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분위기로 꾸민 거실. 오묘한 컬러감과 질감이 매력적인 스페셜 페인트로 칠해 벽면이 하나의 예술 작품 같다
임현호·정한나 부부와 세 살 터울의 초등학생 남매, 반려견이 함께 사는 이 집은 가족의 세 번째 보금자리다. 지은 지 16년 된 구축 아파트라 이사를 앞두고 부부는 가장 먼저 인테리어 시공업체를 물색했다.
“50군데 정도에서 견적을 받아봤어요. 그중 10여 곳은 직접 만나 미팅까지 했고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업체 선정에 공을 들인 이유는 저희 부부 모두 인테리어나 디자인에 큰 소질이 없기 때문이에요. 대화를 통해 저희 마음에 쏙 드는 디자인을 제안해주고, 시공까지 믿고 맡길 수 있는 업체를 찾는 게 이번 인테리어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죠.”
시공을 담당한 플립360 박지은 팀장이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뻔한 느낌을 뺀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과 공간 자체의 성격을 제대로 구현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철거할 수 없는 내력벽을 어떻게 아름답게 풀어낼지도 관건이었다.
“대부분의 아파트가 그렇듯 이곳도 철거할 수 없는 내력벽이 있었어요. 그냥 놔둬도 되지만 적은 면적이 아니어서 의도적으로 만든 구조물처럼 보였으면 했죠. 여러 가지를 고민하다 부드러운 형태감의 곡면 벽체로 만든 후 홈 바, 책장, 선반 등 다양한 가구 요소가 하나의 유기적인 흐름으로 연결될 수 있게 디자인했어요.”
가족이 함께하는 공간
석촌호수 뷰를 즐길 수 있는 거실 한 켠에는 홈 바를 세팅했다.
“거실은 가족과 활발히 소통할 수 있도록 가족실로서 기능할 수 있길 바랐어요. 소파를 놓을 수도 있었지만 그럼 가족 모두 쪼르르 앉아 TV만 볼 것 같았죠. 그래서 함께 책도 읽고 이야기도 나누고 식사도 할 수 있는 셰어 테이블을 놓고 서재처럼 꾸미기로 결정했어요.”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식구 모두 개인 방보다 거실에 모이는 일이 많았고, 그만큼 가족 간 소통의 시간도 늘었다. 대대적으로 구조를 변경한 주방도 눈에 띈다.
얼룩과 스크래치에 강한 세라믹 상판으로 제작한 조리대. 주방 가구는 거실 벽면과 동일한 페인트로 칠해 통일감을 줬다.
가장 먼저, 항상 가족을 바라보며 주방 일을 할 수 있도록 벽을 향하던 싱크대와 조리대를 대면형으로 바꿨다. 가족 누구든 주방에서 필요한 것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수납공간을 세세하게 나눠 최대한 많이 만들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한 끗 다른 모던함
부부 침실로 들어가는 히든 도어. 닫아두면 프라이빗한 공간, 열어두면 하나의 통로로 보인다.
원목 미서기문을 접목한 부부 침실은 흔하지 않은 모던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침실 발코니로 나가는 문 앞에 벤치를 두고 폭신한 쿠션을 놓은 것도 이 때문. 벤치를 넘어 베란다로 나가면 미니 서재를 만날 수 있다. 따로 공간을 낼 수 없는 집이라면 이와 같은 방법으로 홈 오피스를 만들어 활용하면 좋을 듯하다.
부부 침실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일반적인 새시를 대신해 제작한 원목 미서기문이다. 재미있는 점은 집 전체를 관통하는 모던한 분위기에 지극히 한국적인 요소를 배치했는데도 전혀 이질감이 들지 않는다는 것. 오히려 세련미를 더 끌어올린다. 벤치에 올라서기 위한 용도로 바닥에 놓은 리얼 디딤석은 색다른 재미까지 선사한다. 가족의 화합과 라이프스타일이 중심이 된 집. 이곳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었던 집의 본질에 대해 다시금 되돌아보게 된다.
이국적이고 유니크한 타일로 시공한 욕실.
기획 최은초롱 기자
사진제공 플립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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