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승무원들은 좁은 공간에서 일하며 누구보다 심한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분들이 저의 행동으로 인해 피해를 보기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 불합리한 일들이 개선되기를 바랍니다.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박창진(42) 사무장이 대한항공 회항 사건 발생 일주일 후인 12월 12일 한 뉴스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이다. 그에게 앞선 일주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훼손되는 것을 겪어야 했던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지난 12월 5일 뉴욕 JFK 공항, 이날 오전 0시 50분 출발 예정이던 인천행 대한항공 KE086 비행기가 활주로로 이동하던 중 갑자기 방향을 틀어 게이트로 돌아오더니, 한 사람을 내려놓고 떠났다. 바로 기내 서비스를 책임지던 박창진 사무장이었다.
이 사건은 3일 후인 12월 8일 언론에 보도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비행기 일등석에 탑승했던 조현아(41)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견과류의 일종인 마카다미아 서비스를 문제 삼아 승무원을 질책하는 과정에서 사무장을 기내에서 내리게 했다는 것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맏딸로, 말하자면 대한항공의 ‘로열패밀리’다.
이에 대한항공은 재빨리 보도자료를 통해 “비상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항공기를 제자리로 돌려 승무원을 내리게 한 것은 지나친 행동이었다”고 사과하면서도 “승무원의 서비스 문제를 지적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고 해명했다. 출발 시각을 늦춰가면서, 자칫 위험할 수 있는 리턴을 감행한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회사의 임원으로서 직원들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묻는 차원이었다는 대한항공의 해명은 수긍이 되는 측면이 없지 않았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이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기내 서비스 및 호텔사업 부문 등 대한항공의 모든 보직에서 퇴진(부사장 직함과 칼호텔네트워크, 왕산레저개발, 한진관광 등의 대표이사직은 유지)하는 선에서 마무리되는가 싶던 이 일은, 그러나 당사자인 박창진 사무장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그는 12월 12일 국토교통부에서 이 사건에 관한 조사를 받은 후 KBS, SBS와의 인터뷰를 통해 조 부사장으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그가 털어놓은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12월 5일 퍼스트클래스에선…
승객들이 탑승을 완료하고, 비행기 문을 닫는 작업이 완료될 즈음, 한 승무원이 조현아 전 부사장이 (마카다미아) 서비스에 불만을 제기해 매뉴얼을 찾는다며 그를 다급하게 찾았다는 것이다. 그가 최근 마카디미아 서비스 내용이 바뀌었는데, 그 매뉴얼이 저장된 태블릿 PC에는 수정된 내용이 반영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고, 그런 사정을 조 부사장에게 이야기하며 매뉴얼을 숙지하고 그대로 실행했다고 하자, 조 전 부사장은 “왜 바뀐 교범을 갖고 다니지 않느냐”며 고성을 질렀다고 한다. 박 사무장은 “이 과정에서 조 부사장이 플라스틱 파일로 자신의 손등을 내리치고 무릎을 꿇리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승무원이 서비스를 매뉴얼에 맞게 했더라도 우선 잘못했다고 하는 것이 동양적인 서비스 정신이기 때문에 참았는데, 거기서 화를 풀지 않고 지속적으로 화를 냈습니다. ‘나중엔 승무원이 다 맞게 (서비스) 했는데, 당신이 내게 제대로 얘기해주지 않아서 내가 이렇게 화를 낸 거 아니냐, 그러니 당신 잘못’이라고 하더군요.”
이런 그의 주장은 일등석에 타고 있던 다른 승객이 “조 부사장이 고성과 함께 승무원의 어깨를 밀쳤다”고 증언하면서 거의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이후 비난 여론이 들끓었고, 국토교통부는 대한항공에 대해 운항정지 또는 과징금 부과 행정처분을 결정하고 조 전 부사장을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12월 18일 검찰에서 12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또한 검찰은 박창진 사무장과 승무원들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하는 등 증거를 인멸하고 사건을 은폐하려 한 혐의로 대한항공 객실담당 상무를 소환해 조 전 부사장이 이를 지시했는지 여부도 조사 중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12월 12일 박 사무장을 조사할 당시 20분 가까이 바로 이 객실담당 상무를 동석시킨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오너 일가의 도를 넘는 행동과 회사 측의 부적절한 대응이 빚어낸 대한항공 회항 사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건 불이익을 감수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나선 박창진 사무장의 용기 있는 선택 덕분이었다. KBS와의 인터뷰에서 “두렵지 않는냐”는 질문에 그는 “진실을 말했기에 두렵지는 않다. 다만 어머니가 편찮으신데 이런 소식을 접하고 더 많이 아파하실 것 같아 걱정”이라며 그동안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또한 “많은 고통과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을 거란 걸 예상은 한다. 그러나 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고 자존감을 찾기 위해 나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도 말했다.
■ 디자인·최정미
박창진(42) 사무장이 대한항공 회항 사건 발생 일주일 후인 12월 12일 한 뉴스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이다. 그에게 앞선 일주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훼손되는 것을 겪어야 했던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지난 12월 5일 뉴욕 JFK 공항, 이날 오전 0시 50분 출발 예정이던 인천행 대한항공 KE086 비행기가 활주로로 이동하던 중 갑자기 방향을 틀어 게이트로 돌아오더니, 한 사람을 내려놓고 떠났다. 바로 기내 서비스를 책임지던 박창진 사무장이었다.
이 사건은 3일 후인 12월 8일 언론에 보도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비행기 일등석에 탑승했던 조현아(41)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견과류의 일종인 마카다미아 서비스를 문제 삼아 승무원을 질책하는 과정에서 사무장을 기내에서 내리게 했다는 것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맏딸로, 말하자면 대한항공의 ‘로열패밀리’다.
이에 대한항공은 재빨리 보도자료를 통해 “비상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항공기를 제자리로 돌려 승무원을 내리게 한 것은 지나친 행동이었다”고 사과하면서도 “승무원의 서비스 문제를 지적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고 해명했다. 출발 시각을 늦춰가면서, 자칫 위험할 수 있는 리턴을 감행한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회사의 임원으로서 직원들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묻는 차원이었다는 대한항공의 해명은 수긍이 되는 측면이 없지 않았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이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기내 서비스 및 호텔사업 부문 등 대한항공의 모든 보직에서 퇴진(부사장 직함과 칼호텔네트워크, 왕산레저개발, 한진관광 등의 대표이사직은 유지)하는 선에서 마무리되는가 싶던 이 일은, 그러나 당사자인 박창진 사무장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그는 12월 12일 국토교통부에서 이 사건에 관한 조사를 받은 후 KBS, SBS와의 인터뷰를 통해 조 부사장으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그가 털어놓은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12월 5일 퍼스트클래스에선…
승객들이 탑승을 완료하고, 비행기 문을 닫는 작업이 완료될 즈음, 한 승무원이 조현아 전 부사장이 (마카다미아) 서비스에 불만을 제기해 매뉴얼을 찾는다며 그를 다급하게 찾았다는 것이다. 그가 최근 마카디미아 서비스 내용이 바뀌었는데, 그 매뉴얼이 저장된 태블릿 PC에는 수정된 내용이 반영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고, 그런 사정을 조 부사장에게 이야기하며 매뉴얼을 숙지하고 그대로 실행했다고 하자, 조 전 부사장은 “왜 바뀐 교범을 갖고 다니지 않느냐”며 고성을 질렀다고 한다. 박 사무장은 “이 과정에서 조 부사장이 플라스틱 파일로 자신의 손등을 내리치고 무릎을 꿇리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승무원이 서비스를 매뉴얼에 맞게 했더라도 우선 잘못했다고 하는 것이 동양적인 서비스 정신이기 때문에 참았는데, 거기서 화를 풀지 않고 지속적으로 화를 냈습니다. ‘나중엔 승무원이 다 맞게 (서비스) 했는데, 당신이 내게 제대로 얘기해주지 않아서 내가 이렇게 화를 낸 거 아니냐, 그러니 당신 잘못’이라고 하더군요.”
이런 그의 주장은 일등석에 타고 있던 다른 승객이 “조 부사장이 고성과 함께 승무원의 어깨를 밀쳤다”고 증언하면서 거의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이후 비난 여론이 들끓었고, 국토교통부는 대한항공에 대해 운항정지 또는 과징금 부과 행정처분을 결정하고 조 전 부사장을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12월 18일 검찰에서 12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또한 검찰은 박창진 사무장과 승무원들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하는 등 증거를 인멸하고 사건을 은폐하려 한 혐의로 대한항공 객실담당 상무를 소환해 조 전 부사장이 이를 지시했는지 여부도 조사 중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12월 12일 박 사무장을 조사할 당시 20분 가까이 바로 이 객실담당 상무를 동석시킨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오너 일가의 도를 넘는 행동과 회사 측의 부적절한 대응이 빚어낸 대한항공 회항 사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건 불이익을 감수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나선 박창진 사무장의 용기 있는 선택 덕분이었다. KBS와의 인터뷰에서 “두렵지 않는냐”는 질문에 그는 “진실을 말했기에 두렵지는 않다. 다만 어머니가 편찮으신데 이런 소식을 접하고 더 많이 아파하실 것 같아 걱정”이라며 그동안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또한 “많은 고통과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을 거란 걸 예상은 한다. 그러나 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고 자존감을 찾기 위해 나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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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최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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