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스미스 ‘Unholy’ MV 중 한 장면을 따라했다.
코미디언 황제성이 샘 스미스(Sam Smith)의 신곡 ‘Unholy’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하며 탄생시킨 캐릭터로 무표정이지만 눈빛만큼은 매혹적인 게 특징. 이 영상은 대충 하는 느낌에도 원작자와 묘하게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면서 주목받았다. 3월 8일 기준 조회수 300만을 넘었고, 틱톡·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하나의 밈으로 소비되고 있다. 그 여파로 원곡 ‘Unholy’도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역주행 중이다. 원작자 샘이 황제성에게 영상을 통해 감사 인사를 보냈을 정도. 황제성 본인도 밈의 수혜자가 됐다. 부캐 ‘킹 스미스’로 한 패션지 화보까지 찍으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유명 인물의 특징을 꼭 닮은, 따라 하는 모사 개그는 예전부터 있었다. 무엇이 킹 스미스의 흥행을 부른 걸까. 킹 스미스는 샘의 목소리를 모창하지 않는다. 샘의 외양을 완전하게 묘사하지도 않는다. 황제성의 뻔뻔한 개그 스타일과 샘의 당당한 제스처가 합쳐지면서 일명 ‘킹받는’ 포인트를 자극한 것. 보기 싫어도 자꾸만 눈길이 가는, 눈살은 찌푸려도 입은 웃고 있는, 유쾌한 짜증이 자아낸 매력이다.
샘 스미스의 핑크 러플 드레스를 따라한 황제성.
그에 비해 부캐는 최근에서야 나타난 개념이다. 본캐(본캐릭터)의 정체성을 대신하는 다른 페르소나를 의미한다. 본캐는 마음대로 바꾸지 못하지만, 부캐는 SNS 속 프로필을 설정하듯 자신이 비치길 원하는 모습에 따라 바꿀 수 있다. 본인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진정성이 중요시된 과거 커뮤니티 ‘싸이월드’와는 딴판인 셈. 부캐 전성시대에서는 본캐의 정체성은 암묵적으로 모른 체하는 게 상도덕이다. 마미손(래퍼 매드클라운으로 추정)부터 유산슬(개그맨 유재석으로 추정), 다나카(개그맨 김경욱으로 추정)에 이르기까지 방송가에도 본캐를 숨긴 부캐 붐이 일었다.
검정 비닐봉투로 직접 제작한 패러디 의상.
부캐를 향한 무수한 피칭은 꽤 그럴싸한 변화구가 됐다. 캐릭터로 자리 잡아 기성 배우나 코미디언 자리를 위협하기도 한다. 그들이 가끔 실수해도, 때론 프로답지 않아도 대중은 “부캐니까!”라며 웃어넘긴다. 완벽만이 인정받는 본캐들의 세상에서, 부캐는 넘어져도 문제없는 완충지대가 됐다.
부캐 킹 스미스의 성공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뒤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성별을 구별하지 않는 넌바이너리로 자신을 정체화한 샘 스미스는 전 세계 LGBTQ 아이콘 중 하나다. 한국에서 성소수자에 관한 밈이 일관되게 부정적으로 사용된 점을 감안하면 황제성의 패러디가 이들을 희화화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한국 밈 역사에서 LGBTQ 코드가 이만큼 화제에 오른 적은 없었다. 나는 이 밈이 한국엔 아직 낯설지만 아름다운 문화를 소개하는 역할을 한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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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인스타그램캡처 유튜브 ‘스튜디오유니코’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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