문제를 수능 수준으로 어렵게 출제합니다. 진짜 극상위권 실력을 갖춘 아이가 아니라면 무리해서 대치동에 들어와 내신 밑바닥을 깔아줄 이유가 없어요. 학원은 다니는데 머리로는 딴생각을 하는 애매한 아이들은 대치동에 오면 백전백패입니다. 무리한 이사보다는 아이의 객관적인 역량을 파악하고 내신을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는 지역을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게 훨씬 현명하다고 봐요. 

부모는 기숙학교에 보내고 싶은데 아이가 엄마랑 떨어지기 싫어한다거나, 이사 가고 싶은데 아이가 거부할 경우 어떤 선택을 하는 게 좋을까요.

‘지금 선택이 아이의 인생을 바꿀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부모는 조급해지기 마련인데요. 아이가 엄마랑 떨어지기 싫다고 말한다면 아직 정서적으로 독립 준비가 덜 됐거나, 지금의 안정감을 잃는 것이 두렵다는 표현일 수 있습니다. 한 번의 선택이 아이의 인생을 결정짓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선택은 오래 흔적을 남길 수도 있어요. 가장 좋아 보이는 선택보다 아이가 감당 가능한 선택이 더 나을 수 있습니다. 아이의 불안을 먼저 살피는 엄마의 태도가 아이에겐 큰 안전망으로 느껴질 수도 있고요.  

최근 자연계열 최상위권의 ‘무조건 의대’ 선호 경향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고요.

대치동에서 의대 쏠림 현상은 앞으로 최소 10년은 계속될 거예요. 병원 원장들이 이곳에 많이 살다 보니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고, 한국 사회에서 의사 면허가 갖는 안정성과 고수익이라는 현실적인 메리트가 크기 때문이죠. 하지만 최근 대기업 연계 계약학과에 대한 파격적인 혜택 제공이나 글로벌 IT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부모들이 눈으로 직접 확인하면서 의대 선호 현상에도 균열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핵심 영역에서 일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의 천문학적인 연봉과 커리어, 그리고 최근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사례 등을 보면서 무조건적인 의대 선호에서 벗어나 글로벌 공대로 눈을 돌리는 최상위권 부모들이 늘고 있어요. 

초등 저학년까지는 ‘엄마 주도 학습’이 필요하다고요. 

‘엄마 주도 학습’의 핵심은 잔소리나 강압이 아니라, ‘아이와 재미있게 소통하며 공부 습관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는 연습이 그 시작이죠. 5세 때 하루 30분부터 시작해 점차 늘려가며 똑바로 앉아 있는 훈련이 되어야 초등학교 1학년 수업 시간(40분)을 버텨낼 수 있어요. 저는 아이들이 5세 때부터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식탁에 같이 앉아 그날 해야 할 일을 체크하고 주간 계획표를 지키게 했습니다. 이 습관이 몸에 배면 아이는 ‘지금 안 하면 나중에 내가 피곤해진다’는 걸 스스로 깨닫고, 진짜 자기주도학습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또 아이의 공부 루틴이 형성되면 엄마도 불안과 초조에서 벗어날 수 있고요. 

독서와 예술적 경험이 학습 체력의 자산이 된다고요.

유아기 독서를 웩슬러 지능검사 점수를 잘 받기 위한 수단이나 단순 문해력 테스트용으로 접근하면 안 됩니다. 책은 지적 호기심을 채우는 매개체여야 합니다. 부모와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관계로서의 독서’가 이루어질 때, 질문하는 힘이 길러지고 타인과 눈을 맞추며 소통하는 매너를 배웁니다. 마찬가지로 예술 경험은 아이의 정서를 단단하게 만들어, 추후 입시라는 가혹한 레이스에서 외로움과 스트레스를 견뎌낼 힘이 됩니다. 이렇게 정서와 태도가 바른 아이들이 글로벌 무대에서도 다른 사람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며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책에서 초등 3·4학년 방학이 아이 성장의 골든타임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보내는 게 좋을까요. 

초등 5·6학년이 되면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중등 선행 때문에 방학 때 어디 놀러도 못 가게 합니다. 따라서 3·4학년 방학이 집, 학교, 학원에 갇힌 아이들의 사고를 깨우고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아이들이 계절의 변화를 직접 피부로 느끼게 해주거나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 사랑받는 기분을 갖게 해주면 좋겠어요. 외국으로 나가도 좋고, 국내 박물관이나 미술관 투어도 괜찮습니다.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쉬고 돌아오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새로운 의욕도 생깁니다. 또 직접 경험은 사회·과학 교과서의 배경지식이 되고, 문해력의 뼈대가 되기도 하죠. 

글로벌 인재는 영어와 체력, 예술적 경험도 중요

‘사교육비 다이어트’는 어떤 순서로 하는 게 좋을까요.

사교육비는 많이 쓸수록 효과가 비례해 커지지 않는 데도 부모님들이 줄이지 못합니다. 효과 때문이 아니라 불안 때문이죠. 사교육을 지금 당장 아이 실력과 직결되는 것, 대체 가능한 것, 습관적으로 유지하는 것 등 3가지로 나누고 마지막 것부터 줄여보세요. 그냥 계속 다니는 학원, 해야 할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과외는 학습이 아니라 심리 비용일 가능성이 큽니다. 사교육을 줄이고 비는 시간에 복습을 하면 아이 스스로 정리하는 힘이 생기고, 이때부터 진짜 실력이 쌓이게 됩니다. 

옆집 아이의 속도와 사교육 진도에 불안해하는 유치원·초등 학부모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저는 후배 엄마들에게 ‘거꾸로 로드맵(역산 설계도)’을 그려보라고 얘기해요. 먼저 아이가 좋아하는 일, 그리고 ‘좋아하면서도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관찰하세요. 그 직업군을 가지려면 어떤 대학과 학과를 가야 하는지, 그 대학을 많이 보내는 고등학교와 중학교는 어디인지, 그렇다면 지금 유치원·초등 시기에 ‘진짜 해줘야 할 베스트’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거예요. 여기서 베스트란 전교 1등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우리 아이가 지치지 않고 재미있게 오래 해서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에요. 설계도가 있으면 옆집 아이가 사교육 20가지를 하든, 초등학생이 수능 문제를 풀든 흔들리지 않고 불필요한 부분을 걷어낼 수 있을 거예요. 부모가 중심을 잡아야 아이가 큰물에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톱티어로 성장합니다.

#샤론코치 #이미애 #대치동 #여성동아 

사진 조영철 기자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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