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많이 자도 피곤하다면 의심해 봐야 할 ‘이것’”

박선영 가정의학과 전문의

정세영 기자

2026. 07. 03

피로감을 느꼈을 때 ‘쉬면 괜찮아질 것’이라며 가볍게 넘겨선 안 된다. 각종 만성질환 유발 및 삶의 질을 떨어트리는
주범이 될 수 있기 때문. 박선영 전문의를 만나 피로가 생기는 원인과 의학적인 해결 방법을 들었다.

충분한 휴식을 취했음에도 피곤함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만성피로를 의심해봐야 한다. 만성피로는 피곤함이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여기에 기억력·집중력 저하, 인후통, 림프절 압통, 새로운 두통 등의 증상 중 여러 항목이 동반되면 만성피로증후군까지 고려할 수 있다.

만성피로를 단순히 체력 저하로 치부해선 안 된다. 지속되는 피로감은 세포 수준에서 에너지를 만들고 회복하는 시스템 효율이 급격하게 떨어졌음을 의미하기 때문. 이를 방치했다간 대사질환,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같은 만성질환의 위험성이 높아지며, 일부 연구에서는 특정 암 발생과 연관될 가능성도 제시하고 있다. 박선영 가정의학과 전문의이자 건강검진센터 전문의는 “아무리 쉬어도 피곤하다면 ‘세포 리셋’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피로 회복을 위해선 에너지 시스템을 본질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피로 해방 및 일상에서 활력을 찾을 수 있는 의학적 방법으로 ‘미토콘드리아의 활성화’를 지목했다. 

박선영 전문의는 10년 넘게 5만 명이 넘는 한국인들의 건강 상태를 면밀하게 관찰해왔다. 특히 만성피로, 소화불량 및 염증 질환을 호소하는 이들을 마주하며 해결 방법을 연구해오다 미토콘드리아의 활성화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최근에는 미토콘드리아의 회복법을 담은 도서 ‘피로 해방’을 펴냈다. 

“미토콘드리아는 몸 속 에너지 발전소”

카페인, 휴식 등이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되나요.

대부분 피로가 지속되면 카페인으로 뇌를 억지로 깨우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통해 지친 뇌를 각성 상태로 묶어둬요. 정제 당분을 섭취해 활력을 끌어올리기도 하고요. 또한 피곤하면 무조건 쉬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이 잠깐은 통하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에요. 결국 세포 고유의 회복 시스템이 무너지게 되거든요. 피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세포의 에너지 생산 효율은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인지 기능이 흐려지는 브레인 포그(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한 느낌이 계속돼 생각과 표현을 분명하게 하지 못하는 상태)를 겪게 됩니다. 이는 포도당을 제대로 연소하지 못하는 인슐린 저항성으로 이어져 신체 노화를 가속하고요. 피로를 단순하게 생각해선 안 됩니다. 우리 몸이 대사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해 보내는 생리적인 신호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해요.



피로가 장기화되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실제 질환 여부를 확인해야 해요. 혈액검사와 검진을 통해 간이나 신장 기능의 이상, 빈혈, 갑상선 기능의 문제, 만성 염증, 악성 종양 등의 가능성을 점검해보는 거죠. 검사 결과는 모두 정상이지만 피로감이 계속된다면 세포 수준의 기능적 문제들을 살펴봐야 합니다. 저는 특히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중요한 요소로 봐요. 수면 부족, 만성 스트레스, 대사 이상, 염증 상태 등이 지속되면 세포 내 에너지 생산을 담당하는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저하될 수 있거든요. 이로 인해 신체는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게 되고요. 

만성피로는 충분한 휴식을 취했지만 피곤함이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만성피로는 충분한 휴식을 취했지만 피곤함이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저하가 피로감으로 이어진다는 건가요.

맞아요. 미토콘드리아는 우리 몸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발전소’ 같은 존재예요. 우리가 먹은 음식은 몸 안에서 에너지로 바뀌는데, 그 마지막 핵심 과정이 미토콘드리아 안에서 이뤄지거든요. 우리의 신체는 에너지를 충전해두고 꺼내 쓰는 시스템이 아닌, 실시간으로 생산한 뒤 바로 소비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어요. 에너지가 부족해지면 신체를 이루는 장기들도 영향을 받습니다. 

특히 미토콘드리아가 많이 분포된 뇌, 심장, 근육에 더욱 치명적이고요. 이 장기들은 몸속에서 거의 하루 종일 작동하고 있어요. 심장은 멈추지 않고 뛰어야 하고, 뇌는 잠을 자는 동안에도 활동하죠. 근육 역시 우리가 움직일 때마다 즉시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떨어지면 이 기관들이 가장 먼저 신호를 보내요. 머리가 멍하거나 집중이 잘 안 되고, 이유 없이 두근거림이 느껴지며, 쉽게 지치고 회복이 느려지는 식으로요. 피로는 몸의 에너지 시스템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와 연결돼 있어요. 그 중심에 미토콘드리아가 있고요.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저하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일상에서 반복돼온 작은 부담들이 오랜 시간 누적됐기 때문이에요. 가장 주요한 원인은 고혈당이에요. 정제 탄수화물이나 액상과당처럼 흡수가 빠른 음식을 자주 먹으면 혈당이 급격하게 올라가요. 이에 세포 안으로 연료가 한꺼번에 투입되고, 미토콘드리아는 그 연료를 처리하기 위해 풀가동하죠.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활성산소가 과도하게 늘어나면서 미토콘드리아 구조가 손상되고 에너지 생산 효율도 떨어지게 됩니다. 여기에 수면 부족, 스트레스, 염증, 운동 부족, 영양 결핍 등과 같은 요소들이 겹치면 미토콘드리아의 연비는 더욱 나빠지고요. 만성피로는 단순히 기운 없는 상태가 아닌, 세포가 오랫동안 과부하와 회복 부족 상태에 놓여 있던 결과에 가깝습니다.

박선영 전문의는 “영양제, 커피 등이 피로 회복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순 없다”고 말한다.

박선영 전문의는 “영양제, 커피 등이 피로 회복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순 없다”고 말한다.

“영양제만으로 피로 해방되긴 어려워요”

미토콘드리아를 회복시킬 방법은요.

우리 몸은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를 분해하고, 새로운 것을 복제해 채워 넣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이를 ‘미토콘드리아 생합성’이라고 부르죠. 미토콘드리아를 보다 정확하게 회복시키려면 먼저 몸의 상태를 파악해야 해요. 신체에 자극을 통한 강화가 필요한지, 기초를 다지는 회복이 먼저인지를 구분해야 하죠. 이미 번아웃된 몸에 운동을 늘리고 식단을 과하게 제한하면 세포 엔진에 과부하가 걸려 더 깊은 피로감에 빠질 수 있어요. 따라서 1단계인 현재 몸 상태에 맞춰 회복과 비움을 실천한 뒤 2단계인 자극과 강화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1단계인 회복과 비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부탁드립니다.

1단계는 지친 엔진을 식히고 재정비하는 시기예요. 스스로 손상됐다고 생각되는 미토콘드리아를 정리하고 새 발전기를 만드는 시간이죠. 가장 기본이 되는 건 수면과 스트레스, 장 관리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특히 장 관리에 중점을 둬야 해요. 장이 무너지면 독소와 염증 물질이 몸 안으로 쉽게 들어오면서 미토콘드리아가 지속적인 부담을 받게 되거든요. 장은 단순히 음식이 지나가는 통로가 아니에요. 우리 몸의 가장 큰 면역 기관 중 하나이자, 외부 유해 물질을 걸러주는 방어벽 역할을 합니다. 장이 손상되면 독소와 염증 유발 물질들이 전신으로 쉽게 퍼져요. 이에 면역계가 계속 자극을 받으면서 몸은 만성적인 경계 상태에 돌입하죠. 에너지는 회복이나 재생보다 염증 대응에 우선 사용되거든요. 이 같은 상황에 노출되면 미토콘드리아는 큰 부담을 받아 에너지 공장을 과열시키고 비효율적으로 운영하게 되죠. 장 환경이 나쁜 상태에서는 미토콘드리아의 회복도 더뎌집니다. 

장 건강만 챙겨도 피로 및 미토콘드리아가 어느 정도 회복되는 건가요. 

장 건강을 만능 해답처럼 접근해서는 안 돼요. 실제 만성피로에는 호르몬 변화, 정신적 소진, 만성질환 같은 다양한 요소가 함께 작용하거든요. 장 건강에 집착하기보다는 신체 에너지 시스템을 구성하는 중요한 축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따라서 피로감을 주는 다른 요소를 관리하면서 채식 위주의 식단, 식이섬유 섭취 등으로 장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함께 조성하는 것이 중요해요. 이로 인해 몸의 염증 부담이 줄어들면 미토콘드리아가 훨씬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거든요.

미토콘드리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선 어떤 자극이 필요한가요.

앞서 언급한 미토콘드리아 회복 2단계에 해당하는 부분이에요. 고혈당 음식과 가공식품 피하기, 단백질과 식이섬유 충분히 먹기 등이 포함되죠. 요즘은 단백질은 열심히 챙겨 먹지만 식이섬유를 기피하는 분들이 많아요. 샌드위치에 들어 있는 채소 몇 장 정도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죠. 저는 환자분들께 “식이섬유가 없는 식사라면 차라리 굶는 게 낫다”고 이야기해요. 식이섬유가 부족하다는 건 장내 미생물이 굶고 있는 상태나 다름없거든요. 장내 생태계가 무너지면 미토콘드리아 역시 지속적인 부담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식이섬유를 포함한 다양한 영양소와 식물성 성분이 포함된 식단을 챙기길 권합니다. 또한 간헐적 단식을 통해 세포 청소 시스템인 오토파지(세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불필요한 세포 구성 성분을 스스로 파괴하는 것)를 활성화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이 과정에서 오래된 미토콘드리아를 정리하는 미토파지(손상되거나 기능이 저하된 미토콘드리아를 선택적으로 제거하고 재활용하는 오토파지의 한 종류)도 함께 일어날 수 있거든요. 다만 이런 반응은 개인차가 있으니 컨디션에 맞게 조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불어 현재 체력에 맞는 강도의 유산소와 근력 운동을 병행하면 미토콘드리아 생성과 에너지 효율에 관련된 유전자를 더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시중에 출시된 피로 관련 영양제가 실제로도 도움이 될까요.

적절한 보충은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다만 수면 부족, 만성 스트레스, 과도한 혈당 변동, 운동 부족, 지속적인 염증 상태 등 근본적인 문제들이 함께 존재하면 아무리 좋은 영양제를 많이 섭취해도 효과는 미흡합니다. 저는 영양제보다는 전반적인 생활 습관과 회복 환경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수면, 식사 패턴, 스트레스 조절, 적절한 운동, 영양 공급이 함께 정리되면 몸의 에너지 시스템도 점차 안정적으로 돌아가거든요. 피로를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고 회복할 수 있는 몸의 환경을 조성하는 거예요.

추천하는 피로 회복 영양제 조합이 있다면요.

과도한 스트레스와 야근에 시달린다면 대사 시스템의 과열로 인해 관련 성분들이 고갈되기 쉽습니다. 이때 활성형 비타민 B군과 마그네슘이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여기에 홍경천 추출물을 함께 활용하면 뇌와 몸의 비상 공회전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아침이 무겁고 연비가 떨어진 40대 이상의 분들은 노화로 인한 미토콘드리아 수와 기능 감소가 원인일 수 있어요. 세포 내 핵심 부품인 코엔자임Q10으로 직접적인 에너지 생산과 세포 내막 보호를 보조해주면 좋습니다. 또한 대사 부산물이자 노화의 주범인 활성산소를 걸러내기 위해 비타민 C 같은 영양제를 더해주는 것도 효과적이에요. 아울러 저하되기 쉬운 지방산 대사를 도와 연료를 엔진 내부로 매끄럽게 입고시키는 L-카르니틴의 역할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앞서 말씀드린 사항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니 참고만 해주세요. 피로감이 심하다면 병원에 방문해 각자에게 맞는 진단과 처방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만성피로 #피로해방 #여성동아

사진 이상윤 게티이미지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